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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네 시인선

책소개

목차

1부. 부서진 반쪽

010 부서진 반쪽
011 새벽 귀
012 황혼
013 지리산 자락
014 굴곡진 소리
016 남자男子라서
018 시커먼 물안개
019 하늘 문門
020 아름다운 죄
021 마음 편지
022 지나가는 비
023 외면
024 바람아 굴러라
025 삶의 비
026 인연 줄
027 침묵
028 번개의 빛살
029 벚꽃 바람
030 황혼의 여백
031 삶의 여정
032 꽃바람
033 고된 사랑
034 심마니
035 그대 숨결
036 잎새의 사랑
037 세월 앞
038 생명
039 하늘나라
040 눈꽃
041 겨울밤

2부. 거울

044 거울
045 평온한 공간
046 오늘도 행복하세요
047 울타리 꽃
048 너의 기억
049 이별
050 끈적이는 형상
051 들숨 날숨
052 울음소리
053 하현 망간 달
054 낯선 세월
055 반환점
056 애달픈 아픔
057 녹 익은 구름
058 보랏빛 연정
059 서글픈 연가
060 거문고
061 당신의 시간
062 주름진 침묵
063 삶의 욕망
064 첫사랑
065 미지의 세계
066 보물
067 사랑
068 낯익은 불빛
069 애인愛人
070 부푼 가슴
071 빗방울

3부. 임 마중

074 임 마중
075 외外 바람
076 한강 수水
077 느긋한 행보
078 빨간풍선
079 빨간유혹
080 가림막
081 파도 소리
082 옹이
083 달력은 시간이다
084 새빨간 거짓말
085 마음 한가닥
086 모두의 고향
087 욕망
088 역행逆行
089 오늘의 빚
090 존재
091 윤회輪廻
092 두 그림자
093 방황의 환란
094 웨딩마치(wedding march)
095 마음 마당
096 비단길
097 가을 영혼
098 초 가을바람
099 가을의 잔상
100 가을 벌판
101 가을 노숙자
102 촛불
103 블랙 호텔
104 종족 본능
105 잡을 수 없는 인연
106 기적소리
107 누런 봉투
108 착각
109 그 시간
110 허공 북소리(시화)

4부. 고독이 밟혀도

112 고독이 밟혀도
113 추남 추녀(시화)
114 골목대장 오빠
116 달
117 풍경소리(시화)
118 신발
120 봄의 여신
121 노을
122 반상회

123 [시해설]_흔들림을 잡아주는 미학의 성찰
『마음이 걷는다』 다경 이경희 시집_평론가 윤기영

저자 소개 1

다경/ 이경희 글로벌 문예대학, 원 문예 창작학과 졸업 심리학과 전공 시, 시조, 수필, 소설, 문학평론 등단 소속 한국문인 협회 회원 한국문인 협회 서울지회 이사 현대시선 문인협회 부회장 역사문학회 국장 대륙 문인 협회 이사 한국문인 협회 중구지부 부회장 서울 중구 문화원 회원 맑은소리 문학회 회원 시인의 바다 운영위원 수상 대한민국 문화예술 공헌 대상 대한민국 문학 대상 대한민국 대표 명시선 100인 선정 대한민국 집현전 문학상 창작동네 시담 문학 대상 대한민국 문학 대전 대상 노벨재단 사회 공헌상 대한민국 올해의 작가상 서울
다경/ 이경희
글로벌 문예대학, 원 문예 창작학과 졸업
심리학과 전공
시, 시조, 수필, 소설, 문학평론 등단

소속
한국문인 협회 회원
한국문인 협회 서울지회 이사
현대시선 문인협회 부회장
역사문학회 국장
대륙 문인 협회 이사
한국문인 협회 중구지부 부회장
서울 중구 문화원 회원
맑은소리 문학회 회원
시인의 바다 운영위원

수상
대한민국 문화예술 공헌 대상
대한민국 문학 대상
대한민국 대표 명시선 100인 선정
대한민국 집현전 문학상
창작동네 시담 문학 대상
대한민국 문학 대전 대상
노벨재단 사회 공헌상
대한민국 올해의 작가상
서울 중구의회 의장상
UN NGO 문학상
토지문학 시부문 대상
서울 중구청장 상
마음이 걷는다 시집 작품상 수상
영상시 신춘문학상 대상 수상
(사)한국음악저작권 신탁증서 제727117
(사)한국음반산업 시노래 앨범판매등록 마음이 걷는다
외 다수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24140017

