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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 2
인문학 공부와 만난 『주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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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1. 중천 건, 자기 삶의 ‘리더’가 되는 길_안혜숙
2. 중지 곤, 펼칠 수 없을 땐 살피고 감춰라_이경아
3. 수뢰 둔, 차곡차곡 쌓아 가는 내면의 힘_송형진
4. 산수 몽, 챗GPT시대의 배움과 어리석음_문성환
5. 수천 수, 기다림으로 찾은 항심_성승현
6. 천수 송, 이기려는 마음 없이 싸우기_신근영
7. 지수 사, 습관과의 전투, 공부_이윤지
8. 수지 비, ‘나란히’ 서고 싶은 마음_고영주
9. 풍천 소축, 가장 높은 하늘의 도, 오직 스스로 낮출 뿐_신근영
10. 천택 리,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괜찮은 마음_성승현
11. 지천 태, 분별심을 버리면 복이 와요_현주
12. 천지 비, 부끄러움―사람과 사람-아님의 갈림길_신근영
13. 천화 동인, 야(野)! 울타리를 치지 마!_전현주
14. 화천 대유, 젊은 현자를 존경할 수 있는 태도_송형진
15. 지산 겸, 더블겸(謙謙)과 더불어 가리_이윤지
16. 뇌지 예, 나의 공부는 ‘음악’이 될 수 있을까?_신근영
17. 택뢰 수, 천리를 따른다는 것 혹은 자유의지로 추앙하기_문성환
18. 산풍 고, 후회해도 괜찮은 일_이경아
19. 지택 림, 지림(至臨)의 마음을 훈련하는 밥 당번_이윤지
20. 풍지 관, 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조건_안혜숙
21. 화뢰 서합, 소화불량에서 벗어나려면_이경아
22. 산화 비, 글쓰기 코멘트, 꾸밈을 버린 꾸밈_이윤지
23. 산지 박, 소인(小人)들에 깎여 괴로울수록 선행 한 스푼_전현주
24. 지뢰 복, 아름다운 것에게 복귀한다_성승현
25. 천뢰 무망, 무망(无妄)과 공부_안혜숙
26. 산천 대축, 덕을 크게 쌓아 나아가라_송형진
27. 산뢰 이, 기르는 자의 위태로움과 이로움_송형진
28. 택풍 대과, 초가삼간을 태워 빈대를 잡아야 할지라도_문성환
29. 중수 감, 욕망의 구덩이에서 오늘도 글쓰기_김희진
30. 중화 리, 타서 죽느냐 비추며 사느냐_이경아
31. 택산 함, 부부의 시작은 ‘발가락’에서부터!_고영주
32. 뇌풍 항, 배움이 선사하는 노년의 유쾌한 항상성_이윤지
33. 천산 둔, 미워하지 말고 달아나라_문성환
34. 뇌천 대장, 몸에서도 글에서도 힘을 빼자_김희진
35. 화지 진, 혼자서는 결코 빛날 수 없다!_고영주
36. 지화 명이, 충신과 현자들을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_문성환
37. 풍화 가인, 믿음과 위엄으로 어른 역할 하기_김희진
38. 화택 규, 어긋남의 때를 건너가는 법_안혜숙
39. 수산 건, 절뚝거릴 땐 멈추고 성찰하는 게 능력_이윤지
40. 뇌수 해, 나의 욕심 해방 일지_전현주
41. 산택 손, 덜어 내지 않아야 더해 준다, 불손익지(弗損益之)_안혜숙
42. 풍뢰 익, 맹모삼천지교가 필요한 때_성승현
43. 택천 쾌, 끝나야 끝난 거다!_신근영
44. 천풍 구, 지혜로운 스승들의 쇠 고동목, ‘백미 토크’를 보라!_고영주
45. 택지 췌, 흔들리더라도, 끝까지 가라_안혜숙
46. 지풍 승, 도반을 믿고 나아가라_이경아
47. 택수 곤, 집에 들어가도 아내를 볼 수 없는 곤궁함!_고영주
48. 수풍 정, 알아주지 않아도 도는 맑고 고요하다_김희진
49. 택화 혁, 마음의 등불로 밝히는 변혁의 길_김희진
50. 화풍 정, 내 안의 찌꺼기를 쏟아내자_송형진
51. 중뢰 진, 천둥 속에서 웃는 법_이경아
52. 중산 간, 차마고도, 돈독하게 영혼을 멈추어야 할 때!_고영주
53. 풍산 점, 삶이 편리하지만 불안하다면…_신근영
54. 뇌택 귀매, 절룩거리는 글쓰기 ― 갈 수 없고 가지 않을 수도 없을 때_문성환
55. 뇌화 풍, 풍요로울수록 철학이 필요하다_성승현
56. 화산 려, 유랑하는 청년들이 겨누어야 하는 것_안혜숙
57. 중풍 손, 공부는 사냥하는 것처럼_성승현
58 중택 태, 고전 공부의 기쁨과 독_송형진
59. 풍수 환, 흩어지는 마음을 붙잡는 방법_송형진
60. 수택 절, ‘마감’의 기쁨을 누리려면_안혜숙
61. 풍택 중부, 갈팡질팡하며 배우는 진실함_이경아
62. 뇌산 소과, 과도했기에 길을 찾았다_전현주
63. 수화 기제, 허영심에 빠져 눌러앉았다_전현주
64. 화수 미제, 글 고치기의 어려움, 영원한 미완성_김희진

