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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는 말 1장 겉모습이 만드는 페이크: 누구나 알 수 있는 페이크는 연출된다 (칼럼 1) 남성의 목소리는 왜 낮을까? (칼럼 2) 사이코패스는 정치인 체질? 2장 공감에 호소하는 페이크: 우리가 타인을 믿는 이유 (칼럼 3) 침팬지는 손짓을 모른다 (칼럼 4) 공감능력이 높은 사람의 괴로움 3장 언어가 조장한 페이크: 상상이 만들어낸 역할 (칼럼 5) 저주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칼럼 6) 브랜드와 가짜 긴장관계 4장 자기기만에 둥지를 튼 페이크: 승인 욕구의 폭주 (칼럼 7) 기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칼럼 8) 칭찬받는 것이 두려운 임포스터 5장 과학의 신뢰를 이용한 페이크: 미래 예측의 한계 (칼럼 9) 왜 차멀미가 나면 구토를 할까? (칼럼 10) 신뢰할 수 있는 AI란? 6장 오해에서 생기는 페이크: 행동선택의 편향 (칼럼 11) 이민자 중 범죄자가 많다는 환상 (칼럼 12) 과학기자의 입지는 약하다? 7장 결속을 높이는 페이크: 부족의식의 양면성 (칼럼 13) 애정 호르몬이 차별을 만든다? (칼럼 14) 집단의 특성은 문화적 유래일까, 유전적 유래일까? 8장 페이크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법 옮긴이의 말 미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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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 사회와 같은 협력 집단에서는 ‘정보의 공유화’가 일어나기 쉽다. 집단의 각 구성원은 집단을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변에 알리고, 들은 사람도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생각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독자 중에도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친구가 들려주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그 친구에게 다시 전달해 민망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누구에게 들은 정보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그 기억을 유지하는 구조가 없다. 협력 집단에서는 유효한 정보 공유가 이상적이었으므로 이에 따라 우리의 인지구조가 효율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간은 이미 협력을 위한 준비가 대부분 태아기에 갖춰진 채로 태어난다. 망아지는 태어난 지 두 시간 정도 지나면 달릴 수 있다(그러지 못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힌다). 망아지는 달릴 준비가 되어 태어나는 것처럼 인간은 타인과 협력할 수 있게 되면 태어난다.
--- p.69~70 자신은 그저 ‘할 수 있는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증상은 ‘임포스터impostor(사기꾼) 현상’으로 불리며, 언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가면이 벗겨질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한다. 사실은 ‘가능성 있는 사람’인데도 스스로를 의심한다. (중략) 임포스터 현상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대개 ‘겸손의 미덕’으로 비친다. 겸손의 미덕은 능력이 좋은 사람이 집단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려 애써 못하는 척하는 모종의 자기기만이다. ‘할 수 있는 사람’인데도 ‘못하는 척’한다면 그다지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지만, 잘못된 자기기만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못하는 척’이 ‘진짜 못한다’라는 인식으로 바뀌면서 임포스터 현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긍정의 기만이 무의식적으로 긍정을 확대시키면 실력 없는 나르시시스트가 될 우려가 있다. 그 반대로 ‘겸손의 미덕’이라는 자기부정의 기만이 무의식적으로 세뇌되고 확대되면 임포스터가 될 위험이 있다. 어느 쪽이든 적당한 자기기만이 중요하다. --- p.133~134 SNS는 현대적 소통의 장이며, 현대인들의 안심하고 싶은 감정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이 되고 있다. ‘좋아요’를 많이 받거나 많은 팔로워가 생기면, 정보 발신에 따른 자기긍정감이 높아진다. 그런데 아무리 숫자가 늘어나도 협력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인정받은 것 같아 승인 욕구가 일시적으로 해소될 뿐이다. 기존의 미디어도 인정받고 싶은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페이크 발언을 보도해왔다. 하물며 일반 시민들이 거리낌 없이 참여 가능한 현대의 정보 미디어에서 이러한 페이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므로 정보의 출처를 찾아보고 거기에 자기어필이나 인정 욕구가 숨어 있지 않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정보를 발신하는 경우에는 정밀하게 분석한 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표현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 p.140 한창 난폭운전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몇 년 전, 심각한 악플 사건이 일어났다. 이 일의 배경은 한 운전자가 난폭운전을 한 후, 실제로 폭력을 휘두른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모습의 일부가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화되었는데, 중년 남성으로 보이는 난폭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린 후 피해자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더욱 문제가 된 이유는 가해자와 일행으로 추측되는 한 여성이 폭행을 말리지 않고 태연하게 휴대폰으로 폭행 장면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화살은 젊은 여성에게로 돌아갔다. 폭력 사건이 보도된 후 그 여성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의 신상 정보가 SNS에 유출되었고 그녀에 관한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이 사건은 페이크가 ‘정보 폭력’으로 번지는 사태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사실무근인 비방에 대해 법적 조치가 마련되었다. 처음 SNS에 올라온 사진이 블랙박스에 담긴 여성과 ‘비슷한 것 같다’는 단순한 억측이 점점 ‘저 사람이 맞다’는 확신으로 변하고, 네티즌 수사대가 그 여성의 이름과 집 주소, 직장까지 파헤쳤다. 