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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아니라니까
나의 부모와 아이들 이 집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다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 40제곱센티미터의 공간 운 없는 남자 외출 옮긴이의 말 |
Samanta Schweb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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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망했네.” 엄마가 말한다.
엄마는 브레이크를 밟고 운전대에 몸을 기댄다. 가녀리고 주름진 손가락이 플라스틱 운전대를 꽉 쥐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집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여기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주거 지역 중 하나다. 이 동네에는 아름답고 널찍한 저택이 즐비하지만, 간밤에 내린 비 탓에 안 그래도 포장이 안 된 흙길이 진창으로 변해버렸다. “꼭 진흙탕 한가운데에 차를 세워야 했어?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려고 그래?” 나는 바퀴가 진창에 얼마나 깊이 빠져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연다. 꽤나 깊이, 상당히 깊게 빠져 있다. 나는 문을 쾅 닫는다. --- p.13 「그런 게 아니라니까」중에서 몇초 뒤에 마르가가 돌아온다. “저기도 없어.” 그녀가 말한다. “이를 어쩌면 좋아, 하비에르. 아이들이 없단 말이야.” “아니야, 마르가. 애들이 가긴 어딜 가겠어. 틀림없이 이 부근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찰리는 현관문으로 나가 앞뜰을 가로질러 도로로 이어지는 자동차 바퀴 자국을 따라간다. 그사이 마르가는 계단을 올라 2층에서 아이들을 부른다. 나는 밖으로 나가 집 주변을 한바퀴 돈다. 장난감, 양동이, 플라스틱 삽으로 가득 찬 차고-마침 문이 열려 있다-앞을 지나간다. 가는 길에 무심코 위를 쳐다보다 마치 교수형이라도 당한 것처럼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아이들의 돌고래 풍선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니 밧줄은 우리 부모님의 조깅복으로 만든 것이다. 마르가는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다 잠시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는 지금 아이들만 찾고 있을까, 아니면 내 부모도 찾고 있는 걸까? 나는 주방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바로 그때 현관문으로 들어온 찰리가 거실에서 내게 말한다. “저 앞에는 없어요.” --- pp.42-43 「나의 부모와 아이들」중에서 웨이메르 씨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묵직한 주먹으로 조심스럽게 반복해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웨이메르 씨밖에 없다. 나는 접시를 싱크대에 두고 마당을 내다본다. 잔디밭에 또다시 옷가지가 흩어져 있다. 내가 보기엔 모든 일이, 심지어 가장 특이한 일마저도 늘 같은 순서로 일어나는 것 같다. 나는 순서에 따라 말을 하나씩 찾아가며 큰 소리로 또박또박 내뱉듯이 생각한다. 보통은 설거지하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데, 아무 연관 없던 생각들이 수도꼭지만 틀어도 마침내 순서대로 이어진다. 그건 순간적으로 번득이는 영감일 뿐이라서 막상 어디에 적어놓으려고 하면, 수도꼭지를 잠근 것처럼 말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 p.55 「이 집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다」중에서 그 목록은 어떤 계획의 일부였다. 롤라는 자신이 지나치게 오래 산 데다, 삶이 너무 단순하고 하찮아서 이제 사라질 수 있을 만큼의 무게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롤라는 아는 이들의 경험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아무리 노년기라도 죽으려면 치명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정적으로 타격을 받든, 육체적으로 타격을 받든 간에. 그런데 롤라는 자신의 육체에 그 어떤 치명타도 가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죽고 싶었지만, 매일 아침 여지없이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반면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모든 일을 그런 방향으로 계획하면서, 자신의 삶을 무디어지게 하고 삶의 공간을 서서히 줄여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것밖에 없었다. 이런 것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리스트의 핵심이다. 롤라는 주의가 흐트러졌을 때, 어떤 일 때문에 기분이 상하거나 산만해져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렸을 때 그 목록을 들추어보곤 했다. 그건 아주 짤막한 목록이었다. --- pp.67-68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중에서 내가 여덟살이 되던 날, 단 한순간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고서는 못 배기던 여동생이 표백제 한 컵을 마시고 말았다. 아비는 세살이었다. 처음에는 역겹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겁에 질려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엄마는 아비의 손끝에 매달려 있는 빈 컵을 보고는 마찬가지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비-맙소사!” 엄마는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아비-맙소사!” 그러고는 몇초가 지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그 아이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소리를 질러봐도,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엄마는 전화기로 달려가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 p.165 「운 없는 남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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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원 높은 미학, 땀을 쥐는 몰입감
