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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1교시, 사실과 해석
오항녕
푸른역사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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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이론/비평 top20 4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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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01 ‘역사는 해석’일 뿐이다?

교회
시민
학자들

02 구조, 의지, 우연의 복합

구조
언어라는 구조|역사학의 구조주의|속류 유물론의 게으름|결정론의 일상 흔적
의지
“왜 저항하지 않았나요?”|‘생각-없음’의 죄
우연
빅토르 위고의 워털루 전쟁|박완서의 6?25

03 사실과 해석의 연관

원인 또는 ‘왜’
사실과 사건
해석은 재현의 산물인가
사실과 해석의 연관

04 사실의 기록, 정리, 이해

기억의 오류와 한계
잘 기록하기
쌀과 황금의 곡필
읽기의 어려움
임진년과 1592년
헥토-히스토리
사실의 복잡성
동어반복
상대주의
상업적 선정주의
전체론의 허망함

05 역사성이란 무엇인가

가짜 문서와 편지들
벌거숭이 임금님
현재주의에 치인 역사성
역사성이란?

에필로그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1

吳恒寧

전주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교수, 한국고전번역원 이사, 인권평화연구원 이사로 있다.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한국사상사연구소 연구원,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전문위원, 연변대학교 및 튀빙겐대학교 방문교수를 지냈다. 지은 책으로 『사실을 만난 기억: 조선시대 기축옥사의 이해』, 『역사학 1교시, 사실과 해석』, 『실록이란 무엇인가』, 『호모 히스토리쿠스』,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 『조선의 힘』, 『기록한다는 것』, 『한국 사관제도 성립사』, 『조선초기 성리
전주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교수, 한국고전번역원 이사, 인권평화연구원 이사로 있다.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한국사상사연구소 연구원,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전문위원, 연변대학교 및 튀빙겐대학교 방문교수를 지냈다.

지은 책으로 『사실을 만난 기억: 조선시대 기축옥사의 이해』, 『역사학 1교시, 사실과 해석』, 『실록이란 무엇인가』, 『호모 히스토리쿠스』,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 『조선의 힘』, 『기록한다는 것』, 『한국 사관제도 성립사』, 『조선초기 성리학과 역사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사통史通』, 『율곡의 경연일기』,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 『존재집』, 『문곡집』, 『노봉집』, 『병산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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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140*207*20mm
ISBN13
9791156122722

책 속으로

나는 이 책에서 ‘역사-인간’이 과거에 남긴 행동이나 이들에 의해 일어난 일, 그리고 그 흔적인 ‘사실’이란 무엇인지 묻고, 이어 그걸 역사학자는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하는가, 즉 ‘해석’을 다룰 것이다. 역사학은 사실과 해석, 이 둘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 p.6

종종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조선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하는데 이는 역사학적 질문이 아니다. 왜?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은 발생하지 않은 가정이며, 따라서 역사학의 논제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해전 승리에 ‘필수불가결한’ 인물이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이 많은 해전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이 곧 ‘이순신 장군만이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추앙하는 마음에서 심정적으로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경험적으로(역사적으로) 증명되는 일, 증명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등등
--- p.14~6

먼저 사실의 왜곡은 매우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일상이 곧 사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의 왜곡은 ‘사실과 허위’의 버무림이기도 하다. 허위로만 이루어진 ‘가짜뉴스’는 없으며, ‘가짜뉴스’에는 사실에 대한 무의식적?의도적인 멸시가 깔려 있다. 둘째, 이러한 사실의 왜곡에 나를 포함한 역사학자들 스스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관점이나 해석의 문제인 듯 설명하여 사실에 대한 경시를 조장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 p.30

역사학에서는? 사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설명이 아니다. 동어반복이다. 한자어를 한자+한글로 푼 동어반복일 뿐이다. 사실에 대한 정의가 그 어떤 새로운 정보도 주지 않는다. 사실을 자명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검증이나 정의가 필요치 않은 그 자체로 자명한 것으로 말이다. 이제라도 ‘사실이 무엇인가’를 묻고 답해야 한다
--- p.31

‘모든 사건에는 언제나 객관적 구조, 사람의 의지, 그리고 우연이 함께 들어 있다.’
--- p.33~4

사건, 사실에는 구조, 의지, 우연이라는 요소가 들어 있다. 역사 공부는 사건에 대한 탐구이므로 사건을 탐구할 때 구조, 의지, 우연을 다 살펴야 한다. 역사 탐구에서 이 셋의 어느 하나라도 살피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
--- p.34

바로 이런 것, 태어나보니 정해져 있는 것과 같은 류를 인간의 객관적 조건 또는 구조라고 부른다. 사람은 무엇보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존과 경제의 조건으로 시작해서 셀 수 없이 많은 조건이나 구조에 던져진다. 이 구조나 조건을 중심에 놓고 사실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것을 구조주의Structuralism이라고 부르는데……
--- p.39~40

