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데미안… 11 1 두 세계… 13 2 카인… 30 3 도둑… 48 4 베아트리체… 64 5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83 6 야곱의 투쟁… 98 7 에바 부인… 118 8 끝의 시작… 139 지와 사랑 지와 사랑… 151 싯다르타 1부… 421 바라문의 아들… 421 사문들과 함께… 428 고타마… 437 깨달음… 445 2부… 449 카말라… 449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 옆에서… 461 윤회… 469 강가에서… 475 뱃사공… 485 아들… 495 옴… 503 고빈다… 509 헤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헤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521 헤르만 헤세 연보 … 542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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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지 않는 자는 주인공일 수 없다
헤세는 초원에서 뒹굴며 나비와 민들레, 푸른 하늘을 벗 삼아 고독을 마음껏 즐기는 소년이었다. 마치 『지와 사랑』의 골드문트가 그러하듯 알 수 없는 마성적 충동에 흔들리며 차츰 다루기 어려운 아이로 자라났다. 경건한 부모의 울타리에 갇혀 지내던 그는 아홉 살 무렵부터 하인들이나 장인들의 입을 통해 죄의 세계에 대해 전해 들었다. 이 너무도 극명한 두 가지 세계의 대립은 소년 헤세의 호기심을 부추겨 댔다. 그의 장래는 개신교 목사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신학교를 들어갔으나 반년 뒤, 쫓겨나듯 나와야했다. 신학교 선생들의 몰이해가 여린 소년의 마음을 무자비하게 수레바퀴 밑에 처넣기도 했으나, 헤세 또한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망적인 모색과 멸시하는 차가운 눈길에 그의 신경증이 더해 갔다.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는 자살 소동을 일으켰으며, 고등학교에 다시 들어갔을 때도 교과서를 팔아 권총을 사들이는 등 결국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공장에서 일을 하던 열일곱 살 때, 그는 누가 가르쳐 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술은 ‘만족’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불행’과 ‘불만족’이 새로운 것을 낳는다. 헤세의 현실에 대한 정신적 충돌과 고뇌 역시 그를 괴롭히면서도 문학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스물두 살이란 나이에 첫 시집을 출판해 자신의 길을 열었다. 고통은 괴로운 것이지만 진주조개가 껄끄러운 티끌을 끌어안고 인내하여 마침내 진주를 만들어내듯이 잘 갈고 다듬으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빛깔로 빛을 발한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인생으로 직접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선악의 세계, 그 갈림길에서 에로스와 로고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대립은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데, 헤세도 인간의 이 양극성, 이원성에 줄기찬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진작부터 성 프란체스코와 관능의 아들 보카치오 사이를, 또 십자가와 주신 바커스의 지팡이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지와 사랑』은 그 극단의 영혼을 나누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게 하나씩 갖게 해 그 반발과 합치를 그려냈다. 소설의 구성은 방황의 아들 골드문트가 주인공 역을 하고 그 정신적 인도자인 나르치스가 조역으로 되어 있다. 문학에서는 방황하지 않는 자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데미안(Demian)』이란 말은 데몬(Damon)과 같은 뜻으로 ‘악령에게 사로잡힌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이 데미안은 악마적이며 초인적인 힘을 지닌 인물로 싱클레어로 하여금 운명을 개척하고 자아를 찾는 길을 걷도록 만든다. 헤세는 이 작품으로 하여금 세계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있는 그대로의’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무사독오(無師獨悟)와 침잠(沈潛)과 명상의 생활을 통해 헤세는 비로소 『싯다르타』를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사상으로서 정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체험으로서 보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소설 속에서 인물의 상태를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작자의 선경험이 필수적이다. 헤세 또한 싯다르타가 경험한 깨달음을 표현해 내기 위해 싯다르타와 더불어 명상과 애욕, 고행과 향락의 사이를 몸부림치며 그리스도교적, 불교적, 괴테적, 낭만적, 니체적 체험을 해 나갔다. 그러고는 ‘모든 행위와 생각은 세계와 신을 포함하는 자기 영혼과의 대화이다’라고 표현했다. 『싯다르타』는 바로 그런 대화의 고백이다. 이 작품은 ‘인도의 시’라는 부제에 맞게 산문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간결하고 율동적인 문체로 엮여 헤세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헤세의 딛고 넘음은 내면적 깨달음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다. 행위와 창작에서의 딛고 넘음도 내적 깨달음에 따라 이뤄졌는데, 그는 이것을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그는 무(無)에서부터 출발하기 위해 『데미안』을 익명으로 발표했다. 과거의 모든 것을 딛고 넘어섰던 것이다. 헤세는 니체와 더불어 가장 위험하게 산 시인이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성실하려고 했기 때문이며 자기 내부의 소리에 따라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딛고 넘어설 때마다 깊은 고뇌를 씹으며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작품을 창조했다. “시인은 슬픈 고독자다.” 슬픈 고독자로 딛고 넘기를 계속함으로써 이 시인은 ‘빛을 가져오는 자, 기쁨을 더하게 하는 자’가 되었던 것이다. 책 속으로 이것은 성스러운 아버지의 세계에 생긴 최초의 균열이었고, 나의 어린 시절을 떠받치고 있던 기둥, 누구든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파괴해야 하는 그 기둥에 새겨진 최초의 칼자국이었다. 