『주역』 64괘 한눈에 보기

저자 소개 10

30대 초반 정규직이다. 1988년 강원도 정선군에서 태어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스무 살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가까스로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학이 아닌 취업학교에 입학했다. 그래서 공부보다는 기술을 배웠고, 학점보다는 돈을 먼저 벌었다. 그리고 지금은 전생에 무슨 복을 쌓았는지 ‘감이당’에서 여러 스승과 고전을 만나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있다. 마흔 살 즈음에 공부로 ‘밥벌이’하는 것이 삶의 목표다. 함께 쓴 책으로 『나는 왜 이 고전을─고미숙과 48인의 대중지성』(북드라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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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계 학부를 나왔으나 이과와 아무 인연 없이 살던 중 중국어가 공부하고 싶어 중문과에 편입해 졸업하고 중국 관련 일을 몇 년 했다. 두 아들의 엄마이자 전업주부로 평범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팔자에도 없는 공부를 하겠다고 길을 나서서 어언 9년째 감이당에서 공부 중이다. 감이당에 접속하고 보니 여태껏 그저 타고난 팔자대로 살아왔고, 또 대운이 이끄는 대로 공부와 인연이 닿았다는 것을 알고 나서 다소 겸손해졌다. 앞으로 더 겸손해지는 것을 공부의 수행 과제로 삼고 있다. 감이당 대중지성 과정에서 또 운명처럼 『홍루몽』을 만나 수년간 붙잡고 있으면서 문학과 문명 탐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중국의 서쪽으로 눈을 돌려 아랍의 이야기들과 페르시아 문명을 열심히 탐사 중이다.

김희진의 다른 상품

청년 쿵푸스들의 왁자한 공부 공동체 <남산 강학원> 대표 회원. 연구실 닉네임 문리스. 20대 말년에 '운이 좋게도' 일생의 스승과 벗들을 만나, 50대에 이른 현재까지 환희하고 엎어지면서도 꾸역꾸역 배우는 삶 위에 서 있는 중. 저서로 『최남선의 에크리튀르와 근대, 언어, 민족』, 『전습록, 앎은 삶이다』,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 등이 있으며, 공저로 『‘소년’과 ‘청춘’의 창』, 『루쉰, 길 없는 대지』, 번역·낭송집으로 『낭송 전습록』, 『낭송 선어록』 등이 있다.

문성환의 다른 상품

공부 공동체인 감이당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니체, 그리스 비극 등 서양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불교, 주역, 사주명리 등 동양고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사주명리를 새롭게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쓴 책으로는 『내 인생의 주역 2』가 있습니다.

성승현의 다른 상품

『주역』을 중심으로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들면서 읽고 쓰는 공부를 하고 있다. 중년을 넘어 노년에도 이런 공부를 친구들과 함께 지속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될 수 있게 살아가려고 한다.
<남산강학원> 연구원. 수학과 윤리학으로 대학 졸업장만 두 개.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졸업장일 뿐, 공부로 삶을 꾸려 나가기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 연구실에 와서부터다. 그 이후 삶이란 곧 배움의 길일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배움은 곧 우정의 길일 수밖에 없음을 조금씩 알아 나가는 중이다.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 『사람은 왜 아플까』를 썼으며, 함께 쓴 책으로 『고전 톡톡』, 『인물 톡톡』, 『루쉰, 길 없는 대지』가 있다. 낭송집 『낭송 금강경 외』를 풀어 읽었고, 『원자폭탄』(스티브 셰인킨)을 함께 옮겼다.

신근영의 다른 상품

오십대 중반에 공부의 장에 접속해 십 년 넘게 앎의 지복을 누리고 있다. 지금은 불교를 중심으로 『주역』, 과학을 공부한다. 강의하고 글 쓰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감이당>에서 강사, 살림멤버, 필요한 곳에 책을 연결해 주는 북펀딩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주역』과 토머스 머튼의 영성을 공부하며 공존하는 삶에 대해 고민 중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들어선 공부의 길 위에서 불교와 『주역』을 만났다. 스승을 만나 공부를 안 했으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요즘엔 부처님 가르침에 많은 사람이 접속할 수 있도록 즐겁게 봉사활동에 몰두 중이다.
직장인의 삶을 접고 <남산강학원>에 접속하면서 서양 고전 위주로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어 『주역』을 진하게 만났다. 이제 『주역』이 공부의 중심이 되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145*210*35mm
ISBN13
9791192128481

