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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서 바다까지
오디오북, 신곡 음원 6곡 수록
힘찬북스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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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_임진모

중식이 음악 동화―도마에서 바다까지
중식이의 일기장―도마 위의 모놀로그

【음원 QR】

♬-1 현실은 시궁창
♬-2 새들의 응원가
♬-3 시궁창에서 만난 새
♬-4 살려주세요
♬-5 썩은 나무
♬-6 심해어

저자 소개 2

옛날부터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천재라며 칭찬을 많이 해줬었죠. 그래서인지, 저도 마음 한켠에서는 난 천재야, 라는 생각을 품고 자라왔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사실 저는 천재가 아니었던 겁니다. 「나는 반딧불」은 그런 제 이야기가 담긴 노래입니다.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가 결국엔 그런 거잖아요. 알고 보니 사람들 다 힘들었네, 다들 자기만의 사연으로 자기만의 고통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그랬었구나.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제 노래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 좋으면서도 한편 짠합니다. 자기가 별인 줄 아는 반딧불이처럼 여러분도 빛을 내며 살아가길 바라겠습니다.

정중식의 다른 상품

노래중식이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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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이 밴드의 핵심 인물인 중식이(정중식)는 2009년 ‘텅 빈 브라자’라는 밴드의 리드싱어로 데뷔하였고 이후 지금의 프로듀서인 우주비와 함께 ‘전파나무’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2012년까지 활동하였다. 2013년에 팀이 해체되며 ‘중식이’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준비하던 중 ‘개미’라는 팀과 합류하여 ‘중식이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현재 멤버 중 기타와 베이스가 교체되어 중식이(보컬), 한우(드럼), 우자(베이스), 샘 사무엘(기타) 4인 체제로 활동 중이며 ‘전파나무’로 함께 활동하던 우주비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70*180*20mm
ISBN13
9791190227490

책 속으로

팔딱팔딱.
온 힘을 다해 팔딱팔딱.
도마 위에 물고기가 춤을 춘다. 물고기는 몸을 던져 도마 위에서 뛰어내렸다.
쿵!
“옴마 깜짝이여!”
어두운 싱크대 밑에 쥐 한 마리가 깜짝 놀라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기 저, 죄송한데 길 좀 물어볼게요. 여기가 어디죠?”
“주방이유.”
죽을힘을 다해 도마에서 벗어났지만 내가 도망친 곳은 결국 주방이었다.
“바다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저기 저 하수구에 들어가 쭉 가다 보면 그 뭐시냐, 거 시궁창이 나와요.”
이때였다.
쿵쿵쿵쿵!
저 멀리서 나를 죽이려던 인간의 발걸음 소리가 또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성급히 쥐가 말해주었던 하수구로 팔딱팔딱 온 힘을 다해 하수구 구멍으로 향했다.
--- 본문 중에서

“어이 아가… 시끄러운께 그만 울고 ‘팔마일’이란 영화 봤으? 뭐 못 봤것제… 그 영화를 보믄 주인공 에미넴이 이런 말을 혔어… ‘현실은 시궁창이다.’ 이 말인즉슨…에미넴은 시궁창까진 도달헌 거여… 자네는 아직 시궁창에도 도달혀지 못혔어… 나가 살아서 여까지 온 물고기는 본 적이 읍서. 자네가 처음이여.”
큰 쥐와 쥐 무리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측은함과 함께 뭔지 모를 뜨거움이 느껴졌다. 큰 쥐가 말했다.
“자네는 시궁창으로 가야 혀. 오메… 근디… 그대 몸이 다 찢어져서 혼자서 거까진 갈 순 없것제… 괜자너. 아무 걱정마러… 나가 느를……”
쥐들이 큰 쥐를 보았다.
“아니, 우들이 느를 시궁창까지 델다 줄 것인께.”
--- 본문 중에서

