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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이자 에필로그 5
이따금씩 겨울 10 망가진 일 년ㅇ 봄 33 홀로 아팠ㅇ 여름 65 가ㅇ을 기다리며 124 에필로그이자 프롤로그 155 수상소감 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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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하얗고 하얀 벚꽃 잎이지 않나? 우연히 겹치고 겹쳐서 가장 예쁜 날에 수업을 하게 됐네.”
--- p.13 사실 걱정을, 그리고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치매에 걸린 사실이 들키고 나서 심경의 변화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여전히 화학에 대한 사랑을 드러낼 뿐, 딱히 차이는 없었다. 어쩌면 그날 하루를 잊어버린 걸까? --- p.38 따다다···닥, 하고 분필 소리가 잠시 멈춘다. 마치 시간이 필요하다는 듯이 말이다. “······?” 교수님의 손이 멈추자 학생들도 잠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를 제외한다면, 왜 멈춘 건지 아는 사람은 없겠지. --- p.46 손닿는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포근함. 걱정하던 찬 기운은 아직 스미지 않았다. ··· 소중한 것에 대한 망각은 아직 유예 기간이 남아 있다. --- p.83 "나한테는 여유가 있었어. 적어도 망가진 일 년에서 봄을 찾을 정도의 여유는 말이야.“ ··· “그 여유가 없었더라면 못 견뎠겠지. 그럼 이렇게 내 발로 요양병원에 올 수 없었을 테고···.” 그래서 내가 더 아팠다. 멀리서 봤기에 뚜렷하게 배웠고, 가까이서 느끼고 있기에 선명하게 쓰라렸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는 그런 병이었다. --- p.136 시원한 바람이 내 머리를 쓸어 넘긴다. 보송한 스침에 기분이 좋았다. 밤에는 귀뚜라미가 울 테지. 시간이 더 지나면 사그락거리는 낙엽이 떨어지고··· 그래, 모든 게 뚜렷한 날. 그게 가을인 모양이다. “가을은 좋네요.” 참 좋은 계절이다, 가을은. --- p.140 "가을이 오면 말해 주세요.“ ··· ”네. 소금꽃 질 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가의 소금꽃 질 즈음에···. --- p.154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께, 어딘가 슬픈 이 봄은 그래도 아름답나요? 여름이 원망스럽진 않은가요? 가을은 아직도 붉습니까? 그러니까 소금꽃 질 즈음에···. ---「에필로그이자 프롤로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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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어렸을 때부터 생산성을 중요시하며 대학도 공과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곳에서의 경험과 배움을 통해 공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은 기술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인간은 서로의 관계에서 큰 기쁨과 위로를 찾을 뿐만 아니라 가장 깊은 고통도 겪습니다. "사람을 위한 길, 사람을 위한 글." 이것이 작품 『소금꽃 질 즈음』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소설 속의 재희와 수현이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재희와 수현이가 될 수 있으며 그 둘과 공감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했습니다. 그중 하나만 꼽아서 얘기하자면, 작품 속에서 굳이 두 사람의 성별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수현이가 될 수 있고, 재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장벽을 치우고 덜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덜어냈습니다. 수현이와 재희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정말 누구든 그런 입장이 될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그 아픔에 공감해야 우리는 서로를 어루만져 줄 수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연약함을 이해하길 바랍니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단지 따스한 시선으로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 주길,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길 소망합니다. 소설 속 한 구절로 제 마음을 대신할까 합니다. 무거운 여름을 견디기 힘든 우리에게, ‘새벽의 그리움만 옷자락에 눅눅히 적셔 든다.’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젊은 공학도가 쓴 치매 소설, 『소금꽃 질 즈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젊은 화학공학과 교수의 치매 증상과 변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제자 '수현'의 눈을 통해 스승인 ‘재희’의 치매가 진행되어가는 모습을, 화학식과 계절, 그리고 치매를 하나로 묶은 독특한 설정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사람과 삶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간직한 20대 공학도가 쓴 이 소설은 단순한 치매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연약함과 그것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이해 그리고 공감의 힘을 다루며, 젊은 치매 환자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20대의 젊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다음의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린 누구의 삶도 다 완벽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누구든, 그의 상황이 어떠하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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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눈으로 스승인 화학과 교수의 치매가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화학식과 계절, 그리고 치매를 하나로 묶은 독특한 설정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 김은정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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