책 속으로

“그러고 보니 이는 곧 공부의 스텝에 다름 아니다. 특히 이효와 삼효는 리더의 덕성을 타고난 군자도 사람들 속에서 공부하고 수련을 해야 하늘을 나는 용으로 도약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 군자도 그러한데 하물며 보통 자신의 치우친 욕망을 따라 살아가기 급급한 범부와 소인들은 어떠할까. 나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의 성격이자 습관대로 살면서 협소한 자아의 틀, 사적인 욕심에 갇혀 있기 십상이다. 스스로 왜곡된 자아상을 구축하면서. 이런 자아의 모습은 자신 안에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있는 본성, 강건한 하늘의 도와는 거리가 멀다. 만물과 조화를 이루어 세상을 편안하고 이롭게 하지 못하고 자기 욕망에 갇혀 괴롭고 부자유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다. 그러니 공부는 자기 안에 품부된 성인군자의 잠재력을 일깨워 용처럼 자유자재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효의 “見龍在田현룡재전 利見大人리견대인”(용이 나타나 밭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다)은 이 배움이 어떤 것인지를 말해 준다.”
---「안혜숙 - 중천 건, 자기 삶의 ‘리더’가 되는 길」중에서

“「대상전」에서 말하듯 곤은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厚德載物후덕재물). 만물을 실을 수 있는 덕이란 다양한 것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다. 포용은 내가 옳다는 마음을 비울 때 가능하다.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 곤의 유연함이요, 멈추지 않고 포용력을 꾸준히 기르는 것이 곤의 강함이 아닐까? 이런 후덕재물의 덕을 가지게 되었을 때, 신중해야 되는 것은 같지만 괄낭에 대한 나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보고 절차를 문제 삼기 전에, 소통이 일방적이진 않았는지, 나의 소통방식을 먼저 살필 것이다. 욕을 안 먹으려는 편협함에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봉사자들을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내가 앞장서서 봉사자들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펼쳐 놓은 것을 믿고 함께 가려고 할 것이다(先?선미, 後得후득).”
---「이경아 - 중지 곤, 펼칠 수 없을 땐 살피고 감춰라」중에서

“마라톤, 수영, 등산 같은 취미생활도 하고, 다양한 분들의 강의와 책을 접하고,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며 어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삶은 여전히 답답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그 답답함과 초라함을 애써 무시하고 그것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유흥과 놀이로 갈 것인가? 아니면 답답함과 초라함을 직면하고 돌파해 갈 것인가? 그런 갈림길에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선택한 것은 어떤 인연의 힘이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이당〉이었다. 큰 기대를 하고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감이당〉과 인연을 맺고 공부한 지 10년하고도 1년 차가 되었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무엇이 이 인연을 이어 가도록 했을까? 이제는 무엇을 생각하며 공부하는 삶을 이어 가야 할까? 공부하는 삶을 처음 시작하려고 했을 때를 돌아보고, 그러한 삶을 어떻게 이어 갈지 수뢰 둔(水雷 屯)괘를 가지고 생각해 보고자 한다.”
---「송형진 - 수뢰 둔, 차곡차곡 쌓아 가는 내면의 힘」중에서

“『주역』의 몽괘는 말한다. 스승이 어리석은 이들을 찾는 것이 아니고 어리석은 이들이 스승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이렇게 말하면 스승은 언뜻 가르치는 역할일 뿐인 듯 보이지만, 『주역』은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어리석음을 밝게 깨우치는 것은 스승이 그를 밝게 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 있던 본래적인 밝음을 밝히도록 해준 것일 뿐이라고. 한번 생각해 보자. 챗GPT가 써 준 리포트, 작곡한 음악, 작업한 그림 등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그것이 나의 본래적 밝음을 밝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하며 등장한 챗GPT 시대에 다시 배움(혹은 스승)이란 무엇인가라는 우리의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문성환 - 산수 몽, 챗GPT 시대의 배움과 어리석음」중에서

“자전거 가게를 연 것은 그렇게 ‘다른 삶’을 실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이것은 내 30년 인생에서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과감한 시도였다. 그런데 가게 오픈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했던 지점에서 헤매게 되었다. 내 가게를 운영하면 굉장히 능동적인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이 일에는 다른 차원의 수동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기다림’이었다. 처음 가게를 열고 손님이 오기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첫 손님이 들어왔을 때의 기쁨과 설렘도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손님을 기다리는 게 고역으로 다가왔다. 사람에 치여 감정이 상할 때도 있고, 고된 노동으로 몸이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가장 힘든 건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기다림을 뜻하는 수천 수(水天 需)괘를 보니, 가게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숙제였던 기다림을 화두로 두었던 때가 떠올랐다.”
---「성승현 - 수천 수, 기다림으로 찾은 항심」중에서

“우리는 글쓰기를 하면서 모두 자기의 감춰진 욕망을 발견한다. 돈, 경쟁심, 인정욕망, 애착 등등. 글쓰기가 힘든 이유는 그걸 들여다봤을 때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감이당〉에 온 이유들을 보면, 누구 하나 삶이 평탄해서 왔다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을 몰라 헤매는 사람들이 공부를 통해 길을 찾으려 모여든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의 이기심과 욕망이 구덩이를 만들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내가 만드는 구덩이, 돌연 만나는 구덩이, 삶의 도처가 구덩이이니, 인생이란 습감 그 자체인 것이다. 거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진실함으로 마음을 굳건히 다잡고 끊임없이 행(行)할 뿐. 끊임없이 쓸 뿐!”
---「김희진 - 중수 감, 욕망의 구덩이에서 오늘도 글쓰기」중에서

“함(咸)괘와 항(恒)괘는 한마디로 부부의 괘다. 함괘가 남녀의 내적 교감을 이야기한다면, 그다음 괘인 항괘는 부부의 외적 교감과 관계의 지속적인 항상성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택산 함괘가 왜 남녀의 교감인지 각각의 소성괘가 상징하는 인간관계를 살펴 보도록 하자.

