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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티 마을 4권 세트
전4권
이금이한지선 그림
밤티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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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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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밤티 마을 영미네 집』
『밤티 마을 봄이네 집』
『밤티 마을 마리네 집』

저자 소개 2

Lee Geum-yi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1962년 충북 청원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유년기부터 이야기꾼 할머니와 라디오 연속극, 만화책 등과 함께하며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세계 문학 전집을 읽으며 작가 되기를 꿈꿨다.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는 1984년에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새벗문학상에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작가는 1990년대와 2000년대로 이어진 우리 어린이문학의 폭발적 성장과 청소년문학의 태동 및 확장을 이끈 작품을 펴내며 독자와 평단의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1962년 충북 청원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유년기부터 이야기꾼 할머니와 라디오 연속극, 만화책 등과 함께하며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세계 문학 전집을 읽으며 작가 되기를 꿈꿨다.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는 1984년에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새벗문학상에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작가는 1990년대와 2000년대로 이어진 우리 어린이문학의 폭발적 성장과 청소년문학의 태동 및 확장을 이끈 작품을 펴내며 독자와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어린 독자들의 오랜 요청으로 후속작이 거듭 나온 동화 ‘밤티 마을’ 3부작, 우리 어린이문학의 문학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 ‘지금 여기’의 청소년이 품은 상처와 공명한 이야기로 본격 청소년문학의 출발점이 된 『유진과 유진』 등이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의 큰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망나니 공주처럼』 『내 이름을 불렀어』 등의 동화와 『허구의 삶』 『알로하, 나의 엄마들』, 『벼랑』 『소희의 방』 『청춘기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안녕, 내 첫사랑』 등의 청소년소설을 썼다. 50여 권의 책을 냈지만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이가 되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그동안 1985년 소년중앙문학상, 1987년 계몽사아동문학상, 2007년 소천아동문학상, 2012년 윤석중문학상, 2015년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2020년, 2024년엔 작가의 업적 전반을 평가해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어린이청소년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한국 후보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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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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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턴대학교 일러스트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노을이 아름다운 섬 강화도에 살면서 어린이만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쓰고 그린 책으로 『밥 먹자!』 『나랑 같이 놀래?』, 그린 책으로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 『내일도 야구』 『아빠가 떴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기호 3번 안석뽕』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컵 고양이 후루룩』 『지구를 지키는 쓰레기 전사』 등이 있다. “엄마, 아버지. 이제는 계시지 않지요. 당신들과 흙을 일구고 산을 타고 나무를 지고 노을과 함께 내려오던 강화에서의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턴대학교 일러스트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노을이 아름다운 섬 강화도에 살면서 어린이만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쓰고 그린 책으로 『밥 먹자!』 『나랑 같이 놀래?』, 그린 책으로 『딱, 일곱 명만 초대합니다!』 『내일도 야구』 『아빠가 떴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기호 3번 안석뽕』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컵 고양이 후루룩』 『지구를 지키는 쓰레기 전사』 등이 있다.
“엄마, 아버지. 이제는 계시지 않지요. 당신들과 흙을 일구고 산을 타고 나무를 지고 노을과 함께 내려오던 강화에서의 겨울이 참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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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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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밤티 마을에 가면 허물어진 담장 사이로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있는 집을 볼 수 있지요.
--- 본문 중에서

큰돌이는 팔베개를 하고 벌렁 누웠습니다. 파란 하늘에 솜구름이 두둥실 떠 있습니다. 구름 속에 숨어 있던 해가 나오자 큰돌이는 눈이 부셔 두 눈을 감았어요. 갑자기 엄마가 생각났어요. 환히 웃던 엄마 얼굴, 포근하던 엄마 품속, 목욕을 시켜 주던 손길……. 말썽을 피워 혼나던 일까지도 그리웠습니다.
--- p.34

방 안에서 신발을 신고 팔짝팔짝 뛰던 영미가 팽그르르 맴을 돌았어요.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큰돌이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어요. 샘이 나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 pp.40-41

