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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방청객 11 방 거래 14 폭발 사건 16 여덟 살 18 또다시 나비처럼 20 몸 안의 기후 21 귀가 22 민들레 꽃씨 24 눈물점 26 이상한 고장 27 색감色感 28 교주 30 고양이 안테나 32 일식 34 물의 일기 35 접시 주인 36 표류인 38 추격전 40 패턴 41 늙은 소파의 귀 42 푸른 사과 43 딱 44 몰타 45 움나뮈푸데 46 테두리 48 희비 50 팽위의 사람들 52 관광객 54 모티바 56 비린내 58 방언 60 회복력 62 허우풍 마을 사람들 63 달리는 동상 64 목요 예배 66 사각의 방 67 탄잘리교 68 105번 버스 70 투라 71 우라마토 72 없는 방 73 울렁증 76 모기향 78 라파토라스 80 아나투스 82 아르나 84 아스라한 나무 아래 85 안마 88 기다란 상자 90 무언의 관계 91 너머에서 92 호흡의 흡 94 더블 96 타인의 방 98 상월의 정류停流 100 겨울의 귀 101 소음들 102 숨 놀이 104 리셋 106 가짜 음식 108 숨바꼭질 110 외출 112 횡단 114 방문 116 화분 118 해후 120 쥐들의 왕국 122 늦잠 124 점집 126 벽의 꿈속 128 해설 이병철 빛나는 의심, 눈부신 균열 129 |
박유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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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구비되어 있고 오랫동안 펴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가구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의 방은 당신의 설명과 다르잖아요” “나는 사진에 나온 대로 설명했어요”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화분, 옷장에 대해 이어 설명하면서 나는 분명 숨기는 것이 있었다 “식탁과 책상을 사면 이곳을 채울 수 있을까요?” 이미 사진 속 방에는 가구를 놓을 공간이 없었지만 나는 이곳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창문을 보니 아침이었네요. 어떻게 이곳에서 나오셨어요?” “글쎄요, 아침에는 더욱 그러니까요” 나는 방에 대해 이토록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은 처음 만났다 “그래도 나무가 잘 자라고 있어요” 우리는 유머 코드가 맞는다는 듯이 서로 웃었고 검은 개가 우리를 향해 컹컹 짖다가 떠났다 사라진 울음이 귓가에 남아 맴맴 돌았다 우리는 방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앙상하게 남은 우리에게 집중하였다 애초에 나무만 있었다는 듯이 --- 「방 거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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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시인의 첫 시집 『탄잘리교』가 시작시인선 0411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7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2012년 『내일을여는작가』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탄잘리교』에서 시인은 세계에 대한 나의 인식과 세계라는 실재가 불일치하는 순간에 대해 노래한다. 박유하의 시에는 인식을 확신하는 타자와 그 확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나’가 등장하며, 시종일관 ‘나’와 세계가 불일치하는 다양한 국면들을 시로 형상화한다. 한편 시적 화자는 의도적으로 명료함을 벗어나 주체가 인식할 수 없는, 그래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시인은 인식할 수 없는 모든 우연을 ‘허공’으로 명명한다. 이번 시집에는 ‘허공’이라는 시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시인에게 허공은 불분명하기에 자유로운 세계로 인식된다. 시인은 현실과 꿈의 중간쯤에서, 인식과 착란 사이 어딘가에서 시적 주체가 타자들과 함께 부유하고 있는 허공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곳은 대상과 의미, 확신과 의심, 의식과 무의식 등이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을 이끌어 낸다. 요컨대 시인은 우리에게 경험을, 경험의 산물인 인식을, 인식을 통해 형성된 세계를 의심하라고 말한다. 나아가 ‘나’라는 자기 존재마저도 부정하고 의심할 것을 촉구한다. 해설을 쓴 이병철(시인, 문학평론가)은 이번 시집에 대해 “그녀는 세계와 ‘나’가 불화함으로 발생하는 균열을 기꺼이 삼켜 제 안에서 더 크고 깊게 키워 내는 시인”이라 평했으며, 추천사를 쓴 이혜원(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은 “시인은 호접몽 속의 나비와 자신을 달리 구분하지 않고 오히려 나비가 되어 자신을 황홀하게 바라볼 줄 아는 자”이며,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확장하며 존재의 변환을 시도한다”고 평했다. 이처럼 박유하의 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시인이 ‘균열’을 사랑하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세계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부정하면서 인식의 균열, 일상성의 균열, 관념과 의미의 균열을 도모한다. 궁극적으로 꿈과 현실의 균열을 파고들어 자신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시인은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다. 【추천사】 시인은 호접몽 속의 나비와 자신을 달리 구분하지 않고 오히려 나비가 되어 있는 자신을 황홀하게 바라볼 줄 아는 자이다. 박유하 시인은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확장하며 존재의 변환을 시도한다. “사는 일이 무용 같”다고 여기며 튀어 오르는 순간에 집중한다. 그것은 한순간 새가 되어 “몸에서 출구를 찾는 일”과도 같다. 닫혀 있는 사각의 방 밖으로 자신을 끄집어내어 우주의 꼭지점에 놓아 보는 일이기도 하다. 박유하의 시에서 극미의 세계와 극대의 세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비틀리며 연결된다. ‘지금, 이곳’을 벗어난 ‘생각의 생장점’은 걷잡을 수 없이 자라 ‘바깥’을 투시하는 시선이 된다. 꿈과 현실의 균열을 파고들며 오로지 자신의 감각에만 집중함으로써 시인은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다. 그곳은 “이십 년 전 구름”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종소리가 “한 번 울리면 그 소리가 끊기지 않”는다는 영원성의 세계이다. 현실에서 한 발짝 솟구침으로써만 도달할 수 있는 이 세계를 우리는 ‘예술’이라고 부른다. “내내 눈을 뜨고 있었는데/ 나는 이제 눈을 떠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시인의 각오에는 모순을 넘어서려는 예술적 자유의 의지가 담겨 있다. 온전히 자신의 것인 감각 속에서 새로 발견되는 경이로운 또 하나의 세계를 향해 시인은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 시집은 그 출발을 알리는 이정표로서 선명하게 기억될 것이다. 【시인의 말】 시를 모르고 살았다가 어느 순간 시가 좋아졌다 좋아하는 마음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는데 문득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아득하다 이제 내가 믿는 것이 시다 의심하다가도 회개기도하듯이 쓴다 이곳에 없지만 어딘가 존재하면서 시는 죽음으로 나를 구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