출판사 리뷰

흔들림을 잡아주는 미학의 성찰
『마음이 걷는다』 다경 이경희 시집

-평론가 윤기영

1

시간은 거울처럼 지나간 나와 다가오는 나를 한 화면에 비춘다. 그렇듯 인생도 햇빛의 마지막 숨결에 머금듯 살아가는 순리는 같다. 인생은 지상에 잠시 왔다가는 소풍인 것을 알아야 한다. 시 또한 연속된 흐름이 아닌, 늘 현재라는 틈새에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인식하는 인간의 의식을 반영한다. 즉, 시간은 외부에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만들어지는 인식의 구조임을 시는 암시한다.

흔적의 진리는 인간이 삶을 지나가며 남기고 가는 무형의 흔적을 탐구하는 철학이다. 흔적은 단순한 발자국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남긴 마음의 무늬이자 내면의 지층이다. 시인은 흔적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아의 시간성’을 사유하게 한다. 그렇듯 인간에게도 들꽃처럼 동일하게 살아가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의 하루를 견디는 이들의 소박한 생이 떠오른다.

이경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원고 100여 편을 펼쳐놓고 그녀가 살아온 인생철학을 논하고 있다. 사유와 성찰의 시어들은 열심히 노력한 흔적들이 편지지 한쪽에 오래 묶은 글들이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인간의 길은 흘러가지만 인간의 길은 돌아온다’는 말이 문득 떠오르게 한다. 우린 오늘도 마음 한 조각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언젠가 미래의 내가 그 흔적 앞에서 멈추어 서도록 말이다. 시인은 “지나온 길”보다 “남기고 간 흔적”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순간을 묘사한다. 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어느 시점 이후 우리는 미래보다 과거를 더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의 존재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나이에 도달한다. 이번 시집은 세상의 빛과 타협하는 시인의 감성에 매력을 느낀다.

시인의 사유 속에 머물며 시를 성찰하는 시간이다.

태양을 삼키는 노을빛 따라
사랑 바람 쉼 없이 불어온다

오고 가는 하루 속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를 지켜주는 사람
그 사람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힘겹게 나를 지키고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청아한 설원에 발자취 남기며
얼었던 강물이 녹아내려도
늘 내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함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살이 옆자리 한쪽
내어주는 마음 편한 그런 사람
넓은 가슴 열어 조건 없이 사랑하고
한결같이 마음 열어주는 사람 있으니
내 삶이 흔들리지 않아 좋더라

-「진정한 사랑」 부분

이경희 시인의 「진정한 사랑」은 거창한 말 대신,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발견되는 ‘지켜주는 사랑’의 본질을 담담한 언어로 드러낸 시이다. 시인은 태양을 삼키는 노을빛, 설원의 발자취, 녹아내리는 강물 같은 자연의 이미지 속에 사랑의 결을 조용히 스며들게 한다. 이 시에서 사랑은 불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감정이 아니라, 곁을 지키는 마음의 지속성이다.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힘겹게 나를 지키고 있었다」라는 구절은 특별히 인상적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존재의 무게를 떠올리게 한다. 진정한 사랑은 목소리가 크지 않다. 오히려 조용하고, 때로는 희생처럼 보일 만큼 묵묵하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시인의 직설적 고백은 사랑이 얼마나 큰 결심과 깊은 헌신을 필요로 하는지 일깨운다.

우린 또 하나의 시를 감상하면서 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빛의 여행 하기로 한다


수평선 푸른 물에
조각구름 담아
애달픈 마음 편지
바람결에 실려 보낸다

어디쯤 있을까

그대 머문 자리 바람 불어오면
애타는 그리움 기억해 주오
임 부르는 소리 메아리로 울려 퍼져
그대와 내 사랑 영원하리.

-「마음 편지」 부분

이경희 시인의 「마음 편지」는 짧은 시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깊고도 맑다. 시인은 수평선 위에 떠있는 조각구름을 「마음 편지」로 비유하며, 그리운 이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자연의 이미지 속에 고요하게 녹여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마음 편지」 종이 위가 아니라 바람결 위에 실려 떠가는 감정의 울림으로 그려진다.

