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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네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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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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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바다로 갑니다

010...어머니
011...못다한 말
012...그렇게 겸허하게 익어가는
013...닿을 수 없는 섬
014...서리꽃
015...바다로 갑니다
016...냉이꽃
017...그리움이란
018...터
019...경첩*
020...여명
021...시간의 무게
022...안개
023...지문
024...파란 물고기
025...신평에서 나운동까지
026...빈둥지증후군
027...고뇌
028...곡선의 여백
029...장자도
030...초승달
031...일출

2부. 삭제 되어 가는 메모리

034...가을의 길목
035...잔설 위
036...그렇게 바람이 분다
038...동백꽃과 동박새
039...겨울비
040...한랭전선
041...멈추어 버린 태엽
042...바다의 침묵
043...밤의 눈동자
044...허기진 풍경
045...연못
046...봄까치꽃
047...바다의 눈물
048...한마디 울림
049...그대는
050...어머니의 강
052...저 홀로 울 리가 없지요
053...삭제되어 가는 메모리
054...체온
055...당신

3부. 때론 아픔도 악보가 되는 것

058...그대라는 실루엣
060...슬픔이 그리움 될 때 그곳 바다로 간다
061...동백
062...쉿! 비밀
063...그녀가 숨 쉬는 808호 병동은
064...때론 아픔도 악보가 되는 것
065...꽃그늘
066...낯설고도 익숙한
067...당신의 정오
068...소금꽃
069...화산섬
070...무녀도
071...발자국에 밟힌 긴 그림자
072...당신의 빛깔
073...그대
074...방황
075...물배
076...낡은 기억 위로
077...홀로된 기억

4부. 바람의 유희

080...누구였다고 말할까요
081...숨소리
082...긴 그림자
083...장항역
084...그날처럼
085...오늘 일기장에는
086...밤새, 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087...바람의 유희
088...그곳에 가면
089...이유가 내게 있음에
090...마음 깊은 곳에
091...기다립니다
092...그러니까 당신
093...굴참나무에 길을 묻다
094...미련한 갈증
095...그대가 있어
096...들꽃
097...사랑아
098...오래된 기억처럼
099...머물다, 머물다

5부. 달빛에 길을 묻고

102...부화
103...바람의 노래 산토리니
104...그늘
105...설꽃
106...아침이 오면
107...하늘을 봐요
108...달빛에 길을 묻고
110...불갑사 꽃무릇
111...건반
112...들리지 않는다
113...빈자리

115...「시집 평설」 처연(悽然)한 시 의식 뒤 감동의 느낌표(!)
엄창섭(가톨릭관동대명예교수, 월간『모던포엠』주간)

저자 소개 1

현대시선 시 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40*210*20mm
ISBN13
9791188856794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천 가지 선율이
서리꽃으로 피어난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들이
잊힐 줄 알았는데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선명하게
통증으로 다가섰다
어머니와 못다 한 이야기
그래서 시를 쓰게 되었고
그래서 시가 나의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하였다
겨울 끝자락 찬 서리로 핀
안부를 앞서간
내 어머니에게 바칩니다

2024. 3
최정민

시집 평설 중에서

처연(悽然)한 시 의식 뒤 감동의 느낌표(!)

1. 경건한 창조성과 언희(言戱)의 경계

모름지기 오랜 날 평자는 그 나름으로 ‘우리의 소중한 삶에 있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운명적임’을 역설해 왔다. 특히 시집 평설의 서술에 앞서 흥미로운 사실은 ‘감정의 깊이와 다양성, 명상적인 정감’을 자극하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Chopin, Fryderyk Franciszek)의 [빗방울 전주곡(prelude in Dflat Major)]의 선율에 까닭 모를 한순간의 격정을 삼켰다는 점이다. 까닭에 튀르키예의 혁명 시인 나짐 히크메트 란(Nazım Hikmet Ran)이 [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에 관한 교시(敎示)에 주의 집중하고 ‘주어진 하루가 내 인생의 최초의 날이고 최후의 날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삶을 누려야 한다.