건괘(乾卦)는 아버지(父), 택괘(澤卦)는 소녀(小女), 리괘(離卦)는 중녀(中女), 진괘(震卦)는 장남(長男), 손괘(巽卦)는 장녀(長女), 감괘(坎卦)는 중남(中男), 간괘(艮卦)는 소남(小男), 곤괘(坤卦)는 어머니(母)를 의미한다. 즉 함괘는 소남과 소녀, 젊은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고 교감하는 때다. 『주역』이 말하는 인륜의 시작이 남편과 아내라니, 어쩌면 내 인생의 진짜 인간다운 삶은 결혼이라는 변곡점을 통과하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고영주 - 택산 함, 부부의 시작은 ‘발가락’에서부터」중에서

“항괘의 괘사에는 “가는 바를 두는 것이 이롭다”(利有攸往리유유왕)라는 표현이 나온다. 정도를 지키는 항구함이란, 각자 처한 상황에서 집착과 고집을 부리며 멈추어 서는 게 아니라, 다양한 변수와 섞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버지는 노년의 변화된 상황에서 스스로 고수하시던 것을 내려놓고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하시려는 것 같았다. 빨래에서 자신감을 얻은 아버지는 이번엔 밥을 짓는 일에 도전하셨다. 밥하는 일은 쌀도 씻고, 물도 맞추고, 밥솥도 다루어야 하므로 빨래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그러나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고슬고슬한 밥을 짓는 데 성공하자 아버지는 그렇게 뿌듯해하실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생전 처음 부엌일을 배우는 여든 노인의 손이 밥하는 데 익숙해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뒤돌아서면 간단한 조작도 자꾸 잊어버리신다고 했다. 노년기에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이윤지 - 뇌풍 항, 배움이 선사하는 노년의 유쾌한 항상성」중에서

“빌헬름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해방의 때, 무거운 짐스러운 부담으로부터의 구원은 삶에 자유롭고 활기찬 영향을 끼친다. 그러한 때에 우리는 자신이 얻은 업적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진행하면 안 된다.’(ibid., p155) 즉, 가난에서 해방되어 다른 삶의 장이 열린 사람이 마차까지 탐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負且乘부차승). 그렇게 욕심을 계속 부리다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삼효는 이미 해방된 상태에서 자신이 얻은 바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계속 밀고 나가면 도적을 불러 들인다(致寇至치구지)고 한다. 마차까지 탐내는 마음은 결국 불행을 불러온다는 예언. 도적은 외부에서도 올 수 있고 내 자체에서도 올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다. 회사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과로로 인해 결국 몸이 안 좋아졌다. 그때 번 돈은 고스란히 병원으로 갔다. 내 몸이 도적이 되었다. 그 외에도 예상 못한 돈이 들어왔을 때 허무하게 나간 경험도 있었다. 들어왔던 만큼만 나가도 다행이다. 어떨 때는 그보다 더 나갈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전현주 - 뇌수 해, 나의 욕심 해방 일지」중에서

“택천 쾌괘는 양의 기세가 훌륭하다. 반면 음의 기운은 쇄미하다. 해서 우리에겐 쉽게 방심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소인의 마음이야말로 독하디 독하다. 겨울의 끝, 이제 봄이라 여길 때쯤 부는 꽃샘추위의 매서움처럼 말이다. 끝에 매달린 음효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하나 뒤에는 맹렬한 욕망이 숨어 있다. 보잘것없는 외양을 띠고 있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마지막 음효. 아니다. 보잘것없어 보이기에 가장 무서운 게 바로 그 소인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런 소인의 모습에 곧잘 넘어간다. 새롭게 몸에 새기고 싶은 양식. 하지만 그렇기에 낯설고 불편한 행동들. 그럴 때면 올라오는 마음이 있다. 이제까지 열심히 잘 지켜 왔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이번 ‘한 번 정도’는 안 해도 괜찮지 않을까. 달콤하다. 힘들어하느니 잠시 잠깐 나를 풀어 주고 다시 시작하는 게 더 나은 듯싶다. 이제 그 말은 달콤함을 넘어 합리적으로까지 들린다. 하지만 그것이 곧 ‘늦은 밤의 적군’인 것이다.”

---「신근영 - 택천 쾌, 끝나야 끝난 거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은이의 말

“여기, 『내 인생의 주역 2』가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 이 책에 함께한 총 열 명의 저자들은 그동안 몇 개의 모둠에서 함께 공부하고 함께 글을 쓰고 고쳤다. (……) 저마다 다른 이유들을 넘어 최종적으로 예순네 괘에 관한 글이 이 한 권의 책 『내 인생의 주역 2』에 묶였다. 이 과정은 가히 대중지성(집단지성) 『주역』 텍스트가 이루어진 사건이라 할 만하다. 사실, 『주역』은 본래 그 자체로 집단지성(대중지성)의 텍스트다.