첫 연의 「수평선 푸른 물에/ 조각구름 담아」라는 표현은 눈앞의 풍경이 곧 내면의 풍경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며 마음을 띄우고, 그리움은 구름처럼 가볍지만 애달픔은 바람처럼 스며든다. 자연은 시인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있다.
「어디쯤 있을까」라는 짧은 행은 시 전체의 정서를 압축하는 핵심이다. 기다림은 언제나 구체적인 거리 없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 있지 않은 듯 가까운데, 손을 뻗으면 닿지 않는 그 아득함이 바로 그리움의 본질이다.

「진정한 사랑」 이 시의 매력은 바로 그 담백함에 있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도 충분히 깊다. 자연의 흐름처럼 잔잔하지만 그 안에는 삶을 지탱하는 큰 울림이 있다.
「마음 편지」 이 시 또 한 사랑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오는 울림이며, 그 울림 속에서 영원을 믿는 마음이 완성된다. 이 시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과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의 고요한 울림만으로 사랑의 본질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이다.

이경희 시인의 「진정한 사랑」 또한 「복잡한 세상살이 옆자리 한쪽 내어주는 마음」은 관계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랑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힘겨운 날 기댈 수 있는 자리 하나, 마음 놓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 하나를 내어주는 것에서 비롯된다. 시에서 말하는 사랑은 조건 없는 수용, 한결같은 마음, 흔들리지 않는 가슴의 자리다.

이경희 시인의 「마음 편지」는 그리움의 마음을 자연의 풍경 속에 섬세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시인은 수평선에 펼쳐진 푸른 물과 조각구름을 「애달픈 마음 편지」의 이미지로 변환하며, 사랑이 가진 감정의 결을 부드럽고 고요하게 드러낸다. 이는 자연이 곧 내면의 투영이며, 마음이 바람을 매개로 전해지는 시적 순간을 포착해낸 표현이다.

1부 시는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하루를 견디며 피어난 꽃은 해 질 무렵에야 비로소 자신의 색을 드러내듯 우린 자아의 본질을 향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이 깊은 울림을 담아낸 서정시이다.

2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자연의 이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성장시킨다. 우린 아주 천천히 마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으로 시를 쓰며 마음을 다스리게 된다. 비가 온 뒤 흙냄새처럼, 마음속 어디선가 아주 조용하게 새로운 고요가 피어난다. 그 고요 속에서 사랑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이해하며 감성적 시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성찰은 윤회의 두려움이 아니라 생의 환희와 정화의 과정으로 승화시킨 점이 이 시의 가장 큰 미학적 가치라 할 수 있다.


흔적 없는 바람
가슴에 와 서 있네

말 없는 산천 꽃 낙엽으로
울고 웃고 무딘 시간 묵언 띠
두르고 고목으로 서 있다

아련하던 모습마저 희미한
형상 지긋이 내려다보는 반달
어느새 부서진 반쪽의 영혼

둘러보니 본래 나인 것을
새삼스레 채우려는 욕망의
장난에 오늘 밤도 애달프다

-「부서진 영혼」 부분

이경희 시인의 「부서진 영혼」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층위를 응시하며, 상처의 형상화와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시이다. 이 시는 외부 풍경과 내면의 감각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영혼의 파편화된 상태를 재현하며, 상처를 하나의 「존재론적 사건」으로 확장한다.


흔적 없던 바람 가슴에 와 박혔다

말 없는 산천꽃 낙엽으로 울고 웃고
무딘 시간 묵언 띠 두르고 고목으로 서 있다

아련하던 모습마저 희미한
형상 지긋이 내려다보는 반달의
눈초리가 매섭다

어느새 부서진 반쪽의 영혼
둘러보니 본래 나인 것을 새삼스레
채우려는 욕망의 장난에 오늘 밤도 애달프다.

-「부서진 반쪽」 부분

이경희 시인의 「부서진 반쪽」은 자아의 내밀한 균열을 자연의 상징적 장면 속에 담아내는 작품으로, 인간이 겪는 내적 파편화와 욕망의 굴레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 시는 단순한 서정의 차원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확인하는 철학적 서정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경희 시인의 「부서진 영혼」은 이미지와 상징의 농도가 높으면서도, 감정의 과잉을 절제한 채 내면의 균열을 조용히 드러낸다. 상처를 단순한 슬픔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를 재구성하는 근원적 힘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시인의 성숙한 사유를 보여준다. 무너진 영혼의 파편이 오히려 자아를 더 정교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는 지점에서, 이 작품은 시집 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심층적 성찰의 시’로 읽힌다.

