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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예고편 13A 쇼트플래시백 15폴리오미노 16Animated Anti-animal 18불완전한 세 개의 이미지 19가까워지려고 21기도 24침묵 26죽음이 빠져 있는 사전 28심판 30충돌과 반동 32진짜 돌 34흑백의 주인 36보라색바탕에흰글씨 38푸티지 39독백 40오늘의 꼬리 42검고 메마른 44크랭크 인 46회복의 모양 48선택 50상상선 52B 쇼트선택 58두 개의 여름과 두 개의 결과 60폴리오미노 62평면을 세워 66불완전한 세 개의 이미지 38서랍 속 개의 풍경 70기도 72삽입곡 73정물처럼 앉아 74낮잠 속에서 꽃잎이 떠내려간다 76환기 80마른 식물 82가짜 돌 84납구름 86흰바탕에보라색글씨 88편집 90손의 예고 92달리기 94다정한 냄새 96플래시백 98사용 99광물 102멸망 104연기론 106암상자 108엔딩 크레딧넌 진화할 거야 113화상과 환상 115파레이돌리아 118소음 120해일 122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124쿠키 -비둘기가 많네요 126작품 해설-조대한(문학평론가)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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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작은 것들의 시물에 비친 돌은 나뭇가지를 나뭇가지는 개의 얼굴을 한다-「가까워지려고」에서김석영의 시에는 정물 같던 풍경이나 대상이 불쑥 움직이거나, 우리가 알고 있던 단어가 익숙한 의미를 벗어던지고 더 넓어지거나 혹은 뒤집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모르는 채 조개껍데기를 줍는 동안” 조개껍데기가 “무덤”이 되어 무덤을 “줍는 경험”을 하는 시 「광물」이나, “예전에 불탄 자리였”다던 해안가의 절에서 “녹았던 자리를 기억하는 초” 같은 바다를 바라보다가 이것이 정말로 “캔들”이었다는 전환으로 이어지는 시 「검고 메마른」이 그렇다. 조개가 무덤이 되는 것은 시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느껴지고, 녹은 초 같다는 생각을 했던 풍경이 정말로 녹은 초였다는 이야기는 호접지몽처럼 전해 내려오는 꿈 이야기 같다. 김석영은 가장 유연한 멀리뛰기 선수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훌쩍 넘어간다. 다른 두 세계의 절단면을 찾아 이어 붙인다. 이때 제법 거칠어 보이는 절단면조차 대담하게 성큼 접붙이는 시인의 상상력과 사유는 독자로 하여금 절단면을 연결선으로 여기게 하고, 거친 면보다 거침없음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인식은 시인의 자서(自序)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달은 돌기 때문에 달이다/ 돌지 않으면 돌이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우리가 떠올리기에 작고 움직이지 않는 것에 불과한 돌이라는 이미지를 더 거대하고 영원히 움직이는 것에 가까운 달이라는 의미로까지 확장한다. 지구의 표면, 그러니까 땅의 바닥으로부터 주워들 수 있는 것에서 저 멀리 도는 달까지, 김석영의 시적 (무)중력은 이토록 가능하고 또 무한하다.■삭제되었으나 진행 중인 화면 바깥의 이야기그 장면만 빠져 있는 스크린 위(……)나의 독립영화가 비로소 상영되었다-「선택」에서『돌을 쥐려는 사람에게』에는 종종 중간에서 시작된다. “파이를 엎었을 때/ 나는 부엌 식탁에 서 있었다”라고 시작되는 시 「마른 식물」이 그렇다. 독자가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 이미 파이는 엎어졌고, 화자인 ‘나’는 식탁에 서 있다. 그 장면 이전에 ‘나’가 어쩌다 파이를 엎었는지, 혹은 훨씬 더 이전에 왜 파이를 구워야 했는지는 이 시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바다 액자가 걸려 있는 거실”에 “초를 들고 왕관을 쓴 여자가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기괴한 표정으로 멈춰” 있다는 이후의 장면만이 등장할 뿐이다. “그 이후로/ 나는 숨을 잘 쉴 수 없게 됐다”(「회복의 모양」) 같은 문장 역시 그렇다. 우리는 시의 화자가 언젠가부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숨을 잘 쉴 수 없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바로 화자의 상황과 심정에 이입하기 위해 몰두하게 된다. 비밀을 지닌 이에게 선뜻 무슨 비밀인지 물을 수는 없고, 비밀의 정체가 궁금해 그 사람의 말에서 최대한의 힌트를 얻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사람처럼 김석영의 시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림자가 사물을 더 생생하게 보이도록 하듯, 김석영의 이러한 도입은 우리가 잘린 화면 바깥을 상상하게 만들며 시의 이면, 시의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게 만드는 시를 읽으며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들을 상상할 수 있다. 볼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가늠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의 속성이기도 하다.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는 시를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알려 주는 시집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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