특히 생명의 봄이 오는 계절의 여울목에서 부푼 설렘과 기대감으로 전북 군산 출신으로『현대시선』지를 통해 등단한 최정민 시인의 삶의 그 여정은 돌이켜보면 감당키 힘겨운 가족사와 맞물린 아픔과 절박감으로 깊은 회감(懷感)과 눈물겨운 시간대였다. 모처럼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인 그 자신이 90여 편의 시편을 묶어 간행하는 시집『서리꽃』(노트북 출판사, 2024)은 지극히 생산적인 일상화의 차별성과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며 시 쓰기의 몰입으로 ‘환상의 변주곡’은 신선한 충격이다. 또 한편 시의 본말(本末)인 서정성을 꽃피워 불확실한 미래의 지평을 열어가며 의연하게 헤쳐나가는 ‘경건한 창조행위’는 미적 감각의 확장에 의한 신선한 충격이다. 비록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대지만 언어공해의 심각성을 모국어의 속살과 항변을 통해 투명하게 일깨우는 그 자신의 시적 행위는 비장감이 묻어나 못내 역동적이다.

무엇보다 ‘과거는 역사이고, 미래는 꿈이며, 현재는 선물’이라는 점은 망각하지 말아야 할 필요조건이기에, 현대 예술 장르에서 죽음의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한 비센떼 우이도부로(Vicnete Huidobro)가 시학의 근본원리를 “시인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관심사이고 미학이며 예술이다.”라는 지적은 가늠할 바다. 이처럼 ‘인연의 매듭과 순결한 영혼’에 잇닿은 최정민 시인의 담백한 격조(格調)는 정신적 결과물인 표제 시편으로 시상이 단조로운 [어머니 ]의 ‘못다 부른 엇노리(思母曲)’에 응어리진 정한이 서려 있다. 일단 서리꽃의 형태소는 ‘서리+꽃’으로 ‘유리창 따위에 서린 수증기가 얼어서 꽃처럼 엉긴 무늬’로 그 시적 정감은 명상호흡으로 관조할 바다.

그 나름으로 인간의 삶은 거친 항해를 거쳐 본향으로 귀항을 서두르는 여정(旅程)이기에 “산언덕에 올랐으면 뗏목이 필요 없거늘 그대는 어이하여 사공에게 길을 묻는가?”라는 수행자의 물음처럼 훅! 입김을 불면 불꽃이 타오를 참나무 숯불 같은 느낌의 마침표로 확증하여야 한다. 차제에 「동종선근설(同種善根說)」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신과 나 그 인연은 너무 깊어’를 끊임없이 갈망하며 ‘타는 목마름’으로 삶의 일상에서 따뜻한 감성의 추이(推移)는 투명한 눈물이다.

당신과 나 / 그 인연 너무 깊어 / / 삼백예순날 / 내 마음 그댈 비운 날 없어 / / 오늘 하루라도 온종일 / 당신과 나 눈 맞추고 / / 그저, 그만큼만 / 간절히 꿈꾸어 보는 / / - [ 어머니 ] 전문

비교적 꿈을 상실한 소외된 타자에게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시상을 응축시켜 놓은 그 정감은 깊은 절망의 투병에서도 시련을 극복하는 생명의 은총으로 읊어낸 빛남이다. 따라서 그 자신이 지나쳐온 삶의 감회(感懷)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살아 있는 자만이 춤출 수 있다.”라는 일깨움으로 시적 상상력의 확장과 별개일 수 없다.

또 한편 ‘섬 사이 갈매기의 품속에는 지키고 싶은 섬이 있는’ 현실적 정신지리에서 여백의 틈새 좁히기에 익숙한 그 자신의 시적 형사(形似)는 이처럼 인위적인 꾸밈없이도 “천년의 침묵 위에 저기 섬 하나 / 평화롭다 / 커다란 지느러미 흔들며 거친 파도에 명멸하는 무뎌진 바깥 / 절반은 습하고 절반은 건조한 부력 없이 떠 있는 / 무량하고도 고요한 네 깊이의 질긴 숨은 늘 깊다(닿을 수 없는 섬)”라는 예시에서 개아의 동질성에서 기인(起因)한 삶의 무게와 그 낌새는 이같이 확증된다. 까닭에 당신이라는 그만의 존재감을 ‘소리 없는 밤비로 내려와 붉은 심장에 외로움 출렁이게 하는 파도’로 견줌도 그렇거니와 “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 바람처럼 잠시 왔다가 / 빛 속에서 사라진 새벽처럼 / 넓은 바닷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바다로 갑니다)”에서 아쉬움을 참아내며 ‘노을이 물드는 바다로 가는’ 그 일상의 삶은 측은지심이다.