이경희 시인의 「부서진 반쪽」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감정의 과잉을 억누르고, 절제된 언어로 영혼의 균열을 드러낸다. 이 시는 단순한 슬픔의 시가 아니라 존재의 파편화, 욕망의 구조, 자아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은 서정시로서, 읽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울림을 선사한다.
기형도의 시는 외로움과 소외감, 내면의 균열을 우울한 풍경 속에서 드러낸다.
이경희의 「부서진 영혼」 역시 바람·고목· 반달이라는 자연 풍경을 통해 내면을 비유적으로 노출한다.

김춘수의 “꽃”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존재론을 제시한다.
이경희의 「부서진 영혼」 또한 “부서진 반쪽이 본래 나였음을” 발견하는 ‘존재의 본질’에 관한 사유를 담고 있다.

백석 시인의 시는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슬픔이 더 깊어진다.
이경희 시인의 「부서진 반쪽」 시 역시 “묵언 띠”, “고목”, “반달” 등으로 감정의 흐름을 ‘침묵’으로 처리한다.

우린 또 다른 이경희 시인의 시어를 감상할 시간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사유를 만나보자


내 마음 읽어주는 사람 있어 행복합니다
살아있는 잔잔한 숨소리에 행복합니다

당신의 고뇌에 찬 삶을 보듬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이 있어 행복합니다

비바람에 맞서가며
세월은 속절없이 잘도 간다

수평선 붉게 물들인 수줍은 노을길 따라
유유히 가는 세월 믿고 흘러 가봄세.

-「삶의 여정」 부분

온 대지를 두드리니 촉촉이 환생의
기쁨으로 너도나도 마주 보며 눈웃음친다

썩어있던 시궁창 처마 및
낙숫물이 시원하게 뚫어주고
아낙네 뭉쳐있던 응어리 눈물 옷 적신다

윤회하는
계절의 변화가
양 볼을 간지럽히고
바람이 실어다 준 뭉게구름에
앉아 평온한 하룻길 비행한다.

-「윤회輪廻」 부분

이경희 시인의 「윤회(輪廻)」는 자연의 움직임을 통해 환생과 순환의 의미를 시적으로 풀어낸 시이다. 인간의 삶을 인위적인 철학적 담론으로 설명하지 않고, 대지·낙숫물·구름·바람과 같은 자연 속에 담아내어 더욱 생생하고 촉촉한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그 결과, 윤회는 거대한 우주적 순환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매일 경험하는 아주 작은 변화들 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이경희 시인의 「삶의 여정」은 오래 걸어온 인생길을 돌아보며, 그 길 위에서 함께 마음을 읽어주고 마음을 나누어주는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는 따뜻한 서정시이다. 시인은 거창한 인생철학 대신, 조용한 숨결과 작은 배려에서 얻어지는 삶의 근본적 행복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이경희 시인의 「부서진 영혼」「부서진 반쪽」「삶의 여정」「윤회(輪廻)」는 인생 여정을 그리고 있는 잔잔함 울림의 기록이다. 시의 전체적으로 「윤회」는 거대한 우주적 순환을 일상의 풍경 속에서 읽어내며, 자연의 변화 속에 담긴 삶의 리듬과 재생의 순간을 아름답게 목도한 시이다. 막힌 것들이 뚫리고, 응어리진 마음이 젖어 풀리고, 계절이 얼굴을 간지럽히며 다시 시작을 알려주는 이 모든 과정은 삶이 본래 순환적이며, 그 순환 속에서 우리는 계속 새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삶의 순리 속에는 아름다운 눈으로 성찰하며 살아온 환경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온 거울 속에 비추는 추상적인 역경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시인의 마음은 어느덧 계절을 환기하며 문장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관용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는 미학의 본질, 즉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정서를 느끼고, 생의 결핍을 이해하며, 삶을 더욱 섬세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3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조건은 끊임없이 되새기는 내면의 숨결이다. 그리움의 대상은 모두 다르지만, 그 정점에는 늘 사랑과 기억, 그리고 시간이 남긴 온기가 있다. 우린 그 온도가 가지고 있는 시간을 통에 찾아 나선다. 그리움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증거이며, 우리가 누구를 사랑했고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알려주는 표식이다. 눈앞에 존재하지 않지만, 마음속에서 여전히 움직이고 머무는 감정, 그 미묘한 떨림은 때로 추억을 불러오고 때로 미래의 소망을 일으킨다. 그래서 그리움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도래할 시간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 보이지 않는 다리와도 같다.

