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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제2장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제3장 가을 “더 프레이어” (The Prayer) 제4장 겨울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제5장 봄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 제6장 여름 “곶과 바람과 파도소리”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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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제2장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제3장 가을 “더 프레이어” (The Prayer) 제4장 겨울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제5장 봄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 제6장 여름 “곶과 바람과 파도소리”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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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제2장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제3장 가을 “더 프레이어” (The Prayer) 제4장 겨울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제5장 봄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 제6장 여름 “곶과 바람과 파도소리” 옮긴이의 말 |
Akio Morisawa,もりさわ あきお,森擇 明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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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도예공예가가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자 네 살배기 딸과 무지개를 따라가는 여행에서 만난 ‘곶 카페’. 카페주인 에쓰코 할머니가 들려준 노래와 무지개 그림을 통해 살아가며 소중한 것을 잃는 동시에 얻게 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의미를 깨닫는다. 노래: 스피츠(Spitz) 「봄의 노래」, 켈틱 우먼(Celtic Woman)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그녀가 아직 임신 중이었을 때 치바(千葉) 현 소토보(外房)에 있는 ‘가모가와 시월드’에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범고래를 무척 좋아하는 그녀를 보고 며칠 후 하양과 검정이 들어간 범고래무늬 컵을 몰래 구웠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에 선물했다. 그러자 사에코가 “와아, 판다 컵이다”라며 활짝 웃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 컵을 ‘판다’라 부르게 되었다. 내가 솔직히 “이거, 범고래라고 생각하고 만든 거야”라고 고백해도 사에코는 “아무리 봐도 판다인걸?” 하고 미소 지으며 당장 커피밀로 커피콩을 갈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둘이서 커피를 마실 때는 늘 이 ‘판다’를 사용했다. 굽의 지름이 크고 묵직해 안정감이 있는 데다 손잡이도 실용성을 생각해 큼직하게 만들었다. 본체가 두툼해서 커피도 금방 식지 않고 입술을 데는 일도 없다. 그다지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아니더라도 일용품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어 막 쓰기에 편리한 컵임은 분명했다. 그 ‘판다’에 다시 입술을 댄다. 커피 맛은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설탕을 아주 조금만 더 넣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사에코, 천국에서도 커피 마실 수 있어?’ 영정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p.15~16 “아빠.” 노조미는 오늘 보였던 미소 중 최고로 아름다운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었다. “응. 드디어 찾았네.” 노조미는 의자에서 쿵 하고 내려와, 주문을 받으러 온 초로의 여성 뒤를 빙 돌아 내 옆에 섰다. 환히 웃으며 “아빠” 하고 부른다. 그리고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행복의 두근두근, 여기 있어.”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초로의 여성에게 눈짓으로 ‘잠깐 실례합니다’라는 뜻을 전하고 의자에서 내려와 웅크리고 앉다. 그리고 노조미의 가슴에 귀를 댔다. 두근 두근 두근 ……. 자그마한 심장이 깡충깡충 뛰며 경쾌한 음색을 연주하고 있었다. “노조미의 두근두근이 그대로 전달되어 아빠도 같이 행복해졌어.” ---p.44 제2장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대학 4학년 이마이즈미 겐. 오토바이 여행 중, 도움을 받기 위해 들른 찻집에서 에쓰코와 그녀의 조카 고지 그리고 화가지망생 미도리를 통해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해 고심하고 새로운 결심을 해 드디어 꿈을 찾고, 싱그러운 연인까지 만나게 된다. 노래: 비치 보이즈(Beach Boys) 「서핑 사파리(Surfin'Safari)」, 「걸즈 온 더 비치(Girls On The Beach)」 시골집, 논과 밭의 싱싱한 초록, 약간 솟은 숲, 폐가가 된 오락실, 오래된 사찰, 민박집 간판 …… 풍경이 앞에서 뒤로 순식간에 날려간다. 