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스노우 헌터스
감사의 말 해설: 전쟁의 슬픔 속에서 아스라이 전해지는 구원 가능성_황은덕 |
폴 윤의 다른 상품
황은덕의 다른 상품
|
그 겨울, 비가 내릴 때, 그는 브라질에 도착했다.
--- 첫 문장 그 겨울, 비가 내릴 때, 그는 브라질에 도착했다. 그는 바다를 건너왔다. 화물선에 탑승한 유일한 승객이었다. --- p.15 선원 중에서 가장 나이 많은 이가 그에게 우산을 건넸다. 파란색이었고 나무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선원이 어깨를 으쓱한 후 씩 웃더니 말했다. - 아이가 줬어. --- p.19 마을 사람들은 이제 재단사가 아니라 그의 젊은 견습생이 오리라고 예상했다. 사람들은 애정과 호기심을 담아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때때로 그는 팁을 받았다. 그가 기요시에게 팁을 건네주자 기요시는 고개를 흔들며 요한의 손을 밀어냈다. --- p.46 산티는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자신의 어머니인지 또는 아버지인지 묻곤 했다. 산티가 악수하자고 손을 들어 올리면 마을의 남자와 여자들은 혼란스러워하거나 재미있어하거나 슬픈 표정을 짓거나 하면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페이쉬가 마을에서 산티를 찾아다니는 동안 아이는 항구에서 선원들의 뒤를 따라다녔다. --- p.85 그는 숲을 떠올렸다. 높게 우거진 나뭇가지들. 강. 그의 팔꿈치에 닿는 손. 펭. 그는 자신이 갔던 장소의 새로운 도시들에 대해 생각했다. 새로운 집들. 새로운 상점들. 자전거들. 시장들. 마술쇼들, 극장, 그리고 아이들. 비아의 모자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날 밤 그가 떠나기 전에 그녀가 그에게 몸을 기대어 두 사람의 얼굴은 거의 맞닿을 정도가 되었다. 그는 귓등에서 그녀의 숨결을 느꼈다. --- p.112 연은 거의 매번 숲 가장자리에서 뒤엉켰다. 그러면 소년은 인내심을 갖고 나무 위로 올라갔고, 모든 이들이, 경비병들 역시, 높이 매달린 나뭇잎 사이로 소년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곤 했다. 그 순간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며 소년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나뭇잎 사이에서 손 하나가 나타났고 수용소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 p.157 기차 안에서 그는 어깨에 둘렀던 담요의 절반을 요한에게 내밀었다. 그런 후에 눈을 깜빡거리지도 않고 들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눈 사냥꾼들. 펭이 말했다. 두 사람은 잔해 더미를 뒤지는 가족을, 곡예사처럼 그들이 눈 위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방식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함께 지켜보았다. 기차가 속도를 내면서 그들의 밝은 형체는 차츰 밤 속으로 작아져 갔다. --- p.200 밤은 맑고 따뜻했다. 그가 의자를 뒤집었고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옥상의 가장자리에 발을 올렸다. 어디선가 트럼펫 연주가 들려왔다. 세상은 부드러워졌고 모서리는 사라졌다. 그들은 아직 불이 밝혀진 창문 몇 개를 발견했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고 다른 한 곳을 가리키며 그 안의 삶을 상상했다. 자기 삶의 일부분이 된, 사각형 너머의 모든 이의 삶을 그는 상상했다. 그들은 항상 거기 있었고 그 방들은 그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 p.240 |
|
전쟁으로 인한 깊은 상처
아스라이 전해지는 희망과 치유 요한은 전쟁 발발 후 첫 번째 겨울에 포로가 되었고, 폭격으로 정신을 잃고 눈 속에 파묻혀 있다가 미군들에게 발견되었다. 이 때문에 수용소를 관리하는 미국인들은 그를 ‘스노우맨’이라고 불렀다. 요한이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 속에서 본 피난민 가족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필사적으로 생필품을 찾으려고 눈 속을 헤집는 스노우 헌터스 즉, '눈 사냥꾼들'이었다. 브라질에서 살아가며 요한은 고향과 전쟁의 기억을 종종 마주하고, 때로는 그에 압도된다. 요한의 일상을 잠식한 전쟁의 후유증은 재단사 기요시, 정원사 페이쉬, 거리의 아이들 등 브라질에서 만난 이들로 인해 점차 옅어진다. 이들의 친절한 과묵 속에서 요한은 머뭇거리지만 정확한 지점을 향해 서서히 나아간다.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요한이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 사라지지 않는 전쟁으로 인해 슬픔과 무기력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스노우 헌터스』는 위로와 함께 아스라한 희망을 건넨다. 한국전쟁 후 제3국으로 향한 북한군 포로 요한, 그리고『광장』의 이명준 그 겨울, 비가 내릴 때, 그는 브라질에 도착했다. _ p.15 요한은 비가 내리는 겨울, 바다를 건너 브라질에 도착한다. 북한도 남한도 아닌 중립국, ‘브라질’에 도착하면서 서사가 시작되는 『스노우 헌터스』는 『광장』의 이명준을 떠오르게 한다. 이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하며 좌우 이념의 체계를 넘어 ‘중립’이라는 새로운 선택지와 비전을 제시했지만 한반도를 떠나 인도를 향하던 도중에 선박에서 투신자살한다. 이명준이 포기한 중립 또는 제3국의 삶이 어떠할지 궁금해하던 독자들은 요한을 통해 그 삶의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요한의 기억 속 전쟁터와 포로수용소는 눈이 흩날리는 한겨울이자 밤의 세계이다. 그런 그에게 브라질, 즉 중립국의 미래는 태양이 강렬한 곳, ‘더 이상 밤이 없을 것 같은’ 세계이다. 전쟁의 상처와 고통이 남아 있는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차가운 겨울이 존재하지만, 브라질에서 그는 따뜻한 환대와 희망을 체험하고 점차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스노우 헌터스』는 한국전쟁 문학사의 계보 속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며 중요한 서사로 자리매김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