가장 근원적인 그리움의 대상은 늘 ‘사람’이다.
어머니의 손길, 아버지의 뒷모습, 떠나간 연인의 목소리, 멀어져간 친구의 웃음까지,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의 중심에 남아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따뜻하고도 아픈 감정으로, 인간이 사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우린 또 다른 시를 통해 감성을 읽어 보는 시간이다.


비릿한 언어
쏟아내는 망언 소리
가랑비에 옷 젖듯 눈물 고인다

자박자박 소리 밟고 처마 및
낙숫물에 마음마저 젖어버린
바닥 애무하듯 보듬는다

휘파람 불며 지나가는 가을 비
둥지 없는 참새도 주저앉아
갈길몰라 방황하는 노숙자 같다

한 시절 슬픔 가득
머금던 짧은 통곡이었다
고추잠자리 비행에 지나간 설움도
코스모스길이 하늘하늘 웃어준다.

-「삶의 비」 부분

이경희 시인은 「삶의 비」는 자연의 비를 빌려 인간 내면의 고통과 위안을 동시에 포착한 작품이다. 시인은 ‘비’라는 일상적 자연현상을 삶의 언어로 전환해, 상처받은 마음이 어떻게 젖고, 다시 어떻게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 연에서는 「처마 및 낙숫물」이라는 이미지가 마음의 젖음을 더 깊이 드러낸다. 비가 바닥을 어루만지듯 ‘애무하듯 보듬는다’는 표현은 고통 속에서도 자연이 전하는 묘한 위로와 공감을 암시한다. 세상은 차갑지만, 자연은 언제나 곁에서 우리의 감정을 닦아주는 존재로 표현된다.

먹구름이 던져주던 흠뻑 젖은
요동치는 심상 누구를 원망하랴
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허망함이
목메게 차오르는 울분을 토해낸다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오늘
다시 오지 않기에 소중한 지금
아련한 모습조차 외면한 채
깊은 사연에 빠져든다

그녀의 수심 가득한 깊은 침묵은
강력한 힘을 지녔다 엄습 해오던
떨림의 순간은 유유히 지나 홍등
밝힌 서산의 붉은 미소가 앞길 터준다.

-「지나가는 비」 부분

이경희 시인은 「지나가는 비」는 한때 마음을 뒤흔들던 고통과 울분이, 결국 시간 속에서 흘러가며 새로운 빛을 열어주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시이다. 시인은 ‘비’를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 내면의 폭풍과 정화의 상징으로 사용하여 삶의 심리적 궤적을 그려낸다.

우린 비를 통해 삶의 진리와 사랑의 온도로 절실한 삶이었나 물음을 던져 본다. 비는 언제나 우리 삶에 불현듯 찾아와 마음의 먼지를 씻어 내리는 존재다. 비가 내릴 때 세상은 잠시 멈춰 서고, 사람은 평소 외면하던 감정들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마음을 두드리는 성찰의 문장이며,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조용한 깨달음의 언어다. 「삶의 비」「지나가는 비」를 통해 비는 삶의 고난을 닮았다. 때론 억수같이 쏟아져 마음을 흔들어 놓지만, 그 강한 물줄기조차 결국은 그친다. 폭우와 바람 뒤에 드러나는 들꽃의 미소, 먹구름을 밀어내고 떠오르는 붉은 저녁빛은 비로 인해 더욱 선명해진다. 시련이 지나야 비로소 알게 되는 빛의 가치처럼, 비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시험과 깨달음을 상징한다. 비가 내리면 가장 먼저 세상의 소음이 줄어든다. 그 적막 속에서 우리는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듯 떨어지고, 오래 묵혀 두었던 슬픔과 응어리도 함께 젖어든다. 비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동시에 그 기억을 씻어낼 기회를 주는 존재이다. 흐르는 빗물처럼 감정도 흘려보낼 수 있음을 알려준다.