때로는 악의가 아닌 정의감에 넘친 행동이 결과적으로 페이크를 생산하고 확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사태는 페이크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p.177~179 인터넷 악플은 집단의 규칙을 위반한 데서 비롯된 사형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마녀사냥과 같이 옛날부터 관찰된 보편적인 행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행동경제학의 연구 대상이자 인간의 심리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형을 집행하는 종교 집단이나 연합군과 같은 협력 집단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밀접한 인간관계를 배경으로 하는 반면, 인터넷에서는 이상하게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집단은 드물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상상의 협력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견이 높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악플 테러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가까운 집단에서 협력 활동을 하는 경험이 드물어 인터넷상에서 정의감을 표출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상에서 ‘범인 찾기’에 매진함으로써 가공의 협력 집단에서 인정받았다는 ‘승인 욕구’가 충족되는 착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 p.182~183 우리는 언어의 전제조건에 조금 더 민감해야 한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 한 연구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두 달 뒤 하루에 수천 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 예측했다. 나는 그 연구자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이야기한 것이므로 그 안에 어느 정도 대책안도 강구될 것이라 예상하고, 실제로는 연구자가 말한 정도의 감염률이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달 뒤 확진자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확진자 수가 별로 늘지 않자 그 연구자는 ‘사회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라 지탄받았다. (중략)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려면 예측에 실패한 사람을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비방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자를 비판하는 행동은 일시적으로 사고의 혼란은 잠재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잘못된 행동이다. 따지고 보면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세상에는 불확실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상태이더라도 일단 시도하고 도전해봐야 한다. 만약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행동할 수 없다면, 행동을 위해 불확실한 사실을 확실하다고 믿어버릴 수 있다. 이러한 심리가 페이크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오늘날, 우선 오해가 생기지 않는 언어 활동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 p.192~194 집단 중심의 일본에서는 누구와 타협하면 더 이익이 될지 판단하는 정치적 사고는 기를 수 있지만, 낯선 사람을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힘은 약해지고 있다(앞에서 언급한 야마기시의 지적). 또한 페이크를 간파하는 능력도 약하다. 일본은 집단의 논리에서 파생된 페이크가 횡행하기 쉬운 사회다. 단적인 예로 일본 기업의 유통기한과 품질검사 조작, 정부 관료의 조사 자료와 회의록 조작이 있다. 집단 중심 사회에서는 공공의 규칙보다 소속 집단의 규칙이 우선시되기 쉽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전통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고수했다”라는 말을 들으면 굳이 바꾸려고 나서지 않는다. 이는 마피아가 조직 내에서 법보다 폭력행위를 정의롭게 느끼는 현상과 비슷하다. --- p.225-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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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한 페이크 문제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맞춰 인류 최고의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이 발사되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발사 후 거침없이 우주로 나아가 획기적인 관측 자료들을 꾸준히 보내오면서 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는 제임스웹은 무려 13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고가임에도 이미 그 가치를 톡톡히 증명하고 있다. 제임스웹이 보내온 자료 중에는 우주 초기의 거대한 블랙홀 외에도 먼 우주의 갓난아기별과 소멸을 앞둔 별의 생생한 모습 등이 담겨 있어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시선도 비약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주 나이 138억 년에 비하면, 아니 지구 나이 45억여 년에 비하면 인류라는 생명체가 존재해온 역사는 너무도 미미해서 드넓은 해변의 모래 한 알에도 못 미치겠지만, 현생 인류가 기나긴 수렵채집 시대를 거쳐 문명 시대로 돌입한 것이 고작 1만여 년 전이었음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는 대단히 놀라운 성취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말도 안 되는 온갖 페이크에 속아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기술의 끊임없는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의식과 문화도 더욱 이성적으로 변모해야 마땅한 오늘날, 도대체 왜 우리는 온갖 거짓 정보와 속임수, 음모론 등의 페이크에 휘둘리고 있는 것일까? 어이없는 가짜 뉴스부터 신도들을 집단자살로 내몬 사이비 종교단체의 만행까지, 페이크의 천태만상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엄청난 혼란과 시련을 겪은 불과 얼마 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백신이 개발되어 각국이 한창 예방접종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느닷없이 백신에 IC칩이 박혀 있다거나 백신주사가 불임을 유발한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횡행한 적이 있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짓임을 알 수 있는데도 의외로 많은 사람이 백신주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일본, 미국 등지의 상황도 비슷했다. 2011년에는 중국 쿤밍 시에서 스무 곳 이상의 가짜 애플 매장이 발각되었는데 직원들조차 자신들이 진짜 애플 매장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고 밝혀 사람들을 더욱 어이없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나마 ‘짝퉁’이 아닌 정품을 팔았다고 하니 워낙 많은 가짜 식품과 제품들이 판치는 나라에서 이 정도는 애교로 봐주어야 하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일본에서는 1981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이나 전 세계 고고학계를 속인 후지무라 신이치의 구석기 유물 조작 사건이 있었다. 1978년 동아시아 최초로 연천군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되어 세계 고고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만든 일에 자극을 받아서였을까. 