큰돌이는 꽃이 져 하얀 깃털을 달고 있는 민들레를 꺾었어요. 후, 하고 불자 민들레 씨앗이 솜털 낙하산을 타고 두둥실 날아갔어요. 큰돌이는 뿔뿔이 헤어져 살고 있는 자기네 가족이 영락없이 민들레 꽃씨처럼 보였어요. 그 씨앗들은 내년에 또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 p.67

영미는 찔레 순을 맛보고 싶어졌어요. 오빠와 함께 먹던 때를 생각하면서요. 영미는 장미 순을 향해 손을 뻗었어요. “아야!” 영미는 오빠처럼 가시에 손등을 찔렸어요. ‘오빠도 이렇게 아팠겠구나.’ 아픈 것보다 그 생각이 먼저 떠올랐어요.
--- p.78

“큰돌아, 얼른 나와서 밥 먹어라.” 아줌마가 밖에서 말했습니다. ‘난 절대로 엄마라고 안 부를 거야. 꼭 팥쥐 엄마같이 생겨 갖곤.’ 큰돌이는 마음속으로 꼭꼭 다짐했어요.
--- p.91

큰돌이는 신기해하며 아빠를 보았어요. 아빠 얼굴이 저렇게 환히 빛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큰돌이는 아빠가 변한 게 지금까지 팥쥐 엄마 때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일할 때 표정을 보니 아빠 스스로도 바뀌어 가는 것 같았어요.
--- p.102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요. 팥쥐 엄마 손만 닿으면 아무리 낡고 허름한 물건도 다시 쓸 만한 것으로 변하니 말이에요. 팥쥐 엄마의 어느 구석에 그런 재주가 숨어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 p.104

영미의 보물 상자엔 학용품뿐 아니라 비누, 칫솔, 아빠 면도기, 엄마가 먹고 남은 감기약 같은 것들도 담기기 시작했어요. 오빠 생각을 하면 할아버지와 아빠도 저절로 떠올랐거든요. 감기약을 먹으면 할아버지 기침도 나을 거예요.
--- p.114

꼭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도 잊고, 하나뿐인 동생도 잊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걸까요. 그렇게 사는 게 잘하는 걸까요. 큰돌이는 새 방에 누워서 생각에 잠겼어요. 팥쥐 엄마가 처음처럼 밉지 않은 것도 은근히 걱정되었어요.
--- pp.121-122

팥쥐 엄마는 아무런 대답 없이 큰돌이 얼굴을 가만가만히 닦았습니다. 하지만 큰돌이는 팥쥐 엄마가 마음속으로 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팥쥐 엄마 얼굴에 물살처럼 번지는 미소를 볼 수 있었거든요.

--- p.150

밤티 마을에 가면 가을 햇살에 지붕이 반짝반짝 빛나는 집이 있어요.
--- 본문 중에서

“비누 향이 참 좋구나!” 팥쥐 엄마가 세숫비누 냄새를 킁킁 맡았어요. ‘그 비누, 엄마가 쓰세요.’ 그 말은 큰돌이 마음속에서만 맴돌 뿐이었어요.
--- p.14

영미는 땅바닥에 낙서를 하며 모르는 척했어요. 아이들이 삐삐 같다느니, 도깨비 뿔 같다느니 하며 머리 모양을 놀릴 때보다 더 창피했어요. 얼굴에 수두 흉터가 가득한 팥쥐 엄마가 자기 엄마라는 사실이요.
--- p.21

“국 맛있으니까 다 먹고 더 받으러 와.” 팥쥐 엄마가 걸걸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속삭였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는지 모르겠어요. 큰돌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식판을 들고 돌아섰어요.
--- pp.37~38

순간, 큰돌이는 팥쥐 엄마가 참 예뻐 보였어요. 팥쥐 엄마 얼굴에 엄마 얼굴이 겹쳐 떠올랐어요. 왜 이제야 온 건지, 왜 좀 더 빨리 오지 않았는지 큰돌이는 슬며시 엄마가 원망스러워졌습니다.
--- p.74

