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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2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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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игизмунд Д. Кржижановский

키예프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에서 생을 마감한 소비에트 소설가 겸 극작가다. 크르지자놉스키는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연극 이론가로서도 명성을 크게 얻은 인물이다. 1913년 키예프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변호사 보조로 근무하다 1918년 키예프에 소재한 키예프 음악원, 리센코 연극대학, 키예프 유대인 예술학교 등지에서 창작 심리학, 연극사 및 연극이론, 문학사 및 문학이론, 음악사 및 음악이론 등을 강의했다. 1910년대 말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1919년에 문예지 『노을(Зори)』을 통해 단편소설 「철학자 야코비와 ‘어쩌면’(Якоби и ≪Якобы≫)」을 발표했고
키예프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에서 생을 마감한 소비에트 소설가 겸 극작가다. 크르지자놉스키는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연극 이론가로서도 명성을 크게 얻은 인물이다.

1913년 키예프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변호사 보조로 근무하다 1918년 키예프에 소재한 키예프 음악원, 리센코 연극대학, 키예프 유대인 예술학교 등지에서 창작 심리학, 연극사 및 연극이론, 문학사 및 문학이론, 음악사 및 음악이론 등을 강의했다.

1910년대 말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1919년에 문예지 『노을(Зори)』을 통해 단편소설 「철학자 야코비와 ‘어쩌면’(Якоби и ≪Якобы≫)」을 발표했고, 1925년에는 예술 잡지 『예술.문학.연극 주간(Неделя искусства, литературы и театра)』을 통해 수기 형식의 중편소설 「스템프?모스크바(Штемпель: Москва)」를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전개했다.

1922년 키예프에서 모스크바로 거처를 옮긴 크르지자놉스키는 1920년대 중반부터 국립예술원(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академия художественных наук)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공개 석상에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고 연극이론과 창작심리학 등을 주제로 공개 강의를 진행하여 모스크바 연극계의 유명 인사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작품이 출판되는 일은 드물었다. 따라서 문학 이외의 활동, 즉 출판사 편집장, 광고 대본 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 오페라 대본 작가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크르지자놉스키의 작품 활동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집중되었다. 「문자 살인자 클럽(Клуб убийц букв)」(1926), 「뮌히하우젠의 귀환(Возвращение Мюнхгаузена)」(1927-1928) 등의 중편소설, 『영재들을 위한 동화(Сказки для вундеркиндов)』(1919-1927), 『낯선 테마(Чужая тема)』(1927-1931) 등의 단편집이 이 시기에 완성되었지만 출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그의 작품 대부분은 소련이 해체된 1989년 이후에서야 봇물 터지듯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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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서울에서 러시아문학을, 모스크바에서 정치문화를 공부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읽은 『죄와 벌』에서 알 수 없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진가를 대학 3학년 때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대학 다닐 때는 그 흔한 배낭여행 한 번 꿈꾼 적 없을 정도로 방구석에서 영화 보는 낙에 살다가 러시아 문학 강독 체험을 계기로 모스크바로 떠났다. 거기서 솔로비요프와 베르쟈예프를 읽으며 푸르른 자작나무의 여름 한낮과 시리게 눈보라 치는 겨울밤을 보냈다. 석사 학위를 받은 후에는 잠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사회문
서울 출생. 서울에서 러시아문학을, 모스크바에서 정치문화를 공부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읽은 『죄와 벌』에서 알 수 없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진가를 대학 3학년 때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대학 다닐 때는 그 흔한 배낭여행 한 번 꿈꾼 적 없을 정도로 방구석에서 영화 보는 낙에 살다가 러시아 문학 강독 체험을 계기로 모스크바로 떠났다. 거기서 솔로비요프와 베르쟈예프를 읽으며 푸르른 자작나무의 여름 한낮과 시리게 눈보라 치는 겨울밤을 보냈다. 석사 학위를 받은 후에는 잠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사회문화적 체험에 대한 단상들을 글로 틈틈이 정리하기 시작해 잡지 등에 기고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한참을 처박히고서야 여행의 맛을 알게 되어 러시아로부터 조금씩 서쪽으로 이동하며 유럽을 살폈다. 베네수엘라와 노르웨이에서 살았고 현재는 오만의 무스카트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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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42g | 120*186*13mm
ISBN13
9791191859966

