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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문학 수업, 배움과 성장의 이야기들
목차 1부 시, 이 좋은 공부 씨앗 뿌리는 사람 있는 그대로 족하다 만물은 변화한다 - 절망을 극복하는 시 1 나보다 크고 높은 것 - 절망을 극복하는 시 2 詩, 애프터서비스 시의 힘 나도 시를 와싹 깨물어 먹었으면 2부 문학이 우리를 풍요롭게 할지니 소매를 부여잡는 이별 어린 왕자와 희망버스 성장하는 수업 그 겨울, 길 위의 청춘들 자유와 사랑의 광장 소유와 자유 하늘과 땅과 사람 3부 나는 우리가 될 수 있을까 꽃도둑과 낙서회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 많은 수업 시간은 다 뭐란 말인가 영혼과 제도 싸울까, 사귈까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것들로 가득하다” 4부 고향으로 가는 길 소사(小使), 소사(小事) 비, 바다, 집 쑥 이야기 웨하스를 먹는 밤 화(火) 물이여, 흐름이 저와 같구나 토함산 아래 잠시 깃들다 나중에 너거는 어데 기대 살래 시인의 교실에 놓인 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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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과 세계와 만나는 일이며, 사람살이의 욕망과 허위와 진실을 파악하는 일이다. 문학작품을 놓고 벌어지는 대화와 토론, 배움과 성장의 과정은 때때로 매우 드라마틱하다. 문학 수업은 예술적 행위이자, 철학과 윤리, 종교적 수행이며, 정치, 사회적 참여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문학 수업은 존재의 진실을 밝히며, 자유와 평화의 세계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것은 문학이 가진 본래적인 힘에서 나온다. 사실 모든 인간의 삶은 문학적이다. 노래와 이야기, 시와 소설과 무관한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_ 《책을 펴내며》 가운데 인간의 삶에서 놀라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참 경이로운 일이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경쟁심도 끝이 없지만 또 아무런 보상 없이 순수하게 지금 존재하는 그대로 시와 음악과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존재가 인간이다. 예술은 존재 자체가 목적이다. 무엇을 위하여 예술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순수한 몰입과 현존이 예술이다. 시를 읽으면서 지금 즐겁고,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이 감미로운 것이다. (……) 나의 경우 시를 읽고 가르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시는 최고의 벗이자 나 자신이었다. 고해(苦海)인 인생의 큰 복이라 느낀다.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시의 맛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그치는 시 공부가 아니라 순수하게 시라는 예술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향유자가 되어 주길 바란다. _ 《나도 시를 와싹 깨물어 먹었으면》, 92~94쪽 성장소설이란 이렇게 변화와 성장의 의욕을 북돋우는 작품이다. 학생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기성세대인 나보다 더 현실을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없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고 현실에 순응하고 굴복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왜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되었을까. 부모나 주변에서 보고 들은 삶이 그런가 보다. 그런데 문학작품을 통해서 다른 인간 유형을 만난다. 수업을 통해 소설이 꼭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 현실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우물 밖에 더 큰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좁은 경험의 한계에만 갇히지 않는다. 독서와 배움의 가치는 새로운 세계의 발견과 열림이다. _ 〈성장하는 수업〉, 135~136쪽 어제는 비가 내렸고 오늘은 봄볕이 환하다. 어제는 수업의 삼 분의 일이 힘겨워 그만 학교를 떠나야겠다 싶었다. 오늘은 한 반에서 5분 정도 언성을 높였고 그 뒤는 평화로웠다. 또 다른 반에선 지난 시간까지 못 봤던 아이가 새로 핀 꽃처럼 고개를 내밀었다. 저런 예쁜 녀석이 저기 있었구나, 학교가 다시 좋아졌다. 흔히들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것이 교사의 삶이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일만큼 매 순간이 새로운 삶도 흔치 않으리라. 자연도 인간도 시시각각 변한다. 사람은 이중적이 아니라 다중적이며, 생의 얼굴은 천변만화한다. 미리 재단하고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생을 따라 갈 것. 진실하게 생을 탐구하고 사랑할 것. 스스로나 아이들에게 일깨울 것은 이밖에 또 무엇이 있으랴. _ 《꽃도둑과 낙서회》, 207쪽 노인들이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법원에 탄원서를 내면서 약속이나 한 듯 같은 구절을 쓰셨다. “저는 아무 욕심이 없습니더. 지금 요대로만 살게 해 주이소.” 송전탑 공사지에서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데 끝까지 나무를 껴안고 서 있었던 한 할머니는 이렇게 외치셨다. “이 나무는 나와 같이 평생을 살아온 나무다. 이런 나무들을 다 잘라 내면 나중에 너거는 어데 기대 살래.” 한 할머니는 통곡을 하며 외친다. “정부가 뭡니까. 정부라는 게 뭐하러 있는 겁니까. 국민들을 살리는 게 정부 아닙니까. 와 내 땅에서 내가 살지도 못하게 만듭니까!” (……) 아, 할머니들은 지혜롭고 용감하고 처절하다. 밀양 소식을 듣고 있으면 가슴에 눈물이 고인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국가란 무엇인가. 