어느새 오토바이 진동과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하나가 되었다. 세찬 바람 소리가 헬멧 안에 충만한데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내 마음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마음에 거짓 하나 없는 상태로, 그저 쭉 뻗은 외길을 돌진하는 이 쾌적한 기분 ……. 이젠 옆길로 새고 싶지 않았다. 늘 도망갈 길을 찾던 나날은 이제 그만 끝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이 순간 드디어, 희미하긴 하지만, 내 속의 진심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p.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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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지는 아주 조금 고개를 움직여 요코 쪽을 살짝 본다. 천장을 가만히 응시하던 요코의 눈꼬리에서 물방울이 주르르 넘쳐 귀까지 흘러내린다. 에지는 그 모습을 못 본 것으로 하고 자신도 천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가슴 안쪽에서 넘쳐나는 여러 ‘생각’들이 열을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어떤 ‘생각’도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준비되지 않은 채 ‘말’로 바뀐다면, 한없이 ‘안녕’에 가까운 울림을 동반할 것 같다. 에지는 잡은 손의 온기에 마음을 담았다. 요코의 손이 에지의 손을 살짝 맞잡은 순간, 여태까지 줄곧 붙잡고 있던 에지 안의 가느다란 실이 뚝 끊어졌다. 갑작스레 눈꼬리에서 물방울이 주르르 넘쳐 귓속으로 흘러내린다. 딸랑. 요코가 좋아하는 풍경이 울린다. 두 사람은 늘 보아 익숙해진 천장에 시선을 준 채, 이불 속에서 가만히 손을 잡고, 소리 죽여 울었다. (p. 22) “유치우편으로 보내는 편지, 지금 여기서 받는 건 불가능한지…….” “죄송합니다만, 고인의 희망에 따르는 것이 저의 본분인지라……. 요코 님이 의뢰하신 대로 나가사키 우체국에 유치우편으로 발송하게 됩니다.”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사사오카 미네코의 어조는 사무적이고 단호했다. “이 편지는 오늘 돌아가는 길에 우체통에 넣게 되는데요. 유치우편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은 도착 후 열흘간입니다.” “그렇다면……, 그 편지가 우스카 우체국에 도착한 후 열흘 이내로 찾아야 한다는?” “네, 그렇습니다.” 그 말은……. 나는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했다. 오늘 우체통에 넣으면 내일 수거해간다. 그렇다면 우스카에는 빨라도 모레 도착할 것이다. 내게 주어지는 유예기간은 불과 12일. “저기, 혹시 말입니다만…….” “네.” “제가 만약 우스카에 안 가면 그 편지는……?” “우편물은 반송하게 되어 있지만 그때는 저희가 소각 처분합니다.” “소각 처분?” “의뢰 내용이 그렇습니다.” “내가 읽기 전에 태워버리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무심코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요코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우스카에 보내려 한다. (p. 89) 내가 요코의 뼈를 부술 수 있을까. 불안감이 머리를 든다. 분골을 업체에 맡기는 사람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된다. 하지만 요코의 유언은 반드시 내 손으로 이루고 싶다. 마음을 담아, 철두철미하게, 나 자신의 손으로. “요코…….” 쉰 목소리로 문득 이름을 불러보았으나 그다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요코의 미소 짓는 얼굴이 언뜻언뜻 뇌리에 떠올랐다가 사라질 뿐이다. “요코…….” 다시 한 번 부르며 유골을 응시한다. (……) 나는 일단 쇠망치를 내려놓고 양손을 뻗어 주머니 위로 유골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거친 뼈의 감촉에서 일말의 온기를 찾으려는 나 자신을 느낀 순간, 척추에서 힘이 쑥 빠져나가는 듯했다. (……) 요코의 뼈가 하얀 주머니 안에서 부서져 순식간에 작아져간다. 이때 알았다. 슬픔보다도, 허무감보다도, 상실감보다도, 오히려 고마움이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 p. 141 “아내는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책을 많이 읽고 박식해서, 제가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지요.” “호오.” 스기노는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린다. 거실 의자에 앉아 문고본을 읽을 때의 요코의 옆얼굴을 떠올리며 천천히 추억 속의 구절을 입에 담는다.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 “아내의 좌우명입니다.” 나는 쑥스러워 콧등을 긁으며 웃었지만, 스기노는 이상하게도 입을 꾹 다문 채 뭔가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지요.” 산의 경사면을 타고 상쾌한 바람이 올라온다. --- p. 160 모리사와 작가의 전작인 《무지개 곶의 찻집》이 어떻게 잘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했다면, 《당신에게》는 자신이나 타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다. 