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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시인의 말 004 1부 그러한 것 같다 나의 노래 013 나, 그대에게 말하노니 014 그러한 것 같다 016 알아보아야 할 순간에 017 천은사 가는 길 018 어떤 대화 020 귀향 022 멈춤 024 수선화의 뜰 026 말하지 않았을 뿐 028 알고 보니 030 안톤 체홉의 언덕 031 저녁 엽서 032 어둡기만 한 이날들은 034 그대 잠시만이라도 036 봄밤이 있어서였다 038 2부 지는 달 지는 달 043 로드 맥퀸의 노래가 있는 저녁 044 눈 내리는 언덕에 서서 046 길이란 게 048 설날 아침 050 꽃이 피고 있었다 052 물음 054 내 혜안의 비를 찾아 056 바람꽃 058 반달 059 삼나무 숲길 060 노(老) 여행자의 사진 한장 062 견성암 무상초 스님 064 사랑 그 하나는 066 사랑 그대는 067 어떤 날 그는 068 그대가 그럴 때가 있다 069 서울로 돌아가는 길 070 보내는 시 072 3부 남산 3호터널 바로 앞 서정 제주에서 077 지하철 안 집게벌레 078 그대의 까닭 079 남산 3호터널 바로 앞 서정 080 차창 밖의 비 082 그때 그 인연 083 아직 그곳이 있었다 084 증심사에서 086 길과 안개 088 밤 기차 089 너 090 그대 온다면 091 눈 온 날 092 낙엽의 손을 잡고 떠나갔단다 094 순간의 노래 095 1번 버스 096 오는 사람 가는 사람 098 밤비 099 지금 100 집과 정원 101 연등 102 4부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 서면 봄날 하루 107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 서면 108 나 강물이 되어라 110 비 오는 월요일 112 보내야 할 것을 보내는 것은 이별이 아니므로 114 그가 오는 건 116 어느 세월에 117 몽골 평원에서 어느 하루 118 새벽사원 아리야발 120 옛꿈 123 몽골에 가면 124 어느새 정이 들었다 126 뭇 사람들이 가셨다고 하니 127 동해 한섬바다 128 나는 130 거미 두 마리 132 내 자리 133 5부 평설 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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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 밝은 인생관이 따뜻한 감성의 언어로 쓰여진 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노래와 같은 시집 그저 평범해 보였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시인의 마음에서 꽃처럼 피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노래가 되어 다가온다. 시인은 밝지만은 않은 하루 하루를 나직하면서도 깊은 목소리로 독자들의 곁에 선다. 선한 시심을 간직하면서 사는 것 자체가 수행인 듯 마주한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서 어두움을 어둡다 하기 보다는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으로 밝으면서도 깊어진 시선을 그려낸다 이승하 중앙대 교수는 평설에서 시인의 이러한 시세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 땅의 어두운 면들, 즉 정치 상황과 사건·사고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세상이 이렇게 어두운데 나까지 어둡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럼 시인은 이 암담한 세상을 어떻게 노래하는가? 이 세상이 그래도 살 만한 곳임을 줄기차게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그래도 진실된 일, 착한 사람, 아름다운 것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고 말해준다. 자연도 인간도 아직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니 희망을 잃지 말자고 독자들을 설득하려고 애쓰고 있다.」 시인은 아래 두 편의 시에서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 「나, 그대에게 말하노니」에서 “아마도 내가 어딘가에 있다면/ 그대의 평화와 미소와/그대의 발길이 닿는 곳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시 「그러한 것 같다」에서 “타는 장작이 재가 되어도 불씨는 남아 타오를 수 있다/심연에 존재했다 피어오르는 인연의 불꽃과 같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무조건 갈등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최 시인의 생각은 그 반대다. 인연이 생겨나니 모든 만남이 소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알아보아야 할 순간에」서는 사람을 알아보아야 할 순간에 알아보지 못하는 슬픔을 다룬 이 시도 그저 담담하게 전개하고 있다. 인연 맺음이 참으로 중요하지만 모든 인연은 끝이 있다. 불가에서는 이것을 가리켜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한다. 이 시는 특히 ‘망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 또한 “연과 연의 수레바퀴 같은 만남”이 있었기에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시 「어떤 대화」는 시인의 밝은 인생관을 말해주는 시다. 이승하 교수는 평설에서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흠뻑 젖으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이 청년에게 “살다 보면 만나는 게 어디 소나기뿐인가./ 그러면서 사는 거지.”라고 말해준다. 청년은 버스까지 놓쳐 기분이 더욱 안 좋은데 노인은 “놓친 버스도 곧 늦지 않게 올 거야.” 