얼마나 더 가야 나는 바다에 다다를까? 그 힘차게 물살을 차고 수영하던 그때의 내가… 진짜 실제 있었던 기억인가?
나도 살아있었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행복했고 웃고 울고 취하고 싸우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반대하고 찬성하고 동의하고 만지고 물고 때리고 내가 했던 나의 모든 행위들, 그것은 과연 실존 했던 것인가? 그것은 꿈이 아니었을까?
아니… 과연 지금 나는 존재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존재하는 증거는 어디에 있지?
나를 도와줬던 쥐들이 나를 기억할까?
그들은 내가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수 있을까?
누구에게? 누구에게 증명하지?
내가 존재했다는 것이 왜 중요하지?
엄마… 아빠…
나는 존재한 적이 없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들로 내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내 과거와 지금 이 모든 것이 망상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나는 이미 죽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하늘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등 위로 하늘의 허공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내 모든 신경을 건드렸다.
--- 본문 중에서

“안 돼요. 저는 독이 있어요. 저를 먹으면 금방 죽을 거예요.”
잠시 멈춘 새가 웃으며 말했다.
“엊그저께도 내래 뱀을 잡아먹었어. 아새끼, 머리 굴리지 말라.”
“물고기 독은 뱀과 차원이 달라요.”
“후라이까지 말라. 내래 바다를 건너옴서 물고기는 수도 없이 먹있디. 내래 물고기 박사야.”
바다라는 말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다요? 바다를 어떻게 가는지 아세요? 저, 바다에 가야 해요.”
“바다는 여기서 아주 멀디… 한참 날아왔어… 자꾸 말 걸지 말라. 미안하디만서도 자비란 없어… 내래 살려며는 뭐라도 먹어야디.”
“그… 그럼, 바다에서 절 드세요. 큰 쥐가 죽어도 바다에서 죽으라고 했어요.”
--- 본문 중에서

“살려주세요.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도마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제가 도달한 곳은 결국 주방이었어요.
저를 먹을 건가요?
여기는 어디인가요?
현실은 시궁창이었어요.
시궁창에서 벗어났지만, 여기는 어디인가요?
조금 더 가면 폭포가 있겠죠?
저를 놓아주세요.
큰 쥐가 물 끝엔 결국 바다가 나온다고 했어요.
바다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여러 가지 말들을 두서없이 전달하고 있었다.
이 물고기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물고기에게 말했다.
“여기는 저수지입니다. 바다는 아주 멀어서 갈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을 먹지 않을 겁니다. 내가 놓아주어도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물고기가 말했다.
“바다에 가고 싶어요.”
나는 말했다.
“바다에 도달한다고 해도 당신은 이제 곧 죽습니다.”
물고기는 차분했다.
미동도 없이 나를 바라보다 다시 이야기했다.
“알아요. 그래도 꼭 바다에 가고 싶어요. 큰 쥐가 꼭 바다에서 죽으라고 말했어요.”

--- 본문 중에서

줄거리

횟집 도마에 누워 죽음을 앞두고 있던 물고기 한 마리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고 도마에서 뛰어내린다. 하지만 기껏 도달한 곳은 주방 바닥이다. 주방 싱크대 아래 숨어있던 집쥐의 도움을 받아 지느러미와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고 하수구 구멍을 통과한 물고기가 우여곡절 끝에 시궁창에 도착하고 바다로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된다.

시궁창에서 새를 만나고, 새의 도움으로 바다로 향하다 하늘에서 떨어져 나뭇가지에 걸린다. 아가미가 찔린 채 절망하고 있을 때 빗줄기에 의지해 위기에서 벗어난 물고기가 저수지에 도착하고, 생전 처음 보는 먹이를 덥석 물었다가 낚시꾼의 바늘에 걸린다.

이 시점에서 작품 속 또 다른 자아인 ‘나’가 등장해 장면이 전환된다. 낚싯대를 드리운 채 ‘뭔가 잡을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애초에 물고기가 있을 거란 기대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나’는 ‘물고기’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병상련, 물고기의 사연을 전해 들은 ‘나’는 상처투성인 물고기를 봉지에 담아 바다로 향한다.