요코가 남편인 에지에게 남긴 두 번째 편지는 앞으로 언젠가는 죽게 될 우리와,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가슴 아픈 이별을 맞게 될 우리에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부드럽지만 명료하게 깨우쳐준다. …… 어느 한쪽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조금 위험하고 엉뚱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리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옮긴이의 말에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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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버지라도 단 한 가지 존경스러운 면이 있었다. 매일 아침 어머니가 끓인 국물을 눈을 감고 맛볼 때. 아버지는 그 순간만큼은 의젓하고 늠름한 옆얼굴을 보여주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맛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 그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멋져 보였기에, 가게를 이어받은 지금 데쓰오도 맛을 볼 때만큼은 하루하루가 진검 승부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어떤 하루」 중에서 “이 녀석. 남자가 울면 못써. 발가락쯤 없는 거, 그게 뭐 어때서 그래? 오히려 발가락 외엔 다 가졌으니 넌 행복한 아이란다. 한번 생각해볼까? 발가락이 없는 만큼 넌 천천히, 천천히 걷잖아. 천천히 걸으니 다른 사람이 못 보고 지나치는 걸 발견할 수 있어. 그렇지? 음, 우리 겐지, 오늘은 뭘 가져왔을까?” 어머니가 그렇게 물으면 어린 겐지는 울면서 길가에 핀 꽃 이름을 말하기도 하고, 진기한 벌레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논두렁 길에서 캔 미나리랑 뱀밥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반들반들 빛나는 돌멩이를 내밀기도 했다. “어머나, 정말 멋진 걸 발견했네. 겐지는 예전부터 행운이 따르는 아이였어.” ---「발가락 없는 아이」 중에서 도쿄에서 상처 입고 도쿄 험담을 하면서도 우리는 줄곧 ‘도쿄 말’을 쓰고 있었다. 열여덟 살에 상경한 후 필사적으로 익히고 습득한, 이 억양 없는 도쿄 말을. 대화 상대가 같은 고향 사람인데도 주위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순이라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조금 싫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상처 입힌다. ---「같은 하늘 아래」 중에서 “고향의 과수원, 아빠랑 자주 산책했어요. ‘나나미, 별님 만나러 가자.’ 한손에 캔 맥주를 들고 아빠가 날 부르곤 했죠. 내가 손전등 담당이었는데 그 시간이 왠지 즐거운 거예요. 아빠랑 손잡고 과수원 한가운데까지 가면 거기서 일단 손전등을 끄는데, 그러면 별이 굉장히 많이 보여요. 캄캄한 시골 마을이니까.” “멋지겠다.” 나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빌딩과 빌딩 사이로 뻗은 좁고 긴 하늘에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히 셀 수 있을 만한 별들이 뿔뿔이 흩어져 빛나고 있었다. 도쿄의 이 자그마한 하늘이 쓰가루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같은 하늘 아래」 중에서 나 자신도 놀랐지만, 누군가가 내 가족을 무시하니 위장 부근에서 정체 모를 열불이 치밀어 올라 도저히 삼키기 힘들었다. 제정신이 들었을 땐 숫돌 위에 올린 칼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호흡하는 방법조차 잊었는지 귀 안쪽에서는 쿨렁쿨렁 혈액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몸 전체가 딱딱하게 경직되는 듯했다. 유일하게 움직인 것은 입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칼을, 늘 소중히 다룹니다…….” 숫돌에 시선을 떨군 채 가까스로 쉰 목소리를 짜냈다. 주방장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피에로의 사연」 중에서 나나미를 알게 된 후 도쿄에 부는 바람의 질감이 조금 바뀌었다. 왠지 동그스름해진 느낌이다. 우리는 도쿄에서 이제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에 마음을 덮는 피부까지 두 배로 두터워진 듯했다. 요즘은 사소한 일로는 더 이상 마음에서 피가 흐르지 않았고, 가끔 푹 찔려서 상처가 나도 함께 슬퍼하거나 웃어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 상처가 달콤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나나미와 나는 이제 도쿄를 험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자극적인 도시에서 모험하는 마음으로 함께 즐기자는 입장이 되었고, 언제부턴가 우린 둘 다 도쿄라는 이 도시를 좋아하고 있었다. ---「도쿄에 부는 바람」 중에서 고교 시절이란 참 신비로운 시기다. 터무니없는 모순으로 가득했기에 그만큼 자유로운 시절이기도 했다.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눈부신 희망도 분명히 느꼈다. 품어왔던 꿈을 포기하기에도 필사적으로 좇기에도 딱 좋은 미묘한 계절이었다.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감이 사라져 있었다. 삶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암흑에 갇힌 것 같다가도 그 중심엔 뭔가 소리 치고 싶은 열정과 흥분이 도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얻을 가능성을 가진, 텅 빈 손. 그러나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기에 불안하다. 고교 시절이란, 그런 우주 같은 수수께끼로 가득한 시절이지 않았던가? ---「귀향」 중에서 쓰가루 메밀국수는 도쿄의 그것과 만드는 법이 완전히 다르다. 우선 메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을 한다. 