처음 복희씨가 음과 양, 그리고 8괘를 만들어 세상을 읽는 상(像)을 갖추자, 서백 창(주문왕)은 은나라의 폭군 주왕에게 잡혀 유리옥에 갇혔을 때 복희씨의 상을 연구하여 64괘의 이름과 괘사(단사)를 지었다. 이후 주문왕의 아들 주공이 384효사를 지어 아버지의 뜻을 이었고, 이에 공자는 다시 여기에 열 개의 『주역』 해설(십익十翼)을 지어 화답했다. 보통 여기까지를 『주역』의 오리지널리티로 보지만, 이후에도 『주역』은 왕필, 소동파, 한강백, 정이천, 왕부지, 정약용 등등의 해석과 응용이 계속된 집단지성의 산실이었다. 공자는 “나에게 수년이 더 있어 마침내 『주역』을 배운다면 아마 큰 과오는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아마도 이 말은 공자 이후 『주역』을 만나게 될 모든 사람들을 예고한 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주역』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고전이 될 수 있는 건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주역』이 필요하고 또 쓰임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집단지성으로서의 『주역』, 우리는 이보다 더 고상하고 아름다운 집단지성의 텍스트를 알지 못한다.”(「서문」 중에서)

『내 인생의 주역』 지은이들 인터뷰

1. 『내 인생의 주역 2』는 ‘인문학 공부’와 만난 『주역』 이야기입니다. 인문학 공부공동체에서 짧게는 칠팔 년, 길게는 이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공부하고 계신 선생님들에게 『주역』은 어떤 책일까요?

전현주 : 『주역』은 점서(占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점서를 읽으면서 군자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점서와 군자는 어울리지 않는 말 같지만 『주역』을 공부하면 제 말을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주역』이 알려주는 점괘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점을 본다’고 했을 때 나오는 내용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전에 저는, 결정된 미래가 있고, 그것을 알려주는 것을 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역』의 점은 그러한 미래는 고려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점을 본 사람에게 괘사를 통해 지금 그가이 속한 상황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효사를 통해 그때 행동할 구체적 방향을 보여 줍니다. 점괘가 말해 주는 것은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그 상황에 적절한지입니다.

점괘가 말해 주는 적절한 행동이 ‘군자됨’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주역』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저는 그동안 자신만을 생각하고 세상을 좁은 눈으로만 바라보는 ‘소인(小人, 작은 사람)’을 당연하다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주역』의 괘사와 효사들이 보여 주는 군자됨은 저의 시야를 넓게 해주었고 소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것인지를 깨닫게 했지요. 그리고 저로 하여금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가끔 제 삶에서 만나는 일에 관해 주역점을 보고 그것이 조언하는 대로 행하면 마음이 넓어지고 통쾌해졌습니다. 군자적 마음을 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제게 알려준 책 『주역』. 이 책은 한 걸음씩 나의 소인적 면을 내려놓고 군자적 삶을 향해 가도록 합니다.

안혜숙 : 지금은 건너뛰는 날이 많지만, 한때 아침마다 주사위를 던졌었답니다. 한창 『주역』을 배울 때였죠. 주사위 주역점은 한 번만 던지면 되니 얼마나 쉽고 편한지!(물론 시초점과 동전점에 비해서 그렇습니다.) 주사위를 던지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괘와 효사가 눈앞에 짠~ 하고 펼쳐질 때의 짜릿한 재미란!^^ 재미도 재미지만 처음 주역점을 배우고 나서, 시초점은 작정하지 않으면 치게 되지 않아 어쩌다 가끔 동전점을 쳐보곤 했는데, 그러다 문득 알아챘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주역』 괘와 효사가 오래 기억된다는 것을 말이죠. 『주역』을 배우고 익히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구나! 했지요. 그렇다고 매일 경건한 모드로 시초점이나 동전점을 치게 되진 않았고, 그냥 놀이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묻고 던졌습니다. 그날 있을 일에 대해 묻기도 하고, 별달리 물을 게 없으면 오늘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는 게 좋을까요? 오늘의 나의 괘와 효사는? 하면서 던졌습니다.

재밌는 건 다른 날, 다른 상황, 다른 질문인데 똑같은 괘(卦)와 효(爻)를 만나게 될 때였습니다. 당연히 그 의미도 그때마다 다르게 해석되지요. 어떤 경우엔 그 상황 자체에 대한 판단―선택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같은―으로 분명히 받아들이게 되고, 어떤 경우엔 그 상황에 처해 있는 자신의 마음상태나 관계를 보게 했습니다. 때로는 질문 내용이나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괘와 효사가 나올 때가 있었어요. 왜 이런 괘가 나왔을까…? 곰곰 생각하다 보면 그런 질문 자체를 한 내 마음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죠(이런 질문은 소인의 마음에서 나온 질문이라고, 너 자신이 너의 마음을 알고 있지 않냐고…등등 ^^;;). 때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해석이 난감한 경우도 있었고요. 정말 그때그때 다릅니다!