우리가 살아가는 구조=조건이 있고, 그것이 어떤 사건, 사태의 발생과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견해가 구조주의이다. 구조주의는 관점, 방법론, 이론이지만, 구조는 사건이나 사태에 담겨 있는 구성요소이다.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할 때 거기에는 구조, 달리 말해서 조건과 틀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 p.44

모든 사건에 구조, 의지, 우연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조 자체만 봐도 하나의 사건에 하나의 구조만 내재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구조와 조건이 개입하거나 내재되어 있다. 생물학적으로 부모 형제가 그렇고, 지역적으로 고향과 조국이 그렇다. 사회적으로 학교, 회사는 선택하는 순간 조건이 된다. 이렇게 구조나 조건은 다음에 다룰 의지와 곧잘 자리바꿈을 한다
--- p.53

구조나 조건에 대한 인식은 그 구조나 조건을 바꾸거나 탈출할 방법을 알려준다. 그 인식 위에서 자유의지는 발현된다
--- p.54

역사적 사건이나 사태를 구성하는 마지막 요소가 남았다. 우연이다
--- p.63

우연은 사소할 수도, 무지의 소산일 수도 있다. 동시에 우연은 사회적인 산물일 수도 있으며, 매우 중요할 수도, 알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연의 복잡성, 다면성 때문에, 우연이라는 문제를 역사에서 논의할 때 마땅한 가닥을 타지 못하고 더 어렵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우연은 객관적 조건이나 자유의지에 기초해서 생기는 변주變奏임을 알 수 있다
--- p.68

지금까지 사실을 구조, 의지, 우연이라는 속성의 결합으로 설명했다. 두 가지만 간단히 정리하고 매듭지으려 한다. 첫째, 구조라고 해서 불변은 아니다. 구조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둘째, 구조는 자유의지와 대립적이지 않다.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이 나중에는 구조가 된다
--- p.76

객관적 조건과 구조를 고려하지 않으면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구조를 생각하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자칫 빈곤, 불의, 범죄 같은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환원시킨다. 한편 구조만 고려하면 사태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이 사라진다. 구조만 따지면 인간이 책임질 일도 없고 인간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된다. 앞으로 역사학의 오류 중 많은 경우가 구조, 의지, 우연 등 세 요소에 대한 설명이나 고려를 빠트렸거나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p.76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 일이 왜 일어났을까?’라는 궁금증을 갖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왜’는 원인에 대한 탐구이다. 원인이란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이 된 일이나 사건’이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는 ‘어떤 효과를 낳거나 행위, 현상, 조건을 야기하는 것. 원인과 결과는 서로 짝으로 쓰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 p.82~4

어떤 사건을 설명한다는 것은 설명을 위해 이론이나 해석이 들어오는 것을 뜻한다. 설명이란 역사학자의 구성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fact은 증거evidence로 바뀌게 된다. 사실은 역사학자의 관심 여부에 상관없이 존재한다. 그러다가 어떤 사건을 설명하는 증거로 사용됨에 따라 그 사실은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는 해석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 p.88

역사학은 사건만 다루지 않는다. 사건이 되기 전 무수한 사실을 다룬다. 사건이 중시되는 분야의 역사, 예를 들어 정치사, 전쟁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료 더미에 파묻혀 지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사건은, 문서고記錄館(Archives)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실의 집합이거나 또는 그 집합에 기초하여 역사학자가 생각하는 구성의 하나이다
--- p.90

역사가는 사실을 재현하는 것이므로, 결국 ‘역사는 텍스트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 서술이나 탐구에는 그렇게 주장할 만한 활동 영역이 있다. 그렇다고 늘 타당한 말은 아니다. 이는 1차 사료와 2차 사료에 대한 논의, 역사의 세 범주에 대한 논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 p.97~8

해석이란 ‘사물이나 행위 따위의 내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일’이다
--- p.98

사실과 해석의 연관은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사실-해석의 ‘외적 연관’이다. 탐구자, 연구자는 주제에 대한 관심, 가치관, 이념 등을 통해 사실과 만난다. 그리고 사실, 사건을 설명하면서 의미를 부여한다. 흔히 어떤 논문이나 저서를 이해하려면 그 역사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가리키는 바로 그 연관이다. 우리가 통상 해석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외적 연관’이다
--- p.100

사실의 세 요소인 구조, 의지, 우연과 연관시키면 사실-해석의 난제를 다룰 수 있다. 이를 사실의 속성 자체에서 유래하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내적 연관’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 p.100

