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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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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문학동네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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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1. 셋이 좋은 이유 2. 봄 밤 3. 스완 모텔 4. 나쁜 습관 5. 진입 금지와 갓길 없음 6. 축제가 끝난 뒤 1 7. 축제가 끝난 뒤 2 8. 악역의 즐거움 9. 개 이야기 10. 지적인 남자를 유혹하는 법 11. 환멸과 그리움 사이 12. 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 1 13. 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 2 14.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15. 아직은 괜찮다 16. 의심을 찬양함 17. 취한 밤 해설 / 김미현_ 사랑의 상형문자 작가 후기

저자 소개 1

Eun Hui Gyeong,殷熙耕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등단 3년만인 1998년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문학번역원 비상임이사(제4대, 임기3년), 문화관광부 한국문학예술위원회 문학위원회 상임위원, 미국 워싱턴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등단 3년만인 1998년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문학번역원 비상임이사(제4대, 임기3년), 문화관광부 한국문학예술위원회 문학위원회 상임위원, 미국 워싱턴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각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 달랑 챙겨 들고 지방에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은희경의 인생을 바꿨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자, 산사에 틀어박혀 두 달 만에 『새의 선물』을 썼다. 이 작품이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필명을 날리게 되었다. 한 해에 신춘문예 당선과 문학상 수상을 동시에 한 작가는 1979년 이문열, 1987년 장정일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1997년에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제10회 동서문학상을, 1998년에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 2000년에 단편소설 『내가 살았던 집』으로 제26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은희경은 등단한 다음 해부터 2년 동안 엄청난 양의 작품을 소화해냈다. 해마다 2000매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은희경 소설은 무엇보다 ''잘 읽힌다''는 것과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뒤에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진한 페이소스를 숨기고 있다. 은희경 소설의 매력은 소설의 서사 진행 과정중 독자들 옆구리를 치듯 불쑥 생에 대한 단상을 날리는 데 있다.

그녀의 소설을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희경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상투성'', 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라고 한다. 그녀를 따라 다니는 또 하나의 평은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깨고 싶어한다. 그녀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그녀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마이너리그』는 58년 개띠 동창생 네 친구의 얽히고 설킨 25년 여 인생을 추적하면서 '마이너리그'란 상징어로 한국사회의 '비주류',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2류인생'의 흔들리는 역정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갖가지 허위의식, 즉 패거리주의 학벌주의 지역연고주의 남성우월주의 등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마이너 인생을 애증으로 포옹한다. 작가는 권두의 '작가의 말'에서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사회적 상황은 한때 나로 하여금 남성성에 대한 신랄함을 갖게 했다. 이제 나를 세상의 남성과 화해하게 만든 것은 삶의 마이너리티 안에서의 동료애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도중(道中)에 있다"라고 말한다.

저서로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상속』,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이너리그』, 『그것은 꿈이었을까』, 『비밀과 거짓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태연한 인생』, 『소년을 위로해줘』, 『빛의 과거』가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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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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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52.02MB ?
ISBN13
9788954629805
KC인증

책 속으로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봉지에서 우유를 꺼내 커다란 도자기잔에 가득 따른다. 그 도자기잔은 홍대 입구의 어느 생맥주집에서 개업 기념으로 준 오백 시시들이 잔이다. 그것을 전자 레인지에 넣고 삼십 초 버튼을 눌러놓은 다음 봉지 안의 것을 냉장고 속에 정리한다. 띵, 소리와 함께 돌고 있던 전자 레인지가 조용해진다. 나는 우유를 꺼내 마신다. 중간에 숨을 쉬기 위해 딱 한 번 잔에서 입을 떠었을 뿐 거의 벌컥벌컥 소리가 날 정도로 적극적으로 마신 것이다. 도자기잔을 씻어 엎어놓고 나는 욕실로 들어간다. 손을 씻고 나와서는 바로 침대에 눕는다. 그런 다음 비로소 앓기 시작한다.

--- p.71

애리는 다음주쯤이면 파리를 떠날거라고 적고 있다. 샤모니에 가서 몽블랑을 구경한 다음 밀라노에 들러 서울로 돌아오겠다고. '서울에 가면 집을 구할 때까지 언니 집에 좀 있어도 괜찮을까?'하면서 '안 그러면 엄마한테 가야 하는데. 다 큰 딸이 재가한 엄마 집에 빌붙어 있는 것도 우습잖아.' 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 p.217

신호등 앞에서 멈추는 자동차의 바퀴에서는 물보라가 허공으로 솟아 올랐다. 단체여행을 온 꼬마들처럼 거리를 신나게 뛰어다니는 회색 비의 행렬, 쏴아 하며 세상을 뒤덮는 소리, 허둥지둥 분주하고 들떠 보이는 사람들. 그것을 내다보며 나는 현석을 생각했다. 어디에서 이 비를 보고 있을까. 새로 빵을 굽는 시각이었던지 등뒤에서는 갓 구운 빵냄새가 피어 올랐다. 나는 빗속으로 뛰쳐나갔다.

--- p.91

셋은 좋은 숫자이다.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 이 어리석은 은유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당연히 비극이 예정되어 있다. 둘이라는 숫자는 불안하다. 일단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그때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은 첫 선택에 대한 체념을 강요당하거나 기껏 잘해봤자 덜 나쁜 것을 선택한 정도가 되어 버린다.

