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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첫 자서전
하루걸러 다른 나라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건축가 구마 겐고. 자신을 ‘경주마’에 비유하며 레이스하듯 세계를 달린다. 3.11 대지진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한 그의 작음, 약함, 자연스러움의 건축 철학과 즐겁고도 정신없는 35년 건축 여정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2014.04.08.
예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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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를 달리다
세계일주 티켓 / 건축가는 경주마 / 20세기 건축가들의 출세 경로 / 건축의 전투 능력 / 새롭게 등장한 클라이언트 / 언제나 이익을 생각하는 중국 / ‘문화’와 ‘환경’의 국가 중국? / 못 해 먹겠네! / ‘구마 겐고’라는 브랜드 / 중국의 오너문화, 일본의 샐러리맨문화 / 예를 다한 연애 / 프랑스인은 역시 노련해 / 미디어와 건축을 지배하는 유대인 / 망상에 가까운 장대한 러시아인의 꿈 / 해적판이 나오다니 축하해 / 나란 인간은 촌놈이구나 2. 가부키극장이라는 도전 영예보다 무거운 어려움 / 새로운 건물은 칭찬받지 못한다는 법칙 / 화려한 가부키극장 / 모더니즘과 스키야의 융합 / 가라하후을 놓고 벌어진 공방 / 도쿄에 바로크를 / 옥신각신한 덕에 /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가부키월드 / 가위에 눌리다 3. 20세기 건축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세기의 발명’ / 새하얀 집과 시커먼 석유 / 오일쇼크로 최초의 좌절 / 샐러리맨 경험 / 뉴욕 지하에서 일본 험담 / 토론을 중시하는 덫 / 다른 장소에서 승부해주지 / 르코르뷔지에와 콘크리트 / 안도 다다오와 콘크리트 / 머리가 아니라 완력 / 인간심리를 이용한 콘크리트 / 맨션을 소유하는 ‘병’ / 콘크리트혁명을 넘어서기 위해 / 포기를 알면 인생이 재미있어진다 / 외로운 어머니 / 더 외로운 샐러리맨 / 해안에도 난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공무원들 / 현장이 없는 사람들 / 다시 ‘공생’을 생각하다 4. 20세기에 반기를 들다 거품 덕에 받은 엄청난 비난 / 오른손을 못 쓰게 되다 / 지방이라는 주름 / 보이지 않는 건축을 / 보이지 않는 건축의 진화 / 예산 없음 = 아이디어 / 최대한 돌을 사용하다 / 라이트의 건축과 이어지다 / 졸부 스타일의 유행 / 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나 / 고생, 각오, 도발, 돌변 / 가자, 현장으로 / 자신의 기준을 뛰어넘다 / 중앙을 싫어하는 비뚤어진 인간 / 불황에 고마워하다 / 원점에 있는 낡은 집 / 일본은 왜 세계적인 건축가를 배출하는가 5. 재해와 건축 건축가의 임사체험 / 인류사를 바꾼 리스본대지진 / 죽음을 잊고 싶은 도시 / 죽음 가까이 있는 건축가 /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 부수는 방법도 하나가 아니다 6. 약한 건축 허무를 넘어 / 건축혐오 / 격렬한 이동이 건축가를 단련시킨다 / 직접 만나는 것이 필요한 이유 / 초속으로 판단하다 / 뛰어난 인재를 간파하는 면접, 당일 설계 / 조직 운영도 능력 가운데 하나 / 욕먹고 싶지 않아요 / 행복한 자기회의 / 반상자의 집대성 / 디스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이다 / 진지하게 즐거움을 즐기다 |
Kuma Kengo,くま けんご,畏 硏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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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한국어판에 부치는 글: 건축가, 달리다」에서
한국을 달리는 것이 제게는 너무나 즐겁고, 느끼는 점이 많은 일이었습니다. 그 체험을 통해 문살에 한지를 붙이는 방법과 돌을 이용하는 디테일 등 몇 가지 한국건축의 기술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한국건축이 좋아졌습니다. 한국건축의 이런 디테일은 제 건축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제 건축은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한국을 달리며 제 안에서 한국과 일본이라고 하는 국경은 녹아버린 듯합니다. 국경은 사라졌지만 곳곳의 장소가 이전보다 강한 개성을 발휘하는 상태, 그런 상태를 만들기 위해 저는 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27쪽, 「세계일주 티켓」에서 만일 수트케이스를 가져갔다가 공항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그 이후의 여정이 엉망이 되니 절대 가기고 가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짐으로 어떻게 여행할지에 대해서는 복장을 포함해서 이미 연구를 마친 상태입니다 68쪽, 「나란 인간은 촌놈이구나」에서 한국은 일본 기업에 진정한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특히 그들의 세계화 DNA가 경제 위기를 넘긴 뒤에 자신감을 얻어 한번에 가속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 클라이언트의 자신감과 높은 뜻을 보고 있으면 ‘아아, 나는 일본이란 촌에 사는 놈이구나.’ 하는 씁쓸한 기분이 드니까요. 96쪽, 「도쿄에 바로크를」에서 “당신은 언제 건축가가 되기로 했습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1964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제가 국립요요기경기장에 발을 내디뎠을 때 입니다. 