『주역』의 메시지는 천지자연, 우주의 원리에 대한 깊은 탐구에서 나온 통찰을 인간사에 적용해 나온 것입니다. 나는 그저 내가 처한 자리에서 내 깜냥만큼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뿐입니다. 매번 새롭게 펼쳐진 점괘는 지금 여기에서 마주한 내 삶의 한 국면이고, 그 앞에서 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잊고 있었던 조건이나 관계, 그 속의 내 마음을 새롭게 상기하거나 보게 됩니다. 시시비비 분별하는 마음이나 사심을 발견하고, 매번 그 자리에 천지자연의 이치를 비추어 보게 하니 이보다 고급진 놀이가 없지요. 일상과 함께하는 흥미진진하고 유익하고 든든한 점서, 제게 『주역』은 그런 책입니다.

김희진 : 저는 흥분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텍스트를 보고 격동될 때도 많고, 공감이 갈 때는 감정이입을 쑥~ 합니다. 그래서 문학도 좋아하고 역사도 좋아하죠. 거기엔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너무 어렵거나 무미건조한 책은 잘 안 읽는데, 마음이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아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역』은 한자가 어렵고 마음을 격동시키지 않는데도 너무 재밌습니다. 주인공이 따로 없는데도 스토리가 있고, 계속 다이내믹하게 변하는 국면 가운데 그 변함을 바라보는 관조(觀照)가 있습니다. 그래서 『주역』을 읽거나 암기하고 나면 감정의 출렁임이 가라앉는 효과가 있습니다. 흥분지수가 높은 저에게 『주역』은 수양(修養)의 텍스트입니다.

제가 과도한 감정이입을 경계하는 이유는 제 감정의 정당성을 확인하면서 그걸 고수하려는 태도를 고치고 싶기 때문인데, 『주역』의 스토리에는 감정이입을 할 대상이 없습니다. 조건과 상황만 끊임없이 변할 뿐 지속되는 주체가 없으니 고수할 감정은 물론, 고수할 조건도, 고수할 옳음도 없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주역』의 세계는 시간과 공간뿐 아니라 저 자신도 변한다는 걸 보여 줍니다. 어떨 때 우리는 소인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다른 국면에서는 대인의 마음가짐을 갖기도 하지 않던가요. 어떤 때는 좋게 생각되던 조건이 시간이 지나면 나를 발목잡는 조건으로 여겨지기도 하지 않던가요. 그리고 어제의 좋은 친구가 오늘은 떨쳐내야 할 동류(同類)가 되지 않던가요.

이 변화 속에서 내가 고수하려던 상(像)은 끊임없이 해체됩니다. 어제의 상을 붙잡고 오늘을 재단하며 흥분하는 건 부질없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주역』은 제게 더 넓고 깊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하며 나의 변용을 관조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번 생에 『주역』을 접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근영 : 『주역』과의 첫 만남은 저에겐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괘의 해석은 일관되어 보이지 않았고, 효사들은 따로 노는 듯했죠. 천지자연의 이치를 담았다기엔 똑 부러지는 구석이 없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 『주역』은 비합리적인 텍스트였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비합리야말로 『주역』이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주역』은 ‘때’를 다룹니다. 때란 변화가 발생하는 순간, 즉 ‘사건’의 시공간이고요, 사건은 언제나 일상의 맥락을 끊고 들어옵니다. 해서 기존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죠. 이제껏 사용하던 삶의 문법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시공간의 특이점! 이 비합리의 순간이, 사건의 장이 『주역』의 무대입니다.

우리 삶은 사건들 속에 있습니다. 잘 흘러가다가도 삐끗하기 일쑤인 게 삶이고, 그 덕분에 새로운 변화가 가능해지는 게 삶이죠. 그럼에도 막상 사건의 시공간에 들어서게 되면 막막해집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죠.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삶의 특이점을 어떻게 통과해야 할까. 『주역』은 바로 이 질문 위에 서 있습니다. 하여 『주역』은 삶의 현장과 만날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합니다. 책 안에서는 비합리적이게만 보이던 말들도 삶의 사건과 만나면 생생하고 구체적인 언어가 됩니다. 때를 보는 눈과 사건을 이해하는 새로운 사유의 틀을 선물하는 것이죠. 『주역』은 이처럼 삶의 특이점들을 펼쳐 보이며, 이를 통과하는 지혜를 모색합니다. 해서 저는 이제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역』이 주는 당황스러움을 말이죠. 좋든 싫든 삶은 비합리적인 그 사건의 시공간을 통해서만 흘러갈 수 있으니까요.

문성환 : 언젠가 히말라야의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지만 범죄자(수감자)가 거의 없고, 누군가 자살이라도 하면 신문 1면에 실린다는 나라…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이면서 BTS와 블랙핑크의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호기심과 성찰이 동시에 들었던 것은 아마도 어떤 무의식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반면 미국의 유명한 한 작가는 한국을 여행하고 난 인상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압박과 경쟁 등에 내몰리는 사회이면서 단점만 남은 유교와 자본주의의 국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잘못된 대목이 딱히 없습니다. 물론 단순 비교는 위험합니다. 올해(2024년) 발표된 전세계 행복지수에 따르면 상위권에는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랜드 등 잘 사는 북유럽 국가들이고 하위권 국가들은 주로 최빈곤층인 아프리카 국가들입니다.(참고로 한국은 50위권입니다.)^^

어느 나라가 진짜 더 행복한 나라인가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무엇이 행복인가를 따지려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은 객관 지표로 증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적인 것일 뿐 아니라 저마다 어떤 가치로 체감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옛날이 좋았네…’라고 혀를 찰 만합니다. 그런데 조부모님 세대들의 옛날은 일제시대이고, 부모님 세대의 옛날은 군인 독재시대였고, 선후배 세대의 옛날은 IMF 시절입니다. 그 중 어느 시대가 어떻게 더 좋은 것일까요.