그렇다. ‘천상엔 별, 지상엔 꽃, 그리고 가슴엔 시라’는 관점에서 그 자신이 ‘응어리지다 설어버린 울음이 끝도 없는 물음표를 던지는’ 삶의 현장에서 존재감으로 버텨내는 끈질긴 생명감은 “단단한 저 결속의 표면에 / 깊숙이 / 질긴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 냉이꽃 )”의 일면에서 ‘감동의 느낌표(!)’로 끝내 정제된다. 이처럼 삶의 처소에서 현상을 부정하고 해체하는 연계성은 진통의 통로를 걸친 생명력의 당위성에 잇닿는 뼈를 깎는 육화(肉化)이기에 미의식의 확증은 더없이 감동적이다.

2. 자기 구원과 깊은 사유의 일념

어디까지나 현대인의 존재론적 불안은 공간상징이 특정한 문인의 시 의식과 결부된 「자기 구원과 깊은 사유의 일념」에서 통섭의 길을 모색하는 글 치기의 작업은 자못 흥미롭다. 짐짓 논의의 초점은 다소 빗겨 가지만 냉전 이후의 세계질서에 관하여 미래학자로 하버드대학의 정치학 교수 사무엘 헌팅톤(Samual. P. Huntington)이 ‘문명충돌의 세기’를 제기했듯 우리 사회의 현상은 안타깝게도 혼탁한 시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녹색환경’을 지향하는 사회 환경을 테제로 전제하고 그 자신이 심층적으로 분할·통합한 완성도가 높은 시편은 절제된 감정으로 잠시 지켜볼 일이다. 각론하고 현재 우리 시단의 정신풍토는 언어유희(pun)에 지나친 풍조로 순수서정시 쓰기가 한층 더 어려운 시간대라 어설픈 시적 변명이 주어질 따름이다. 그렇다. 삶의 중량감을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며 생명의 씨앗을 파종하는 그 자신의 충직한 시적 행보(行步)는 다행스럽게도 감동의 회복과 맞물려있기에 소홀하게 지나칠 수 없다. “눈물 같은 / 꽃잎 하나가 / 무채색으로 버석대며 / 서러운 침묵으로 고요하다 / 인사도 없이 / 훌쩍 떠나버린 님 / 저 먼 그림자마저도 / 발아래 드러눕고 / 아, / 짧디짧기만 이 가을날( 시간의 무게 )”의 보기처럼 조락(凋落)의 계절에 자연 순리에 거역함 없이 ‘잎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듯’ 허망함 뒤의 쓸쓸함마저 합리적 해법으로 ‘nowhere’라는 다소 부정적 어휘도 발상의 전환에서 ‘now(지금), here(여기)’로 수락하는 그 여유로움은 ‘이 순간, 한세상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살아가네’라는 집념만큼 “아직 닿지 못한 / 내 마음 저편, 당신을 세워 두고 / 나의 적막을 보내 / 선연히 찍힌 문패 자국만 남겨두고 / 말없이 뒤돌아 가네( 지문 )”의 그 존재감은 경이롭다.