하고 말하며 청년의 마음을 달래준다. 그 상간에 비는 그치고 버스도 곧 와서 청년은 버스를 타고 간다. 너무 조급하게 살지 말고 여유있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이 한 토막의 일화를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들려준다. 이어지는 시편들도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현대인의 삶이란 게 대체로 번잡하고 각박하게 마련인데 시인은 독자들에게 그렇게 쫓기듯이 살지 말라고 누누이 얘기한다. 또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고 살자고 조근조근,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득을 시도한다.」 시 「증심사」에서는 시인이 증심사에 가서 고독감, 고립감, “맘 둘 곳 없는 나로부터의/ 회피를 위한 슬픔”을 느낀 것을 읽을 수 있다. 시인은 어느 날, 증심사에 가서 이렇듯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웃음을 보여주고 자기 나름, 열심히 사회활동도 하고 있지만 근원적인 고독감이 찾아온 것이다. 시 「나 강물이 되어라」와 「그대 잠시만이라도」에 대한 평설에서도 최명숙시인의 시세계가 잘 나타나 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강물이 곧 시인데 내가 강물이 되겠다는 것이다.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 것은 ‘그들’이었다. 시인은 내가 쓴 시가 “사람과 사람끼리 더불게 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내가 “온몸으로 주절거린 단어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강물은/ 끝이 없을” 거라고 한다. 내가 강물이 되어 “첫새벽 그들이 오는 강변에서/ 푸른 강물결로 (그들을) 일렁이며 맞이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시인이 독자와 교감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아직 그곳이 있었다」나 「그가 오는 건」,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 서면」, 「보내야 할 것을 보내는 것은 이별이 아니므로」 등에서도 펼쳐진다. 노스님은 절에서 외로움을 어쩌지 못해 깊은 밤에 마당을 거닐겠지만 시인은 시를 씀으로써 사람들과 언제라도 소통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신뢰는 최 시인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대 잠시만이라도」의 “그대 그리할게요/ 거기 그리 서 있어요/ 잠시만이라도 그대 그리 있어요” 같은 구절을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사라지고, 화합과 배려로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최명숙 시인은 등단한 지 30년이 넘은 중견시인이다. 이번에 내는 시집이 여덟 번째이다. 4년에 한 권씩은 꼭 내 온 성실성도 성실성이지만 시편이 다 이렇게 맑고 밝으므로 시 읽기가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어떤 경우는 난해해서, 어떤 경우는 길어서, 어떤 경우는 분위기가 어두워서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최 시인의 시를 읽을 때면 마음을 편히 갖고서, 편한 자세로 읽으면 된다. 시인의 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세상을 밝게 하는 촛불이 되기를 바란다. 시인의 말 오랜만에 쉼을 갖습니다. 이른 아침 발우 공양을 합니다. 발우를 앞에 놓고 먹는다는 것에 대한 옛 어른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어른은 당신과 생을 같이 해온 닳고 닳은 발우는 바로 자신이며 당신의 생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먹는다는 것은 올바른 삶을 위한 기를 얻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나에게 시는 이 발우와 같습니다. 시 쓰는 일은 나와 삶을 함께 하며 얻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가리고 마음의 고요를 얻는 과정입니다. 또한 이렇게 써가는 시가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의 고요가 되기를 원합니다. 한 편의 시를 쓰는 동안 계절은 오고 갑니다. 한 계절을 절집에서 보낸 노 여행자 이야기,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들과 귀향 이야기, 화두처럼 찾던 길에 대한 단상들, 잊지 못한 사랑 이야기, 몽골 평원에서의 이야기와 귀가 들리지 않는 몽골 소년과 맞은 저녁의 그리움들이 시가 되었습니다. 곁에 왔다 간 것들이 시로 남았습니다.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면서 이별의 먹먹함에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이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보내야 할 것을 보낸 후에 남은 기억들은 슬픔이기보다 참 아름다운 추억이며 한 편 한 편의 시로 존재하여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습니다. 시를 읽는 사람의 가슴속으로 잔잔히 다가가는 시집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일상의 파편들이 모인 시들이 시로서 격을 갖추도록 평설을 써주신 이승하 시인님과 물심양면의 지원을 해주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그리고 도서출판 도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3년 10월 법연 최명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