그걸 주먹 크기로 둥글게 빚어 하룻밤에서 이틀 밤 정도 우물물에 담가둔다. 물에서 꺼낸 반죽에 콩즙과 콩가루를 섞어서 얇게 펴고 자른다. 그 면을 삶아 국물에 넣고 바로 먹으면 된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삶아서 바로 먹지 않고 일단 식힌 다음, 면을 1인분씩 사리로 만들어 다시 하룻밤에서 이틀 밤 정도 놔뒀다가, 먹을 때 다시 재빨리 데쳐서 국물에 말아 먹는 방법이다. 후자가 바로 전통 쓰가루 메밀국수이다. ---「귀향」 중에서 묻고 싶은 건 산더미 같았지만 일단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나누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아들, 겐이야.” 겐이라 불린 소년이 싱긋 웃으며 나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고교 시절 마사무네의 모습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너, 결혼했어?” “응. 이혼도 했지.” 눈썹을 팔자로 내리고 쓴웃음을 짓는 표정은 옛날 그대로다. ---「귀향」 중에서 셋이 배를 잡고 웃는다. 나는 약간 기분이 복잡한 웃음이었다. 미즈키가 지칠 때까지 웃다가 눈에 눈물을 담은 채 중얼거린다. “아~아, 왠지 신비로워, 추억이란 거. 즐거웠던 일도, 안타까웠던 일도, 죽을 만큼 슬펐던 일도, 결국은 모두 웃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네.” 분명 그랬다. 그땐 그때대로 있는 힘을 다해 살았다. 설마 10년 후에 이처럼 웃을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게 말이야…….” 미즈키가 한 말을 마사무네도 조용히 음미하는 듯했다. 이때 우리 사이로 세피아 색 공기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조금 전까지 선명한 칼라였던 추억이 차츰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달콤한 과거에서 현실 세계로 두둥실 돌아온 듯한 신비롭고 쓸쓸한 기분을 느꼈다. ---「귀향」 중에서 “이건 내가 어릴 때, 이 식당을 처음 만든 할아버지한테 몇 번이나 들은 이야긴데.” “네…….” “모든 일의 끝에는 반드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배웠단다.” “감사?” “그렇지. 어떤 일이든 마지막엔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만 한다면 모두가 좋은 기분을 간직할 수 있다고 초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단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어깨를 주무르며 아버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말을 생각하면 식당 주인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손님에게 ‘감사합니다’ 인사하잖니?” “네.” “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말은 뭐랄까, 좀…… 신비한 힘을 가진 것 같더구나.” ---「아버지」 중에서 좌절한 우리는 잠시 쉬기로 했다. 흔들리는 보트에 몸을 맡긴 채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밤 벚꽃의 아름다움에 젖는다. 나나미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암흑 속에서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나나미의 자태가 묘한 멋을 발했다. 나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나미는 사진작가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만약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는다 해도 나나미와 나에게 ‘영원’이 있을까? ---「약속」 중에서 세 사람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욧짱은 양손을 입가에 대고 뱃속의 작은 생명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는, 따스한 온도를 지닌 음성이었다. “어이, 오모리 2세. 내 목소리 들려? 이 자개는 말야, 너의 손자한테 주는 거야.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네 것도 아니야. 나는 분명 너보다 먼저 죽을 테니 그때가 되면 이 세상에 없겠지만, 넌 내 마음을 손자한테까지 반드시 전해줘야 해. 알겠지? 부탁한다.” ---「영원한 선물」 중에서 ‘오모리 요이치’라는 이름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제목란에 [꿈은 일본 제일의 식당]이라 적힌 걸 보고, 나는 무심코 심호흡을 했다. 허용되는 문자수에 맞춰 최대한 길게 적어둔 글을 차분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다. 벽시계가 뎅 하고 한번 울었다. 그러고는 똑딱 똑딱 똑딱 다시 시간을 새기기 시작한다. 미래를 과거로 바꾸는, 그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평등한 리듬. 그렇게 모두 조금씩 성장하며 나이를 먹는다. ---「에필로그 ‘어떤 하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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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닷가 찻집에는, 잊고 살았던 ‘더 나은’ 내가 있었다