사실은 그 자체로 거기에 담긴 인간의 과거 행위를 이해하도록 요구한다. 이 요구를 역사가는 받아들인다. 이것이 첫 번째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된다. 그 사실 자체에 관심을 갖고 의의를 부여하는 역사가의 해석은 두 번째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이끈다. 이렇게 사실과 해석의 내적 연관, 외적 연관의 만남이야말로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된다
--- p.103

다른 학문보다 역사학에서는 사료로부터 지식으로의 길이 보다 길고 보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지에서부터 사료를 발굴하기까지의 길도 벅찬 경우가 많다. 이 길이 사실과 해석을 연결하는 다리이며, 사실을 증거로 바꿔 묘사description, 설명explanation이 일정한 과정을 거쳐 해석에 이르게 하는 다리이다. 이 다리가 튼튼해야 역사 공부, 역사학이 성과를 내고 설득력을 갖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려면 사실과 해석에서 의식적?무의식적 왜곡과 오류를 피해야 할 것이다
--- p.106

사건을 직접 겪든 관찰을 하든 기록의 형식으로 얼려두기 전까지 우리는 기억을 해야 한다. 입에서 입으로, 기록에서 기록으로 전해질 때도 첫 번째 단계는 사실에 대한 기억이다
--- p.107

사실에 대한 망각이나 왜곡은 자연스럽게 역사의 오류로 이어질 것이다
--- p.109

자질, 훈련, 학습을 통해 다듬어야 할 삭제, 선별, 평가, 수록 능력도 필요하지만, 특정 의도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역사의 왜곡도 있을 수 있다
--- p.114

체험을 기록하든 과거 경험을 탐구하든 언어를 알아야 하고 그 시대의 용어를 알아야 한다
--- p.117

사실은 언제나 복합적이다. 하나로 동떨어져 존재하는 사실은 없다. 모든 사실에 구조, 의지, 우연이 들어 있다는 말 자체가 이미 사실의 복합성을 전제로 한 정의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언제나 다른 사실로 구성되어 있든지 다른 사실과 연관되어 현존한다
--- p.128

역사가는 인과에 집착하여 내적 비밀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 과도한 단순화의 오류도 주의해야 한다
--- p.129~30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은연중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오류나 왜곡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설명에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동어반복이란 설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선언이다.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한 같은 사안을 두 번 주장한다는 점에서 선언이다
--- p.132

역사학계가 검증 과정에 대한 탐구를 소홀히 하는 이유로 상대주의의 유행을 들 수 있다. 상대주의란 경험과 문화 등 여러 가지 조건의 차이에 따라 가치 판단 또는 진실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견해이다
--- p.134

‘전체론적 오류holist fallacy’라고 불러야 할 이 현상은, 역사가가 전체 역사의 관점에서 세부 의미를 선별해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을 말한다. 역사가가 모든 것을 다 알기 전에는 아무런 선별 기준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바보 같고 불가능한 방법이다. 역사가는 모든 것을 탐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역사를 탐구할 뿐이다
--- p.139~40

역사학도는 사실을 담은 자료를 ‘비판’하여 역사적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고 의미를 탐구한다
--- p.147

전자 기록이 일반화된 현재, 기록의 성격(품질, 자격)을 결정짓는 4대 요소가 강조되고 있다. 바로 진본성, 무결성無缺性(Integrity), 신뢰성信賴性(Reliability), 이용 가능성Usability이다
--- p.154

진본성은 ‘기록의 물리적 특징, 구조, 내용과 맥락 등을 포함하여 내적?외적 증거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기록의 품질로서, 어떤 기록이 위조되지 않은 원래 그대로의 것이며, 훼손된 바 없는 상태인 것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즉 진-위를 가르는 기준이 진본성이 된다
--- p.154~5

무결성은 실록이나 일기가 훼손, 변조, 손상되지 않고 기록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 진본성이 생산자와 관계된 개념이라면, 무결성은 생산 이후의 관리, 보존 단계에서 문제가 된다
--- p.155

신뢰성은 해당 기록에 담긴 정보 내용의 신뢰성을 말한다
--- p.156

진본성, 무결성, 신뢰성은 사료 비판이라는 이름 아래 역사 연구에서 일차적으로 맞닥뜨리는 주제이며, 훈련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어쩌면 사료를 다루는 역사학자들은 이 요소와 하루 종일, 아니 평생 씨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p.156

역사성의 가장 단순한 측면은 지금 세상이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 변한다는 것이고,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거 시대와 달랐고 장차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역사성을 모른다는 것은 현재의 역사성 역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역사교육의 첫 번째가 바로 이 역사성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재단하지 않고, 현재의 문제 때문에 미래를 지레 좌절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 p.167

사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을 찾아 나가는 지루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숭고한 여정, 그것이 역사 공부입니다. 그래서 역사 공부는 연대의 삶, 공감의 삶, 배려의 삶을 확장시키는 토대라고 굳게 믿습니다

--- p.175

출판사 리뷰

역사, 어떻게 읽을 것인가
사실과 해석으로 본 역사 이해의 첫걸음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 궁금해지는, 그래서인지 세간에서, 심지어 학계에서도 종종 제기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는 역사학적 질문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은 발생하지 않은 가정이라 역사학의 논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발생하지 않는 가정에 근거한 질문의 오류’이다.

