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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동물사 (큰글자도서)
동물을 사랑하고 혐오하는 현대인의 탄생
이종식
동아시아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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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동물사’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1부 도시의 강아지들

1장 도시 강아지 잔혹사
2장 배회견의 초상
3장 강아지 도살자와 그 동조자들
4장 애완견 판타지

2부 감춰진 동물들

5장 옴니버스와 철도마차의 시대
6장 젖소와 우유의 죄악
7장 쥐잡기 뉴딜

3부 제국의 동물들

8장 여왕의 낙타 부대
9장 동물원의 탄생
10장 당나귀와 중국인
11장 돌봄 식민주의

나오며: 더 큰 사랑, 더 큰 책임을 위해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저자 소개 1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고려대학교 사학과에서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과학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부 교수 및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했다. 근현대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과학사학, 과학기술학STS, 아시아학, 동물연구animal studies 등을 아우르며 연구와 교육에 임하고 있다. 《인민을 넘어서는 인민공사: 마오 시대 중국의 수의 노동자와 비인간 동물》(근간)을 썼으며, 《서양과학은 없다》 《붉은 녹색혁명》 《탄소 기술관료주의》 《리센코의 망령》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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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166*244*20mm
ISBN13
9788962625998

책 속으로

하나의 문제에 대해 시축(時軸)과 지도를 폭넓게 살펴보는 일, 다시 말해 다양한 시공간을 유연하게 검토하는 일은 곧 역사를 수행하는(do history) 일이기도 합니다. 혹은 어떤 주제를 역사화하는(historicize) 시도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의 유용성을 ‘우물 안의 개구리’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한국이라는 ‘지금, 여기’는 우리의 ‘우물’입니다. 이 우물 안에서 동물을 더 잘 사랑하고 보호할 비전을 ‘우물 밖’에서 찾아보자는 것이 이 책의 요지입니다. 저는 독자 여러분을 주로 18~20세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19세기 독일,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중국 상하이로 인도할 것입니다. ‘우물 밖’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동물과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동물사(animal history)’입니다.
--- p.11

당연한 사랑도 당연한 혐오도 없습니다. 사랑과 혐오를 실천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런던, 파리, 뉴욕의 개 도살자들과 그 동조자들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과거의 누군가에게 ‘혐오’와 ‘인도주의’는 양립 가능할 수도 있었고, ‘사랑’ 안에 ‘죽임’이 포함될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이라고 완전히 다를까요? 과거와 현재 사이의 차이는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의 역사적 조합과 배치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 당위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상(理想)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 p.56

그럼에도 ‘구별 짓기’는 지속되어야 했습니다. 내가 가진 고급 강아지의 실제 족보가 없다면, 다시 말해 유구한 역사성을 보장해 줄 문헌적 근거가 빈약하다면, 다른 증거를 찾아내거나 만들어 내면 될 일입니다. 배회견 때와 비슷하게, 다시 한번 과학이 막중한 책무를 떠맡게 되었습니다. 19세기의 생물학자들과 동물학자들은 특정한 견종이 다른 종에 비해 ‘과학적’으로 왜 더 우월한지 진화론을 빌려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순종견과 잡종견의 사회적 격차도 더욱 커졌습니다. 권위 있는 과학자가 고안한 온갖 견종 계보학과 분류법이 새로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역사적 증거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른바 ‘만들어진 전통’이었습니다.
--- p.64~65

제법 규모가 있는 화물 마차가 도시의 거리를 널리 통행했습니다. 이 마차는 우유 배달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화물 마차보다 더 일반적이었던 것은 옴니버스(omnibus)라고 불린 승합마차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는 버스(bus)라는 말은 이 옴니버스의 줄임말입니다. 옴니버스는 ‘모든 사람을 위한 탈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중세 이래의 전통적인 마차(stagecouch)로부터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 바로 옴니버스였습니다. ‘버스’란 애초에 내연기관이 일반화되기 이전 말의 근력으로 움직이는 대중교통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 p.76

도심 젖소 공장 내부의 외양간은 1미터도 안 되는 매우 협소한 공간이었습니다. 젖소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커녕 몸을 돌리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불편하게 방치된 젖소들은 금세 스스로 다리를 가누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운동 부족으로 온몸의 근육은 수축되었습니다. 종국에는 스스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고 자주 자신이 배설한 똥오줌 위로 자빠졌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인간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외양간 천장에 도르래를 설치했습니다. 도르래에 연결된 단단한 끈으로 젖소를 꽁꽁 묶은 후 지면 위로 일정 높이만큼 들어 올렸습니다. 사지가 축 처진 상태로 주렁주렁 매달린 젖소의 무기력함은 그 밑에서 신나게 젖을 짜는 인간들의 맹렬함과 대비되었습니다. 인간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젖소가 이미 숨을 거둔 뒤에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우유를 짜내는 경우마저 있었습니다.
--- p.95~97

