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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신의 반지하/ 외계로 가는 귀/ 방/ 지우개 똥/ 불면증/ 피부의 진화/ 따뜻하게 엉키다가 죽고 다시 태어나/ 새 조련사/ 벌레와 겨루기/ 숨을 확인하는 마음/ 왼발의 연극/ 연기/ 일시 정지/ 귀신 되기/ 식물원/ 회귀 본능/ 저지레/ 이불과 겁쟁이/ 우리의 기도/ 누군가 밀어붙인다/ 끝까지 살아남기/ 거리의 기후/ 커튼 뒤 새의 색깔은 무엇일까/ 자신감/ 추적/ 대낮의 방/ 개막/ 동거/ 식물원2/ 영접/ 줄타기/ 산란/ 호흡/ 성장/ 간지럼/ 실버팁테트라/ 새 찾기/ 0. 디지털 변형 사진과 스토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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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길목에 주저앉은 사람은
바람처럼 길을 돌다 그만 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방」중에서 철봉을 구르고 구르면서 우는 법을 터득한 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운동장에 착지하기도 한다 ---「회귀 본능」중에서 흔적이란 우리로 이행하는 작은 무게를 깨닫는 방법이다 ---「우리의 기도」중에서 착지할 수 없는 바람을 오래도록 따라가다가 기어코 몰려오는 작은 무게를 새라고 부르는 마음을 우리는 그 순간 배웠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기도」중에서 같은 거리에 모여 걷는 우연은 각자 외로워지는 무도회다 ---「거리의 기후」중에서 머리까지 물속에 들어간 침수성 식물처럼 손이 올라가고 허리가 굽어지다가 전신을 엎드릴 때 급류가 흐르곤 했다 춤은 이러한 이동을 몸속으로 삼킨 증상이다 ---「추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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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한 박유하 시인의 디지털 포엠 『나는 수천 마리처럼 이동했다』가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디지털 변형 이미지와 이야기 시를 활용하여 시적 고민의 흔적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디지털 포엠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시적 확장을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는 시의 난해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하나의 장치로써 꿈과 같은 모호한 이미지와 그것의 분진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고자 한 시인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포엠은 기존의 디카시가 가진 선명한 이미지와 5행 이내의 문장이라는 제한된 형식에서 벗어나, 이미지의 자유로운 변형과 텍스트의 글자 수가 디카시보다 많다는 점으로 구별된다. 또한 다양한 시적 변용을 위해 두 번째 시집 『신의 반지하』를 활용하여 형식의 확장을 실천한 시집이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둘의 조합이 어떤 효과와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할 만하다.
이 시집은 총 38편의 시와 이미지에 더해 시작 노트가 매 편마다 실려 있다. 시작 노트는 시의 이해를 돕고, 시의 확장과 깊이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시인은 선명한 꿈과 혼몽한 현실 속에서 수천 개의 다리가 달린 벌레처럼 매일 익명의 손바닥에 잡힐 위험에 처한 채 달아난다. 혼몽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인은 꿈의 공간에서 시를 쓴다. 생의 막을 올리듯이 더듬더듬. 하지만 시인으로서의 삶은 녹록치 않고 “혼자 남은 방에서 유물처럼” 앉아 자신의 존재를 더듬는다. 이명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방법은 “죽은 척하거나 영원히 살아 있는 척”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게 하고, 스스로에게는 살아 있다는 믿음이 되기도 한다. 예민한 감각으로 세계와 존재에 대해 내밀한 질문을 던지는 시인은 그 경계의 모순 안에서 자신의 얼룩을 쓰다듬으며 세계와 친밀하고자 하지만, 방 안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존재를 대변하는 한 마리의 새를 상상한다. 이러한 이유로 박유하의 시적 감각은 하나의 신앙이 되고, 타인이 관장하는 세계 속에서 처절하게 날갯짓하는 한 마리의 새와 같다. 한 마리와 수천 마리가 공존하는 세계를 향하는 시집. 이 시집은 살아 있다는 믿음도 사라졌다는 소문도 없는 장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