화자는 비를 통해 무엇을 발견했을까?
삶의 고통 뒤에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성찰의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들이 또 다른 문장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사랑 세월은 흐르고 흘러
아름다운 죄로 살아온 여정이
노을 앞에 아롱지네

달이 해를 가리듯이
겨우 엮어 낸 추억 몇 개를
달구어진 달빛에 녹여내며
사라질 것을 부여잡고 애태우던
시절 또한 허허로움이어라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한 방울로넘치는 대로 버린다

사랑 항아리에 담긴
아름다운 죄 후회는 하지 마시게나.

-「아름다운 죄」 부분

이경희 시인의 「아름다운 죄」는 지나온 사랑의 시간을 ‘죄’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포착해, 인간의 감정이 지닌 아름다움과 불가피한 상처의 흔적을 동시에 품어낸 작품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완전하지도, 영원하지도 않지만, 그 불완전한 속에서 더욱 값진 의미가 생겨난다는 시인의 고백이 고요하게 흐른다.

「사랑 세월은 흐르고 흘러/ 아름다운 죄로 살아온 여정」이라는 구절은 이미 시간이 만든 결론을 암시한다. 사랑은 잘못도 죄도 아니지만, 지나고 돌아보면 후회와 아픔, 미련과 집착이 뒤섞여 스스로에게 죄처럼 남는다. 그러나 그 ‘죄’는 미움이 아닌, 되레 인생을 아름답게 비추는 추억이라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노을 앞에 아롱진다는 표현이 사랑의 그림자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감히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지폐
여기저기 갑질을 하고 돌아 다녀본다

이 집에는 복이 많아 넘치고
저 집에는 늘 모자란다
공평한 세상 똑같이 주고 싶다

하루도 못 산다고
부지런함 없이 지혜롭지
못한 자 어찌 가지려 하는가

운명이라고 포기하는 자
존재는 사람 있는 곳이면
늘 입방아에 오른다.

-「존재」 부분

이경희 시인의 「존재」는 ‘지폐’라는 일상적 사물을 중심에 놓고, 인간 사회의 가치와 욕망을 비판적으로 비추어 낸 사회적 성찰 시이다. 시인은 돈을 의인화해,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힘을 행사하며, 어떤 평가와 기준을 만드느냐를 통해 인간 존재의 민낯을 드러낸다.

「감히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지폐」라는 구절은 돈이 가진 절대적 권력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은 신념이나 도덕보다도 때로는 금전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그 권력 앞에서 쉽게 흔들리고 복종한다. ‘갑질을 하고 돌아다닌다’라는 표현은 지폐가 가진 힘이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비뚤어지게 만들 수 있음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삶 속에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속에서 인간은 사랑하고, 후회하고, 실수하고, 다시 일어서며 살아간다. 그야말로 인간의 가장 진실한 모습을 비추는 공간이며, 결국 우리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그 사랑과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시속의 삶은 늘 복잡하게 얽힌 인간의 욕망과 관계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존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나 믿음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시에서 말하는 믿음은 단순히 세상살이의 번잡함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좇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현실의 풍경은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삶이 중요한 요소들로 자리 잡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4

「흔들림을 잡아주는 미학의 성찰」
흔들림은 인간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조건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내면이 단단하기만 한 순간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야 더 깊이 뿌리내리듯, 인간도 흔들림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이 말하는 ‘미학의 성찰’은 바로 그 흔들림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흔들림은 결코 약함의 징표가 아니라, 성장의 진동이다. 불안 때문에 흔들리고, 사랑 때문에 흔들리고, 욕망 때문에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무게를 배운다. 그 무게는 억압이 아니라 중심을 잡아주는 힘이며, 작품은 이 순간을 미학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흔들림을 피하지 않고 관찰하는 태도 자체가 이미 성찰의 시작이다. 예술의 세계에서도 흔들림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안정된 선보다 흔들리는 선이 더 깊은 진실을 말할 때가 있다. 완벽한 구조보다 약간의 틈이 더 큰 울림을 준다. 이 성찰은 인간의 삶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완벽을 추구하는 순간보다, 불안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 더 아름답다. 흔들림은 우리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결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매서운 바람이 툭 치고
저 바람이 평화를 휩쓸어
굴려 떨어트린다

메마른 손으로 든든한 주춧돌 큰아들
등에 업고 불쌍한 큰딸 안아 얹어 놓고
보기만 해도 아려오는 작은딸도 포갠다

한도랑 옮기며 허리 한번
펴니 반평생 서러워 충혈된
서산 붉게 물들인다

이방인처럼 갈 곳 몰라
떠돌아다니던 무너진 조국 방패막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가족 한
서린 맺힘을 옛이야기로 풀어낸다.