책 속으로

자, 이걸 기억해두시오, 친구. 만약 도서관 서가에 책 한 권이 더 놓인다면 그건 실제 삶에서 한 사람이 줄어든다는 얘기라오. 서가와 세상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세상 쪽이오. 거품은 밝은 데로 뜨고, 자신은 바닥으로 꺼진다? 아니, 고맙지만 나는 됐소.
--- p.8

사실 작가들이란 전문적으로 단어를 조련하는 자들이라, 해당 행에 걸어들어오는 단어들이 살아 있는 존재라면, 단어들은 아마도 펜촉을 두려워할 테고, 또 증오할 거요. 마치 길들이는 짐승들에 채찍질하듯 하니까.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볼까? 카라쿨이라고 불리는 품종의 양 모피 만드는 법에 대해 들어본 적 있소? 그 공급업자들끼리 쓰는 용어가 있거든. 그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태어나지 않은 어린 양의 피부에 있는 무늬와 털의 곱슬기를 추적하고 정확하게 원하는 조합을 기다리면서 출산 전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양을 죽여버리지. 그들은 이걸 ‘무늬를 수정한다’라고 말하지요. 우리도 결국 구상을 그렇게 다루는 거잖소. 제조업자들이고 살해자들이지.
--- p.14

글쎄요, 이거 아시오? 한번은 괴테가 에커만에게 이렇게 말했소. 셰익스피어는 200년간 영문학 전체의 성장을 억눌러온 지나치게 무성한 나무라고 말이오. 그런데 그 말의 장본인인 괴테에 대해, 30년쯤 지나서 뵈르네가 이렇게 썼다오. ‘독문학이라는 몸체에 고루 뻗은 괴물 같은 종양’이로다. 둘 다 옳았다오. 우리의 문자화가 서로를 억압한다면, 또 작가들이 서로의 작업을 방해한다면, 그들은 독자들의 구상조차 방해하는 거요. 말하자면, 독자는 구상을 지닐 수 없게 되고 그에 대한 권리는 이 일에 대해 좀더 힘있고 경험 많은 단어 전문가들에 빼앗기는 셈이지요. 도서관들은 독자의 상상력을 짓밟았고 소수 작가 그룹이 내놓은 전문적인 글들이 서가와 머리를 토할 정도로 가득 채웠소. 문자 과잉은 박멸해야 마땅하오.
--- pp.19~20

“규정 5항에 따라 이 원고는 잉크를 흘리지 않고 사형에 처합니다. 이의 있습니까?”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의장은 재빠른 움직임으로 노트를 석탄 위에 던졌다.
--- p.57

침묵을 깨지 않고 침묵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까? 해설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글쎄요, 한마디로 말해서, 책이 책을 한 방에 죽인 겁니다. 나의 사람-주제 원고가 어떻게 타버렸는지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타버렸다고 해두죠.
--- pp.97~98

이렇게 네번째 밤이 끝나간다. 내 말도 끝나가고. 이렇듯 전혀 뜻밖에 시작된 내 글쓰기 인생은 갓 태어난 채로 죽을 것이다. 부활은 없을 테다. 말하자면 나는 작가로서 재능이 없지 않은가, 이것은 사실이다, 나는 언어를 잘 다루지도 못한다. 나를 데려가 복수의 도구로 고용한 것은 바로 저들이다. 이제 저들의 뜻이 이루어졌으니 나는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

--- p.214

출판사 리뷰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는 1887년 키예프의 폴란드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920년대에는 모스크바로 이주하였고 그곳에서 1950년에 사망하였다. 당시 소비에트 문화계의 중심지였던 모스크바에서 사망할 때까지 그는 백과사전 책임편집자, 폴란드어 번역가, 연극 이론가 등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단편소설과 중편소설을 써냈다. 그러나 그의 글이 그의 생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일은 없었다.