‘혐오스러운 동물’과 ‘해충’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20세기 시카고가 내린 잠정적 결론은 21세기를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유해 동물’을 열심히 미워하고 돈을 써서 최선을 다해 죽이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좋든 싫든 도시라는 우리의 터전은 동시에 다른 동물들의 생활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쥐보다 모든 면에서 더 ‘우월’한 존재인지 저 개인적으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쥐는 할 수 없고 인간은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아마도 인간과 쥐의 적절한 공존을 그리고 계획하고 실현해 내는 일이 아닐까요?
--- p.114

그러나 하겐베크 동물원이 동물들에게 진정으로 낙원이 되었을까요? 동물원의 동물들이 원치 않게 낯선 환경에 끌려와 갇혀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철창 대신 해자, 나무 등 더 자연적으로 보이는 가림막들이 존재했을 따름입니다. 무엇보다도 살아 있는 동물들을 원래의 서식지로부터 분리시키고 포획하는 극한의 폭력은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20세기를 거치며 이 과정이 식민주의·제국주의의 ‘비정상적인’ 착취로부터 돈을 주고받아 진행되는 ‘정상적인’ 거래로 치환되었다고 해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고 판단할 여지도 있습니다. 동물원에는 시민 교육과 동물 보호 등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원의 역사 이면에 어른거리는 제국주의의 그림자 또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 p.139~140

우리나라에도 개고기 문화가 존재합니다. 과거 프랑스의 국민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가 개고기 문화를 이유로 한국을 ‘야만국’으로 규정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오늘날 한국인 중에도 개를 먹는 행위에 반감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고기 문화를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과, 개고기 문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윤리적으로 마음껏 재단하며 ‘계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자는 인종주의적·식민주의적 발상입니다. 이러한 과오를 저질렀던 것이 비단 바르도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 식민지 필리핀의 소수민족을 ‘야만화’했던 미국이 있었던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동물 보호와 제국주의는 얼마든지 연동될 수 있었습니다.

--- p.158

출판사 리뷰

여러분을 ‘동물사’라는
낯선 세계로 초대합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자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온 지 오래다. 동물 학대나 동물 멸종 등의 이슈가 커질수록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동물 애호는 인간의 DNA에 새겨진 본능일까? 달리 말해, 원시시대에도 인간은 지금처럼 동물을 사랑했을까? 우리에게 ‘당연해’ 보이는 것이 정말 당연한지 확인하려면 의도적으로 ‘낯설게’ 보면 된다. 『벌거벗은 동물사』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당연해 보이는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수백 년 전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경험을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동물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도 고찰한다. 이것이 곧 ‘동물사’라는 역사를 수행하는(do history) 일이다.

‘동물사(animal history)’는 역사학계의 최신 분야다. 영미권 학계를 중심으로 최근 15년 동안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동물사학자 수전 낸스는 동물사란 “지구 위의 여러 다른 종에게 일어난 과거에 대해 인간이 알 수 있는 바의 한계를 초월하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근사치에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간은 동물의 기쁨, 슬픔, 고통, 사랑, 분노를 온전히 재현해 낼 수 없다. 게다가 세계사의 이면에 존재한 숱한 동물들을 이제야 뒤늦게나마 주목하기 시작했다. 동물사는 이런 한계 내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최대한의 근사치”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주목하며 동물사 서술을 시도한다. 전근대 농촌 사회에서도 인간은 동물과 모종의 관계를 맺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동물은 수렵과 목축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19세기부터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대규모로 이동하면서, 또한 제국이 식민지에 근대 문명을 이식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도 독특한 변화가 생긴다. 이 책은 특히 이 지점에 주목한다.

현대 도시 문명 속에서
인간은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


1부 「도시의 강아지들」에서는 오랫동안 인간과 친숙하게 지낸 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경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말, 소, 돼지 같은 가축들은 퇴출당한 반면, 개는 인간 곁에 살아남았다. 인간은 이 남아 있는 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두고 이견이 갈렸다. 개는 누군가에게 사랑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자신의 신분을 투영해 ‘구별 짓기’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2부 「감춰진 동물들」은 근대적 도시 생활에 이용된 말과 젖소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시는 농촌과 다르게 통근을 위한 이동 수단이 필요했는데, 이때 말이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다. 도시 사람들에게 우유를 제공해야 하는 젖소는 공장식 대량 생산을 하느라 온갖 수난을 겪었다. 한편, 도시인들의 혐오 대상이 된 쥐는 완전히 박멸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3부「제국의 동물들」은 제국의 전쟁과 식민 지배에 이용된 동물들을 이야기한다. 대영제국은 낙타를 전쟁의 유용한 수단으로 삼았지만 처우 방식은 학대나 다름없었다. 아프리카의 동물들은 유럽의 동물원에 전시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제국주의자들은 ‘동물 사랑’이나 ‘동물 복지’를 식민 지배의 이데올로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 유럽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다양한 동물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선택적으로 동물들을 사랑하고 혐오했으며 살리고 죽였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동물들에게 괜찮은 보금자리일까? 적어도 우리가 이 역사를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 곁의 동물들을 더 잘 사랑하고 더 굳건히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어떤 동물을 깊이 사랑하고 있을 독자 여러분을 ‘동물사’의 세계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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