“참, 팥쥐 엄마는 이름이 뭐야?” 영미는 대답 대신 엉뚱한 걸 물었어요. “여태 몰랐냐? 정, 옥 자, 순 자, 정옥순 씨잖아.” 큰돌이가 어이없어했어요. “말해 준 사람도 없었잖아. 어떤 엄마가 더 좋은지 잘 모르겠어. 은선 엄마하고 옥순 엄마 중에 누가 더 좋으냐고 물으면 말할 수 있는데.”
--- pp.81~82

“으앙!” 갑자기 영미가 두 다리를 쭉 뻗더니 울음을 터뜨렸어요. 팥쥐 엄마가 깜짝 놀라 쫓아 들어왔어요. “왜 맨날 나만 가라고 해? 나도 밤티 마을 집이 좋단 말이야. 그런데 왜 나만 미워하냐고.” 영미가 서럽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 pp.88~89

팥쥐 엄마 품에 안긴 영미가 투정 부리듯 말했어요. “다 오빠만 좋아해. 사람들도 다 큰돌이 아빠, 큰돌이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우리 집도 큰돌이네 집이라고 하잖아.” 큰돌이는 웃음이 나왔어요. 아빠도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영미네 집 해라, 영미네 집 해.” 큰돌이는 큰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렇게 하면 다시는 영미가 떠날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 p.89

큰돌이는 팥쥐 엄마가 처음 왔던 날이 생각났어요. 누군가 마당을 말끔히 쓸었는데 꽃도 진 민들레들은 그냥 놓아두었지요. 큰돌이는 그때부터 팥쥐 엄마 마음이 곱다는 걸 알았어요. 민들레 꽃씨처럼 외롭게 떠돌며 살아온 팥쥐 엄마는 또다시 어디로 간 걸까요.
--- p.91

“영미야, 우리 하는 데까지 해 보자.” 팥쥐 엄마는 영미를 꼭 끌어안고 새빨개진 얼굴로 계속해서 뛰었어요. 다른 아이들이 모두 결승선을 넘은 뒤에도 팥쥐 엄마는 멈추지 않았어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앙다문 채 앞만 바라보며 뛰었어요. 팥쥐 엄마의 거친 숨소리가 영미 가슴속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 p.109

밤티 마을에 가면 담장 너머로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집이 있어요.
--- 본문 중에서

팥쥐 엄마는 딸을 낳았어요. 거기까진 정말 좋았지요. 영미도 여동생을 바랐으니까요. 그런데 봄이가 가족의 사랑을 모두 다 가져가 버린 거예요. 이제 아무도 영미에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 p.15

어른들 말에 영미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부글거렸어요. 잘못이라고 하면서도 영미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치, 내 걱정보다는 봄이 돌잔치 망치지 않은 게
더 먼저인 거야.’ 영미 마음은 더 꽁해졌어요.
--- p.26

“난 그전에 쑥골 할머니네 집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엄청 부러웠어. 그런데 요새 우리 집이 그래. 저녁마다 봄이 보면서 다 같이 웃잖아. 그럴 때면 막 행복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봄이가 더 좋아.”
--- p.50

“봄이 키우면서 그런 생각 많이 한다. 우리 영미 아기 때는 어땠을까? 우리 영미도 요렇게 예쁜 아기였겠지. 봄이가 있어도 나한테는 영미 네가 첫딸이야. 봄이보다 널 먼저 만났으니까…….” 등을 타고 들려오는 팥쥐 엄마 목소리가 영미 가슴속으로 흘러들었어요. 영미는 팥쥐 엄마 등에 살며시 뺨을 대었어요.
--- pp.56-57

영미는 아빠가 봄이를 끌어안고 뺨을 비비던 모습이 생각났어요. 봄이가 아프다는 걸 알면 당장 달려올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전처럼 샘나지는 않았어요. 영미는 언니니까요.
--- p.65