‘러시아가 놓친 천재’로 불리는 크르지자놉스키의 글은 ‘낯선 비유를 통해 밀도 높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역설을 발견하고 그것을 기이한 플롯으로 조립해낸다.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찬 작품을 써낸 작가에 대해 그러나 당대 소비에트 사회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당시 그는 “칸트주의자”로 통했는데 이는 곧 역사적 유물론이 지배하고 있던 소비에트 사회에서 반동적인 관념주의자라는 낙인과 다르지 않았다. 막심 고리키는 그의 작품에 대해 ‘지나치게 지적’이라고 평가하며 그의 작품이 소비에트 사회가 아닌 지난 19세기에나 어울리지 노동자 계급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은 죽기까지 그를 따라다녔고 그의 글은 매번 검열에 막혀 출간에 실패했다.

작가가 당대 사회와 불화를 겪었다는 전기적 사실은 자연스레 그의 작품에서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암시(이 경우 반스탈린적 요소)를 찾게 만든다. 그러나 “크르지자놉스키의 소설에는 반소비에트적인 것이나 선동적인 것은 없었다. 동시에 그의 텍스트는 전혀 소비에트적이지도 않았다. 그의 소설은 완전히 다른 차원과 다른 시간에서 온 것이었다”.(‘역자 후기’ 중에서) 그의 사망 39년 후 그의 작품은 러시아와 유럽 및 영미권 국가에서 잇따라 출간되었다. 그는 즉시 “러시아의 보르헤스” “러시아의 카프카”라고 불렸으며 그의 글에 대해서는 우아하고 지적이며 존재의 신비에 가닿게 한다는 평이 뒤따랐다.

*
1922년 모스크바로 이주한 이후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는 궁핍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그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을 방문한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장서를 모두 팔아버린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돈이 없어 서가를 채우지 못했지만 비상한 기억력으로 팔아버린 책의 내용을 모두 기억해낸다.

작가의 경험은 『문자 살해 클럽』 속 제즈의 사연으로 반복된다. 제즈는 자신이 대면한 ‘텅 빈 서가의 공허’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를 보고 쓰이지 않은 글자를 읽기 시작한다. 그는 그 글자들이 보이는 족족 ‘필사’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완성된 소설은 불티나게 팔린다. 제즈는 어느 날 자신이 텅 빈 서가에 존재하고 있던 “순수하고 실체 없이 자유로운 구상”을 문자화함으로써 더럽히고 변질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체의 창작 행위를 중단하고 자신과 뜻이 맞는 이들을 모아 매주 토요일 ‘문자 살해 클럽’을 연다. 이들은 매주 돌아가며 문자화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눈다.

문자와 구상의 관계가 육체와 영혼의 관계와 같다면 후자를 전자로부터 구출해낼 수 있을까? 글쓰기로 변질되지 않는 순수한 구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문자 살해 클럽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질문에 사로잡혀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구술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셰익스피어를 연기하는 배우, 중세 유럽의 광대-성직자였던 골리아드, 중세 봉쇄수도원의 종교음악 작곡가,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하는 진동세포를 기반으로 세상을 기계화하는 과학자와 정치가, 입의 존재 목적을 두고 언쟁을 벌이며 답을 얻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친구들, 저승으로 갈 여비 오볼을 빼앗겨 스틱스강을 건너지 못하는 죽은 자. 이 이야기들은 문자에서 벗어나려는 클럽원들의 움직임과 중첩되며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한편 이토록 문자를 혐오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럼에도 글로 쓰였고 우리는 그 글을 보고 있다. 이 책에 쓰인 글자 하나하나는 자신이 담고 있는 것의 정수를 매 순간 배반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누가 클럽의 규약을 어겼는가, 누가 신성한 비밀을 누출하였는가? 그리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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