모든 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의 정거장 세상 끝에서 만난 ‘무지개 곶의 찻집’ “조금 낡긴 했지만, 오래 써서 익숙한 주방에 섰다. 오늘 새로 태어난 나를 위해 어젯밤과 똑같은 커피콩을 갈기 시작한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행복하게 울고 웃으며, 또 마법의 주문을 외면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단 한 잔의 커피와 단 한 곡의 음악,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삶이 바뀌는 마법! 나만을 위한 커피와 노래, 나만을 위한 작은 위로가 선물하는 기적 '그곳에서 나는 삶의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일본 치바 현의 한적한 시골 마을, 해안 절벽 끝 작은 찻집.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신비할 정도로 맛있는 커피와 손님에게 꼭 맞는 음악을 선사하는 찻집 주인 에쓰코가 있다. 화가였던 남편을 잃고 홀로 찻집을 꾸려가는 그녀는 이따금 창문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애잔히 기다리고 있다. 아내를 잃은 젊은 남성과 네 살배기 어린 딸, 취업난으로 진로를 고민 중인 청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침입한 도둑, 젊은 시절 활동했던 밴드와 다시 공연하는 꿈을 키워가는 에쓰코의 조카, 오랫동안 에쓰코에게 연정을 품었으나 명예퇴직을 앞두고도 결국 고백조차 못하고 떠나간 단골손님까지, 그들 모두는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다 우연히 ‘무지개 곶의 찻집’에 밀려와 에쓰코의 위로와 온기를 만나 새 삶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소중한 것을 잃어도 또 다른 무언가가 찾아온다고, 그러니, 다 괜찮을 거라고. 세상의 끝,《무지개 곶의 찻집》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 나만을 위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나는 곳이다.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렇게 속으로 염원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맛있어진답니다.” “아하하하. 정말입니까?” 나는 놀림을 받고도 즐거운 기분이 되어 호탕하게 웃었다. “어머, 우스운 말로 들릴지 몰라도 정말인걸요? 거짓말 같다면 맛없어져라, 맛없어져라, 이렇게 염원하면서 만든 커피도 마셔볼래요?” _p71 「여름, 걸즈 온 더 비치」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일상을 위로하는 따스한 정거장 《무지개 곶의 찻집》 인생의 벼랑 끝에서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에쓰코 할머니 표 블랜드커피와 가슴에 스며드는 음악. 《무지개 곶의 찻집》은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의 정거장이다. 일본 그룹 스피츠의 「봄의 노래」에서부터 20세기 불후의 명곡 앨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까지 소설 속에서 에쓰코가 단 한 명의 손님을 위해 선곡해 들려주는 음악은 복잡한 삶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스르륵 풀어버리는 마법과도 같다. 《무지개 곶의 찻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사연은 2012년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과도 닮아 있다. 에쓰코를 짝사랑하는 단골손님 ‘다니’ 씨는 경제 불황 속에서 정리해고를 당해 멀리 떠나가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이마이즈미 겐’은 늘 미래를 고민하며 방황하다가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새로운 꿈과 사랑을 발견한다. 그리고 곶 카페 옆에 ‘블루문’이라는 카페를 짓는 에쓰코의 조카 ‘고지’는 이제는 모두 평범한 생활인이 되어버린 추억 속 오랜 친구들과 함께 빛나던 삶의 한순간을 다시 만끽하려 한다. 이렇게 누구나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아픔과 그리움은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장소를 통해, 하루하루 지난하고 힘겹고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또한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무지개 곶 찻집’의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나에게도 이런 작지만 따스한 나만의 공간이 하나쯤은 있었는데…… 그동안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각자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커피처럼 소설 속 손님들의 사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과거 그리고 현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너희 둘이 현재의 자기 자신을 충분히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물었다. 이모는 조용히 의자에 걸터앉아 이쪽을 바라보았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아닐까? 괴로웠던 일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의 인생을 통째로 긍정하기 때문에 너희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거란다. 