차제에 그 자신은 따뜻한 감성도 천상의 층계 오르는 영성(靈性)으로 이행시켜 ‘신의 작은 대행자로서의 소임’을 충직하게 수행하는 그 자신의 적극적인 시적 행위는 이 땅의 독자를 아름다운 시 세계로 초대하는 진정한 자존감의 모형이다. 까닭에 ‘이 길 위에 위태롭게 걷는 그 누구 있어’라는 의문이 주어질지라도 “사는 일이 무쇠 닻 같아서 / 가여운 몸짓 / 주머니 속 눈물로 지워지네 /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 깃털 하나 / 한 세상 가슴 저미며 지우며 / 수억만 리 내가 걸어가네( 신평에서 나운동까지 )”라는 그 절박한 삶의 무게야말로 여백의 틈새를 좁힌 고뇌 뒤에 이채로운 시관을 수용하였기에 ‘자연과 시인, 독자’가 삼각대위(三角代位)가 되는 시의 향연을 서정성 짙은 개아의 행위로 빚어낸 생명감은 시인의 소임에 끝내 충직한 조짐이다. 어디까지나 견고한 고정체도 언어로 빚어내는 시 쓰기의 작업은 행복한 집짓기와 비견되기에, ‘창조와 모방’은 상오연계성을 지닌다. 바로 그 점에 비춰 인간의 내면 심리는 자연을 거부하거나 자연과 대립하는 창조의 정신과 동시에 자연을 모방하고 순응하는 정신과 불가분의 관계성이 주어진다. 이 같은 대립 구도는 합리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공존의 양상이기에, 그 자신이 명상호흡을 하는 매 순간 ‘해묵은 마른 들깻단에 불을 지피다 문득 내 품속에 남겨진 엄니 향기 같아서 그만 눈물입니다’라는 그 자신의 한결같은 시적 변명처럼 아득한 정신풍경화의 화폭은 온통 ‘엄니 향기’로 채색되고 차올라 눈시울 붉히는 헤어짐 뒤의 안부는 더없이 한스럽다.

특히 심리학에서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은 비교적 대다수 중년 여성이 ‘슬픔과 상실감, 외로움과 고립, 정체성의 위기와 목적의 상실, 불안과 걱정, 관계 변화’를 겪으며 비교적 체득하는 증상으로 화자(話者) 자신의 가족사와도 깊은 연관성을 지니기에, 온전한 용서의 믿음으로 ‘격정이나 증오심’을 삼켜내며 칙칙한 어둠과 절망감의 그늘을 깔끔하게 걷어내는 시적 작위(作爲)는 못내 경건하다.

멍처럼 붉은 안부가 그리운 날 / 찾아올 리 없는 빈집 빨랫줄에 / 몸살처럼 비만 하염없습니다 / 지붕 사이로 제 안의 무심한 듯 / 한 줌 말갛게 정이 흘러내리고 빛바랜 먼 발걸음 소리마저도 찾을 수 없는 단출한 녘 / 짙은 먹구름만 한가득 / 그 사람 그리다 눈시울 뜨거워지는 이야기가 그립습니다 - [ 빈둥지증후군 ]에서

위에 인용한 시편처럼 목표설정에 이 땅의 어느 시인보다 일관성을 지니고 주의 집중하는 그 자신의 시적 행위는 감동의 회복을 관통하여 지극선(至極善)에 의한 화해로 해법적이다. 모처럼 리듬과 형태를 갖추어 피아노의 건반을 튕겨 오르며 지상에 갈 앉는 환상의 변주곡을 통해 영혼의 깊은 상처로 고통받는 소외된 자를 시와 음악으로 치유하려는 끈질긴 그 자신의 ‘지난(至難)한 몸의 시학’은 견고한 고독 앞에서 ‘기쁨과 괴로움이 번민으로 찾아올 때면 건반을 어루만졌고’라는 합리적 해법으로 “어느새 울컥한 마음이 건반 속 겨울에 서 있다 / 내 그림자처럼 끝없이 따라붙는 / 피아노의 발자국 / 아, 지금 / 네 소리와 나는 오늘 비밀 같은 울림의 역사를 걷고 있다( 곡선의 여백 )”에서 ‘질량이 다른 절망’을 통한 삶의 역경은 ‘슬픔 그 너머’로 이행되기에 온몸으로 부딪치며 병상에서 삼켜온 인고(忍苦) 또한 못내 다감하다.