누구의 국가이며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나중에 너거는 어데 기대 살래》, 324~325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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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이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에서 “작은 것에서 큰 아름다움을 보는” 시인이라고 한 ‘교사 시인’ 조향미의 첫 에세이집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늘 분투하는 교육운동가이지만 또한 “생래적 시인”이기도 한 그의 섬세한 감성은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때 더욱 빛이 난다. 이 책에는 문학을 만나 한 세월을 살아온 그가 문학 교사로 다시 십 대들의 세계로 돌아와 감수성 충만한 십 대들과 시와 소설을 함께 읽으며 보낸 기쁨과 행복의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인의 교실에는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면 좋겠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시, 이 좋은 공부〉는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인생을 살아온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가 최고의 벗이자 곧 자기 자신이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시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시는 절망을 극복하게 하고, 세상을 이기는 힘이자, 생의 신비와 맞닥뜨리게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광야〉(이육사), 〈십자가〉(윤동주), 〈강촌〉(두보), 〈님의 침묵〉(한용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경이로움)(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파블로 네루다) 등의 시를 통해 아이들은 시험을 치르기 위한 시 공부가 아니라 시라는 예술의 아름다움에 순수하게 빠져든다. 영화 〈시〉를 통해 참된 ‘시정신’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해 나가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2부 〈문학이 우리를 풍요롭게 할지니〉는 소설 작품을 중심으로 한 문학 수업 이야기다. 저자는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과 세계와 만나는 일이며, 사람살이의 욕망과 허위와 진실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진실과 용기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학을 좋아하면 삶도 그리 닮아 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자신의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인간 유형과 가치관을 만나 더 큰 세계로 나아간다. 문학 수업을 통해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고, 시대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인식이 확대되기도 한다. 한 편의 좋은 문학작품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훌륭한 수업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는 글들이다. 이 책은 문학을 통한 교사와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의 기록이자 또한 현재 우리 학교와 사회에 대한 짧은 보고서이기도 하다. 3부 〈나는 우리가 될 수 있을까〉는 우리 시대에 대한 저자의 치열한 사유가 담겨 있다. 《나는 꽃도둑이다》(이시백), 《청춘의 커리큘럼》(이계삼), 《팔꿈치 사회》(강수돌), 드라마 〈학교 2013〉, 영화 〈레 미제라블〉,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같은 시대정신이 잘 드러난 책과 영상을 통해 우리 시대 문명에 대한 성찰과 교사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는 것도 좋고, 감성을 일깨우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참된 영혼을 일깨우는 영성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4부 〈고향으로 가는 길〉에는 저자의 오랜 고향-근원에 대한 탐색의 흔적이 녹아 있다. 그는 인생은 고향을 떠나와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며 시를 쓰고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된 것도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고향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그런 푸근한 공동체를 복원하고 싶어 한다. 〈비, 바다, 집〉, 〈쑥 이야기〉, 〈물이여, 흐름이 저와 같구나〉, 〈토함산 아래에 잠시 깃들다〉에는 자연에 귀의하고 싶은 저자의 오랜 서원(誓願)이 담겨 있다. 〈나중에 너거는 어데 기대 살래〉에서는 밀양의 송전탑 싸움에 참여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정녕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저자는 지금 경남 밀양에서 청년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농촌공동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입시와 성적 중심의 학교 체제를 벗어난 작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고향 없이 자란 아이들이 그곳에서 진로도 찾고 고향도 만드는 꿈을 꾼다. 자연도 일자리도 모두 거덜 내고 청년 세대를 황폐한 세계에 던져 놓은 기성세대로서 무언가 빚을 갚고 싶어서이다. 문학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삶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교사로서, 시를 향유하는 시인으로서, 사회적 맥박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살아온 그가, 남은 생을 그 ‘오래된 미래’를 마련하는 데 쓰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 아닐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