고추가 빨갛게 익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큰돌이와 영미는 아침마다 밭에 가서 빨간 고추를 땄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었어요. 아침 먹기 전에 혼자 밭에 가서 고추를 따 온 큰돌이를 보고 다음 날부터 영미도 함께 갔어요.
--- p.83

“밭에 고추가 주렁주렁 달린 걸 보면, 저게 다 돈이지 싶어 기운이 부쩍부쩍 솟는걸. 나도 거실 널찍하고, 수도꼭지만 틀면 뜨신 물 콸콸 나오는 새 집에서 좀 살아 보고 싶어. 애들한테도 방 하나씩 주고. 내년엔 봄이도 더 크니까 좀 나아질 거야.”
--- p.88

늘 씩씩하던 엄마가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다니요. 고추 농사를 망치면 컴퓨터를 살 수 없겠지요. 어젯밤만 해도 컴퓨터가 생기는 꿈에 부풀어 잠이 들었는데 그만 그 꿈이 비바람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큰돌이는 벽에 기댄 채 쪼그려 앉았습니다.
--- p.98

“아버지는 애 하나도 제대로 못 보고 뭐 하셨대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어요?” 아빠가 할아버지에게도 소리를 질렀습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눈물을 글썽였어요.
--- pp.113-114

“태풍 덕분에 정신이 들었어요. 새 집 짓고, 내 땅 갖는 게 꿈이긴 했지만 식구들하고 동네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고추 농사 망쳤어도 이젠 속 안 아파요. 가족에게 아무 일없는데 그깟 한 해 농사 망친 게 무슨 대수라고요.”
--- p.129

영미의 발표를 듣는 팥쥐 엄마 눈가가 붉어졌어요. 아빠는 영미를 자랑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어요. 할아버지도 함박웃음을 지었고요. 큰돌이는 영미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였지요.

--- p.134

마리네 집 위층에 드디어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오는 날입니다.
--- 본문 중에서

마리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여느 한국 아이들과 다를 게 없지요. 그런데 마리가 네팔 사람인 걸 알면 아이들은 갑자기 달라졌어요. 놀리거나 신기해하는 것도 싫었지만 더 친절해지는 것도 좋지만은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마리는 아이들과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생기는 걸 느끼곤 했어요.
--- p.19

아줌마는 요술 손이라도 가진 것처럼 옥상을 멋지게 바꾸었어요. 마리는 채소 싹보다 옥상 풍경이 더 궁금할 정도였어요. 탁자에 앉아서 숙제를 하거나 동화책을 읽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았어요. 삼겹살도 돗자리보다는 탁자에 앉아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았고요. 하지만 어림없는 일이겠지요.
--- pp.34~35

“어릴 때 키우기 힘들다고 나를 다른 집에 보냈던 거 잊었어?” 물을 주던 마리의 손이 멈칫했어요. 아줌마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요. 엄마가 마리를 키우기 힘들다고 다른 집에 보낸다면 얼마나 무섭고 슬플까요. “나, 그때 여섯 살이었어. 다시 돌아와서 겨우 적응하고 있는데 이번엔 친엄마한테 가라고 했잖아.” 아줌마의 엄마 아빠가 헤어져 살았나 봐요.
--- pp.41~42

마리는 아줌마가 준 막대를 고추 옆에 꽂고 끈으로 서로를 묶었어요. 이제 고추는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을 거예요. 마리는 아기 고추가 된 듯 든든했어요. 문득 아줌마는 오이고추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추는 고추인데 안 매운맛 고추요.
--- pp.81~82

“영미 이모도 업어 주셨어요?” 마리가 반갑게 물었어요. “그래, 영미도 너처럼 산소 앞에서 울고 있었지. 삼십 년이 다 돼 가네. 휴,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할머니 목소리가 노을처럼 마리의 가슴을 물들였어요. 울고 있는 어린 영미와 팥쥐 할머니 등에 업힌 영미 모습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 pp.136~137