역사는 사실이 기초이고, 역사학은 사실에서 출발한다. 일어난 사실로서의 역사든 탐구로서의 역사(학)든 어느 쪽이나 ‘사실’은 중요하다. 사실은 ‘역사-인간’이 과거에 남긴 행동이나 이들에 의해 일어난 일, 그리고 그 흔적이다. 역사학자는 이 ‘사실’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설명한다. ‘해석’이다. “역사학은 사실과 해석, 이 둘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책은 역사학 공부의 첫 번째인 사실과 해석에 대한 고찰이다.

역사 읽기 입문―사실과 해석으로 그린 역사 공부 안내서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새롭게 기획한 ‘금요일엔 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 역사선)의 여덟 번째 책인 《역사학 1교시, 사실과 해석》에는 사실과 해석이 무엇인지, 양자가 내적?외적으로 어떻게 연관되어 역사를 만들어내는지 등에 대한 저자의 검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료 조사 및 정리와 번역, 연구가 덜 된 분야에 대한 탐구, 기존 연구 비판 등을 역사학도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관련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 오항녕(전주대학교 사학과(대학원) 교수)은 ‘역사는 해석’이라는 역사학에 대한 오해에 우려를 표하며, 역사학 이해가 사실과 해석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책 첫머리에서 저자는 두 가지 기억에 대해 말한다. 먼저 한 역사 강사의 강좌이다. 저자는 회의를 위해 교육청에 갔다가 역사 강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찾아간다. 그런데 강의실 문 앞에서 강사의 목소리를 듣고는 바로 발길을 돌린다. “여러분, 역사는 해석입니다!” 다음으로 중고등학생 대상의 특강이다. 저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특강을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듣는 질문을 떠올린다. “역사에서 객관성이란 뭔가요?”

저자는 “앞의 기억에선 공허함을, 뒤의 기억에선 과제를 얻었다”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이 책이 “앞선 기억에서 받은 공허함을 메우고 뒤의 기억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통해 받았던 과제에 답하기 위한 나름의 시도”라고 말한다. ‘잠정적인 답변’이라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역사학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의 길 찾기를 돕는 안내서로 무리가 없어 보인다.

사실 그리고 해석, 역사 탐구의 첫걸음

저자는 ‘역사는 해석’이라는 오해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찾아보는 것에서 글을 시작한다. 책의 1장이다.

2장에서는 사실 자체의 성격을 묻는다. 모든 학문은 연구 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개론에서는 이 연구 대상부터 정의한다. 물리학에서는 힘과 에너지를, 언어학에서는 언어를 정의한다. 역사학의 대상은 사실이다. 역사학 개론에서 사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사실이라는 한자어를 푼 동어반복일 뿐이다. 저자는 사실의 성격에 대한 논의를 통해 사실이 구조+의지+우연의 세 요소로 이루어진 복합물이라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3장에서는 사실과 해석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다룬다. 해석은 사실과 내적?외적으로 연관성을 가지면서 역사를 만들어낸다. 내적 연관은 사실의 성격 자체에서 비롯된 해석의 내재성을 말한다. 외적 연관은 기록자, 연구자의 관심, 취향, 가치관, 지적 능력 등으로 인해 생기게 마련인 다양한 조망을 말한다.

4장에서는 사실 그리고 사실에 대한 설명이나 해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수와 오류를 살핀다. 기억의 오류와 왜곡부터 읽기, 쓰기의 실수까지 사람의 역사 활동에는 흠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의를 기울이고 훈련을 반복하면 분명 흠을 줄일 수 있다. 사실과 해석에 대한 연습도 예외가 아니다.

마지막 5장은 4장의 연장으로, 사실의 이해를 사료 비판의 차원에서 간략히 살핀다. 뒤이어 역사 교과서 사례를 통해 사료를 기초로 형성되는 ‘역사 인식’, ‘역사성’이라는 주제를 검토한다.

저자는 역사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흔히 역사는 해석의 문제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걸핏하면 보기 나름이라고 말합니다. 부분적으로 맞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역사 공부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史實은 늘 구멍이 뚫려 있고, 사람의 눈은 다르다는 그 지점에서 말입니다. 사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을 찾아 나가는 지루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숭고한 여정, 그것이 역사 공부입니다.” ‘역사학 1교시’에 새겨들어야 하는 역사 공부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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