출판사 리뷰

‘N포 세대’의 아이콘 중식이 밴드-

중식이 밴드는 2014년 한국인디뮤지션대상 금상, 전국오월창작가요제 은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2015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7에 출전해 Top4에 오르며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보컬 정중식의 이름을 딴 ‘중식이 밴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소 코믹하게, 그러나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그리면서 젊은이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고, 빠르게 팬층을 확보해 나갔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서민의 애환을 노래하는 중식이 밴드가 젊은 세대, 이른바 ‘N포 세대’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컨대, 밴드의 초기 대표곡 중 하나인 〈아기를 낳고 싶다니〉는, 젊은 세대의 비혼주의와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사실 이 시대의 청년들은 결혼하고 싶고 아이도 낳아 잘 키우고 싶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씁쓸한 현실을 노래한다.

아기를 낳고 나면 그 애가 밥만 먹냐?
계산을 좀 해봐.
너랑 나 지금도 먹고살기 힘들어.
너 개도 못 키우면서
주제에 우리가 무슨 누굴 키우냐.
- 〈아기를 낳고 싶다니〉 부분

중식이 밴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음악은 극사실주의다. 누군가에게는 노골적 가사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숨기지 않는다”라며 “재미있는 밴드로 기억되고 싶다. 개그콘서트나 신문만평같이 우리 사회의 불편하거나 아픈 소재들을 한 번 더 상기시키되 그래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그런 공연을 하는 밴드로 남고 싶다.”라고 음악적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결핍의 블랙홀을 채우는 즐거운 불편

현실적 피폐 속에서 고함 대신 휘파람을 불 것 같은 사람, 초라한 처지에서도 초라함이 아니라 으스댐을 피는 사람, 혹독한 야생을 사랑스럽게 극복해 가는 사람. 그 사람이 중식이고 그게 중식이밴드 음악의 정체성이다. ‘N포세대’의 대변인임에도 절대 포기란 없다. 그 아이러니가 바로 일그러진 우리의 삶에서 나온다. 중식이는 그것을 직선적으로 끄집어내는데 그를 감싸는 세상은 그 ‘극사실주의’를 불편해한다.

중식이는 연약함을 감당할 수가 없지만, 그 감당이 안 되는 결핍의 블랙홀을 채울 수 있는 기재를, 3가지로 요약되는 그 조건들을 중식이는 다 가졌다. 먼저 위로와 용기의 음악을 듣는다, 아니 그는 만든다. 두 번째로 그는 성찰을 키우는 글 읽기를 한다, 아니 글을 쓴다. 마지막으로 그는 심지어 그림을 본다, 아니 그린다. 다채로운 능력이라고 쓰다듬어주는 얘기가 아니다. 그는 글을 읽어 머리를 채우고, 음악을 들어 가슴을 메우고, 그림을 그려 자아를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경제력을 빼고는 모든 것을 갖춘, 이른바 삶의 질을 확보한 사람이라고 할까. 그의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것이 신간 『도마에서 바다까지』다. 음악동화라는 수식은 거기에 글, 그림, 음악이 다 들어있음을 가리킨다. 중식이밴드로서 새 음원을 내놓으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것이다. 놀랍고 또한 부럽다.

가장 부러운 것은 물고기의 험한 여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줄거리에 은유된 평생의 음악적 지향과 비전을 조금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그의 태도다. 솔직함으로 무장, 재무장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체질이 허기임에도 그는 결코 배고프지 않다. 궁핍하게 살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윤택하다. 대중의 인식 전환을 원하지, 대중적 인정을 애걸하지 않는다.

굉장히 재밌고 그림은 친근함을 더하며 음악은 여전한 ‘인디 블루스’를 취한다. 블루스는 흑인 노예의 고통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들은 신음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중식이밴드의 플래카드다. 그의 적나라한 현실스케치는 불협화음이지만 막연한 긍정론과 대척이라서 통쾌하고, 잘난 사람들의 우울이 아니라 뒤처진 사람들의 해학이라서 와 닿는다. 심각한 타격을 가하면서도 우리를 어루만져준다. 이런 즐거운 불편을 어느 책에서도 접한 적이 없다.

-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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