저는 『주역』에서 말하는 ‘때(時)’라는 말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합니다. 아무리 행복한 나라의 국민이라도 거기에도 자신은 아주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극심한 내전중인 혼란한 공동체일지라도 그 속에서 누군가는 희망을 보고 있고, 누군가는 삶을 긍정하며 살길을 찾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우리는 매순간 어떠한 ‘때’를 만났을 뿐이고, 만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주역』에는 ‘월기망’(月旣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석자에 따라 정반대 의견도 있지만, 대체로 월기망은 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말로 풀이됩니다.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달은 가득 찼을 때가 가장 좋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그 순간으로 나아가는 때이면서, 그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월기망입니다. 그러므로 월기망은 가장 좋은 상태여서가 아니라 가장 좋은 상태를 틀림없이 앞두고 있는 길(吉)한 조짐인 것입니다. 인생에 월기망의 때가 있다면 아마 반대의 때도 있을 것입니다.

부탄의 행복지수나 헬조선 한국의 현실을 『주역』의 길과 흉에 관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길한 것은 길한 대로 흉한 것은 흉한 대로 제대로 겪어내야 한다는, 그렇게 겪을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는 인생의 진리와 마주치게 됩니다. 『주역』은 길과 흉에 관한 지도입니다. 그 지도를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는 인생의 길이 단지 길하기만 하거나 흉하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면 쉬운 길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게 보이고 험한 길에는 의외의 성취가 발견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2. 지금 시대에 『주역』을 왜 배워야 하고, 『주역』을 배워서 좋았던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영주: 『주역』은 천지(天地), 즉 하늘과 땅을 베이스로 삼는 텍스트입니다. 바야흐로 AI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인 지금, 왜 하필 『주역』을 배워야 할까요.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있는 위치와 마주한 상황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입니다. 한마디로 내가 마주한 ‘때’[時]를 잘 겪기 위해서입니다.

‘수시변역(隋時變易)’, 모든 것은 변합니다. 때를 알아야만 때에 맞게 내가 마주한 상황을 잘 겪어 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AI가 인간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해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길(吉)과 흉(凶)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설령 AI가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그것은 시대가 정해 놓은 기준일 뿐이며, 결국 그 정보를 수동적이거나 맹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나의 때를 알고, 그 때에 맞게 실천할 수 있는 윤리를 『주역』에 질문하고, 실천하는 기쁨을 알게 된다면 내 삶의 길을 능동적으로 열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주역』은 능동적인 실천과 기쁨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주역』의 64개의 때를 알고 386개의 효(爻)로부터 자신의 위치(位)와 그에 맞는 상황을 파악한다면, 어떠한 때를 마주하더라도 길이든 흉이든 그때 자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역』은 관계의 텍스트입니다. 64괘는 물론이거니와, 각 괘의 여섯 효는 독립적이지만 서로가 상호관계적입니다. 즉 마주한 때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삶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나와 관계 맺는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주역』을 배워야 할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윤지: 처음 『주역』을 배울 때 난관도 이런 난관이 없었습니다. 매주 몇 괘씩 외워서 시험을 치르는데 도통 뜻도 파악하기 어려운 한자를 외우고 틀리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 제 성적은 주로 하위권이었는데 이렇게 근근이 따라가기 위해서도 일주일 내내 중얼중얼 괘사며 효사를 외워야 했습니다. 하루는 초등생이던 딸이 학교에서 오더니 친구들과 끝말잇기 놀이를 했는데 “군”이 나와서 자기도 모르게 “군자유유왕”이라고 했다나요.^^;; 엄마가 날마다 『주역』을 외우고 있으니 뜻도 모르는 말이 아이 귀에도 쑥 들어갔던 것입니다. 아이에게 어쩌다 잔소리가 아닌 『주역』 구절을 듣게 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자 할 만큼 『주역』 공부는 제게 난항이었습니다.

그러나 더듬더듬 『주역』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도반들과 함께 공부를 해나가면서 그토록 어렵기만 하던 구절들이 조금씩 마음에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역』을 나와 가족, 친구와 지인들의 상황에 적용할 때면 『주역』의 함축적인 문장들은 수천 년의 시공을 지나서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주역』의 괘사나 효사에 상황을 비추어 보면 내 안의 집착도 보이고 내 마음이 향하는 욕망도 성찰하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때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넓다는 것입니다. 연구실에서 공부한 『주역』의 매력은 도반들과 함께 옛 스승들의 해설을 등불 삼아 이런 해석의 스펙트럼을 마음껏 글에 적용해 보고 서로 조언해 줄 수 있었다는 것! 그렇게 탐구해 간 『주역』의 메시지들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좌표가 어떤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는지를 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어떤 마음으로 겪어 가야 하는지도요. 『주역』은 그렇게 저에게 지혜로운 조언자이자 삶의 네비게이션이 되었습니다.