그 아름다운 지붕의 곡면을 핥으며 쏟아지는 빛의 모습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103쪽, 「가위에 눌리다」에서 제 안에 있는 건축의 이상을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과 모든 사람의 생각이 들끓는 현실과의 딜레마를 이겨내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만들고 있는 행위 자체를 즐기면 됩니다. 만드는 일은 즐겁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더 즐겁습니다. 151쪽, 「외로운 어머니」에서 어머니의 즐거운 표정을 보게 된 건 당신이 큰맘을 먹고 밖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바쁘다, 바빠.” 하며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활기차게 일하러 나가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존재가 제 건축의 원점입니다. 173쪽, 「거품 덕에 받은 엄청난 비난」에서 M2는 격렬한 비난을 받으며 ‘거품의 상징’이라는, 저로서는 완전히 번지수가 다른 비판을 수없이 들어야만 했습니다. 건축계의 모더니스트들에게는 역사적인 단어들을 맥락 없이 이리저리 사용한 건축은 당치도 않은 일이었고,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게는 자신들의 ‘역사 회귀’가 조롱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을 테고요. 그런 탓에 양쪽 모두에서 적대시됐습니다. 215쪽, 「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나」에서 어렴풋하게나마 그 ‘장소’를 몸에 익으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관계를 만듭니다. 알게 된 사람들과 차를 마시고 술잔을 나누며 지역이나 특산품 자랑을 듣습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동료가 생기고 소재와 만납니다. 소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동료만으로도 부족합니다. 둘을 다 수중에 넣고 교유하면서 그 ‘장소’에 필요한 건축이 보이는 것입니다 248쪽, 「건축가의 임사체험」에서 정리된 것과 쓰레기, 선과 악, 또는 삶과 죽음을, 우리는 나눠서 생활해왔지만, 그곳에는 그것을 초월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인간 생활의 세부적인 모습이 사라졌을 때의 균일감과 파편이 자연물로 보일 정도로 분쇄된 모습에 말을 잃은 저는 건축가로서 일종의 임사체험에 가까운 경험을 한 것 같았습니다. 283쪽, 「건축가는 격렬하게 이동하면서 단련된다」 2박 3일로 프랑스에 갔다가 일단 일본에 돌아온 다음 날 다시 프랑스로 입국, 다음 날부터 이탈리아, 크로아티아에서 각각 2박을 하고 일본으로 귀국, 그다음 주에는 칠레, 미국, 캐나다를 거쳐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에서 1박씩 하고 일본으로 귀국, 낮에는 나라의 현장을 보고 오사카에서 회의를 하고 밤에는 교토에서 강연회, 신칸센 막차를 타고 도쿄로 돌아와 다음 날 새벽에 중국으로 출발……. 저 자신도 아득할 지경입니다. 292쪽, 「뛰어난 인재를 간파하는 면접, 당일 설계」에서 해외를 하루걸러 전전하는 가운데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는 기본은 ‘사람을 믿는 것’입니다. 저는 사무소 스태프의 능력을 믿습니다. 믿기에 충분한 인재를 모으기 위해 저 스스로 짜낸 ‘당일 설계’라는 면접 방법이 있습니다. 스태프는 모두 제가 면접합니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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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매우 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건축을 합니다 동료와 함께 말입니다 매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달리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첫 자서전 건축가 구마 겐고는 자신을 ‘경주마’에 비유하며 레이스하듯 세계를 달린다. 하루걸러 다른 나라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 그에게는 일상이다. 그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단단하고 깨끗한 건축에서 되도록 먼 건축을 지향해왔다. 3 11대지진 이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그가 조용히 주장해온 작음, 약함, 자연스러움, 이음, 죽음의 건축 철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도 그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이 하나 둘 세워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건축』 『연결하는 건축』 『약한 건축』 『삼저주의』 등으로 한국에 소개된 구마 겐고. 가족과 집을 뜯어고치는 것이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에서 건축 데뷔작 M2의 쓰디쓴 실패, 기로잔전망대, 돌미술관 등 지역의 재료를 최대한 이용한 건축, 사람이 함께 만드는 아오레나가오카, 일본 건축가의 최대 영예인 제5대 가부키극장까지 그의 즐겁게 정신없는 35년 건축 여정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시각 문화 전문 출판사 안그라픽스의 크리에이터를 다룬 ‘나’ 시리즈의 후속편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던지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 안그라픽스는 2009년 게릴라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를 소개했다. 