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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서울 밖에 남겨나 남겨진 여성, 청년, 노동자이자 활동가가 말하는 ‘그럼에도 지방에 남아있는 이유’
히니
이르비치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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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미투 이전에 우리가 있었다
- 부엌을 뛰쳐나온 엄마
- 밥상머리 페미니즘
- 쓸모와 자기만의 방
- 훈육의 방식
- 미투 이전에 우리가 있었다

2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 서울이 아닌 곳에서
- 지방러 생존 보고
- 서울 밖 페미니스트
- 이런 말 하면 안 되나요?
- 최후의 1인
-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 나는 일어설 수 있을까

3 벤츠는 없다
- 그 섹스는 강간이다
- 모르면 외우자, No Means No!
- 그건 정말 Benefit이었을까
- 얼굴 뜯어먹는 연애의 말로

4 더 넓은 세상으로
- 나는 될성부른 썅년이었나
- 1Kg의 기분
- 담배 한 개비의 권력
- 아니라고 말할 용기
- 만들어진 범죄자
- 해일 앞에 조개를 줍는 것은 너희다

저자 소개 1

노동조합 활동가로, 여성청년독서모임 운영자로 지냈다. 평생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다가 고향 포항에서 독립서점 겸 수제디저트카페를 열었다. 앞으로 배울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은 글쓰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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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36g | 125*185*15mm
ISBN13
9791198253828

책 속으로

가부장제의 최전선에 있는 엄마에게 필요한 건 “왜 그러고 사느냐”는 비난이 아니라 엄마의 노동을 인정하는 한편 개인으로서의 엄마를 존중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엄마를 낳아서 처음부터 키워주지 못한다면, 나는 엄마가 선택한 삶을 인정했어야 했다. 그것이 딸이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 「밥상머리 페미니즘」 중에서

경북에는 아직도 학생의 인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장치인 학생인권조례가 없다. 단 한 번도 교육 개혁을 말하는 교육감이 당선된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지금도 지자체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의지가 없다. 이런 여건에서 교사들의 권위가 떨어질 리 만무하다.
--- 「훈육의 방식」 중에서

출국을 앞둔 예비 노동자에서 백수가 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눈치 주는 사람은 없었어도, 눈치가 보여서 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대부분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하루 1~2시간만 근무할 초단기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찾고 있었다. 게다가 웬만한 곳은 나이 제한을 써둔 탓에 지원조차 못했고, 나이 제한이 없는 일은 요양 보호사나 사무 보조, 간호조무사 등 주된 업무가 돌봄이거나, 남성을 보조하거나, 일정 자격이 필요한 직종이었다. 이렇게 일할 곳이 없는데 대체 포항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먹고사는 건지 궁금했다.
--- 「지방러 생존 보고」 중에서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포항에 제철소가 어떻게 들어섰는지 알았을 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그전까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을 위해 포항에 제철소를 지어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공평하게 가난하던 시절, 무슨 돈으로 제철소를 지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내가 사실로 알던 것이 사실이 아닐 때 따라오는 건 민망함과 뒤얽힌 감정들이었다.
--- 「최후의 1인」 중에서

건물주는 빗자루를 든 채 나를 따라 책방 안까지 들어왔다. 뒷문으로 들어온 물이 앞문까지 찬 흔적이 있었다. 진흙과 벌레, 나뭇잎이 물과 뒤섞인 바닥을 보며 간밤의 소동을 가늠했다. 얼빠진 표정으로 책방 안을 확인하던 내게 건물주는 “돈 많이 벌어서 다음에는 물 안 새는 곳에서 장사하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돌아갔다.
---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중에서

대학 시절 한 선배가 자신의 애인이 흡연자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남자들은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 선배를 위로했다. 그들의 손에는 담배가 쥐어져 있었다. 선배는 여자친구가 순수한 줄 알았다며, 담배를 꺼내는 순간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재차 설명했다. 그의 말에 맞장구치던 남자들은 대화하다 말고 밖으로 나가 흡연을 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 「담배 한 개비의 권력」 중에서

돌아보건대 나는 늘 거대한 해일 앞에 있었고, 그때마다 조개를 줍고 있었다. 여성이 부차적 존재로 취급받는 한 나는 앞으로도 거대한 해일을 마주하며 조개를 줍겠다. 아니 사실 해일은 여성이고 조개를 줍는 것은 남성일지도 모른다. 없던 길을 만들며 나아가는 여성들이 거대한 해일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 「해일 앞에 조개를 줍는 것은 너희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알록달록 서울 밖, 무채색 사람들이 산다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라는 말은 틀렸다. 인프라가 다르고 일자리 수와 질이 다르고, 사람들 인식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나는 5년 전에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나며 ‘지방러’가 되었다. 서울을 맘껏 누릴 때는 알지 못했던 불편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경기도는 ‘수도권’이니 나름 괜찮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나름 괜찮지 않다. 수도‘권’과 ‘수도’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자동차로 30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 30분 동안 30년 전후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5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아니, 이게 없다고?” “이게 안 된다고?!”였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알았을 때 느껴지는 당혹감이란….

이 책은 편집자의 당혹감에서 시작됐다. ‘나름’ 수도권에 사는 나도 이렇게 불편한데 소위 말하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이 궁금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 그곳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를 작가군으로 찾았다. 그렇게 인연이 닿은 히니 작가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글을 써주었다.

〈1장. 미투 이전에 우리가 있었다〉에서는 가부장제가 점령한 가정, 폐쇄적이고 폭력적이었던 교육현장을 고발한다. 〈2장.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에서는 지방 청년 여성의 일자리와 주거 문제, 소멸된 문화생활, 그리고 경북을 대표하는 기업인 포항제철의 진실을 밝힌다. 〈3장. 벤츠는 없다〉에서는 ‘인연은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는 말, ‘눈을 낮추라’는 조언을 받들어 흐린 눈 연애를 했던 작가의 처참한 엔딩을 고백한다. 〈4장. 더 넓은 세상으로〉에서는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서울 밖 사람들의 오늘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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