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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11
1장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 23 2장 쇼팽, 스케르초 B단조 … 51 3장 쇼팽, 에튀드 C장조 … 74 4장 브람스, 인터메초 E♭장조 … 103 5장 쇼팽, 에튀드 E♭장조 … 111 6장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B♭단조 … 132 7장 쇼팽, 발라드 2번 F장조 … 155 8장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4번 C단조 … 187 9장 쇼팽, 스케르초 3번 C#단조 … 204 10장 쇼팽, 「영웅」 폴로네즈 A♭장조 … 223 11장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C장조 … 246 12장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F단조 … 260 13장 바흐,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1번 B단조 … 271 14장 쇼팽, 「화려한 왈츠」 A♭장조 … 285 15장 쇼팽, 에튀드 A♭장조 … 315 16장 쇼팽, 에튀드 G#단조 … 332 17장 쇼팽, 즉흥환상곡 C#단조 … 347 18장 쇼팽, 마주르카 1번 B장조 … 353 19장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B♭단조 3악장 … 362 20장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B♭단조 1악장 … 380 21장 브람스, 발라드 op.35 … 390 22장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5번 F단조 … 404 23장 무소륵스키, 닭발 위의 오두막 … 429 24장 무소륵스키, 지하묘지 … 438 25장 쇼팽, 에튀드 C단조 … 451 옮긴이의 말 … 459 |
Nikolai Grozni
崔旻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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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들을 위한 소피아 음악학교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내 집이다. 나는 일곱 살 때 피아노와 청음 시험을 통과한 이후로 쭉 이 학교를 다녔다. 복도에 발을 디디면 마치 다른 우주로 이동하는 듯하다. 퀴퀴한 공기, 땅딸막한 동네주민들, 청동으로 만든 우상들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소리로 이루어진 무한한 천상의 도시가 나타난다. 수십 명의 소프라노 음성이 지하실 타악기과에서 흘러나오는 드럼과 팀파니의 우렁우렁하는 소리와 충돌한다. 비브라폰, 튜바, 트럼펫의 소리도 있다. 그랜드피아노 위에서 반음계 화음 진행을 연습하는 누군가가 공간의 경계를 구부려 새로운 차원을 열어젖힌다. (본문 13쪽)
“이번엔 이길 거야.” 이리나는 바이올린 활로 내 교복 바지에서 셔츠자락을 뽑아내려고 애쓰며 말했다. “이번 판이 끝나기도 전에 넌 학교 안을 홀딱 벗고 뛰어다니게 될걸.” “아까 했던 소리네.” 나는 그녀에게 상기시킨 뒤 가방 안의 내용물을 다 꺼내 피아노 위로 올렸다. 쇼팽의 프렐류드, 에튀드, 발라드, 스케르초,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스크랴빈의 소나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본문 24쪽) 예를 들면, 이반은 4성 푸가를 딱 한 번 듣고 첫 열 마디를 악보에 옮겨 적을 수 있었다. 거의 병이나 다름없는 천재적인 재주였다. 학교에서 가장 잘 훈련된 귀를 가진 학생도 단선율을 한 번 듣고 옮겨 적을 수 있는 건 일곱이나 여덟 마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애는 리사이틀을 하러 무대로 걸어나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자기 보호본능에 굴하지 않고 양팔을 등뒤로 날개처럼 쫙 폈던 걸로 유명했다. 코가 부러지고 눈썹이 찢어졌지만 이반은 활과 악기를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았고, 나중에 설명하기를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엄청난 실수”가 됐을 거라고 했다. (본문 42쪽) “넌 꽃을 잊어버리게 될 거야.” 그녀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종이에 그린 양이 걷는 길을 놓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온갖 부패에 익숙해지겠지. 그러면 절대 다시 연주할 수 없게 돼.” 그녀가 옳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른들은 녹턴을 연주할 수 없다. 그들의 연주를 따라해보라. 루바토, 말문이 막히는 화성 해결, 거짓된 좌절, 연출된 신랄함. 