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시작하며
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그날, 외계인이 될 수 없었던 나에게 가우스는 화들짝, 우리는 흐느적 피보나치 그리고 가고시마의 여름 비홀로노믹, 우주를 나는 꿈 이불이 좋으니까, 톨레미의 정리 중량 리소스, 유한한 사랑 보이저, 산책, 고독 그리고 사랑 아빠와 할아버지, 코로나와 태양 카오스와 후회의 물리학 하야부사와 버블 그림자를 보다 ⇔ 자신을 보다 우주여행, 십자의 기도 이토카와 히데오와 어느 겨울날 선택하지도 선택받지도 않는 저주하고, 축복하고 싶어 거인의 허리에 매달리다 마치며 |
곽범신의 다른 상품
그러니 이 책에서는, 예를 들어 우주의 끝은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대답할 수 없다. 지구의 생명이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대답할 수 없다. 어떡하면 중력의 밑바닥에 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가르쳐줄 수도 없다. 하지만 어디 사는 누군가의 삶 속 빈틈을 메워줄 수는 있다.
--- 「시작하며」 중에서 그러므로 내 연구는 대부분 컴퓨터 한 대로 끝이 난다. 나는 원룸의 하얀 책상에 A4 크기의 노트북을 펼쳐놓고 오늘도 홀로 묵묵히 연구한다. 거창한 도구는 필요 없다. 몇 번을 실패하면 어떠랴. 떠오른 아이디어가 제대로 굴러가는 경우는 좀처럼 없지만 그럼에도 컴퓨터 앞에 눌러앉아 이러 저러하는 사이에 금세 날이 저물어간다. 이것이 현재 나의 삶이다. --- 「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중에서 그때 나는 1억 5000만 km 저편에서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빛을 뿜어내는 태양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광선의 광자들이 있는 힘껏 내 등을 밀어주는 모습을 상상하노라면 그 한 알 한 알에 대한 애착이 샘솟는다. 그렇게 태양빛은 내게 은근히 애정과 자신감을 일깨워준다. --- 「그날, 외계인이 될 수 없었던 나에게」 중에서 역사상의 위인이 인쇄된 종이쪽지로 상품을 살 수 있는 세계, 간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한신 타이거즈의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세계, 에탄올이 든 음료를 가장 많이 원샷한 사람이 존경받는 세계, 금요 명화극장의 특정 회차에만 이상하리만치 강한 단결력으로 ‘바루스’를 중얼거리는 세계, 투명한 비닐 커튼을 사이에 두고 T포인트 카드를 주고받는 세계. 어쩐지 비틀린 우스꽝스러운 세계일지도 모른다. --- 「가우스는 화들짝, 우리는 흐느적」 중에서 곱셈, 나눗셈, 실수, 허수, 지수, 로그, 미분, 적분, 필시 모두가 ‘일단 이런 기호를 만들어놓으면 편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어쩌다 보니 생겨난 것일 텐데, 그렇게 별생각 없이 만들어낸 것을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며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아름다운 정리나 세상의 진리를 발견한 셈이다. 어쩌다 보니 생겨난 것에 고민하고, 어쩌다 보니 생겨난 것의 아름다움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피보나치뿐 아니라 수학 자체가 장엄한 우연이다. --- 「피보나치 그리고 가고시마의 여름」 중에서 진화의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리소스는 언제나 유한하다. 지금 현재 인간이라는 생물이 최적의 형태를 갖춘 생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유한한 리소스로 성립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다. 즉 설계란 가능성을 덜어내는 과정이다. --- 「중량 리소스, 유한한 사랑」 중에서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본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월식에 투영된 지구의 그림자를 볼 때 역시 우리가 지구의 존재를 확인할 최고의 기회인 셈이다. 여러모로 수수한 월식이지만 이처럼 ‘그림자가 보이는 방식’이라는 관점에 주목한다면 조금은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까. --- 「그림자를 보다 ⇔ 자신을 보다」 중에서 그런데 모두들 그렇게나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전자 담배를 피우고, 착용감이 좋은 낡은 옷 따위를 골라 입고, 영화를 보고, 아로마를 피우고, 바질을 곁들이고, 샤워헤드를 바꾸고, 아이라이너를 그리며 그렇게나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빛나고 있다. 미덥지 못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구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쉽게 망가지는 것밖에 아껴주지 못한다. --- 「저주하고, 축복하고 싶어」 중에서 |
유독 일이 꼬여 의기소침한 날,