이윽고 찾아오는 짜릿한 반전 『일곱채의 빈집』은 『소란의 핵심』(2002)과 『입속의 새』(2009, 한국어판 창비 2023)에 이은 사만타 슈웨블린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실재와 환상을 넘나들며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지만 “우리는 실감나는 현실에 깊이 빠져든다. 그 현실은 손에 잡힐 듯한 공포다. 그래서 더 무섭다”(『파이낸셜 타임스』)라는 평처럼 이번 소설집은 한 차원 높은 미학을 선보인다. 수록작들은 모두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로는 집을 구경하기 위해 떠돌아다니기도 하며(「그런 게 아니라니까」), 때로는 집 안에 갇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하고(「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 때로는 집을 잃고 떠돌기도 한다(「40제곱센티미터의 공간」). 소설집의 제목이 ‘일곱채의 빈집’인 데는 그러한 이유도 있다. 각각의 작품은 저마다 숨통을 조여 오는 긴박한 몰입감을 선사하는데, 어느 작품이든 짜릿한 결말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에 나오는 딸과 어머니는 매일 호화 주택을 구경하다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마음대로 물건의 배치를 바꾸는 “미친 짓”을 한다. 그러고는 주인이 나오기 전에 도망치는데, 하루는 차가 진흙탕에 빠져 정원에서 집주인과 마주치고 만다. 집주인은 모든 게 궁금하다.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걸 어떻게 배상할 건지. 엄마는 아픈 척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어떤 물건’을 훔쳐서 나올 결심을 한다. 이들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이 ‘미친 짓’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의 주인공 롤라는 어느 날 자신이 지나치게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며 행동 지침이 될 만한 ‘목록’을 작성하기로 한다. ‘모든 것을 분류할 것’ ‘필요 없는 물건은 기부할 것’ ‘죽음에 집중할 것’ ‘그가 참견하면, 무시해버릴 것’. 롤라의 집 근처에는 “마약쟁이로 보이는” 아이들이 항상 시끄럽게 굴며 생활을 방해한다. 그중 한 아이는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아이로, 그는 롤라의 정원에 나타나기도 하고 또 롤라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도 한다. 어느 날 아이는 롤라의 남편에게 공구를 빌리게 되고, 롤라는 그걸 돌려받으러 옆집에 들른다. 그리고 거기서 아이의 엄마를 만나는데 충격적이게도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한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롤라는 ‘목록’ 마지막에 이런 항목을 추가한다. ‘옆집 여자는 위험하다.’ 정말 위험한 것은 누구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밖에도 부모, 헤어진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휴일을 보내고 있는 자리에 전처의 연인이 찾아오는 기묘한 자리에서 갑자기 아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사건을 다룬 「나의 부모와 아이들」, 실제 발생한 것은 이웃 웨이메르의 방문이라는 한가지 사건뿐이지만 상상과 환상의 이면에서 기억을 교차시키며 독자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이 집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다」, 부부싸움을 하고 길을 방황하다 ‘에스카피스타’(현실도피주의자, 배관 수리기사 혹은 탈출 곡예사의 뜻을 지닌 중의어)를 자처하는 기묘한 사람과 기묘한 동행을 나서는 「외출」 등 짧은 소설도 저마다 깊은 울림을 남긴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며 공신력을 얻은 매거진 『오프라 데일리』는 “사만타 슈웨블린은 떠오르는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선두에 서 있다”라며 그의 대단한 작품성을 칭찬한 바 있다. 또한 『일곱채의 빈집』에 대해서는 “피와 욕망, 자아와 원초적 본능으로 맥박 친다”라는 평을 남겼다.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되며 세계인의 환호를 얻은 베스트셀러 『피버 드림』이나, 타인이 조종하는 ‘반려 인형’을 집에 들인다는 탁월한 상상력으로 “인물 묘사의 장인”(『LA 타임스』)이라는 평을 얻게 해준 『리틀 아이즈』를 봤을 때 어쩌면 사만타 슈웨블린의 시대는 이미 도래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일곱채의 빈집』은 이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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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라! 우리가 가을에 접어들어 넷플릭스를 보며 소파에 편히 앉아 있을 때, 사만타 슈웨블린의 새로운 소설집이 등장해 우리의 호박라떼에 침을 뱉고 벽을 손틉으로 긁을 것이다. 『일곱채의 빈집』은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장소인 ‘집’을 겨냥한다. 이는 그녀의 돌파구가 된 장편소설 『피버 드림』보다 더 어둡고 공포스럽다. 슈웨블린이 가장 날카롭고 맹렬할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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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집이 조성하는 긴장감은 사만타 슈웨블린 작품 중 단연 압권이다. 이 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은 잘못된 인식, 슬픔으로 인한 쇠약, 고통스러운 시간의 흐름과 관련되어 있다.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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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위협이 사만타 슈웨블린의 『일곱채의 빈집』 속 작품들에 스며들어 있다. 이 이야기들은 피와 욕망, 자아와 원초적 본능으로 맥박치며, 그는 자신의 체급을 넘어 강타를 날린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떠오르는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의 선두에 서 있으며 성, 사랑, 정치의 정글을 당당히 걸어간다. - 오프라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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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타 슈웨블린의 소설에서는 항상 모든 것이 겉보기와 다르며, 결코 무해하지도 않다. 제목이 암시하듯 일곱편의 이야기는 가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가는 소름 끼치는 불안감을 서서히 고조시킨다. 이 소설집을 읽으며 우리는 실감나는 현실에 깊이 빠져든다. 그 현실은 손에 잡힐 듯한 공포다. 그래서 더 무섭다. - 파이낸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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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타 슈웨블린의 이번 소설집은 익숙하고도 일상적인 장면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순간들을 예상치 못한, 그리고 소름 끼치는 방식으로 뒤틀고 변형시킨다. -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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