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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진하리
아시아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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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야외수업
이웃들
지나간 이야기
해피버스데이
향기롭고 쌉쌀한
휴가

해설|서로가 서로에게 속물인 세상_허희(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22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이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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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8쪽 | 128*188*15mm
ISBN13
9791156626343

책 속으로

앞으로는 한강, 뒤로는 공원이 드넓게 펼쳐진 이곳에서 태미는 많은 유화 작업을 했다. 같은 장소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풍경은 빨리빨리 모습을 바꿨다. 그날의 기분까지 더해지면 매 순간이 달랐대도 과언이 아니다. 태미는 그런 변화를 화폭에 담았다. 풍경과 기억이라는 테마로. 풍경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지 기억 속의 풍경은 이전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하여.
---「야외수업」중에서

태미는 아이의 그림에 명암을 표시했다. 이렇게, 알겠지? 옆의 아이도 명암을 그려달라고 졸랐다. 이렇게 쓱쓱, 네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하면 되는 거야.
여기가 어두운 게 맞는 거예요? 전 다 똑같아 보여요.
태미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똑같아! 똑같아!
아이들이 낮은 음성으로 클클거렸다.
---「야외수업」중에서

전남편에게 연락이 왔을 때 파라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여름의 한가운데였고 태양이 작열했고 모든 사물이 정신없이 햇빛을 튕겨냈다. 아들 재이는 친구들과 정글짐 위를 날아다니듯 뛰어다녔다. 파라는 동네 엄마들과 나란히 앉아 있던 벤치를 벗어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전하는 진부한 안부 인사를 들으며 이제 그와는 인사 너머의 마음은 짐작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나간 이야기」중에서

그는 뒤늦게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획득했다. 오래전, 컬렉터들이 남편을 쫓아다닐 때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정대가 한나에게 호감을 보였을 때 그녀는 그를 돈만 많은 바보라고 생각했다. 뜻밖의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났고 한나가 기대하고 짐작했던 것들은 모두 틀렸다.

한나는 이 층으로 올라갔다. 벽마다 걸린 유화 작품에서 오래된 기름 냄새가 났다. 언젠가 한나의 작품도 이곳에 걸렸었다. 동남방앗간이 갤러리였을 때 한나는 여기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작품 한 점을 이정대에게 팔았다. 그 그림이 컬렉터들의 눈에 띄어 중견작가와 협업을 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좋은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한나의 그림은 점점 정형화되어 누구의 마음도 흔들지 못했다.

---「해피버스데이」중에서

출판사 리뷰

심훈문학상 수상 작가 진하리의 첫 소설집
감쳐둔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서늘한 관계의 지형도


진하리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이웃들』이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모두 6편의 작품을 수록하였다.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써내려간 소설들은 심훈문학상 심사 당시 “중산층의 복잡한 세태와 심리를 끌어내는 관점과 주제의식이 새롭다”는 평을 받았다. “스노비즘이 장악한 현실의 양상을 투시도처럼 재현”하며 독자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진다.

“뜻밖의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났고...
기대하고 짐작했던 것들은 모두 틀렸다.”

현실을 지탱하는 진실과 거짓말들


『이웃들』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 중 마지막 작품 「휴가」를 제외한 다섯 편의 소설은 연작의 성격을 갖는다. 「야외수업」의 주인공 ‘태미’는 「해피버스데이」에, 「해피버스데이」의 ‘한나’ 부부는 「향기롭고 쌉쌀한」에 다시 나온다. 이 외에 「이웃들」과 「지나간 이야기」도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한다. 어느 작품에서는 조연이던 인물이 또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으로, 혹은 그 반대로 전환된다.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일상의 조각들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의 필요에 의해 서로를 호출할 뿐 다정한 ‘이웃들’은 아니다. 이들은 친밀함을 연기하고, 위로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배신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타인의 행운과 성공 앞에서 자신의 불운을 들추어내 견주고 마는 인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들의 속물성을 끄집어내 폭로한 뒤에 자기반성으로 이어진다거나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진실과 거짓말의 무게를 감당하며 계속 살아가야 하는 날들이 이어질 뿐이다.

“독자는 낯선 이 작가의 이름을 결코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_손홍규 소설가


『이웃들』에 수록된 작품들 속 인물들의 대사나 그들의 행동을 묘사하는 순간들은 무척 간명하다. 얼핏 보면 단순한 말들, 그저 습관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의 이면에 인물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진실들이 숨겨져 있다. 그것을 발견할 때에는 어딘가 서늘한 기분이 든다. 그 서늘함은 다시 질문이 되어 독자들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타인에게 어떤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추천평

여섯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몰락 직전의 순간이라고나 할까.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발아래가 까마득하다. 거기가 바로 그들의 내면이다. 그들은 일상의 어느 순간 과거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를 맞닥뜨린다. 타인의 비밀은 언제나 흥미롭지 않던가. 죄책감 없이 저지를 수 있는 유일한 죄처럼 말이다. 정작 그들이 목격하는 건 흥미롭지 않은 자신의 비밀에 불과하지만. 마침내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준 비밀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다. 살면서 한 번쯤 겪게 되는 운명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순간을 견디고 맞이하는 내일 역시 희망적일 것이라는 암시 따위는 없다. 그렇다. 깨달음조차 그들을 구원하지 못한다. 간절히 바라던 것을 손에 쥐고도 행복해지기는커녕 불행해진 아니, 불행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삶이라니. 모든 게 그들 탓인데 차마 그들에게 손가락질할 수 없는 까닭은 쓸쓸하다거나 서글프다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외로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눈에 보여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었고 말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을 표현했으니 이 여섯 편의 소설은 한 편 한 편이 눈부신 언어도단이다. 『이웃들』은 진하리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첫 소설집이 이토록 무시무시해도 되는 건가. 아마도 독자는 낯선 이 작가의 이름을 결코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 손홍규 (소설가)
친밀하다기보다는 친밀함을 연기하고, 위로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배신하는 인물은 중산층만으로 한정되지 않는 현재의 군상이다. 이에 대한 어떠한 소설적 대안이 있을 수 있나. 진하리는 섣부른 해결책을 논하지 않는다. 그저 스노비즘이 장악한 현실의 양상을 투시도처럼 재현하였을 따름이다. 단편의 임무는 이로써 완수되었다. - 허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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