셋 정도면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일이 잘 안될때를 대비할 수가 있다. 가능성이 셋이면 그 일의 무게도 셋으로 나누어 가지게 된다. 진지한 환상에서도 벗어나게 되며, 산에 오를때와 마찬가지로 체중을 양다리에 나눠 싣고 아랫배로도 좀 덜어왔으므로 몸가짐이 가뿐하고 균형잡기가 쉽다. 혹 넘어지더라도 덜 다칠 게 틀림없다. 실제로도 내게는 언제나 세 번째 선택이란 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애인이 셋 정도는 되어야 사랑에 대한 냉소를 유지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 pp.7-8

사랑을 위로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고향풍경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고향의 사진을 구해다 보여 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다른 멋진 풍경으로 데려가 고향을 잊게 해줄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애인을 소개해 줘 풍경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할 수도 있다. 삶은 우리의 정면에만 놓여 있는 게 아니다.

--- p.160

사랑에서 환상을 깨는 것이 배신의 역할이다. 환상이 하나하나 깨지는 것이 바로 사랑이 완결되어가는 과정이라면, 사랑은 배신에 의해 완성되는 셈이다. 사랑은 환상으로 시작되며, 모든 환상이 깨지고 난 뒤 그런데도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을 깨달으면서 완성되고, 그러고도 끝난다.

--- p.9

독신이란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노동을 일일이 의식하며 사는 일이다. 시든 꽃은 내가 버리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꽃병 속에서 썩어가고, 머그잔 바닥의 커피 찌꺼기도 내가 컵을 씻기 전에는 계속해서 그대로 말라붙어간다. 깨진 컵의 유리 조각도 나 아니면 처음 위치에 한없이 엎드려 있다. 신문 역시 내 손으로 들여다놓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현관에 버려져 쓸모없는 폐지가 되어간다. 어떤 순간 그런 것에 염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을 목록이라도 만들 듯 일일이 의식하게 만드는 공간에 짜증이 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동반할 존재라는 것이 귀찮고 벅차게 느껴져 화분 하나조차 두기가 싫어지는 때가 온다.

--- p.221

'당신과는 상관 없는 아이인지도 모르겠어.'

현석의 눈빛이 날카롭게 와서 꽂힌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보일 듯 말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차갑게 말한다.

'한 순간도 방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군.'

'있는 그대로야.'

'그럼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지? 할 사람이 따로 있을 텐데.'

현석다운 말이다.

--- p.90

나는 희망을 갖는 일이 두려워. 결국 적응하게 되고, 지속되기를 바라고 그런 것들 모두. 희망을 가지느 ㄴ것은 뭔가를 믿는다는 거야. 당신은 그 결과가 뭐라고 생각해? 삶은 늘 우리를 속인다구. 삶은 말야. 믿으라고 있는게 아니야. 배신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있는 거야. ... 희망을 가지면 난 약해져.

--- 본문 중에서

'그럼 내가 한번 증명해볼까? 지속적인 사랑이 있다는 걸?'

'그래, 시간 있으면.'

'내가 평생 당신 뒤를 따라다니면서 인생을 탕진하면 믿겠어? 내 임종에 와서 말해줄래? 저런, 아직까지 나를 사랑하고 있었어? 그럼 세상에 사랑이 정말 있긴 있나보네? 그 증명을 더 확실하게 하려면 내가 오래오래 살아야겠구나. 몇 년이면 믿겠어? 오십 년? 백 년? 아니면, 천 년?'

--- p.259

그러나 나는 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첫번째로 즐겁겠지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전부에 언제나 그 사람을 만나고 있을 수는 없다. 내 모든 시간을 첫번째 즐거움의 수위로만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세번째, 네번째, 열한번째의 일에도 즐거움을 배당해야 한다. 그래야만 첫번째 즐거움의 무게에 대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나는 문화비평가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술을 마신다.

--- p.37

계속 눈이 내리고 있는 기척이 느껴질 뿐 차 창 밖의 풍경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본다. 창을 두텁게 덮고 있는 하얀 눈. 우리를 세상으로부터 차단시켜주고 사무치게 사랑하게 해 주는 얼음의 벽.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뜨겁게 서로의 깊이를 찾아 뒤척이고 있다. 저주라 해도 이대로 풀리지 말기를. 이렇게 함께 얼어붙어버리기를. 생이 얼마나 긴데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단 말인가.

그러나 신은 자기 식대로만 자비롭다. 양성이 하나로 붙어버리는 저주는 언제나 풀리게 되어 있다. 저주를 푸는 주문이라도 되는 듯이 현석의 가벼운 신음 소리가 들린 뒤 우리의 몸은 갑자기 허무한 결락 속으로 빠져든다. 추위를 느끼고 우리는 옷을 찾아 집어든다. 우리의 동작은 뜨겁게 몸을 합했던 사람들 같지 않게 너무나 침통하다.

--- p.263-4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일지도 모른다.집착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리 집착해도 얻지 못할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 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것으로 만드는데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 p.12

{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
그런 날이 있다. 불현듯 누군가를 생각했는데 바로 그 사람에게서 소식이 오는 날. 그러면 이렇게 말한다. 안 그래도 네 생각 했는데 뭐가 통했나 보다....라고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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