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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똥 / 벌레와 겨루기 / 식물원 / 풍선 효과 / 새 조련사 / 따뜻하게 엉키다가 죽고 다시 태어나 / 동거 / 서커스 / 방이 헤매는 밤 / 불면증 / 백색 식욕 / 여름성 급체 / 왼발의 연극 / 피부의 진화 / 숨을 확인하는 마음 / 신의 반지하 / 목격자 / 구원 / 연기 / 일시정지 / 귀신 되기 / 회귀 본능 / 식물원 / 저지레 / 고무장갑은 상상한다 / 자성과 증명 / 이불과 겁쟁이 / 방 / 밤하늘 / 실버팁테트라 / 우리의 기도 / 누군가 밀어붙인다 / 외계로 가는 귀 / 끝까지 살아남기 / 붉은 신경의 밤 / 바닥과 벽 사이 / 거리의 기후 / 회전하는 몽마 / 커튼 뒤 새의 색깔은 무엇일까 / 자신감 / 애완 / 추적 / 우리의 내경 / 공생 / 생의 경사 / 영접 / 딸꾹새 / 대낮의 방 / 개막 / 작은 끈끈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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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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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숨을 지휘하는 새를 최대한 멀리 보내고
그것을 미행하며 숨을 잇는다 새는 숨으로만 느낄 수 있는 귀신이다 새와 가까이 지내면 숨소리가 들린다 고독할 때만이 우리는 새와 놀 수 있다 ---「새 조련사」중에서 짐승만도 못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보송보송한 털과 짖는 습관이 있지만 말을 한다 안녕하세요? 인간처럼 보인다는 건 긴장했다는 뜻입니까? 질문도 할 수 있다 ---「서커스」중에서 자고 일어나니 피부에 검은 무늬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엄마, 이게 뭐야?” 나는 펑펑 울었고 엄마는 나를 달래 주었다 “악몽이란다. 얼룩말처럼 잘 달리는” ---「피부의 진화」중에서 따뜻하고 쓸쓸한 내장에게 내어 줄 살이 있을 때 신이 이토록 사랑한 자리는 늘 출렁거린다 열한 번째 발가락이 따뜻하게 느껴졌다가 쓸쓸하게 사라졌다 ---「신의 반지하」중에서 장례식이 활발하지 않았다면 어둠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청춘은 부글부글 끓는 똥만치 살아 봐야 싹을 틔우는 계절이었다 서로의 입술을 빨며 “사랑해?” “사랑해”를 반복할수록 절망이 식지 않는다 태초에 한 번 어두웠으므로 우리는 밤하늘을 통해 그것을 상상하곤 했다 ---「밤하늘」중에서 환수를 잘하지 않으면 물이 탁해지고 실버팁테트라는 죽을 것이다 슬픔을 자주 갈아 주어야 건강해지는 체질처럼 ---「실버팁테트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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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내일을 여는 작가』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시집 『탄잘리교』를 출간한 바 있는 박유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신의 반지하』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탄잘리교』에서 “세계와 ‘나’가 불화함으로 발생하는 균열을 기꺼이 삼켜 제 안에서 더 크고 깊게 키워 내는 시인”(이병철 시인, 평론가)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깊어진 시적 세계와 자의식의 심연을 예민하게 들여다본다. 그는 ‘나’와 ‘세계’의 불일치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기 위해 스스로 다른 존재가 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비로소 유한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꺼내어 든다.
짐승만도 못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보송보송한 털과 짖는 습관이 있지만 말을 한다 안녕하세요? 인간처럼 보인다는 건 긴장했다는 뜻입니까? 질문도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심지어 나를 보며 박수를 친다 내가 뼈가 없는 동물이라고 사전에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커스」중에서 우리는 자신의 숨을 지휘하는 새를 최대한 멀리 보내고 그것을 미행하며 숨을 잇는다 새는 숨으로만 느낄 수 있는 귀신이다 새와 가까이 지내면 숨소리가 들린다 고독할 때만이 우리는 새와 놀 수 있다 옆 좌석에 앉은 타자의 숨에 매혼된 적이 있다 나의 새보다 타자의 새와 가까이 지낸다는 건 숨이 막히는 친근이어서 타자의 숨 속에서 나는 최대한 나의 새를 몰아내며 죽은 척했다 -「새 조련사」중에서 시인에게 “나다워진다는” 것은 때로 “어둠으로 드러나는 방법을 빛으로 터득할 때”에야 보이는 것이다. “벽지 속으로 다시 스며들”거나 ‘얼룩말처럼 잘 달리는 얼룩’이 되거나 “수천 개의 다리가 달린” 목숨이 되어 수없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방의 침묵”을 살아냄으로써 자신의 생기를 찾아간다. 그는 먼 곳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지금 이곳, 가까운 곳 또는 작은 ‘방 안’에서 어떤 위험에 직면하면서도 부단히 ‘자신만의 방’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방’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공간이면서, 자아와 세계의 이질적인 부딪힘들에 다친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공간이다. 문득 그러한 방이 온몸을 천천히 떠돌다가 심장 소리를 품을 때가 있다 그러면 빈방은 쿵덕, 쿵덕 울리는 소리를 따라 반죽되면서 다리 다섯 개를 얻는다 -「방이 헤매는 밤」중에서 혼자 자취하는 방에 머무르면 호흡으로 나를 미행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러한 방에 들어서면 나를 오래 떠돌던 흔적이 곤죽이 된 지도같이 뭉쳐져 있다 -「방」중에서 방은 정착한 적이 없는 음악이다 방을 듣고 있으면 물 위에 떠 있는 판자의 흔들림처럼 격양되다가도 서서히 멎어 가지만 결코 한곳에 머물지 않는 구름의 속도를 지녔다 -「대낮의 방」중에서 한 시인이 세계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방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 방은 “죽은 선인장의 밑동만 노란” 방이거나 왼쪽의 세계가 “우주처럼 자라나기도” 하는 방일 테니까. 시인에게는 세계의 확고하고 단정적인 장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과 그곳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교차하지만, 결국 그가 삶의 구체를 느끼는 곳은 혼자 있는 방이다. 세계에 대한 출구와 입구를 열고 닫는 동안 박유하 시인은 점점 더 단단한 자신의 방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 안에서 한 방울의 흔적이 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