우리 내면의 본질적인 운명의 끈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경험들로 엮어진다. 마음에 생긴 이러한 생채기와 균열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아물며 잊히지만, 우리 마음속 가장 깊숙한 비밀의 공간에 그것들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계속해서 피를 흘리는 것이다. --- pp.23~24 지금 나는 예전의 낙원과 같은 나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러나 데미안은 절대로 이 세계에 속하지 않았고 어울리지도 않았다. 또한 그는 유혹자이며, 두 번째 세계, 곧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악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나 자신이 다시금 아벨이 된 지금, 아벨을 희생하여 카인을 찬미하고 싶지는 않았다. --- p.46 오늘에 이르러서야 나는 깨달았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따르는 것만큼 피하고 싶은 힘든 일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 p.47 하느님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을 고독에 빠뜨림으로써 그를 다시 자기 자신과 대면하도록 이끈다. --- p.71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 p.83 인간의 과제는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지 제멋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자신의 운명을 완전히 받아들여 의연하게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유보된 일, 도피의 시도, 대중의 이상 속으로의 퇴보, 적응, 그리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대한 공포였다. --- p.115 "네, 그렇지만 당신은 당신의 꿈을 찾아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질 거예요. 그러나 영원히 계속되는 꿈은 없어요. 또 다른 꿈이 따라오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꿈도 붙잡아 두려고 해서는 안 돼요.” --- p.127 전에는 왜 인간이 어떤 이상을 위해서 살지 못하는가를 많이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많은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이 이상을 위해서 죽을 수 있음을 보았다. --- p.144 하지만 보라고, 어린 형제여. 인간은 나이를 먹어. 앳된 얼굴에도 수염이 자라고 주름이 지지. 네가 입은 바지는 닳아서 해지고,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넌 추해져서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 되는 거야. 젊음과 순진함 대신 굶주림만이 모든 걸 내다보게 하지. 그때가 되면 넌 힘들어지겠지.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는 배워 둬야 해. 아니면 넌 머지않아서 똥 무더기에 누워 있게 되거나 개들이 너한테 대고 오줌을 갈길 거라고. --- p.264 죽음과의 싸움은 모든 것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한 감정이었다. 자신이 작고 가련하며, 위협받는 존재임을 아는데도 죽을힘을 다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동안 몸속에서 삶에 대한 끈기와 아름답고 무서운 힘을 느꼈던 것이다. --- p.270 사랑과 쾌락은 그에게 삶을 참으로 따뜻하게 해주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것이었다. 그는 명예욕을 알지 못했으며, 그에게는 주교나 거지나 똑같은 인간이었다. 소득도 재산도 그를 붙들어 놓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런 것을 경멸했다. --- p.295 곧 예술은 아버지의 세계와 어머니의 세계의 결합, 정신과 피의 결합이었다. 예술은 가장 감정적인 것에서 시작하여 가장 추상적인 것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또는 순수한 관념의 세계에서 시작하여 피가 흐르는 육신 세계로 끝날 수도 있었다. --- p.296 생명은 아름답다. 행복은 아름답지만 순간적이며, 청춘은 아름답지만 빠르게 시들어간다. --- p.328 “꽤 요령 있게 말하는군. 자네는 이 세상이 죽음과 공포로 포위되어 있다고 보는 모양이로군. 그리고 거기서 도망치기 위해 쾌락 속에 뛰어든다는 이야기고. 하지만 쾌락은 오래 계속되지 못해. 그건 자네를 다시 황무지로 쫓아낼 뿐이야.” --- p.380 "싯다르타, 당신은 꽤 영리해 보이는데 이것도 잘 알아 둬야 해요. 사랑이란 구걸할 수도 있고, 살 수도 있고, 선사받을 수도 있고, 또한 길에서 찾아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사랑은 결코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는 법이에요." --- p.456 ‘글 쓰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은 더욱 훌륭한 일이다. 지혜로운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참는 것은 더욱 훌륭한 일이다.’ --- p.463 예전에는 천만금을 한순간에 잃고서도 껄껄 웃어넘기던 그가 지금에 와서는 장사에 노랑이가 되고, 돈에 구두쇠가 되었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돈 꿈을 꾸었다. 그는 가끔 무서운 악몽에 소스라치며 깨어나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나이 들고 밉상스러운 자기 얼굴을 보곤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럴 때마다 그는 도망갈 구멍을 찾았다. 즉 새로운 행복을 구하여 주색에 빠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는 다시 돈을 벌려는 본능의 세계로 되돌아오곤 했다. 이 무의미한 순환 속에서 그는 지치고 늙고 병들어 갔다. --- p.472 이제 싯다르타는 예전에 자기가 바라문으로서 또는 고행자로서 왜 부질없이 ‘나’와 싸웠는지 알게 되었다. 게다가 너무나 많은 지식, 신성한 시, 번거로운 제사의 규칙, 지나친 금욕, 지나친 고행, 노력 등등이 오히려 이 ‘나’를 정복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 p.484 “당신의 말은 아마 이런 뜻일 거요. 즉 강은 근원에서나, 강어귀에서나, 폭포에서나, 나루터에서나, 여울에서나, 바다에서나, 산에서나 늘 동시에 있으며, 강에는 현재만 있을 뿐 과거나 미래의 그림자가 없다. 이런 말이죠?" --- p.4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