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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벚꽃 사이/ 막차/ 동심/ 번식력/ 친밀감/ 과로/ 전쟁/ 등산/ 대화/ 고양이/ 이물감/ 해방감/ 방생/ 발아의 과정/ 얼굴들/ 졸음운전/ 태생의 감각/ 점/ 연인/ 우정/ 연인2/ 해방/ 휴식/ 여름과 가을 사이/ 독거/ 신이 접어 낸 자국/ 철봉의 무중력/ 이팝나무/ 과호흡증/ 바람은 수천 개의 구멍으로 이루어져 있다/ 몸통/ 하얀 종이/ 지린내/ 이 센티미터만큼/ 스킨십/ 밤의 고속도로/ 출렁이는 베개/ 시작(詩作)/ 주전자의 농담/ 찬란한 나무/ 여름을 향한 이음줄/ 늦여름/ 폭발/ 예감/ 함정/ 해몽/ 이방인/ 백지증(白紙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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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귓속말로 '엄마, 마지막이라는 말은 내가 하지 말랬지'라고 따끔하게 주장한 적이 있다. 아이는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아픈 단어라고 한다.
---「막차 - note」중에서 손에 난 점을 보며 아이가 물었다 “엄마, 이게 뭐야?” “네가 웃을 때마다 반짝이는 것” 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좋아하다가 점을 확인한다 “엄마, 반짝이지 않잖아” “오직 너만 그것을 볼 수 없단다” ---「점」중에서 빈 강당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의 흔적이 살아나는 순간이 있다 신이 이곳을 반으로 접어 낸 자국이 드러나는 것이다 ---「신이 접어 낸 자국」중에서 울음도 속력이 있다 거센 울음을 타고 달리면 울음도 갈기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밤의 고속도로」중에서 어느덧 내가 당신에게 보인다면 나는 빛으로 흔들리는 중이다. 나는 내 안의 빛을 오르내리는 하얀 종이비행기를 당신의 눈 속에서 볼 수 있는 친밀이 좋았다. ---「여름을 향한 이음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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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한 박유하 시인의 두 번째 디지털 포엠 『미아의 마음만이 나를 바래다 주었다』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디지털 포엠 『나는 수천 마리처럼 이동했다』의 연장선으로, 디지털 변형 이미지와 이야기 시를 활용하여 시적 고민의 흔적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디지털 포엠이라는 장르로 시적 확장을 시도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과감한 이미지의 모험과 더욱 깊어진 시적 사고를 보여 준다. 디지털 포엠은 시의 난해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하나의 장치로써, 제한된 형식에서 벗어나 이미지의 자유로운 변형과 텍스트의 접목으로 시적 영역의 확장을 꾀하는 장르다. 두 번째 디지털 포엠 『미아의 마음만이 나를 바래다 주었다』는 총 49편의 시와 이미지에 더해 시작 노트가 매 편마다 실려 있다. 시작 노트는 하나의 산문으로서도 울림이 크며, 시의 이해와 깊이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박유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여러 ‘공간’을 경유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공간에서 뒤섞이는 서로가 친밀한 존재임을 깨닫고, 다른 존재와 섞이면서도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한 사적 공간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서로를 닮아가다가 문이 열리고 개방성의 세계로 진입할 때 다시 자아를 돌아본다. 시인은 “벽을 애완처럼 키우며” 나와 타자가 “중첩”되는 시간에서 다시 태어난다. 경계를 넘어서면서도 경계의 속성 안에서 세계의 이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것은 박유하 시인의 시적 지향성이 타자를 향해 있으면서 횡단보도, 버스, 집, 강당, 길섶, 고속도로 등, 여러 공간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배치하고 익명의 타인들과 미시 세계에 감응하고자 함을 보여 준다. 이렇게 시인이 경험하고 키워 나간 다채로운 사랑의 감정이 시집 안에서 울려 퍼진다. 시인의 말 요즘 자주 할 일을 망각한다. 나이와 전화번호도 불현듯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도 이름을 지어 준 적 없는 마음이 문득, 의도치 않게 떠오르곤 한다. ‘넌 누구니?’ 다정하게 물어보아도 마음은 등밖에 보여 주지 않는다. 이 책은 기억나지만,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마음에 대한 소묘다. 희미하게나마 그러한 마음을 그리는 작업이 내내 설렜다. 2023년 8월 박유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