-「외外 바람」 부분

이경희 시인의 「외外 바람」은 자연의 ‘바람’을 통해 한 가족이 견뎌 온 생의 역사를 드러내는 서정적이면서도 민족적 정서가 짙게 흐르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바람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시대적 폭력과 운명의 굴곡, 그리고 가족이 맞아야 했던 자비 없는 현실의 상징은 민족적 기억으로 이어지는 정서의 층위를 통해, 한 가족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준다.


바람에 밀려 산 넘고 강 건너
사연 많은 보따리 풀어 놓은
부둣가는 애증을 갈구한다

날아다니던 청춘 패인
가슴골에 아픔을 묻고
어느새 친숙해진 붉은 구름다리
홀로 건넌다

축 처진 날갯짓으로
익숙한 설움에 빠져들어 간
눈동자 아리고 아리다
-「황혼」 부분

이경희 시인의 「황혼」은 한 인간이 살아온 세월의 마지막 언덕에서, 지나온 시간의 상처와 아픔을 되돌아보는 서정적이고도 깊은 회한의 시다. 시인은 황혼을 단순한 저녁의 풍경이 아니라, 한 생애의 마지막 빛으로 설정하여, 자신의 삶이 지나온 길을 자연 풍경 속에 녹여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시의 여행은 시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시와 여행하며 잃어버린 시간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외外 바람」 외부에서 들이닥친 바람(시대적 폭력, 전쟁, 가난)이 가족의 삶을 흔들고, 생존을 위해 떠돌며 살아야 했던 역사의 무게가 나타난다. 바람은 「조국 붕괴, 떠돌이 같은 삶, 가족의 짐」을 의미한다.

「황혼」 설음은 청춘의 패임, 개인이 감당해 온 아픔
나이를 먹으며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그 싸움이 끝난 뒤 찾아오는 조용한 성찰이다.

바람에 휩쓸리며 흔들렸던 삶은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다져지고, 그 흔들림 속에서 다시 일어선 인간의 강인함이 이 시의 진정한 여운을 만든다. 황혼의 빛은 하루의 끝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가장 투명한 순간이다. 이 시는 그 순간의 고요한 아픔을 섬세한 이미지로 드러내며, 읽는 이를 조용한 감정의 여운 속으로 이끄는 진정한 삶의 조명해 보는 시간으로 성찰해 본다.

이제 이경희 시인의 시집을 마무리하며, 그의 시 세계가 지닌 본질적 의미를 다시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경희 시인은 계절의 흐름 속에 내재된 자연의 이치를 시적 감성으로 포착하며, 순수한 언어의 진리에 근거한 사유의 지평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그의 시에서 발견되는 감정의 결은 단순한 서정의 표출을 넘어, 인간 존재가 겪는 희망·상처·회복의 과정을 자연의 순환과 겹쳐 해석하려는 시적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계절성을 기반으로 한 그의 서정적 접근은, 시적 자아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명확히 드러낸다. 자연과 인간, 시간과 존재의 상호 교류 속에서 그는 언어를 지속적으로 정제하며, 그 과정에서 시적 감수성의 본질을 추구해 간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체험의 기록을 넘어, 보편적 삶을 해석하는 하나의 미학적 틀로 기능한다.

이경희 시인은 ‘서정’이라는 시 장르의 전통적 틀 안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자연의 징후와 일상의 흔들림 속에서 새로운 감정의 단면을 포착하며, 이를 통해 시적 주체가 세계를 읽어내는 방식을 보다 확장된 관점으로 제시한다.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성찰적 감수성은, 결국 인간사가 품고 있는 본질적 진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체념, 순환과 지속을 담담히 드러내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결국, 이 시집은 서정시가 지닌 영원성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성취이다.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동시에 응시하는 이경희 시인의 시적 세계는, 독자로 하여금 삶의 근원을 되묻게 하는 사유의 장을 제공한다. 그의 시집 출간은 단순한 발표의 의미를 넘어, 한국 서정시의 한 갈래가 품고 있는 순도 높은 정신을 재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문학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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