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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 너를 보낼래
고등어 작가의 유쾌한 중고거래 실전기
고은규
청색종이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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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5 들어가며

1부 팔다

15 아는 여자들
23 나는 당신에게 가겠다
29 남편들은 모른다
37 세트는 힘이 세다
42 밭솥 주고 감귤 받고
47 김냉의 인기
51 검은 땀이 흐르네
58 스텐 팬한테 패하다
62 찾아가는 블라우스
65 내 손엔 줄자
69 중력을 받은 무중력 의자
73 해금과 순풍
80 문고리에 걸린 다정함이여
84 근육 좋아
89 메리 제인 플랫슈즈
92 쿨거래란 이런 것
95 딸기 우유색 커튼1
99 딸기 우유색 커튼2
104 우리집에 온 양배추 인형
108 도마는 달린다

2부 사다

119 목욕하는 고양이들
124 촉촉한 거래
127 쿡에버 찜기
131 알뜰한 청소년
136 ‘개이득’의 날들
141 걷는 책상
145 냉장고 보내기
151 장물로 취득한 전천당 10권
154 청동 스탠드
159 턱걸이 예찬론자

3부 나누다

171 로봇 청소기
174 우비를 입은 여자들
178 바람직하지 않은 각인 서비스
182 15년 동안 몇 개의 백팩을 샀을까 1
185 15년 동안 몇 개의 백팩을 샀을까 2
190 강아지 용품
196 힘펠 환풍기
201 나 잡아 봐라의 피해자
206 먹성 좋은 아이들
210 절도 있는 문장

215 나오며

저자 소개 1

2007년 《문학수첩》으로 등단. 펴낸 책으로 장편 『트렁커』 『데스케어 주식회사』 『알바 패밀리』 『쓰는 여자, 작희』, 소설집 『오빠 알레르기』, 에세이집 『당근에 너를 보낼래』 등이 있다. 『트렁커』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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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125*190*20mm
ISBN13
9791189176976

출판사 리뷰

당근마켓에서 다시 추억과 마주하다

중고거래는 불필요한 물건을 내다 파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은규 작가는 지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정리하면서 오래전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 짐을 정리하며 나는 20년이 된 이 추억의 마로니 인형이 누군가에게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추억을 다 소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마로니 인형에 대한 글을 썼다. 이제는 헤어져도 괜찮은 시간이다.”(「아는 여자들」) 작가는 어린 시절 인형과 관련된 추억을 글로 쓰고 난 후 다른 이에게 물건을 내놓게 된다. 추억은 물건을 떠나보내는 방식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작가는 이야기꾼답게 추억을 소환하며 자신을 희화화하기도 한다. 「검은 땀이 흐르네」에서는 유독 머리숱이 많아서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 모습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른 머리 모양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이제는 세월 탓에 머리도 빠지고 새치를 감추기 위해 염색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인다. 새치커버 제품을 사용한 후 강의를 하다가 검은 땀이 흘러내린 모습에 아이들과 함께 웃기 시작하는 작가는 급기야 새치커버 제품을 당근마켓에 내놓으면서 “두피를 긁지 마세요. 손톱에 까만 때가 끼는데 금세 안 빠집니다.”라고 세심한 주의사항을 남기기도 한다.

커튼을 거래하다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 만나고(「딸기 우유색 커튼 1」), 잘 쓰지 않던 도마를 내놓고 나자 어릴 때 부엌에서 도마를 꺼내와 아이들과 함께 골목에서 썰매를 타다가 엄마에게 걸린 이야기도 유쾌하게 이어진다.(「도마는 달린다」) 거리에서 사복경찰에게 화염병으로 의심 받고 불심검문을 당할 때 열어 보인 가방 안에 소주 여러 병과 새우깡이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는 백팩을 중고거래로 내놓으며 함께 불려 나오는 이야기다.(「15년 동안 몇 개의 백팩을 샀을까 2」)

이웃과 가족을 만나다

낯선 이들과 만나는 일은 간혹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맞곤 한다. 번역투의 문장으로 연락을 해오거나(「나는 당신에게 가겠다」) 요즘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전에나 있는 단어를 구사하는(「절도 있는 문장」) 외국인과 당근마켓 거래를 통해 만나는 순간은 의외로 사람의 정감을 느끼게 되는 신선한 경험이 되곤 한다.
알뜰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수업할 때 참고하려고 급히 자습서를 구한 작가는 미소를 머금고야 만다. 자습서는 ‘연구용 비매품’이었던 것이다. 문제가 대부분 풀려 있는 이 자습서는 어느 알뜰한 청소년이 내놓았다. 우비를 입은 채 무거운 책장을 조그만 끌차에 싣고 가는 두 명의 여자, 반값 택배를 알려준 사람 등 중고거래를 통해 알뜰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찾았다. 샤워기 포장도 깨끗하게 잘 되어 있고, 그 안에 수압과 관련하여 간단한 주의사항까지 적어 주었다. 누군가는 고작 7천 원짜리 거래를 하며, 무에 그리 수고로운 일을 다 하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도 있다. 나 역시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사고팔기 전이었다면 비슷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팔고, 나누는 이력을 쌓은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중고거래를 통해 이처럼 물건을 순환시키는 것이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결과다. 단순히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좀 더 값싸게 사는 것 이상의 즐거움과 의미를 느끼는 이웃들이 알게 모르게 많으리라 생각된다.
내게 반값 택배를 알려 준 판매자처럼.
― 「목욕하는 고양이들」 중에서

중고거래를 통해 만난 이웃들의 모습은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된다. 물건을 팔거나 필요한 물건을 값싸게 구하는 경제적 이익보다 사람 사는 세상의 정겨움을 느끼게 된 것이야말로 중고거래를 통해 얻은 진정한 수익이다. 그리고 중고거래 이야기 속에는 무엇보다도 가족의 사랑이 가득하다. 아들 고도리가 차에 싣지 못할 만큼 큰 책상을 혼자 들고 오는 모습을 보며 “이날은 걸어오는 책상이 내 마음에 와락 안긴 날이었다.”라고 작가는 에둘러 말한다.

조력자인 남편의 모습은 훈훈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 작가의 남편인 남 집사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만화식으로 이야기를 재현한 일러스트는 꽤 수준급이다. 지나간 추억과 중고거래를 하는 상황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잘 그려져 있어 책을 읽는 동안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추천평

소설가 고은규는 천재다. 잘 깎은 유리알 같은 문장 속에 우리가 익히 살았으나 진정으론 한순간도 살아 보지 못한 세계를 불러다 까르르 빛을 입힌다. 이번엔 '당근'의 세계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사고파는 그 현장에서 작가가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엮었다. 이런 이야기들로만 책이 된다고? 하는 순간 와하하하 웃음과 눈물을 움켜쥐게 하는 이것은 고은규만이 베풀 수 있는 마력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도 천재가 될 수 있다. 당근이다. - 류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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