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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크리처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생물의 생생한 진화 과정뿐만 아니라 초자연적이거나 신비로운 환상 속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개 크리처 디자이너들은 이 두 가지 콘셉트를 두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곤 하지만, 저는 이 둘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p.6 디자인 연구와 동물 드로잉의 모든 실험은 제 스케치북 안에서 펼쳐집니다. 말도 안 되게 이상한 조합, 불완전한 관찰, 가능성이 없는 생명체들이 스케치북을 가득 채웁니다. 종종 몇 가지 아이디어는 재검토 과정에서 세부적인 묘사가 추가되고, 때로는 좀 더 정상적인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수정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옷을 입히기도 하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보기도 하고, 동물들의 성격과 능력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합니다. ---p.14 저는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부드럽고 두꺼운 연필심을 사용합니다. 두꺼운 연필심은 그리려는 사물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투박하게 그릴 수 있어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본격적인’ 드로잉을 하기에 앞서 저는 전체 방향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여러 장의 종이에 습작을 합니다. 그다음 반복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모습을 대략 스케치하고, 천천히 세부적인 디테일을 한 겹씩 더합니다. 저는 원본 스케치를 모두 지우는 대신 그 위에 조금씩 블렌딩 효과 내기를 좋아하는데, 그래야 원본의 느낌이 더 잘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p.35 야생동물은 언제나 큰 영감을 주기에, 저는 모든 종류의 다큐멘터리를 즐겨 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할 때 저는 추상적인 형태로 시작해 그 형태로부터 무언가를 끌어내거나, 기존에 존재하는 형태나 실제 생물에 기반해 새로운 크리처를 창조합니다. 크리처 디자인의 매력은 이렇게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생물의 각기 다른 부위를 결합해 새로운 크리처를 만들어내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부위를 조화롭게 조합하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설득력 있는 반전의 요소, 디자인에 스며 있는 아름다운 동선, 대체적으로 눈에 잘 읽히는 형태를 고루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죠. ---p.109 크리처 디자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정은 렌더링인데, 결국 디자이너로서 최종 목적은 창작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페이지에 첨부한 몇 가지 렌더링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저는 피부가 매끄러운 크리처를 즐겨 그립니다. 크리처들에 음영을 주어 질량과 부피를 강조하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패턴과 윤곽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p.121 크리처 드로잉에서 제게 영감을 주는 원천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지구에 실제로 존재하는 이상하고 멋진 동물들이고, 둘째는 인간이 역사상 시각적으로 동물을 묘사하려 했던 방식입니다. 라스코와 쇼베의 초기 동굴 벽화부터 디즈니 캐릭터와 같은 현대적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동물을 해석하는 방식은 제게 끊임없이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p.193 크리처 디자이너라면 해부학 공부를 피할 수 없습니다. 동물의 해부학적 구조를 학습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크리처 디자인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모든 근육의 명칭을 완벽하게 외울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골격과 근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알아두면 상상 속 크리처를 훨씬 더 자연스럽고 쉽게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스케치 연습은 유익한 훈련이지만, 만일 동물들을 직접 관찰할 수 없다면 인터넷에서 움직이는 야생동물 비디오 클립을 참고해 스케치를 연습해보세요. ---p.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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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 미래에 닿게 될 크리처
사실 크리처나 몬스터의 외형에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 없다. 어떻게 그려야 할지 참고할 해답이 없으므로 무엇 하나 손을 대기 어렵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무엇이든 그릴 수 있고 또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만든 크리처에 다양한 설정을 입혀 세계관을 구축할 수도 있다. 예컨대 환경 오염으로 인해 꺾인 나무뿌리에서 자란 몬스터라든지, 오래전 지구상에 살던 공룡이 복원되면서 태어난 돌연변이 크리처라든지, 트랜스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인간이 진화해 발생한 종족이라든지. 이렇게 넘쳐 보이는 설정도 전혀 과하지 않다. 오히려 ‘그럴 법’하게 다가온다. 크리처 드로잉의 이러한 면모는 한계 없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상상하는 일에는 끝이 없다. 크리처를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그때를 상상해 보는 건 꽤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크리처 디자이너의 시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크리처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맞이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수백 점의 레퍼런스를 통해 우리의 미래, 클이처의 탄생을 상상해 보자. 서로 다른 그림체의 레퍼런스를 통해 나에게 딱 맞는 스타일 찾기 어떤 디자이너는 크리처를 그릴 때 흥미로운 형태, 움직임, 자세에 집중한다. 어설픈 움직임이 디자인을 망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완벽한 역동성만이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고는 한다. 또 어떤 디자이너는 크리처를 그릴 때 해부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체는 생명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라는 진리가 이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그렇다면 두 의견 중 크리처 디자인에서 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디자이너의 말을 들어야 할까? 정답은 ‘없다’이다. 어떤 디자인 분야에는 정답이 있어서, 꼭 그렇게 따라가야 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크리처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실제로 존재할 법한 생동감을 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피부의 질감으로 인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이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처럼 각 디자이너가 가진 특성들은 서로 다른 모습의 크리처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똑같이 공룡이 모티프인 그림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부학을 중점으로 디자인한 그림과 움직임을 중점으로 디자인한 그림은 그 모습와 텍스처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을 때, 나름대로 크리처의 생태계를 구축해보고 싶을 때. 막막하거나 막연할 때 프로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수렴하는 것은 디자인적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는 방식부터 도구까지,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챙기는 세심한 팁 이를테면 샤프펜슬과 다 닳아버린 뭉툭한 연필의 차이다. 샤프펜슬은 세세한 부분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반면, 닳아 없어져 뭉툭하고 두꺼운 연필심은 머리를 비우고 투박하게 밑그림 작업을 하기에 알맞다. 좋은 볼펜이나 마카도 많지만, 왜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지 생각해 보면 좀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다. 연필은 주제와 아이디어의 빠른 탐색이 가능하고, 다른 도구 없이도 섬세하게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섞어 크리처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이 크리처이므로, 크리처의 모습뿐 아니라 표현 방식 역시 조금 더 새로워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맨날 그리던 도구 말고,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일은 우리 일러스트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줄 것이다. 작업 도구를 사용해 새로운 기법을 실험하는 것 역시 실험정신이 투철한 크리처 디자이너가 도전해야 할 몫이다. 그동안 그려왔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이전 방식과는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이 책의 작업 도구 캡션을 소화해 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