겹겹이 쌓아온 과거의 시간이 바로 지금의 너희니,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_p254 「봄, 꾶큐 포 더 뮤직」에서 실존하는'무지개 곶의 찻집', 그곳에 가고 싶다 대지진, 경제불황 등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일본 사람들을 따스한 상상력, 담담하고도 서정적인 문체로 담아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무지개 곶의 찻집》의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치바 현에 실제로 존재하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그곳의 풍광과 느낌을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소설은 의자, 테이블, 마루청, 기둥, 바닥 등 수작업을 통해 세워진 실제 찻집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 위에 더없이 따스하고 맛있을 것만 같은 커피, 기억과 마음을 두드리는 음악을 토핑처럼 얹고서, 잔잔히 치유되어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먹먹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현실 속에 존재하는 ‘무지개 곶의 찻집’에 가서 그 음악과 커피와 분위기를 직접 느끼며 잠시 쉬어 가고 싶다는 희망이 저절로 솟아날 것이다. 저자의 집필 도중 ‘무지개 케이프 다방’은 자연재해로 한때 건물이 손상되기도 했지만, 현재 같은 자리에 재건되어 영업 중이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는《무지개 곶의 찻집》에 등장하는 주인 에쓰코를 쏙 빼닮은 할머니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 중《쓰가루 백년 식당》(2009)과《당신에게》(2012, 일본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 주연)는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곶 카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수십 년간 해오던 일을 잃고, 더 이상 갈 곳 없는 이들이 마치 운명처럼, 우연처럼 찾아드는 곳이다. “난 지쳤어요, 이제 다 끝났다고요”를 외치는 쓸쓸한 모든 인생들을 감싸안는 희망, 바로 그 일곱 빛깔 무지개는 온기를 품은 ‘사람 무지개’가 아닐까. 각기 다른 사연으로 절망에 빠진 그들은 절벽 위에 자리한 무지개 곶의 카페에서 주인 에쓰코를 통해 위로받고 새로운 삶을 찾아간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커피처럼, 자신만의 아름다운 선택을 시작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천지를 뒤흔드는 태풍, 새벽의 긴 어둠을 지나 비로소 희망을 찾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따스한 ‘일곱 가지 무지갯빛 테라피’가 은은한 커피향처럼, 우리의 작은 일상을 가만히 두드릴 것이다. 안쪽 벽에 마련된 목제 선반에 CD와 레코드판이 빽빽이 꽂혀 있다. 후지 산과 바다가 보이는 창 쪽에는 하얀색 작은 꽃을 피운 다육식물 화분과 구부린 철판을 용접하여 만든 고양이 장식물이 놓여 있었다. 적갈색으로 빛나는 고풍스러운 나무 테이블에 자그마한 정사각형 종이가 놓여 있고, 그곳에 메뉴가 붓글씨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가공하지 않은 목재로 꾸민 천장, 벽과 바닥은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틈이 있어 비전문가의 솜씨라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옥색으로 칠해진 나무 창틀에도 여기저기 얼룩이 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만든 사람의 ‘흠’이 오히려 이 가게를 돋보이게끔 했다. 차가운 기계를 이용하여 합리적으로 만든 직선과 직각의 건물과 달리 ‘흠’까지 포함한 수작업에 의한 온기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푸근했다. _p43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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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어도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어요” 베스트셀러 《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신작 영화 〈철도원〉의 다카쿠라 겐 주연, 기타노 다케시 출연 영화화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그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향하는 남편의 여행 《당신에게》는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즉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떠나는 한 남자의 여행을 그린 소설이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일본에서 2012년에 개봉하였다. [철도원]의 주연으로 익숙한 일본의 국민 배우 다카쿠라 겐 주연, 다나카 유코,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기타노 다케시 등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고, 영화와 소설 모두 호평을 받았다. 모리사와 아키오는 ‘제2의 아사다 지로’라 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가슴 먹먹한 감동의 스토리로 지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로, 국내에 소개된 《무지개 곶의 찻집》에 이어 《당신에게》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삶과 사랑, 죽음과 이별이라는 만국 만인의 소재를 특유의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전작보다 더 큰 감동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교도소에서 직업훈련 교사로 일하는 구라시마 에지는, 아내의 장례를 치른 후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것은 아내가 남긴 편지로, 자신의 유골을 고향 바다에 뿌려달라고 적혀 있었고, 그곳 우체국에서 한 통의 편지를 더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한은 12일. 