또 한편 시의 골격과 맞물린 그 자신의 시편은 온전한 집념을 지니고 확신을 자처한 결과이기에 ‘중천에 뜬 해 등지고 찬바람 매서운 한겨울로 가는 길’일지라도 ‘찰랑대는 햇살이 그림 같다’라는 개아적 동질감에 “바람길 따라나서다 멈춘 곳 / 물 위 네가 되고 싶은 나 / 계절의 시간을 밀고 조용히 붉게 허물 벗는 / 푸른 당신의 섬( 장자도 )”의 보기는 하나의 역설(逆說)이지만 고통과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함의 체득에서 비롯된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그 자체가 발상의 동기다.

차제에 현실적으로 창조주가 이 땅에 빚어놓은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스웨덴의 가문비나무나 미국의 침엽수가 아니라, 바로 ‘서로에게 빛을 나눠주어야 하는 인간’이기에, 꿈을 상실한 소외된 타자 간에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시상을 응축시켜 놓은 그 존재감은 깊은 절망의 투병에서도 시련을 극복하는 절박한 소망의 눈부심이다. 이 같은 일면은 ‘한때 한 지붕 아래 목련꽃이 환했던 시절 살붙이들 속에 우리는 세상에 길들고 한 날씩 산 그림자처럼 어느 계절로 가고 있는’ 정황에서 “바람이 흔들 때면 내 어머니 가슴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던 풀포기 / 저기 휘어진 노송 끝, 하얀 눈송이가 / 죄 하나 없이 살다 / 초승달 부풀기 전에 청솔 되어 떠났다(한랭전선 )”에서의 보기처럼 ‘한랭 기단이 온난한 기단을 밀어 올리면서 이동할 때 생기는 전선 확증인 한랭전선(寒冷前線)’은 소외된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일깨움이다. 모름지기 비정한 시장경제의 논리가 지배적인 현상에서 삶의 기쁨을 그 자신이 이토록 지상의 매개물로 여성상징인 꽃을 시적 질료로 즐겨 사용하여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생명력은 지극히 놀랍다.

또 하나 ‘길 잃은 울음 하나 별빛이 떠내려가다가 서럽게 울지라도’ 그 자신이 담백한 시격(詩格)의 형상화로 “돛단배 하나 보이지 않는 / 광야 같은 넓은 바다 / 슬픔과 그리움을 / 하얀 물거품 속에 비벼봐도 / 흐느끼는 바람 소리뿐이다( 슬픔이 그리움 될 때 그곳 바다로 간다 )”라는 시적 모티프는 자유로운 바람의 영혼에 맞물려있기에, 흐느끼는 바람 소리뿐이어도 그 자신은 슬픔이 그리움 될 때 종종 바다로 향하는 것이 바로 운명적인 삶의 편린(片鱗)이다. 이처럼 그 자신의 시편에는 활력과 영감의 징표로 기쁨을 주는 매혹이 독자의 관심사다. 바로 이것은 시적 진실 외에 삶과 우주에 대한 경이, 그리고 정직하고 겸허한 시적 자세로 무상함을 읊조리는 결과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랜섬(John Crowe Ransom)이 “시는 자연미의 표현이며, 상상이라는 훌륭한 기능이 시의 작인(作因)이다.”라는 지적은 ‘내면의 성찰과 시적 응시’로 풀이해도 지나치지 않을뿐더러 깊은 사유를 단조로운 선율로 모호함도 말끔 씻어냄은 더 큰 감동이다.

3. 삶의 잠언과 그 인연(因緣)의 그물망

일단 소소한 삶의 일상에서도 오랜 투병 생활로 진통을 겪는 모친에 대한 지극함을 푸른 식물성 언어로 생명의 충만감에 견주어 그 자신에게 미와 선의 추구를 위해 허비한 그 시간의 실상은 아름다움과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확장하기 위한 투자의 시간대다. 마치 그것은 두 개의 미적분 포물선이 교차하는 공집합 속에서 모성회귀로 파악할 동기부여다. 그처럼 진정한 예언자로서 시대적 소임을 담당한 시인이라면, 생명의 기표를 끊임없이 조탁하여 실상이 흐려 있는 영혼의 통로를 밝혀내고 삶의 고뇌도 감당해야 한다. 혹여 자기합리화라는 모호한 변명이 주어져도 자연의 순리에 거역함 없이 최소한 언어에 대한 분별력은 응당 지켜낼 일이다.

