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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수지 11양육 15건축 171커피하우스 가는 길 23무해한그릇 ― 물 마시는 시 25얼음, 에덴 29말하는 자에게 내려지는 벌이 있는 것일까 33Defense 392잠은 적 잠 나의 적 착란 50젊고 우울한 시 53청강 56우리 이제 이런 짓은 그만해야지 61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65정신머리 71새집증후군 75울음 찾는 자 79마지막 수업 85T.H.에게 남기는 편지 883꿀벌이 완전히 사라지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단 4년뿐이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인간이성애 95새시대 97이야기서점이야기 101창작수업 104소설 「모두가 죽지 않는다」를 위한 초기 구상 108내가 무너질 날 111편지 생일 117언니나무 120인간나무 124이파리의 기분 ― 나무는 왜 이렇게 무책임한 거야?”에 대한 항변(118쪽 참조) 1264멋쟁이 토마토 A 씨의 치료 일지 131태초에 집이 있었다 137이렇게 쓰세요 140지나친 다정함의 고통 142전부 144법칙성 145자기만의…… 침대 147알아 두면 좋을 서로에 관한 열 가지 진실 149심장이 천천히 쌓이는 눈에게 1505국어 155연극 「올드 러브」를 위한……미완성 구상 156유랑의 인내심 161손과 날과 말과 칼 163패인 165환생 168유감 172유머와 센스 174시인의 말이라는 말은 참 웃긴 말이다 177시인의 말 181리퀴드 에러 183리퀴드 메모리 1866펜시브 193예쁜 얼굴불편한 마음 197국어의 신 ― i에게 201수면의 신 ― 모래인간에게 203사랑의 신 ― 등장인물에게 205작품 해설-최가은(문학평론가)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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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자와 가둔 자, 저주와 축복을 뒤바꾸는 전복의 시전통, 지식, 진리의 언어들을 점유해 나를 말하기금칙의 원리를 뒤집어 내게 향해 있던 총구를 돌리기*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자연사를 거부하는 시너는 집에서 살 것이다. 너는 집을 짓게 될 것이다. 네가 가진 유일한 재료이자 소재인 것으로.― 「건축」에서『정신머리』를 여는 ‘0’부는 수상한 죽음에서 기묘한 탄생으로 이어지는 단 세 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첫 시 「수지」는 ‘수지’라는 여성의 죽음을 다룬다. 이 시의 화자는 수지를 키운 양육자로, 세상의 모든 불합리와 폭력으로부터 수지를 보호하기 위해 23년간 매달 육백만 원의 연금보험료를 지불하며 “노력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삶을 마련해 주었다. 이로부터 수지는 살해, 강간, 취업난, 왕따, 성희롱, 결혼, 연애가 모두 사라진 “티 하나 없이 생활 기스 하나 없이 깨끗”한 삶을 얻지만, 중년이 된 어느 날 자신이 “수지로 태어난 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말하며 조력사로 사망하기를 택한다. 한편 ‘0’부 마지막 시 「건축」에서는 ‘너’의 탄생을 그린다. ‘너’는 “네가 가진 유일한 재료이자 소재”인 “말”로 집을 짓게 될 것이라는 예언 속에 태어난다. 네가 살아갈 ‘말의 집’은 “연결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면서 단절을 초래하는” ‘말의 감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너’의 소명은 매일매일 집을 보수하고 새로 짓는 일이다. ‘수지’의 죽음과 ‘너’의 탄생은 앞으로 시인이 『정신머리』를 통해 보여 줄 모든 사건을 예고한다. 가장 인위적인 죽음이 된 ‘자연사’와 돌발적이고 우연한 ‘조력사’의 발견은 『정신머리』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의 진위와 맥락을 의심하게 만든다. 믿는 동시에 의심하고, 끌어안는 동시에 밀어내게 된다. 시인은 집이자 감옥이 되어 버린 이 세상을 영원히 함께 배회해 보자고 말한다. 저주하면서, 그러나 꿈꾸고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디펜딩 챔피언에 맞서는 챌린저이것을 다 묶는 의식이 있으면 좋아요 이를테면 사상 같은― 「이렇게 쓰세요」에서박참새의 화자는 부모, 선생님, 의사, 신부님을 수시로 마주한다. 역사상 단 한 번도 디펜딩 챔피언 자리를 빼앗겨 본 적 없는 이들은 하나 같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화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박참새의 화자는 마음을 절박하게 고백하고 호소하며 “어딜 가야 사랑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다가도, 한순간 차갑게 돌변해 “선생님도 모르겠죠/ 표정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창작 수업」)라고 비아냥거리며 공격한다. 깊은 사랑과 끈질긴 집착을 넘나들며 박참새의 화자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디펜딩 챔피언’들이 감춘 진실이다. 이들의 말은 텅 비었다. 이들의 언어는 “진리를 덮기 위한 진리”(「청강」)로 남은 지 오래되어 이제 ‘아무도 보지 않는 표지판’ 같다. 그러나 박참새는 그 표지판 앞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악취”(「커피하우스 가는 길」)를 따라 근원을 찾는다. 죽어 버린 말들을 제 것으로 삼아 시를 쓴다. 강의실에서 배운 “금칙 같은 것들”(「창작 수업」)은 폐기하기로 한다. “감상이 지나치고 질척”대는 ‘구린’ 말을 그냥 쓴다. ‘구린 것’은 ‘말’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텅 빈 언어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도 못하고 새로운 의미 부여도 하지 못하는 채로 쓰기만 하는 일종의 ‘관성’이자 ‘회피’이므로. 본능적인 난해함을 믿기내가 나의 아군이라면나 자신을 원하겠지― 「Defense」에서박참새는 의미가 텅 빈 말을 다른 언어로 부러 채워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시에 불쑥 끼어드는 수많은 인용, ‘글’로 읽히기보다 ‘텍스트 형태의 이미지’로 먼저 다가오는 문장들은 우리가 익숙한 방식대로 읽기를 멈추고 『정신머리』의 방식대로 뒤바꿔 읽기를 유도하는 박참새의 시도들이다. 그 외에도 『정신머리』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들이 넘쳐난다. 뉴스 링크, 전시 도록, 논문, 인용문 출처처럼 무엇보다 진실로 믿어지는 형식 속에 가짜들이 숨겨져 있다. 챗GPT가 “번역 작업을 수영처럼 부드럽고 자유롭게 수행한다는 의미”(「Defense」)를 담아 지어 준 번역가 이름 ‘이수영’처럼, 박참새의 시에서는 ‘가짜’야말로 오직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나를 결코 배신하지 않는 “나의 아군”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신머리』에서 중요한 것은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아니라 진짜와 가짜의 완벽한 혼재이다. 박참새는 사실의 진위 따위는 묻거나 따지지 말고, 난삽하고 복잡하게, 다각도로 의심하며 이 시집을 읽으라고 권한다. 기어코 이 시집을 집어 든 “당신의 본능적인 난해함”만을 믿으면서. 박참새가 그를 둘러싼 세계에 그러했듯,이 시집을 읽는 당신 또한 샅샅이 파헤치고 낱낱이 쪼개며 자유롭게 오독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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