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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겨 두었던 모든 마음이 여름에 있다. 초여름에 엎어지던 햇빛과 열대야의 끝에서 뒤척이던 꿈을 꾸는 것처럼. 우리의 여름은 대체로, 종종 이렇게 시작되던 것처럼. 정 작가의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이 출간으로부터 일 년이 지나고, 두 번째의 여름이 찾아왔다.
무한히 추운 겨울에서 우리는 여름을 추억하듯이 사람은 항상 반대의 마음을 그리워하고는 한다. ‘영원의 종착지는 여름’을 걷듯이. 우리는 우리를 주고받는 연습을 오래오래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손에 쥐고서. 작가는 모든 시마다 ‘우리’를 쥔 채로 이어 나가는 화자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의 시작에는 우리라는 존재가 이루어내고 있다’라는 작가의 다정한 시적 세계. 절망과 희망의 구분을 짓지 않고 머물다 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예외에는 언제나 영원이 있다. 굳이 왜 여름이어야만 했을까. 무조건적으로 존재하는 여름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존재의 당연함을 한 순간의 긴장으로 흔들어 놓는 마음까지. 한겨울에서 보내는 여름의 안부란 사소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작가는 시에서 우는 힘 또한 당연시하도록 만든다. 자주 넘어진 무릎, 인상을 쓸 때마다 고이는 울음,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땀을 흘렸던 모든 핑계. 세계가 흐트러진 것들을 그저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용기. 우리가 쏟아낸 상처가 흉터로 고이기까지의 순간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우리는 상처로 가득찬 이 세상에서 영원히 예외일 거야. 자주 울어도 땀을 흘리지 않는 핑계가 되기 위해 파랑을 들이마시면서. 너와 내가 만든 우리가 이곳에 있다. 정 작가 미니 인터뷰 ▶이번 시집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중학교 막 들어섰을 때였어요. 그 시절에는 서점에 갈 때마다 여러 출판사들의 시집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고 동경을 가지게 된 것이 계기가 된 듯해요. 그 이후로 시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쓰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을 즈음 이렇게 써 둔 시들을 나 혼자 묵혀 두는 게 아쉬워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문장들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겼거든요. 사실 대단한 이유는 아니지만요. ▶작가님의 시집 마지막 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여름’, ‘언제나’, ‘영원’, ‘껴안는다’, ‘추상’ 등의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이 지금 새로운 시집을 낸다면,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 될 것 같으신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그때의 저는 시를 쓰는 것이 두려운 마음이 컸어서 추상적인 단어들로 나의 문장과 발상을 조금씩 감춰 두었다면, 이제는 제가 아닌 남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 문장을 토대로 위로보다는 안부를 건네고 싶달까요. 지금 시집을 새롭게 내야 한다면, 아마 '안부'가 가장 많이 사용될 것 같네요. 현재 쓰고 있는 시들도 '나'보다는 '너'를 보고 있거든요.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또 독자들이 어느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지 이 시집은 제가 가장 어리숙했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어떤 시는 너무 좋은데? 싶다가도 또 다른 시는 조금 부족한데? 이런 마음이 교차해서 드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누구나 미성숙하고 어리숙한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자는 마음으로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에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세요. 그 이유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낭만적 여름'이라는 시예요. 아까 말씀 드렸던 좋아하는 노래에서 영향을 받아 이 시집을 구상하자, 라고 했을 때 처음 쓴 시거든요. 그 노래와 이 시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 시집은 출간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작가의 말 칠월, 동정, 사랑하는 ( )에게 여름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사랑하는 마음만을 남겨두고 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