안도 다다오가 “생각의 자유를 잃지 않는 열정을 청춘이라고 한다면, 그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 마음가짐이다.”라 말했듯 구마 겐고 역시 근본적인 인간과 건축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 물음은 건축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삶을 대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만드는 일은 즐겁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더 즐겁습니다. 인간은 약하기 때문에 건축을 합니다. 동료와 함께 말입니다.” 새롭게 변모하는 중국, 노련한 프랑스, 한국에서 나는 촌놈…… 오늘도 세계를 달린다 구마 겐고가 출장을 갈 때 챙기는 물건은 낡은 검은색 가방 단 하나뿐이다. 주로 꺼내는 것은 도면이나 원고를 확인하기 위한 아이패드로, 기계를 감싼 가죽 커버 앞면에는 각 나라 통신회사 정보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프랑스에 갔다가 일본에 돌아온 다음 날 다시 프랑스로, 다음 날에는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에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그 다음 주에는 칠레, 미국, 캐나다를 거쳐 알바니아로……. 한국에 올 때면 그는 자신이 ‘일본이라는 촌에 사는 촌놈’처럼 느껴진다. 한국에서 바라본 일본은 난방 기구인 고타츠 안에서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너무나도 여유롭기 때문이다. “요즘, 특히 그들의 세계화 DNA가 경제 위기를 넘긴 뒤에 자신감을 얻어 한번에 가속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 클라이언트의 자신감과 높은 뜻을 보고 있으면 ‘아아, 나는 일본이란 촌에 사는 놈이구나.’ 하는 씁쓸한 기분이 드니까요.” 그의 매일은 다른 나라에서 아침을 맞는 생활이다. 아침마다 ‘오늘은 베이징에 있군.’ ‘오늘은 파리에 있네.’ 하며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낡은 목조가옥 구석구석을 뜯어고치는 게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 일찍이 구마 겐고에게 건축은 ‘영원히 단단한 것’이 아닌 ‘언제나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는 1954년 요코하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집은 낡은 목조가옥이었고, 주말에는 가족과 집 구석구석을 뜯어고쳤다. 그 과정은 대부분 토론으로 이뤄졌는데, 어린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논리를 세워야 했다. “저도 제주장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아이였지만 자료를 모으거나 논리를 세우는 등 다양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때부터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는 ‘묘하게 가부장적인’ 그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어린 그는 아버지 앞에서 아나운서처럼 “아에이오우” 연습을 하고, 입을 옷의 소재에 대해서도 ‘검열’을 받아야 했다. 또한 아버지는 어린 그에게 독일의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가 디자인한 담배상자를 보여주며 상자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작음, 약함, 자연스러움, 이음, 죽음, 소재주의 등 구마 겐고 건축의 ‘8할’은 이런 어린 시절의 집안 분위기에서 비롯한 셈이다. 반듯하고 깔끔한 건축에서 되도록 더 멀리 작음, 약함, 자연스러움, 이음, 죽음의 철학을 건축으로 실천해온 구마 겐고 구마 겐고가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964년 국립요요기경기장에 들어섰을 때이다. “그 아름다운 지붕의 곡면을 핥으며 쏟아지는 빛의 모습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이후로도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저는 그 빛 아래에서 헤엄치고 싶어서, 여름이 되면 요코하마에서 전차를 타고 일부러 국립요요기경기장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1973년 일어난 제1차 오일쇼크로 그가 도쿄대학 건축과에 입학한 뒤 건축은 사양산업이 되었다. “아니지, 그건 말이야…….”가 입버릇이었던 삐딱한 청년 구마 겐고에게 바뀐 환경은 건축에 대한 미신과 환상이 사라진 계기가 되었다. “건축은 시대의 꽃에서 사양산업으로 역전됐고, 건축의 꿈도 미국에 대한 동경도 사라졌습니다. 그때 ‘아아, 모든 게 허구였구나.’ 하고 생각하며 오히려 후련한 마음이 들었던 걸 기억합니다.” 그 이후 그는 20세기 건축을 대표하는 ‘영원히 단단한’ 콘크리트와 반듯하고 깨끗한 ‘미국적인’ 것에서 되도록 먼 건축을 찾아 헤맸다. 이는 콘크리트의 세계였던 미국을 체류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작고, 약하고, 자연스럽고, 잇는 건축의 시간이 그의 주변에 흐르기 시작했다. 콘크리트의 건축은 돌이킬 수 없는 건축이다. 한번 만들면 고치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워 약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