태양빛이 우리 등을 힘껏 밀어준다면 태양빛이 우리 등을 밀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저자는 태양광압이란 주제를 연구 중인데, 태양광압은 태양빛이 지닌 압력을 말한다. 이 태양광압 때문에 태양빛을 받은 물체는 빛이 밀려온 방향으로 살짝 밀린다. 평소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한 힘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주공간에는 저항이 없기 때문에 이 태양광압을 이용하면 우주비행체의 연료를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저자는 의기소침한 일이 있을 때마다 태양빛이 내 등을 밀어준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망쳤거나, 냉장고에서 상한 음식을 발견하거나 여러 이유로 일이 안 풀릴 때, 태양의 광자들이 자신의 등을 힘껏 밀어주는 상상을 하면 자신감이 솟는다고 말이다.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을 바라보는 방식도 흥미롭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하는데,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도 각자의 존재에 의해 휘어져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에는 어디서든 당당하게 담배를 피웠다면 이제는 그런 행동이 비난받는 것처럼, 지금 세계는 이 세계를 이룬 사람들이 만든 규칙에 따라 휘어져있는 거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휘어짐이 있기에 세상은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부터 보이저 탐사선의 은하 산책까지 우주에서 찾은 사랑 할 이유 저자는 대학 시절 여자친구와의 산책에서 보이저 탐사선을 떠올린다. 언덕길 너머, 굽이진 길모퉁이 너머를 직접 걸어보면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보이저 탐사선 역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서는 결코 알 수 없었을 것들, 이를테면 목성의 달 이오의 기운 넘치는 화산부터 해왕성의 짙은 대기까지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인류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때마다 저자는 사랑을 떠올린다. 칼 세이건의 책 『창백한 푸른 점』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데, 보이저 탐사선이 찍어 보낸 광활한 우주 속 지구는 그야말로 창백한 푸른 점이다. 이 사진을 보면 우리 존재가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인식할 수 있다. 이 인식은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는 대신 좀 더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를 좀 더 소중히 대할 것,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창백한 푸른 점’을 지켜나가는 것, 내게는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책임처럼 느껴진다.” 카오스와 후회의 물리학, 과학이 삶의 위로가 될 때 후회는 무의미하다. 저자는 카오스 개념을 알면 이 사실을 바로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에서 두 물체 사이의 운동은 이체 문제라 하여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삼체 운동 그러니까 세 물체 사이의 운동부터는 그 움직임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세 물체의 움직임은 어느 순간부터는 규칙성이 전혀 없는 카오스 상태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당장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지금과 같은 현실에 도달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 각자를 하나의 물체로 생각했을 때 세상에 두 사람밖에 없다면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여기에 하나둘씩 관계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마치 삼체 문제처럼 규칙성이 전혀 없는 카오스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앞으로 인생의 방향이 어디로 흐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 텐데’는 후회는 전혀 근거가 없다. 이렇게 일상에서 고군분투하며 우주를 그리는 한 청년의 이야기는, 차가운 과학이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에게 전한다. |
“탐사기 틈에 끼워 넣어 은하에 사는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책.” -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책 작가)
|
“젊은 연구자만이 쓸 수 있는 귀중한 에세이.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이 맑아진 느낌이다.” - 야마자키 나오코 (JAXA 우주비행사)
|
“현미경으로 코스모스 꽃잎을 헤아리며 미소 짓는 듯한, 사랑스러운 과학 에세이.” - 후쿠오카 신이치 (생물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