토악질이 나온다. 학부에서 연중 열리는 필참 연주회 중 하나에 가서 B단조 녹턴이나 프렐류드 4번을 프로그램에서 볼 때마다 식은땀이 솟았다. 제발 녹턴을 가만 좀 놔두라고! 멍청한 로봇들. (본문 70쪽) “천재는 특정한 무언가에 대한 지식을 타고난 사람이야. 봐, 바딤은 연습을 할 필요가 없어. 들어본 적도 연주해본 적도 없는 곡들을 기억한다고. 에튀드 악보를 보자마자 실제 템포로 연주해. 젠장, 마음만 먹으면 〈미완성 교향곡〉도 다 칠 수 있을걸. 농담이 아냐. 다른 시대에어 와서 여길 여행하는 사람 같아.” (본문 101쪽) “넌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 콘스탄틴. 늙은 집시가 길에서 네 엄마를 불러 세운 다음 네가 음악적 재능이라는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을 때부터. 네가 피아노에 손을 댄 순간부터 널 위해 문이 열렸어. 이 길은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선택된 길이야.”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몸을 숙여 내 눈을 보았다. “지금 네겐 선택권이 없어. 넌 일생을 음악가로 살 거야. 그러지 않으면 도중에 스스로를 파괴하겠지.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본문 162쪽) “피아노는 어쩌고?” 내가 그의 뒤에서 외쳤다. 바딤은 걸음을 늦췄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다 잊어버릴 거야.” 바딤이 날 돌아볼 때 그의 얼굴에는 신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본문 246쪽)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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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겐 선택권이 없어. 넌 일생을 음악가로 살게 될 거야.
안 그러면 스스로를 파괴하겠지.” 베를린 장벽 붕괴 2년 전인 1980년대 말, 온통 잿빛인 동구권 불가리아의 도시 소피아의 하늘. 그 아래, 음악 영재들을 위한 학교인 소피아 음악학교가 있다. 열다섯 살의 피아노 신동 콘스탄틴은 이 특별한 음악 감옥에서 피나는 연습과 피 튀기는 경쟁 속에 유년기를 오롯이 보냈고, 이제는 방황하는 사춘기를 맞고 있다. 온 세계가 동과 서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소련과 미국으로 나뉜 냉전시대.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모은 소피아 음악학교에서는 음악뿐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 유지에 필요한 기계적인 체제 순종형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 낡은 이념을 아이들의 머리에 강제로 주입하려 한다. 체제의 꼭두각시인 선생들과 그들의 뜻에 양처럼 순종하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학교, 아들이 음악에는 천재인 동시에 체제에는 순종적이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부모, 이 둘 모두를 끔찍이 경멸하고 증오하는 콘스탄틴은 오직 음악을 통해서만 위안을 얻고 해방감을 맛본다. 그와 그의 패거리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반항심을 품은 채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여학생을 꾀어 다락에 숨어 섹스를 하는 등, 저항들을 일삼으면서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그와 뜻이 통하는 이들은 헌신적인 피아노 강사 카티야 선생과 그 밑에서 함께 배우는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일 년 선배인 바딤, 그리고 집시의 피가 흐르는 이리나라는 아름다운 바이올리니스트 소녀뿐이다. 그리고 가끔은 강제노동수용소를 전전하다 겨우 생존한 일흔일곱 살의 먼 친척 일리야 삼촌을 만나 불가리아의 참혹한 근대사의 장면들을 듣고 분노에 떨기도 한다. 하지만 콘스탄틴은 공산주의만 증오하는 게 아니다. 그가 보기에 동과 서는 모두 미치광이들이 판치고 있는 지옥일 뿐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날카로운 감성, 〈빌리 엘리어트〉의 감동! 그런 콘스탄틴을 따뜻하게 감싸는 피아노 강사 카티야 선생은 그에게 앞으로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참으라고, 그러면 그가 하고 싶은 대로 음악에만 헌신하면서 살 수 있다고 간곡하게 부탁한다. 