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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2

마르그리트 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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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uerite Duras

본명 마르그리트 도나디외Marguerite Donnadieu. 1914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차이나의 도시 지아딘에서 태어났다. 192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프랑스어 교사인 어머니의 인사이동에 따라 두 오빠와 함께 동남아시아 곳곳으로 이사를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32년 프랑스로 귀국해 소르본대학에서 수학, 정치학과 법학을 공부하고 1943년 첫 소설 『철면피들』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차대전중에는 훗날 프랑스의 대통령이 될 프랑수아 미테랑과 함께 레지스탕스로서 활동하고, 종전 후에도 알제리전쟁 반대운동과 68혁명에 참여하는 등
본명 마르그리트 도나디외Marguerite Donnadieu. 1914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차이나의 도시 지아딘에서 태어났다. 192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프랑스어 교사인 어머니의 인사이동에 따라 두 오빠와 함께 동남아시아 곳곳으로 이사를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32년 프랑스로 귀국해 소르본대학에서 수학, 정치학과 법학을 공부하고 1943년 첫 소설 『철면피들』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차대전중에는 훗날 프랑스의 대통령이 될 프랑수아 미테랑과 함께 레지스탕스로서 활동하고, 종전 후에도 알제리전쟁 반대운동과 68혁명에 참여하는 등 프랑스 현대사의 현장에 직접 나섰다. 정치적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으로 그는 『모데라토 칸타빌레』(1958), 『여름 저녁 열시 반』(1960), 『롤 V. 슈타인의 황홀』(1964), 『부영사』(1966) 등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독특한 문학적 색채로 인해 ‘누보로망’ 계열의 작가로 거론되기도 하였지만, 뒤라스 자신은 어떤 갈래에도 속하기를 거부한 채 특유의 반복과 비정형적인 문장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자신만의 글쓰기를 모색해갔다. 뒤라스가 1982년 발표한 『죽음의 병』은 그의 연인 얀 앙드레아와의 사랑을 바탕으로 구체화된 작품으로, 후대 비평가들이 ‘얀 앙드레아 연작’ 혹은 ‘대서양 연작’으로 분류하는 작품의 원형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부재와 사랑, 고통과 기다림, 글쓰기와 광기, 여성성과 동성애의 기이한 결합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누보로망의 시대에서 결국 살아남을 단 하나의 작가는 뒤라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는 당대의 문학사적 흐름에서 비껴가면서도 절대 빛바래지 않는 독자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다.

뒤라스는 문학의 범주를 넘어 영화계에도 분명한 발자취를 남겼다.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1960)의 시나리오를 시작으로 뒤라스는 소설과 영화를 가로지르는 독보적인 작업을 펼쳐나간다. 1975년에는 자신의 소설 『부영사』를 각색한 영화 [인디아 송]으로 칸영화제 예술·비평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한다.

1984년에는 어린 시절 인도차이나에서의 시간을 바탕으로 쓴 소설 『연인』이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다. 반세기에 걸쳐 문학과 영화, 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칠십 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한 그는 마지막 몇 년간의 글을 모은 『이게 다예요』(1995)로 마침표를 찍고 1996년 3월 3일, 파리의 자택에서 세상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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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2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습관성 겨울』, 『무표정』, 『반과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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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25*205*20mm
ISBN13
9791191859959

책 속으로

한 남자.
그는 서서, 해변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간조의 바다가, 고요하다, 계절은 모르겠고,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남자는 모래사장에 놓인 판자 길 위에 있다.
그는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고 있다. 얼굴이 또렷하고, 눈이 맑다.
그는 움직이지 않은 채, 보고 있다.
해변에는, 물웅덩이들이, 고립된 잔잔한 물의 표면들이 있다.
--- p.9

여자는 응시되고 있다.
그녀는 다리를 쭉 뻗고선, 담에 붙박인 채, 희미한 빛 속에 있다. 감긴 두 눈.
노출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응시되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그녀는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새하얀 얼굴. 모래에 반쯤 파묻힌 채, 시체처럼 움직이지 않는 두 손. 멈춰진 후, 부재 쪽으로 옮겨진 힘. 도주의 움직임 속에서 멈춰진. 그 사실을 모르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
--- pp.13~14

최후의 말이 그에게서 쏟아져나온다. 그의 두 눈이 반짝인다, 감긴다, 물의 평화와 마주한 채.
- 절대적인 욕망의 대상, 그녀가 사방으로 열리는, 대개 이 시간 즈음의, 밤잠. (그가 멈춘다, 다시 말을 잇는다) 욕망의 대상인 그녀는, 그녀를 원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절대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살고 있는 셈이지요.
--- p.54

그녀는 파란 파라솔 위로 쏟아지는 빛 속에 있다.
이제야 그가 그녀를 바라본다. 아름다움은 여기에, 여전히 존재한다.
--- p.83

그녀는 잠들었다.
그가 모래를 집어, 그녀의 몸 위로 뿌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모래가 움직인다, 모래가 그녀에게서 흘러내린다. 모래를 다시 집어, 뿌린다. 모래가 다시 흘러내린다. 또 집어서, 또 뿌린다. 그가 멈춘다.
- 사랑.
두 눈이 떠진다,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로,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고는 다시 눈이 감긴다, 어둠으로 돌아간다.
--- p.130

그는 더이상 여기에 없다. 그녀는 태양 아래 홀로 모래에 누워, 썩어가고 있다, 상상 속에서 죽은 개가 되어. 그녀의 한쪽 손이 흰 가방 옆에 묻혀 있다.

