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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며
1절 ∞에 관한 생각│2038년에 관한 생각│1년 365일에 관한 생각│체온에 관한 생각│몸무게에 관한 생각│키에 관한 생각│117번 버스에 관한 생각│1308호에 관한 생각│계좌번호에 관한 생각│주민등록번호에 관한 생각│군번에 관한 생각│전화번호에 관한 생각│사회생활에 관한 생각│직업에 관한 생각│이율배반에 관한 생각│자살에 관한 생각│아주 작은 차이에 관한 생각│완패에 관한 생각│석패에 관한 생각│우주에 관한 생각│영혼의 무게에 관한 생각│사진에 관한 생각│돈에 관한 생각│죽음의 존엄에 관한 생각│믿음에 관한 생각│인간에 관한 생각│어떤 인간에 관한 생각 2절 숫자 0에 관한 생각│숫자 1에 관한 생각│숫자 2에 관한 생각│숫자 3에 관한 생각│숫자 4에 관한 생각│숫자 5에 관한 생각│숫자 6에 관한 생각│숫자 7에 관한 생각│숫자 8에 관한 생각│숫자 9에 관한 생각│숫자 10에 관한 생각│숫자 11에 관한 생각│숫자 12에 관한 생각│숫자 13에 관한 생각│숫자 200에 관한 생각│숫자 300에 관한 생각 3절 1967년에 관한 생각│시집과 시인과 시에 관한 생각│나의 시에 관한 생각│따뜻한 차 한 잔에 관한 생각│1974년에 관한 생각│열여섯 살에 관한 생각│고등학교 시절에 관한 생각│1988년에 관한 생각│지능 지수에 관한 생각│나의 아들딸에 관한 생각│716호실에 관한 생각│생애에 관한 생각│대중가요에 관한 생각│변화에 관한 생각│마라톤에 관한 생각│부끄러움에 관한 생각│마음가짐에 관한 생각│극기에 관한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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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록 시인은 1967년에 태어났다. 이 단순한 사실을 그는 이렇게 생각으로 바꾸어 펼쳐 보인다.
“내가 태어났다. 또 하나의 희로애락이 출발했다.// 오래전에는 보험 설계사들이 회사마다 방문해 직원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일이 잦았다. 그들은 사탕 같은 군것질거리와 함께 보험 상품이 설명되어 있는 광고지를 나눠주었다. 또 직원들의 나이를 물은 다음 그해에 일어난 사건을 정리한 출력물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판촉 활동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1967년의 몇 가지 뉴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해 내가 태어나기 나흘 전에 동백림 사건이 터졌다. 그것은 박정희 정권의 대규모 공안 사건 중 하나였다. 가수 배호가 [돌아가는 삼각지]를 불러 크게 히트시킨 해도 그때였다. 또한 그해 1월에는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 트랩을 내려와 당시 여성에 대해 보수적이던 한국 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여느 해처럼 내가 처음 숨통을 튼 1967년에도 세상은 참 소란했다. 내가 없던 어제도, 내가 있는 오늘도, 다시 내가 없을 내일도 세상은 한결같을 것이다.// 인간은 좀 특별한 존재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간의 사유는 그 어느 생명체보다 깊고 넓다. 오늘에 머물면서 내일을 염려하고, 자주 오늘보다 어제에 집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간은 살아 있으면서 죽음을 생각하고, 함께하면서 이별을 예감한다. 사자는 그렇지 않다. 고래도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인간은 자꾸 영원이니 행복이니 하며 세상에 없던 말을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어떤 인간은 기쁜데 웃지 않고 슬픈데 울지 않는다. 그 어떤 인간은 기쁨과 슬픔이 쉽게 시들어버리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1967년에 관한 생각」 전문) 그리고 이제 스무 살이 된 큰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무 살이 된 큰아이에게 말했다. 네 인생의 가장 찬란한 한때라고.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달리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찬란했나?// 지금의 나는 찬란하지 않나?// 나는 삼십 년을 먼저 살아온 어른답게 얘기해줘야 했다. 네 인생의 한때가 모두 찬란한 것이라고. 찬란하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을 순 있다고.// 누구나 그렇듯 나에게도 성인이 된 스무 살 이후에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세월을 거치며 퇴적한 생각과 감정을 이 책에 갈무리해보았다. 그러다보니 이따금 스무 살 이전을 추억하기도 했다. 옛날이 또 다른 옛날을 불러오고, 오늘이 또 다른 오늘을 불러냈다. 그러다가 문득 가까운 미래가 떠오르기도 했다. 말이 되거나 말거나, 나는 이 정도로도 숨이 가쁘다. 다만, 나 자신과 계속 사투를 꿈꾼다.”(「극기에 관한 생각」 부분) 그러니까 이번 산문집은 오십 대의 아버지가 이십 대의 아들과 딸에게 들려주는 인생의 비망록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당신이 지금 오십 대의 아버지라면, 당신이 지금 이십 대의 아들 혹은 딸이라면 꼭 읽어보라는 얘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