콘스탄틴은 학교에서 이른바 불량 학생으로 ‘찍힌’ 문제아이지만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 덕에 간신히 퇴학을 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미 여러 가지 사건으로 선생들의 눈밖에 난 콘스탄틴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려면 이제부터 말썽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1988년의 가을, 카티야 선생 밑에서 함께 레슨을 받는 선배 바딤이 학교에서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느 학생들과는 달리 세속적 야망 없이 순수하게 음악을 연주하고 사랑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바딤은 러시아 문학 시간에 시인 마야코브스키를 재능 없는 천박한 쇼비니스트라고 했다가 역사 선생에게 미움을 사서 퇴학당한다. 믿고 의지했던 바딤이 학교를 떠난 뒤, 얼마 안 있어 설상가상으로 이리나까지 학교를 떠난다. 평소 난잡한 성생활로 품행이 방정치 못하기로 소문한 이리나를 벼르고 있던 인정머리 없는 ‘올빼미’ 교장이 이리나를 모욕하고, 이리나는 자신의 피에 흐르는 집시의 힘을 빌려 그녀를 저주한 것이다. 학교를 박차고 떠나는 순간 이리나는 콘스탄틴에게 함께 가자고 요청하지만, 퇴학을 면하기 위해 시험을 치러야만 했던 콘스탄틴은 그녀를 뒤따르지 못하고 결국 학교에 남는다. 콘스탄틴은 자신의 비겁함을 경멸하며 자괴감에 빠진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콩쿠르, 그리고 하나둘 사라져가는 친구들, 과연 그의 앞에는 어떤 길이 놓여 있을까? 쇼팽과 바흐, 브람스와 베토벤, 라흐마니노프의 선율 속에 흐르는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의 슬픔과 방황! 저자인 니콜라이 그로츠니는 실제로 11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불가리아 국립 음악학교인 루보미르 피프코프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영재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네 살부터 피아노를 배워 열 살의 나이에 이미 콩쿠르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그는 자신의 청소년기를 담아낸 이 자전적 소설 〈분더킨트〉를 통해 음악가 특유의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을 펼쳐 보인다. 바흐, 쇼팽, 라흐마니노프, 브람스, 베토벤의 음악을 해석하고 표현해내는 음악 신동들의 사고思考와 감성을 담은 묘사는 음악가가 아니면 도저히 쓸 수 없는 깊이와 색채, 풍부한 울림과 철학을 담고 있다. 펑크록의 대모라 불리는 패티 스미스의 격찬처럼, “그랜드피아노를 내면의 타이프라이터 삼아 써내려간 듯” 빛나고 감각적인 문장이 곳곳에 펼쳐진다. 또한 이 책은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치열한 정신을 담은 일종의 예술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그 무엇에도 자신을 맡기기를 거부하고 오직 음악 안에서 완벽함을 찾는 젊고 순결한 예술가들이 세상과, 또 자기 자신과 벌이는 정신적 투쟁은 지금까지의 성장소설의 계보 안에서도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세속의 저열함과 범상함으로부터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빛나는 것들을 보호하려는 어린 음악가들의 슬픈 방황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를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불가리아의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자신이 청소년기를 보냈던 시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인 1980년대 동구권의 숨 막히는 일상과 체제를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그려낸다. 방부 처리된 지도자의 시신을 안치한 거대한 무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 소피아, 그러나 그곳에는 투르크 족 및 공산주의 투쟁, 동방정교회와 집시와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공존한다. 민중의 봉기로 체제가 무너진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저자는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대와 장소를, 그 노스탤지어를 이야기 속으로 소환한다. 그리고 그때의 상처와 슬픈 기억을 음악의 힘으로 치유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체제가 인간을 억압한 시대,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가장 예민한 한 어린 영혼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소설은 음악과 예술, 성장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더할 나위 없는 하나의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