--- p.131

출판사 리뷰

글쓰기라는 불가사의, 비밀을 향한 움직임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1953) 『모데라토 칸타빌레』(1958) 등의 작품으로 뒤라스는 일찍이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고루 받게 된다. 그런 그녀의 문학 세계는 『롤 베 스타인의 환희』(1964) 『부영사』(1966) 등의 작품을 거치며 점차 전통적인 소설의 논리에서 벗어난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지성의 시간에 있지 않다는 것이죠.”
뒤라스는 글쓰기를 결코 자신이 아는 것을 명료하게 정돈하는 과정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뒤라스에게 글쓰기는 위험 지대로 기꺼이 발을 들이는 행위였다. 뒤라스는 어둠 속에 잠겨 있어 감지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이야기, 존재 자체를 태워버릴 위험을 내뿜는 과거, 혼돈 속에 뒤섞여 있는 인간의 정념과 충동의 덩어리를 글쓰기를 통해 표현하고자 애썼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도한 것이 될지라도 글쓰기를 통해 저 멀리, 어둠 저 깊은 곳까지 도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뒤라스의 변화에 당대 대중은 당황했고 비평가들은 그 뜻을 알아보지 못했다. 명확한 시공간이 특정되지 않는 배경, 이름 없는 인물들, 통속적인 감정으로 해석되지 않는 순수한 대화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단지 몰이해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뒤라스에게 이러한 글쓰기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이 아닌 글쓰기가 종용한 것, 그것을 향해 뒤라스는 끊임없이 나아갔다.

“글쓰기라는 불가사의가 앞으로 나아가지요.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앞으로 나갑니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해요.”

망각으로 기억되는 순간, 그 고통스러운 유혹

『사랑』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놓인 작품으로 뒤라스는 이 작품과 더불어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는 『롤 베 스타인의 환희』 [갠지스강의 여인] 등 세 작품을 쓰며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한 것 같다고 고백한 바 있다.

뒤라스는 『사랑』을 마지막으로 영화 시나리오와 연출 작업에 매진하며 한동안 중편 분량 이상의 글을 쓰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소설적 글쓰기의 가장자리에서 탄생한 듯한 이 작품은 바다를 배회하는 익명의 인물들을 아득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인물들은 스스로를, 상대방을, 그리고 방금 경험한 일들을 끊임없이 망각하는 동시에 그 망각 속에서도 결코 잊히지 않는 기억을 스스로 되감기는 파도처럼 되풀이한다.

“망각과 구멍이야말로 진정한 기억이죠.”
뒤라스는 한 인터뷰에서 망각이 진정한 기억의 장소라고 이야기한다. 즉, 어떤 망각은 과거의 보잘것없음을 증명하지 않는다. 반대로 과거의 특정한 순간이 기억의 가능성을 초과하는 강렬함으로 인해 ‘망각된다’. 이 망각은 구멍으로 남아 우리를 고통스럽게 유혹한다. 기억의 불능이 도리어 무한한 기억을 촉발한다.

“언제고 『사랑』을 펼치는 일은
파도를 열고 들어가 닫히지 않는 문이 되어버린 슬픔 앞에 서는 일이 될 것이다”

두 남자와 한 여자, 『사랑』의 인물들에게는 이름마저 부여되지 않는다. 그나마 끊임없이, 마치 죄수의 발걸음처럼 똑같은 보폭으로 바닷가를 걷는 남자는 ‘걷는 남자’로 호명되고 다른 남자는 “느린 발걸음과 정처 없는 시선”을 이유로 ‘여행자’라 불릴 뿐이다. 이들은 바닷가 도시 에스탈라 근처를 배회한다, 들어가지는 못한다. 끊임없이 비켜갈 뿐이다. 마치 에스탈라, 이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육중한” 도시가 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광기 어린 시공간이 된 것처럼.

이들의 배경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 파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여행자’와 여자는 과거 에스탈라라는 도시에서 만난 적이 있었으며 그 과거의 중심에는 호텔에서 열린 무도회가 있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후 ‘여행자’는 이곳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다가 어떤 결심을 한 후 에스탈라에 돌아온다. 이곳 에스탈라에서 ‘여행자’는 여전히 머물고 있는 여자와 정체불명의 ‘걷는 남자’를 만난다. 이 빈약한 정보를 가지고는 이들의 과거에 대해서 다양하지만 불충분한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또한 여자의 존재 역시 대단히 모호하게 서술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여자 자체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에스탈라라는 공간과 함께 유령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랑』을 두 번, 세 번 읽어도 과거에 이들에게 벌어졌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속시원하게 이야기해줄 단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과거는 영원히 망각되었고 이야기는 단지 그 망각된 과거를 향해 어둠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뿐이다. 어둠으로 나아가는 인물들과 그 인물들을 아득한 시선으로 따라가는 이야기, 『사랑』은 이 움직임에 독자를 초대한다. 이때 『사랑』은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규명하기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이 현재로 끊임없이 소환되며 ‘지금 이곳’에 남은 이들에게 어떻게 다시 경험되고 감각되는지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서사가 아니라 감각에 주목할 때 『사랑』은 한 편의 긴 시가 된다.

언제고 『사랑』을 펼치는 일은, 다시, 바다 앞에 서는 일이 될 터이다, 파도를 열고 들어가 닫히지 않는 문이 되어버린 슬픔 앞에,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어떤 ‘뒤’의 앞에, 무엇보다 속절없는 아름다움 앞에. 모든 것에서 멀어져, 파도에 쓸려간 죽은 개 속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그곳에 머무는 여자와 우리가 오버랩된다.(‘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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