그 같은 일면에서 짐짓 호흡을 멈추고 지순한 모성의 헌신적이고도 지극한 사랑에 이토록 감사하는 눈물의 기도는 신선한 생명감이다. 이처럼 그 자신은 문화의 충격에 증오와 저주의 인자(因子)가 생명 세포를 죽이는 현상을 식별하기에 그나마 화합의 맞물림으로 그 궤를 함께한다. 까닭에 그 자신의 시편에서 명증되듯 창조적 행위의 등가물로 제시된 ‘꽃과 별, 그리고 바다’는 자연 본래의 양감(量感)이다.

따라서 ‘지상의 꽃은 울음을 동반하고 승화하여 천상의 별이 됨’도 그렇지만, 그 자신의 다양한 시적 형식을 걸쳐 자연 친화적인 바탕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라.’라는 그 기대감으로 혼돈의 세월을 ‘애써, 다독다독 제 가슴 끓어오르는 열정, 감내하는 그 꼭짓점에’ 매달려 목숨을 걸었지만, 가혹하게도 운명의 신은 “초점 잃은 피아노 소리가 /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다 / 흰 선율의 고뇌 / / 삶에 찢긴 통증은 / 검붉게 촘촘히 온몸으로 / 받아들이고 있다( 때론 아픔도 악보가 되는 것 )”라는 시적 발상에 그 존재감은 빛날 따름이다.

무엇보다 자명한 것은 ‘아 노을마저 서럽게 풀어지는 무녀, 무녀도여’라는 끝내 피를 토하는 격한 감정을 수사적 기법(craft)으로 처리하며 “떨어져 나간 살점 한점이 / 질펀하게 누워 있다 / 이따금 / 칭얼대는 파도가 아픔을 참는 듯 / 저 혼자 / 속살이 푹 젖는다( 무녀도 )”로 확증한 그 일면은 ‘바람의 초상(肖像)이랄까?’ 푸념의 한 자락을 통해 유추되듯이,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평생을 남편을 위한 지극정성과 자녀를 향한 모친의 헌신적 보살핌에도 화자인 그 자신이 작은 보은(報恩)도 표하지 못한 죄책감은 한 맺힌 느꺼움이다. 마치 빈자(貧者)의 성녀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 of Calcutta)나 지구촌의 고통받는 이웃의 치유를 위해 가스펠 송을 부르는 레나 마리아(Lena Maria)처럼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오랜 투병 중에 육체적 신음을 일절 내뱉지 아니하고 밝은 미소로 일관했던 모친께 드리는 용서와 화평의 신앙으로 드려지는 ‘사모곡(思母曲)’은 깊은 밤에도 억장 내려앉는 그 눈물의 자괴감이다.

결론적으로 지상에 갈 앉은 나직한 음조로 한평생 자애로운 모친의 품성을 오랜 세월 기억하며 젊은 날 남편과 사별하여 깊은 밤 홀로 지새우며 눈물겹게 살아온 모친의 처연(悽然)한 운명일지라도, 천륜을 저버리고 헤아리지 못한 죄책감에 ‘한 맺힌 인생 홀로 떠날 때 얼마나 아팠을까?’라는 처절한 흐느낌은 “꽃 같았던 나이 홀로되어 / 얼룩진 세월 억겁을 짊어지고 / 어린 새끼 데리고 얼마나 처절했을까 / 제 몸 종잇장처럼 꾸겨져도 / 부모 형제를 위해 한목숨 다 받치다 / 끝내, 쓰러지고 말았네( 서리꽃 )”라는 통한은 끝내 ‘차디찬 내 어머니 붙들고 통곡했네’의 결부(結付)로 어이없이 나직한 통곡을 토해낼 뿐이다. 모쪼록 최정민 시인이 ‘밤하늘의 별’ 그 모성의 회한은 맑은 영성의 확장이기에 서리꽃을 화폭에 수(繡)놓는 치밀한 구속(救贖)의 행위는 ‘작은 신의 대행자’로서의 파격적이고 경건한 생명 외경심(畏敬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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