그는 아내의 마음을 알기 위해, 직접 꾸민 캠핑카에 아내의 유골을 싣고 여행을 떠난다. 슬픔을 한가득 담은 로드무비처럼 펼쳐지는 여행에서 그는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전과자가 된 전직 국어교사 스기노, 아내의 불륜에 상처받은 도시락 판매원 다미야, 그의 조수로서 중년의 나이에 가족을 등지고 외톨이 삶을 시작한 난바라는, 구라시마가 여행에서 만난 인연들이다. 아내의 고향으로 가는 동안 네 남자의 비밀스럽게 간직한 상처가 하나둘 밝혀지고, 그들은 서로가 아직은 살아야 할 이유를 나눈다. 마치 그런 우연한 인연조차 죽은 아내가 마련해준 듯. 결국 아내의 고향인 어촌 마을에 도착하여, 그곳 우체국에 보관된 편지를 찾아 읽은 구라시마는 아내가 저세상으로 떠나면서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듣고, 참았던 눈물을 떨구며 무너지고 만다.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어도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어요” 모리사와 아키오는 이 작품을 쓰면서 일본 구석구석을 직접 걸어 다니며 면밀한 취재를 거듭했다. 그래서 길 위의 풍경들 하나부터 주인공이 거쳐 간 전 여정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주인공 구라시마 에지가 아내의 유골을 캠핑카에 싣고, 일본의 중부쯤 되는 도야마에서 출발하여 서부 해안을 따라 일본 남단 나가사키 현 히라도 시의 우스카까지 가는 1,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관광지가 아닌, 내륙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다소 생경한 곳들에 대한 작가의 묘사를 접하다 보면, 책을 덮은 후 소설의 경로를 따라 직접 떠나 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일 것이다. 눈앞을 도도히 흐르는 나가라 강은 레모네이드 병처럼 맑고 짙은 녹색이다. 강을 가로질러 오는 선선한 바람에 왜 그런지 수박 냄새가 녹아 있다. 이게 무슨 냄새일까, 하고 생각했을 때 문득 쓰카모토의 온화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다. 자연산 은어 냄새다. 옛날부터 은어 낚시를 즐겼던 쓰카모토가 가르쳐주었다. (……) 산간 지역에서 벗어나 기후 시로 내려온다. 콘크리트로 구성된 직선과 직각의 세계가 너무나 단조롭게 느껴져서인지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나가라 강에서 얻은 여행의 기분도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21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나아간다. 오가키, 세키가하라, 마이바라, 히코네를 거치다 보니 어느새 8번 국도로 갈아타고 있었다. 창밖은 다시 평온한 전원 풍경으로 바뀌었고, 논두렁길에 나란히 핀 무수한 석산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제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비와 호가 있다. (p. 126) 산꼭대기에 지어진 성터, 그 성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망루에서 내려다본 조망이라 역시 각별하다. “후우, 다 왔다. 하아, 하아, 하아.” 스기노는 양팔을 푸른 하늘을 향해 쭉 뻗으면서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었다. “그런데, 이건, 정말로, 일본의, 하아, 마추픽추네요, 하아, 하아.” 스기노가 이마에 오른손을 대고 360도 휙 둘러본다. 역에서 얻은 팸플릿에 의하면 이곳은 표고 353.7미터다. 가을에서 봄까지는 마치 운해에 떠 있는 성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예전에 요코랑 왔을 때도 안타깝게 운해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코발트블루빛 하늘과 푸른 산줄기의 멋진 대비는 그때의 인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p. 154) 하지만 그것은 아내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러 가는 여행이다.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 문득 혼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잠에서 깨는 밤, 덩그러니 세워놓은 캠핑카 옆에서 남에게 맡기기 싫어 홀로 아내의 유골을 빻고 “고마워”라고 흐느끼던 호숫가의 캠핑장. 이 모든 배경과 여정을 담은 묘사는 눈앞에 펼쳐지는 영화이자 우리 삶의 한 모습처럼 느껴진다. 구라시마는 고독한 출발을 감행했지만,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했던 곳, 운해(雲海) 위의 성터 다케다 성을 거쳐 아내의 고향인 우스카 항까지 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을 접하게 된다. 아내를 떠나보내는 여행이었지만 그 안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자유를 맛보게 된다. 생전 아내의 좌우명이었던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라는 말을 되뇌는 그에게, 여행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삶의 여정으로 다가온다. 《당신에게》라는 제목은 아내 요코가 남편에게 띄우는 마지막 편지의 첫말이다. 먼저 떠나는 한 사람이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해 준비한 여행. 죽음마저 두렵지 않게 만드는 부부의 사랑은 마지막 엔딩과 함께 크나큰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다. 