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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머리에
1장 ‘혼술 못한다’는 건 무슨 뜻? 도무지 첫발을 떼지 못하다 막다른 골목이 출발점이 되다 맨몸을 참지 못하다 백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수행 2장 앞으로 돌격! 한여름 밤의 대작전 “아, 어서 오세요”에 구원을 받다 빈틈과 싸우다 인생의 폭이 넓어진다? 이를 악물고 다음 술집으로 선술집 데뷔전 “그런 것도 몰라?” 입 꽉 다물고 마시다 이게 지금 나의 최선 실패의 원인을 고민하다 자신을 크게 보이려는 어리석음 혼술을 제패하는 자, 노후를 제패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드디어 딥(deep)한 선술집 거리로 무엇보다 얌전한 마음가짐으로…… 활짝 웃으며 “맛있어요!” 내, 내가…… 해냈다! 눈앞에 확실한 길이 열리다! ‘도라 씨’의 경지에 이르다 ‘얌전하게’란 어떤 걸까 나를 지웠더니 주변이 보인다 인생의 길이 활짝 열렸다! 스승에게 하산하라는 말을 듣다 3장 발표! 혼술의 비기 12조 비기 1 ‘혼술 손님이 많은 곳’을 골라라 비기 2 1인용 자리에 앉아라 비기 3 우선 조용히 가게 분위기를 관찰하라 비기 4 할 게 없더라도 스마트폰은 만지작거리지 마라 비기 5 첫 술은 빨리 주문하라 비기 6 술안주는 천천히 온 힘을 다해 주문하라 비기 7 술과 요리에 집중해서 맛보라 비기 8 먹은(마신) 다음에는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감상을 말하라 비기 9 할 게 없으면 다른 손님의 대화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라 비기 10 대화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라 비기 11 우선 바테이블 너머에 있는 술집 사장님과 대화를 시작하라 비기 12 낯선 옆 사람의 행복을 빈다, 그게 바로 혼술의 행복이다 4장 술집 사장님에게 묻다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 5장 혼술, 한 발 더! 단골을 권함 술집 고르기에 실패하지 않는다? 집술 vs 밖술 참고: 우리 집 술상 매일의 ‘초 단위 안주’ 몇 가지를 소개한다 혼술 하는 여자 마무리하며 옮긴이 후기_인생의 메타포, 혼술 |
Emiko Inagaki,いながき えみこ,稻垣 えみ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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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거절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도 물어보는 사람마다 죄다. ‘왜냐고오?’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칠 무렵, 선배가 무심코 뱉은 말. “너랑 마시러 가면 시끄럽거든…….” 뭐라고? 시끄럽다고? ……그렇구나, 그것 때문이구나. 사케에 관한 내 지식이 축적되어 가면 갈수록 어느새 내가 바로 그 TMI, 입이 근질거려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게 아무래도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것 같았다. 아아, 술꾼들이란…….
---「막다른 골목이 출발점이 되다」중에서 하지만 여기서 말해두고 싶은 것은, 맛이 있다 없다를 말할 때 어정쩡한 식도락 평론가처럼 의심에 가득 차서 향을 맡아보거나 색깔을 확인하거나 한 게 아니라는 거다. 그건 결코 지금의 내가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 그건 술집에 대한 적대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처음 훌쩍 들어왔을 뿐인 존재, 다시 말해 불면 날아갈 듯한 손님임을 잊고, 손님은 왕이다, 내가 가게 점수를 매겨줄 테니까 딱 기다려, 하는 태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로는 백만 년을 기다려 본들 혼술 마스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지금까지의 실패를 통해 습득했음을 독자 여러분은 이미 알고 계실 것이다. ---「활짝 웃으며 “맛있어요!”」중에서 세계(술집)와 홀로 직접 마주하다 보면 세계란 나 스스로 만들어 낸 게 아닐까, 다시 말해 그저 ‘내 행동이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을 뼈저리도록 이해하게 된다. 그렇잖은가, 내가 실패한 곳은 사람들로 늘 붐비는 인기 있는 가게고, 나 말고 다른 손님들은 정말 즐거운 듯이 먹고 마셨으니까. 다시 말해 ‘좋은 술집’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 혼자만 그 좋음을 즐기지 못했으니. 결국 적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어떤 가게에 가든 내 태도에 따라 그 가게는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는 뼈아프게 느꼈다. ---「실패의 원인을 고민하다」중에서 이런 술집은 원래 혼술 하러 오는 손님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객석 배치와 점원 숫자, 서비스 교육 등등이 모두 두 사람 이상의 손님을 기반으로 설계된다. 그런데 돌연 혼술 하러 들어온 손님을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도 없다. 그러니 그건 당연한 결과다. 다시 말해 잘못된 장소에 억지로 끼어들어 간 내 잘못이다. 적재적소라는 말은 회사원의 인사이동에만 적용되는 표현이 아니다. --- p.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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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그것은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세계도 있다! 작가에 따르면, 혼술을 할 수 있게 되면 인생이 달라진다. 결혼을 하거나 복권에 당첨되는 등 이런 엄청난 계기가 아니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게 인생이다. 그런데 달라진단다. 겨우 혼술 하나로. 고된 하루 업무를 마친 뒤 친구나 직장동료 등 다른 사람의 스케줄을 신경 쓸 것 없이 혼자 마음 편하게 한잔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것도 좋지만, 특별한 안주에다 뭔가 술맛을 돋우는 분위기까지 챙기고 싶다면? 평소 봐뒀던 분위기 있는 술집에 당당히 걸어 들어가서 바테이블에 앉아 유유자적 꼬치안주에 맥주를 마신 뒤 쿨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이거야말로 뭐라 표현하기 힘든 ‘어른’의 세계다. 이런 세계를 한없이 동경했지만, 젊은 시절의 작가는 “차라리 무리해서 구찌 매장에는 들어갈 수 있을지언정 선술집에는 도무지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43쪽)다고 고백한다. 최근에는 칵테일 바 같은 곳에서 혼술 하는 여성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술집에서 여성은 아직 마이너리티다. 