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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시작하며 4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 10 모든 이의 가슴속엔 안나푸르나가 있다 18 기묘한 노인과 흰 소, 그리고 인생 수첩 24 바깥세상의 온도 36 이름 적힌 포스트잇 44 틈새 48 불쌍한 조니 밥 58 카리부의 노래 66 북극곰 감옥 72 1달러의 가치 82 허풍쟁이 잭 90 쿠바의 멋 100 황금 동상 아래 경찰관 106 충분한 돈은 얼마일까? 112 크게 잃을 것 같은 느낌 120 예스터데이 비즈니스, 투데이 아미고 128 죽음의 도로와 나비 134 저글링 148 어부가 된 선생님 156 45도 164 블랙코미디 172 회색 안개 180 채식주의자와의 대화 1 188 누가 소녀에게 총을 쏘았나? 194 프란츠 카프카의 투쟁 200 반듯하지만 슬픈 경례 212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 218 채식주의자와의 대화 2 226 스고이의 보물을 찾아서 234 어른이 되는 일 244 오렌지의 무게 254 당신은 행복한 사람 260 돈과 행복의 관계 266 하지 알리 모스크의 거지 274 발리우드 스타 오마르 284 그린 카르마 292 갠지스강의 축복 306 여행의 끝 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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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아버지를 만난 건 4년 전 네팔에서 안나푸르나를 오를 때였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아침, 전날 만났던 영국인 할아버지가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나 슬픈 표정이었는지, 할아버지 얼굴은 가물가물하지만 표정만큼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간혹 사람 표정이 얼굴보다 오래 기억되곤 하는데, 얼굴은 머리에 기억되고, 표정은 마음에 기억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할아버지가 왜 저리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했다. 하루 전만 해도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다 은퇴하고 나서 이곳에 왔다는 할아버지는 밝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었다.
“이보게. 젊은이. 내가 영국에서 안나푸르나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렸을 거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열두 시간 정도 걸리지 않았을까요?” 내 대답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오기까지 30년이 걸렸다네.” 할아버지가 안나푸르나에 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30년 전이었다. 잡지에 소개된 안나푸르나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그 사진을 오려 액자에 넣어두고 저기에 가야지, 라고 생각한 게 벌써 30년이 되었다고 했다. 오랜 소원을 이뤘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튿날 만난 할아버지는 한없이 슬퍼 보였다. 도대체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할아버지, 왜 그렇게 슬퍼하세요? 평생 오고 싶어 하던 곳에 오셨잖아요.”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이젠 너무 늦었어. 더 이상 올라가는 건 무리야. 방금 짐꾼과 이만 내려가기로 결정했다네.” 할아버지가 울음을 쏟아낼 듯 대답했다. 한숨을 푹 내쉰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뗐다. “지난 세월 동안 정말이지 이곳에 올 기회는 많았어. 휴가 때마다 안나푸르나에 가자고 하면 와이프는 그런 추운 곳 말고 근사한 호텔이 있는 따뜻한 섬으로 가자고 했지. 그래서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지중해의 어느 섬으로 휴가를 가곤 했어. 시간이 좀 날까 싶을 때면 꼭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겼지. 정말 내가 여기 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자식들이 결혼을 한다더군. 나는 항상 다음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결국 은퇴를 하고, 따뜻한 섬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와이프와 이혼을 하고,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킨 다음에야 여기 올 수 있었다네. 그런 데 모든 일을 마치고 왔더니 너무 늦어버렸어. 눈앞에 평생 소원을 두고서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으니 말이야.” “위험을 피하려고만 하며 살지 말게. 그러면 그 인생이 가장 위험한 인생이 되어버린다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지금껏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만 살아왔다.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안전해 보이는 것을 얻기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이 떠오른 이상 그동안 피하기만 했던 가슴속 깊은 곳의 질문과 마주해야만 했다. 모든 이의 가슴속엔 자신만의 안나푸르나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나만의 안나푸르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곳으로 가려는 내 발목을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피하려고 했던 위험은 무엇일까? 성공. 이 한마디를 뺀다면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안전한 삶이 아닌,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 알 수 없었다. 나는 길을 잃었다. --- pp.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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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성장소설’이 된 여행기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라니. 사람 사이로 하는 여행을 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지 싶었다. 저자는 마음 한편에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계획한 대로 살고는 있지만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향한 질문에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에 사표를 내고 무작정 길을 떠났고 500일 동안 세계를 돌아다닌 후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청춘이 성장하는 과정을 고백하는 동시에 길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것들을 풀어냈기에 성장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이들의 일상을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는 듯한 착각을 하게끔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 덕이다. - 오지혜 (배우,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