“십 년 아니라 삼십 년이 됐어도, 물에 떨어진 기름방울처럼 겉도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 할머니 말에 이번엔 이모의 표정이 멈칫했어요. 물에 떨어진 기름방울.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잖아요. 할머니는 언제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요.
--- p.148

마리는 엉엉 울면서 말했어요. “뭐가 나를 위해서야? 내 마음도 있는데 왜 엄마 아빠 마음대로만 해? 큰 학교에 다녀도 나는 친구 없어. 현서 엄마가 생일 파티에 나는 데려오지 말라
고 했대. 애들은 내가 한국 사람 아니라고 싫어하고, 네팔 사람들은 나한테 한국 애 다 됐다고 뭐라고 하잖아. 나보고 어쩌라고. 그게 내 잘못이야? 자꾸 이사 다니는 거 정말 싫어. 오래오래 한집에서 살면서 친구도 사귀고 싶고, 친구들 부를 수 있게 내 방도 갖고 싶다고!”

--- pp.165~164

출판사 리뷰

아직도 어딘가에 있을 ‘밤티 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다시금 태어난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개정판을 내면서 작가가 가장 고심한 것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의 마음이다. ‘밤티 마을’이라는 장소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허구지만, 지금도 어딘가에 ‘밤티 마을 사람들’은 존재한다. 이 이야기가 세대를 뛰어넘어 30년 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직도 어딘가에 있을 큰돌이, 영미, 봄이 그리고 팥쥐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 쑥골 할머니를 소환해 대사를 매만지고 이야기를 다듬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팥쥐 엄마 캐릭터에 의미를 더 부여하고 무게를 실었다. 이전 판본에서 팥쥐 엄마가 새엄마의 전형인 ‘나쁜 새엄마’의 캐릭터를 전복하는 힘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 개정판에서는 인간 ‘정옥순’에 좀 더 초점을 맞춰 그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새롭게 들려준다. 엄마라는 역할에 덧씌워지는 ‘모성 신화’를 극복한 지점이다. 팥쥐 엄마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의 마음도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특히 어른들의 결정이나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영미에게 좀 더 말할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자기 마음을 펼쳐 보이도록 했다. 아빠의 거친 언행 역시 손보며 지금 세대에 맞지 않는 표현을 새롭게 바꾸기도 했다.

‘밤티 마을 이야기’의 힘은 바로 살아 있는 인물들에 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평범한 우리 이웃의 모습이자 곧 내 모습이다. 일상적인 풍경에서 소시민의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이 연작이 앞으로의 독자들에게도 가 닿을 수 있도록, 인물들 하나하나의 말과 행동을 세심하게 살펴본 작가의 애씀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밤티 마을 이야기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고전 ‘밤티 마을’ 연작 시리즈가 새 옷을 입었다. 출간 30주년을 기념하여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밤티 마을 영미네 집』, 『밤티 마을 봄이네 집』의 이야기를 변화된 시대 감각에 맞춰 정성스럽게 다듬고 새로운 그림을 입혀 전면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더불어 네 번째 이야기 『밤티 마을 마리네 집』도 새롭게 선보인다. 다시금 태어난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물들의 또 다른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추천평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질문 하나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문학적 사유의 힘, 자동화된 사고를 폐기했을 때 펼쳐지는 낯선 세상,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경험한다. - 유영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새롭게 펴낸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이 부모와 자녀, 어른과 아이,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는 다리가 되었으면 해요. 또한 오랜 세월 한결같이 큰돌이네 가족을 사랑해 주신 독자들께 고마움과 사랑을 전합니다. - 이금이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작가)
농사를 망쳤어도 가족이 있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 과정에서 식구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정옥순 씨의 모습이 그려진다. 『밤티 마을 봄이네 집』은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아이와 어른 모두 같다는 점, 또 실수와 실패를 통한 성장 역시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 송수연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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