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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ue S. War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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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네, 수컷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어떤지 기억하고 있소? 언젠가 우리 침실 창문 밖에 자리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밤새도록 울부짖던 그 부엉이 말이오. 우리는 서로를 꼭 부둥켜안고 그 소리를 함께 들었소. 암컷을 찾아 헤매던 그 소리. 이제 그 부엉이는 간 데 없소.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수컷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기억하오.
부엉이. 그건 바로 나니까.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소. (210면. 짧은 단상 中) 나는 그녀의 젖가슴 위로 얼굴을 가져갔다. 그것은 아마도 본능보다 오래된 동경일 것이다. 나보다도 훨씬 더 오래된 또 다른 나. 나는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매끈매끈하고 하얀 피부가 만들어 내는 완벽한 곡선, 젊은 여인의 완숙한 젖가슴. 나는 난생처음으로 이토록 자연스러운 것에서도 강렬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행복감에 조금씩 죄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뒤였다. 자연을 거스른다는 것…. 33년이 지났건만 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53면. 노동, 공장 中) 행복은 마치 마스크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촘촘하게 잘 짠 검은색 천 조각처럼 얼굴을 조여 맨다. 그녀는 내 무릎 위에 앉아 나를 감싸 안았고, 나는 그녀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럴 때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중략) 행복은 수치스러운 것일까? 적어도 우리의 행복은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우리의 행복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으므로. 우리의 행복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었으므로. (165면. 행복에 관한 작은 책 中) 너무도 붉고, 너무도 깨끗하다. 너무도 붉고, 너무도 희다. 너무도 희고, 너무도 깨끗하다. 너무도 희다. 너무도 희다. 너무도 희다. 너무도 깨끗하고, 또 너무도 붉다. 너무도 붉다. 너무도 죽어 있는 동시에 너무도 살아 있다. 너무도 살아 있고, 또 너무도 젖어 있다. 너무도 젖어 있으며 너무도 달짝지근하다. 달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달콤함과 생명. 내 입안에서는 죽음과 축축함이 느껴진다. 나의 입속. 내 입. 입속에서 느껴지는 축축함과 죽음. 입속에서… 입속에서…. 내 입속, 나의 입속. 그녀가 내 입속에 있다. 이제 그녀는 내 것이다. (206면. 짧은 단상 中)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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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이 다른 이들과는 달리
부자연스럽고 가식적인 삶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유려한 문장과 독특한 형식으로 현재 노르웨이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토마스 에스페달의 『자연을 거슬러』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자연을 거슬러』는 사랑이 이별로, 탄생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법칙에 끊임없이 저항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투쟁을 담은 작품으로, 토마스 에스페달의 자전적 소설이다. 토마스 에스페달은 1988년 『향수로부터의 야성적 도피』라는 단편소설로 데뷔하여 『그녀와 나』로 P2 북 클럽에서 주최하는 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걷기: 광란적이고 시적인 삶을 살기 위한 기술』로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며 대형 작가의 대열에 진입했다. 그 후 『예술을 거슬러』로 노르웨이 현대 소설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 주며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미국 등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전까지는 장편소설을 출간하는 것이 북유럽 문학계의 주요한 흐름이었으나, 토마스 에스페달은 중단편의 소설, 서신 모음, 수필 등을 주로 출간했고 이는 작품이 갖는 뛰어난 문학성으로 인해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는 내로라하는 장편소설 작가들을 제치고 스칸디나비아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를 자랑하는 노르딕 의회 문학상에 세 번이나 노미네이트되었다. 에스페달의 문학이 갖는 주요한 특징은 자전적 이야기를 빼어난 시적 언어를 통해 짤막한 형태로 응축해 담는다는 점이다. 『자연을 거슬러』는 이러한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한 남자가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유려하게 조탁하여 독자의 마음에 꽂힌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것은 진실을 향한 용기 있는 움직임이다. 자신의 인생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두 여자, 앙네테와 얀네를 통해 에스페달은 사랑의 빛과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기쁨과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은 빛과 그림자처럼 작용하여 사랑이 커질수록 이별의 슬픔 또한 짙어질 거라는 예감을 불러일으키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별의 슬픔을 통해 한 남자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지고 영근다. 『자연을 거슬러』의 〈자연〉은 관습 등 〈자연스러움〉이라는 의미를 포괄하는 단어다. 더불어 인간이 속절없이 순응할 수밖에 없는 자연의 법칙, 즉 만남과 이별, 탄생과 죽음, 시간의 흐름 등을 의미한다. 작품 속에서 남자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부자연스러움 속에서 자연스러움을 느낀다. 부자연스러운 매력에 이끌려 사랑에 빠진 여자들은 결국 부자연스러움을 이유로 이별하게 된다. 특히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다가 결국 자연으로의 완벽한 회귀를 실현해 내는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자연의 무자비함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페터 한트케의 이야기를 빌려 온다. 차에 치인 남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 발로 걸어 사고 장소를 떠났다는 이 이야기를 통해 그는 죽음이 갖는 절대적인 완결성,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필연성, 남은 이들에게 주어진 운명, 그 자체의 무자비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결국 『자연을 거슬러』는 파멸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굴복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러나 자연에 대항하는 한 인간의 처절할 정도로 고독한 몸부림을 담은 『자연을 거슬러』를 통해 독자들은 찌릿한 쾌감과 깊은 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별과 죽음은 누구나 겪고 싶지 않은, 그러나 겪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도망치고 싶은 것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