아무튼 이 사건으로 후지무라 개인은 물론 일본 고고학계와 지자체, 정부가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으며, 그동안 성실하게 고고학 연구와 유물 발굴을 해온 사람들까지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편 미국 미시건대학교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보물 대접을 받아온 갈릴레오의 1610년 메모가 위조문서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안긴 일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추기경이 진본임을 입증했다며 1934년 경매장에 나왔던 이 메모는 토비아 니코트라라는 유명한 위조범이 만들어낸 것인데, 그동안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조차 위조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자국을 남긴 아폴로 계획 자체가 모두 거짓이며 아폴로 호에서 찍은 사진이 실은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오래된 음모론,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인공지진이었다는 또 다른 음모론, 지구는 결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헛소리 등을 여전히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가장 심각한 페이크 문제는 사이비 종교단체에 멋모르고 가담했다가 지구 종말론에 휘둘려 집단자살을 하거나 살해당한 사례처럼 사람들이 진짜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일 것이다. ‘마녀사냥’이 과거에 종교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대표적인 사례라면,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집단자살극’은 현대 페이크 문제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1978년 남미 가이아나에서 일어난 인민사원 집단자살 사건, 1997년 미국 헤븐스 게이트 사건,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스위스·프랑스·캐나다 등지에서 일어난 태양의 사원 교단 사건을 비롯해 1987년 우리나라를 큰 충격에 빠뜨린 오대양 사건과 2013년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무수단 사건 등 비교적 가까운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사례만 살펴봐도 사이비 종교의 페이크 문제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 실감할 수 있다. 페이크가 더욱 활개 치는 원인 『우리는 왜 페이크에 속는가?』는 일본의 저명한 인지과학자 이시카와 마사토 교수가 점점 그 폐해가 심각해지는 페이크 문제에 대해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페이크를 간파할 수 있는지, 또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타인의 말을 쉽게 믿는 이유는 까마득한 수렵채집 시대부터 우리에게 생물학적으로 내재된 본성 때문이다. 일정한 규모의 집단을 이루어 공동으로 사냥이나 채집을 하며 살아가던 당시에는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거짓말을 일삼았다가는 집단에서 쫓겨나거나 엄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다 언어가 발달함에 따라 의도치 않게 상대를 오해하게 만드는 상황이 생기자 이를 이용하는 기술도 늘었으며, 집단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속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그럴듯한 가짜 정보를 퍼뜨리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단순하고 작은 거짓말이 아주 심각하고 큰 거짓 정보로 발전해온 셈이다. 현대에 들어와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등장하고 인터넷 덕에 모든 정보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데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온갖 페이크가 활개를 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었다. 페이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환경에서는 특히 ‘자기기만에 둥지를 튼 페이크’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우리는 집단에 잘 적응하기 위한 심리로 승인 욕구, 자기긍정, 성취감 등을 발달시켜왔으며, 이런 심리구조는 수렵채집 시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발휘된 심리 때문에 우리는 종종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 밖에도 우리는 가공의 스토리를 만들어 자기기만에 이용하기도 한다. 주변의 평판에 신경을 쓰는 행위나 인터넷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행동 전부가 수렵채집 시대에 형성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우리 스스로 이런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페이크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과학의 신뢰를 이용한 페이크’를 다룬 장에서는 과학의 발전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유사과학이 횡행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지금은 MBTI에 밀려 입에 올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지만, 한때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과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같은 주장, 수소수·게르마늄·음이온 등 건강을 앞세운 상술 모두 과학의 외피를 둘렀지만 실상은 유사과학일 뿐이다. 저자는 이런 페이크는 기본적인 이론이나 과학적 방법론을 익히면 쉽게 간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증뿐만 아니라 반증도 생각해보고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신중해져야 하며, 제품의 효과를 판단할 때는 꼭 비교?분석해보고, 이론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지적한다. 한편 저자는 ‘오해에서 비롯된 페이크’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정보 매체를 이용하는 우리의 심리가 있으며, 손실회피 심리, 정의감 발휘, 확률 판단의 취약점, 과잉 추정 같은 심리에 주의하면 페이크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기존 언론사와 개인 방송 간의 미디어 융합이 이루어지다 보니 통신이나 방송으로 명확하게 분류할 수 없는 SNS 같은 중간 서비스가 생겨나게 되었는데, 규제를 둘지 아니면 이용자 재량으로 둘지 딜레마가 생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보 매체도 모든 정보를 개방하지 말고 서비스마다 제한을 두어 다양한 매체를 만들어나감으로써 가짜 뉴스의 횡행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끝으로 ‘결속을 높이는 페이크’에 대해서는 개인 중심의 서구와 달리 일본과 한국처럼 여전히 ‘부족의식’이 강한 문화권에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은 부족의식을 키우기 위해 적에 대한 두려움과 복수심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인터넷에서는 가공의 연대감을 배경으로 한 음모론이 널리 퍼지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적인 방법을 기반으로 한 팩트체크를 통해 이런 페이크를 대부분 간파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과학적 방법론을 익힌 시민들이 주도하는 미디어 채널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