송형진 : 『주역』을 왜 공부하게 되었는지,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요. 어느 날 〈감이당〉에서 ‘『주역』 강의 프로그램’을 보고 신청한 것이 『주역』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점을 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점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제가 『주역』이 점서라는 초보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주역』에 끌렸다는 것이 저 스스로도 의아하긴 합니다. 수수께끼 같은 일이기도 하고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던 할아버지께서 『주역』 공부를 하셨다는데, 그 기운이 제게 전달된 것일까요. 아무튼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작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강의 신청을 한 후 틈나는 대로 『주역』을 읽었습니다. 『주역』을 읽기는 했지만 ‘공부한다’ 혹은 ‘즐긴다’라는 생각은 아니었죠. ‘즐기는 공부를 한다’라는 생각으로 바뀐 전환점은 64괘의 괘사와 각 효사들을 다 외워서 쓰기를 해낸 이후였습니다. 외워서 쓰기는 괘사와 효사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했습니다. 그때부터 ‘『주역』 공부가 시작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주역』 공부의 매력은 사골을 끓이는 것에 비유될 수 있을 듯합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 해석이나 이해가 달라집니다. 그 의미가 깊어집니다. 처음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만 파악되었다면, 읽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지요. 그렇게 다가온 의미는 삶의 큰 지혜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주역』의 곳곳에 그런 ‘보물’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보물들을 하나하나 캐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주역』은 그렇게 삶의 지혜를 주는 ‘보물창고’입니다.

성승현 : 저의 『주역』 입문은 꽤 고단했습니다. 원문 『주역』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매주 한두 괘의 시험을 봐야 했죠. 외계어에 가까운 『주역』 공부에 대한 저항감은 꽤 강했습니다. 외우기까지 해야 하나? 읽을 책도 많은데…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시늉만 했던 것 같네요. 그 와중에 원문을 읽어 가는 것에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해석해 가면서 내용이 완성되는데, 한자가 그렇게 매력적일 줄이야! 점점 수업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고, 그렇게 『주역』에 서서히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장벽은 높았지만, 『주역』만큼 실용적인 학문이 없다고(아.. 사주명리가 걸리지만 ^^;) 말이죠. 『주역』은 발상의 전환을 하게 합니다. 『주역』을 떠올리는 것은 주로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입니다. 주역점을 치면, 해석의 툴을 선물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문제를 ‘싸움의 기술’로 접근해 보라고 한다든지, ‘함께 도모하는 것’으로 접근해 보라고 합니다. 기쁨으로, 절제로, 성장으로, 어리석음 등으로 해석해 보라는 것이죠. 내가 고집하던 방식을 내려놓고, 새롭게 주어진 키워드로 해석하다 보면 사건이 다르게 보입니다. 또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타인이 새롭게 읽히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유의미한 것은 세상을 길흉의 관점으로 보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좋은 일도 좋지만은 않고, 나쁜 일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모든 일이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로 둔갑해 버리는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확장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역점을 많이 치면 칠수록 공부 기회가 덩달아 늘어납니다. 괘의 수가 64가지이고, 효는 총 384개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듯, 자꾸 보지 않으면 괘도 잊혀져 갑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주역점을 치는 때도 있지만, 『주역』 공부를 하기 위해서 소소한 문제들로 주역점을 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조금씩, 늘’ 할 수 있는 공부가 『주역』입니다. 생활 밀착형 『주역』 공부, 다 함께 합시다.

이경아 : 『주역』을 배워서 좋았던 점은 때를 알고 거기에 맞는 마음가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사건을 만나면 상황 파악이 잘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문제가 생겼다면 내가 싸워서라도 문제를 돌파해야 하는지? 참고 지켜봐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감이 없는 편입니다. 상황 파악이 안 되다 보니 사건을 상대와 나와의 일대일의 문제로 보고 수습하기에 바빴습니다.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보다는 감정을 앞세우거나 당위로 풀면서 참고는 했지요. 그런데 『주역』은 내가 어떤 때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만약 내가 이런 고민으로 주역점을 쳐서 천산 둔괘가 나왔다고 해보죠. 천산 둔괘는 소인이 성장하는 때이니 전략적인 후퇴를 해야 하는 상황임을 알려줍니다. 무리하게 상대를 고치려고 하거나, 내가 옳다고 우기면서 싸워 봤자 상대의 힘만 강하게 해줄 뿐이라는 것이죠.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산 둔괘의 육효는 물러남의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를 보여 줍니다. 내가 만약 초효라면 아직 초기라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니 섣부르게 행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구오라면 이룬 것이 아쉽지만 박수칠 때 떠나야 하고, 상구라면 이미 물러나서 거리 두기가 된 상황이니 걱정할 게 없습니다. 이처럼 『주역』은 나의 상황과 위치를 알려주며 내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주역』은 하나의 사건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과 위치에 따라 계속 변함을, 그때그때 대처 방식이 바뀌어야 함을 보여 줍니다. 저는 평소에 한 번 정한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기에 『주역』을 처음 배울 때는 변화에 대한 사유가 어려웠습니다. 원칙을 이랬다저랬다 바꾸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주역』을 통해 모든 것은 변하며 때에 맞게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때에 맞지 않은 바름이란 고집일 뿐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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