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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하여금 글로 사라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글이 최초로 자신을 찾아들었을 때 그에게 따뜻한 몸을 허락했던 몇몇의 추억, 거기에 얽힌 감각을 나는 열애하고 싶었다. 아! 나는 이제 알겠다. 왜 스무 살에 멈추어 더 이상의 성장을 거부하던 내게, 내가 홀딱 빠져 있던 선생은 한 사람의 글쓰는 자로 남기를 은근히 바랐는가를. 글쓰기는 주체와 주체 없음의 사이에 있다. 글은 자동사이며, '나'는 타동사일 뿐이다. 그래서 한 시인, 작가의 실존을 낳은 원초적 감각에는 처음 만나던 날의 설레임과 무상의 기쁨이 있다. 그것은 행복이지만, 바깥의 추문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주기 때문에 괴로운 행복이다. 거기에서 삶은 저절로 흐르며, 행복한 괴로움 속으로 추문을 끌어들여 따뜻이 품는다.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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