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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시간의 창조 2. 시간의 측정 3. 시간의 묘사 4. 시간의 체험 5. 시간의 종말 |
Ernst Hans Josef Gom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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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는 시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인류의 최대 업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을 발견했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역사가 생겨났고, 문학이 생겨났고, 철학과 종교가 생겨났습니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된 것도 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을 통해 문명을 이룩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인류 문명은 무한히 흐르는 시간을 붙들어, 그것의 기원을 탐구하고, 그것의 경과를 측정하고, 그것의 전개를 묘사하고, 그것의 활동을 체험하고, 마침내 그것의 종말을 상상해보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중략)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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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문화를 둘러보면, 시간을 항구적으로 신격화하거나 의인화한 문화는 놀랍게도 단 두 개뿐이다. 하나는 그리스, 로마 전설이다. 이 전설은 중세를 거치는 동안 '시간 영감'으로 발전했다. 또 하나는 중국 문화다. 중국에서는 '장수의 신'을 '수로', 또는 '수성'이라고 부른다. 그는 원래 남쪽 하늘의 용골자리의 일등성 카노푸스와 관계가 있는 항성신이었던 것 같다. 원래 역할은 평화의 예고자였다. 카노푸스가 보이면 평화가 오고, 보이지 않으면 전란이 일어난다.
수로의 도상법은 서서히 발달했다. 대개는 이마가 혹처럼 부풀어오른 땅딸막한 노인으로 묘사된다. 전설에 따르면 이런 이마의 모양은 남근 -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원천' - 을 닮았다고 한다. 수로의 상징물은 지팡이와 복숭아다. 특히 복숭아는 3천년 만에 한 번씩 열매를 맺는 전설상의 '반도'다. 수로는 장수의 동물로 알려진 학과 더불어 묘사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사슴과 함께 - 타고 있거나 옆에 서있는 모습으로 - 묘사되기도 한다. 수로는 인류가 멸망하는 날을 결정하는 신이기 때문에, 두루마리나 서판을 든 모습으로 묘사될 때도 있다. 수로는 사람이 태어나면 그가 죽을 날짜를 미리 적어두지만, 오래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면 숫자를 조작해서 장수를 누리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 p. 1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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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육신을 아름답게 해주었던 어린 시절은 지나갔고, 나에게 싱싱한 혈색을 주었던 젊음도 사라졌다. 지금 나는 마침내 원숙한 나이에 이르렀다. 그것은 내 한창시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말해준다. 그러니 친구여, 시간은 그렇게 나를 변모시킨다. 나도 한때는 젊었지만, 지금은 보시는 대로다.
'시간은 그렇게 나를 변모시켰다.' 시간이 나를 변모시켰고,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p.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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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박물관》은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와 국립해양박물관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인류 문명 중에서 시간이라는 부분을 집대성해놓은 책이다. 움베르토 에코와 에른스트 곰브리치 경을 비롯하여 과학·예술·역사· 철학·문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 24인의 글을 통해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가 시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측정하고 표현하는지를 정리하고 있 다.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달력에서부터 티치아노의 우의화와 살바도 르 달리의 일그러진 시계 그림, 허블 망원경이 최근에 포착한 우주 사진에 이르는 400여 점의 유물과 작품과 영상을 천연색으로 수록함으로써 보는 책과 읽는 책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이 책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주제, '시간'을 섭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놀라운 대작이다. 독자는 달력과 시계라는 구체적인 물건의 발달을 문화사적 측면 에서 살펴보면서 그것이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과 어떻게 연결되어 시대 별·지역별로 서로 다른 시간관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시간에 대한 인식 의 변화가 역사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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