남성들도 주저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여성 혼자 술집에 들어가는 데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어찌어찌 용기를 발휘해서 들어갔다고 해도 지레 어색해서 끊임없이 술과 안주만 먹거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이래서는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대화 상대 또는 방패막이가 되어줄 친구나 동료도 없이, 나에 대해 알고 나를 직함으로 불러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술집에 들어간다는 건 기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낯선 상황 속에서 고독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즉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는 건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23쪽)이다. ‘경쟁 이외의 가치’는 존재조차 잊혀버린 사회에서 그러한 경험은 진정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해준다. 술집에서 열심히 명함을 돌리거나, 난데없이 요가 교사 자격증이 있다는 설명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대로의 나. 아무것도 아닌 나. 그렇게 되면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술을 마시면 좋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술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운 거다.(27쪽) 경쟁하는 세계에서 존중받으려면 나 자신을 크게 보여야 한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어야 하고,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사원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술집에서 존중받으려면 술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작가는 처음 가본 선술집에서 어쭙잖은 사케 지식을 뽐내려다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고 만다. 그리고 이런 민망한 경험을 통해 세상에는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싸우지 않아도, 허세를 부리지 않아도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세계, 바로 술집이다. 그리고 혼술을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비법을 전한다. 제3장 ‘발표! 혼술의 비기 12조’에는 작가가 “혼술을 하고 싶어도 대체 어떤 술집을 골라야 할지, 어떤 표정으로 들어가야 할지, 어떤 자리에 앉아야 할지…… 1도 알 수 없었던 지점에서 출발하여, 온갖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겨우겨우 기어 나온 기록,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98쪽) 혼술의 비법이 정리되어 있다. 제1조 “‘혼술 손님이 많은 곳’을 골라라” 외에도, 작가 자신이 직접 체험하면서 얻어낸 현실적인 조언들이 쭉 이어진다. 이런 ‘비기’들이 관통하고 있는 혼술의 핵심은 무엇보다 술집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내 돈 내고 술 먹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술집은 경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경쟁 사회에서는 ‘이기는’ 것만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지금 당신의 목적은 상대방(술집)을 이겨먹는 게 아니다.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 춤을 추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승리이자 술집의 승리니까.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결국 당신을 위한 길이다.”(110쪽) 이는 ‘돈을 지불했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팽배한 지금 각자도생의 시대에 던지는 유쾌한 일침이기도 하다. 혼술을 할 수 있다는 건, 집과 회사 말고도 설 자리가 있다는 것 혼자여도 괜찮은 세계와 만나다 성인이 되고 가족이란 울타리 밖으로 나가 사회에 뛰어들어 혼자 생계를 유지하며 경쟁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런 노력이 쌓이다 보면 직함이 달라지고, 집도 커지고, 더 젊었던 시절엔 꿈도 못 꿨던 고급 레스토랑에도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거야말로 ‘으른’의 여유다”(25쪽)라고 생각한 순간, 작가는 혼자서는 술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래서야 진정 자립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함께하는 식사 자리와 다양한 상황의 회식 자리에서 별문제 없이 행동하는 법은 그럭저럭 배울 수 있지만, 혼자서도 즐겁게 밥 먹는 법은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한잔하고 집에 갈까 싶은 날에도 술자리를 함께할 친구나 동료를 찾는다. 그러다 거절당할 수도 있고, 정작 마음 맞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못할 수도 있다. 혼술을 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같이 마셔줄 상대를 찾아 헤맬 필요도, 거절당할까 봐 마음 졸일 필요도 없다. 혼술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삶의 자세다. 마음 내킬 때 혼자 불쑥 술집에 들어가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들 속에 섞여 주위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또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면서 익명의 한 인간으로 편안히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사교적이지 않아도 되고, 말재주가 없더라도 상관없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자립한 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혼술이 사람을 ‘어른’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단체로 온 사람들은 떠들썩하고 즐겁게 마시더라도 주위 사람들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닫힌 세계 안에서만 살고 있다. 하지만 혼술 하는 사람은 다르다. 비록 아무 말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누군가가 불쑥 말을 걸어와도, 마음은 늘 열려있다. 혼자라는 것은 전방위로 열려있다는 뜻이다. 그것만 깨달으면 고독도 대환영이다. 남편도 자식도 직장도 없이 혼자 사부작사부작 살아가는 내 노후 역시, 어떻게든 될 것이라 믿는다.(97쪽) 코로나19 이후 주위 사람과의 관계보다 고립과 고독이 더 가까운 단어가 되었다. 작가는 “혼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고독하지도 않고 고립되지도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자, 내 인생의 두려움이 대부분 사라졌다”(96~97쪽)고 말한다. 혼술은 단순히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도 내 ‘설 자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는 혼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금, 집술에 대한 조언과 작가가 직접 찍은 초간단 안주 메뉴 사진이 실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