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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죽은 인어
바지 지퍼가 열렸어요 스프링 인형과 스카이댄서 애꾸눈 잭의 눈믈 가면 뒤의 얼굴 다리나 부러져라 이 몸 산산이 부서지도록 꽃집 앞에서 테러 오, 이 더러운 육체여 유리벽 저편에 어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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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현 순경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석규는 불안한 눈빛으로 현 순경 쪽을 보았다. “아시아의 인어가…… 왜 물속에서 죽었을까요?” “그건, 그건…….”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석규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꿀꺽 침을 삼켰다. 그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머릿속을 울렸다. 어쨌거나 여기는 일호천이었다. 물속에 들어가면 별세계가 보이는 곳. 그러니 자살이어야 당연하다. 그런데 왜 물속에서 인어가 죽었지? 18년 전 호정저수지에 차가 빠졌다. 그 차에는 부부가 타고 있었다. 운전석의 사내는 이정국의 동생 이정수였고, 그 옆자리에는 부인인 송정인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정국의 부인인 서은희가 같은 곳에서 사망했다. 하필이면 똑같은 장소에서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우연일까? 아니면……. 느닷없이 관자놀이가 툭툭 튀었다. (pp. 38~39) 사람들 누구라도 언젠가 쓰러져서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까지 일부러 혹은 다른 이유로 굳이 쓰러질 필요는 없다. 설령 다시 일어나더라도 차라리 쓰러지지 않는 것보다는 못하다. 스프링 인형은 스카이댄서처럼 크지도 않고 화려한 춤도 못 추지지만, 그리고 수시로 흔들리지만 결코 녹아웃 되는 법은 없다. (p. 117)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어. 형사는 가면 뒤의 얼굴을 봐야 해. 문제는 이 범인이라는 놈들이 가면 뒤에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거지만.” 이 말이 떠오른 건 왜였을까? 그것도 하필이면 지금? 석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실은 의문을 품자마자 그 이유도 거의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랐다. 변검 공연. 가면 뒤의 얼굴은 가면일 뿐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시켜주었다. 사람들은 맨얼굴이 아닌 가면이 나올 때마다 요란한 박수와 환호성을 터뜨렸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맨얼굴이 아닌 가면을 원하니까. (p.168) 임신이었다. 임신했기에 함부로 몸을 놀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엠티에는 갔던 것일까? 차라리 가지 않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 여자애가 왜 수영을 안 했겠어? 그건 그 여자애가 아기를 낳을 생각이었기 때문이야. 들어보니까, 술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배 속 아기를 염려했던 거지. 우리도 그 사건 조사하면서 뭔가 석연찮았어. 아주 찜찜했지. 수영도 못하고 임신까지 한 여자가 한밤중에 혼자 물속에 들어갔다? 그것도 깊은 물에? 어떻게 께름칙하지 않을 수 있겠어.” (p. 258)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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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그 여자는, 그들은…… 춤출 수 있을까
사랑과 죽음이 시작된 곳, 춤추는 집 상춘객들로 붐비던 어느 봄날, 호정저수지에 차가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차는 완전히 물에 잠겨 있고, 차 안에서 미모의 중년 여성의 익사체가 발견되는데, 한때 ‘아시아의 인어’라고 불리던 은퇴한 수영선수 서은희였다. 사건 담당 파출소장인 석규는 이번 사건에서 문득 18년 전 사건을 떠올렸다. 그때에도 호정저수지에 차가 빠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운전석에는 이정수라는 남자가, 옆자리에는 부인 송정인이 타고 있었다. 이정수는 최석규 반장의 동창생인 이정국의 동생이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사건의 정황상 이정국과 서은희가 공모해 동생 부부를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취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이정수의 형수이자 이정국의 부인인 서은희가 같은 곳에서 사망했다. 똑같은 장소에서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한 가족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인어가 물에 빠져 죽은 꼴’이라고 했다. 18년의 시간을 두고 평행이론처럼 벌어진 두 사건은, 원인-결과의 관계처럼 놓여 있다. 은퇴를 앞둔 형사 는 느닷없이 나타난 익사 사고를 추적하다 자신의 과거의 어느 지점과 만나게 되고, 그 지점에는 18년 전 사고가 있다. 이미 지정된 미래를 향해 내달리는 사람들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사고들은 서은희의 죽음을, 그리고 서은희의 죽음과 직면한 석규를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춤추는 집〉은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인물들의 내면 묘사를 통해 풍부한 서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중심에는 누군가를 위한 잔인하고 처절한 복수의 감정보다는, 켜켜이 쌓여버린 미움과 원망의 감정에 의한 살인,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감춰진 잘못된 욕망과 그로 인한 파국의 말로 등이 매우 재미있게 그려냈고, 여기에 첨가된 풍부한 감수성은 소설 말미에 거대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작가가 세공하여 만든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손을 떠나 자신들 스스로 자리를 잡고 살인을 벌인다. 작가도 어찌 해볼 도리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그 인물들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 그 자체이며, 그들은 결국 ‘춤추는 집’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