아마존재팬 리뷰에서 “읽은 후 조용한 힘이 솟아났습니다.” “이런 아내이고, 이런 남편이고 싶어졌습니다.” “단번에 읽었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내와의 마지막 산책을 마친 밤, 이불 속에서 부부가 손을 잡고 소리 죽여 우는 장면에서 나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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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100년의 시간을 잇는 사랑과 인연의 이야기 베스트셀러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의 모리사와 아키오 신작 장편소설 ‘제2의 아사다 지로’ 모리사와 아키오. 100년의 시간을 넘어서는, 변함없이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다 베스트셀러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의 모리사와 아키오가 펼치는 사랑과 인연 1969년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나 와세대학 인간과학부를 졸업한 모리사와 아키오는 ‘제2의 아사다 지로’(《철도원》 《프리즌 호텔》의 저자)라 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인생을 잔잔하고도 가슴 울리는 이야기로 담아내는 작가이다. 바닷가 찻집에 들러 상처를 치유받고 희망을 수혈받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무지개 곶의 찻집》,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를 찾아 떠나는 남편의 여정을 그려낸 《당신에게》 등의 베스트셀러를 잇는 《쓰가루 백년 식당》은, 순수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가치와 소중한 인연을 그린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쓰가루 백년 식당》은 1800년 중반 메이지 시대 쓰가루(津?)에서 시작된 오모리 식당 창업주인 1대 겐지와 그의 부인 도요의 애틋하고 정겨운 사랑 이야기, 4대째 후손인 요이치와 요이치의 여자친구 나나미의 아기자기하고도 위태로운 사랑 이야기로 구성된다. 주인공 요이치의 아버지이자 현재 오모리 식당의 주인인 데쓰오가 프롤로그에 등장하고, 요이치의 어머니인 아키코가 에필로그에 등장해 소설의 문을 닫는 독특한 구조이다. 가업으로 이어온 고향의 메밀국수집 ‘오모리 식당’을 떠나 고독한 대도시 도쿄에서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요이치. 사진작가의 꿈을 품고 상경해 현장에서 부딪히며 성장하는 나나미. 같은 고향 출신에 엉뚱하고도 순수한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고, 고독하고 차가운 도시 도쿄에서 서로의 존재를 통해 깊이 위로받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가업을 이어야 할지도 모르는 요이치와 도시에 남아 사진작가로 활동해야 할 나나미는 이렇듯 서로 다른 미래를 구상하면서 갈등과 오해가 깊어가는데……. ‘쓰가루’는 일본 아오모리 현 서부 지역을 뜻한다. 에도시대에 쓰가루 씨가 지배한 영역이라는 이유로 이런 호칭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고향이기도 한데, 그가 쓰가루 지역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 형식의 소설 《쓰가루》로 인해 더 유명해진 곳이다. 현대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과 함께, 간직해야 할 소중한 가치와 고향의 정감을 다룬 《쓰가루 백년 식당》은 벚꽃 잎이 흩날리는 쓰가루에서 100년의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이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랑과 인연의 이야기를 전한다. 섬세하면서도 곳곳에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문장, 주변에서 한 번씩은 만나본 듯한 친근하고 정감 어린 등장인물과의 에피소드를 읽는 동안 독자는 어느새 흐뭇하고 따스한 미소를 짓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장 흔한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길어 올리는 따스하고 유쾌한 시선의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는 소설 · 에세이 · 논픽션 ·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력을 발휘해왔다. 과거와 현재, 카페 여주인에서 웨이트리스, 방황하는 이 시대의 청춘까지 다양한 주인공을 넘나드는 모리사와 아키오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작지만 소중한 것들과 하루하루의 일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다. 별다를 것 없는 에피소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 누구나 한 번쯤은 느끼고 겪어봤을 상처와 기쁨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사람과 사건들이 모리사와 아키오의 재치 있고 간결한 문장을 거쳐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으로 탈바꿈한다. 커다란 각오나 부담감 없이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을 펼친 독자들은, 가끔은 키득키득 웃다가, 이내 흐뭇하게 미소 짓다가, 눈가를 촉촉이 적시는 감동에 젖어들게 된다. 《쓰가루 백년 식당》과 《당신에게》 모두 일본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고, 일본의 ‘국민 배우’ 요시나가 사유리, 다케우치 유코(〈지금, 만나러 갑니다〉〈골든 슬럼버〉〈장미 없는 꽃집〉 등 주연), 아베 히로시(〈테르마이 로마이〉〈트릭〉〈걸어도 걸어도〉 주연) 등이 출연하는 《무지개 곶의 찻집》도 2014년 가을 개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