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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난스럽다는 말 대신」
단상 1. 「범람과 침잠」 2. 「비관의 육지와 낙관의 섬」 단상 2.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 3. 「복숭아를 닮은 사람」 단상 3. 「여름, 사랑」 4. 「함께 듣는 여름」 5. 「어느 날, 어느 순간」 6. 「역행하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7. 「저는 남해에 있습니다」 8. 「몇 개의 일과 한 개의 마음」 9. 「떠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10. 「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
방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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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수가 퍼붓는 날에 범람하는 것은 강물뿐만이 아니라 맹목적인 사랑에 빠져버려 주체할 수 없는 나의 마음 또한 그렇더구나 불어나는 강물과 불어나는 마음은 닮아있구나 기실 범람할수록 침잠하는구나 나는 한없이
--- p.13 「단상1. 범람과 침잠」중에서 무례함이라는 소나기를 맞았던 지난날의 어떤 때에는 제 마음의 비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할 것이 분명한 저쪽의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곤 했습니다. 볕이 나 있는 그들이 사는 세상은 마음에 비가 내린 제가 사는 세상이 존재하는 것조차 모를 것이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마음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도록 왈칵 쏟아내는 것뿐이었습니다. 여름 볕이 제법 쨍쨍 내리쬐던 어떤 날에 잠깐 오다가 그쳤던 여우비처럼. --- p.19 「비관의 육지와 낙관의 섬」중에서 음악을 들을 때는 결국 혼자였던 것 같아요. 결국 혼자였어요. 그래, 혼자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혼자여도 괜찮다고 여름의 햇살은 이불 삼아 마음을 덮어주는 것 같았고, 여름밤의 선선한 바람은 마음을 씻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젯밤에는 혼자가 아닌 함께 여름을 들을 수 있었기에 감격스러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그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이미 설명되어 있는 것처럼,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아름답고 포근했어요. 철저히 타자화되어 배제되었던 지난 계절로부터 단지 여름으로 왔을 뿐인데, 함께 듣는 여름은 나의 계절이라 말할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 pp.39~40 「함께 듣는 여름」중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말하면서,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으면서. 괜한 너스레를 놓아 보기도 하면서. 그곳에서는 잡되고 어두운 곳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가, 이곳에서는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에서 함께 술잔을 나누면서. 우리는 몇 개의 일을 하지만, 한 개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면서. --- p.69 「몇 개의 일과 한 개의 마음」중에서 가을이 목소리를 냅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존경이었고 배려였으며 경외(敬畏)였다고. 떨어지는 잎사귀들이 발에 채이고 제법 차가운 바람이 살결에 와 닿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랑이라고 믿었던 여름의 흔적이 흉터로 새겨집니다. 상처가 아물고 남은 자국이 현현(顯現)한 계절입니다. 시월입니다. --- p.78 「떠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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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여름에 있습니다』는 2023년 7월 3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발행되었던 〈출판사 방(ㅂang)〉의 구독 서비스 《인생이라는 여정》 『저는 여름에 있습니다』를 종이책으로 엮은 프로젝트입니다.
** ‘편지를 담은 책’이라는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편지 봉투를 형상화한 세로로 기다란 형태의 사이즈로 디자인했습니다. *** 표지로 사용한 정교한 양면 직물무늬가 돋보이는 레자크는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입니다. 직물의 씨실과 날실, 패브릭 질감의 수평과 수직은 편지를 보내는 사람과 편지를 받는 사람의 만남을 의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