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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센트럴파크에서 일어난 일 2장 블랙버드 3장 무덤 밖으로 4장 다른 방식으로 보기 5장 센트럴파크에서 만난 친구들 6장 아이디어의 집 7장 새로운 궤도에 오르다 8장 애도의 노래 9장 세상의 꼭대기 10장 센트럴파크에서 일어난 또 다른 사건 11장 가족 문제 12장 아빠와 나 13장 앨라배마 밖에서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Christian Co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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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어느 날, 아침 일찍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에서 경찰을 부르기 위해 911을 누르려 휴대폰 위를 방황하던 하얀 손가락의 소유자가 순간적으로 내뱉은 문장에서 그 사건은 촉발됐다. “여기 나를 위협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있다고 신고할 거예요.” 69초짜리 비디오 중간에 등장한 여덟 단어는 두 생명체의 삶의 궤적을 바꿔놓았다.
--- p.9 “우리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탐조는 당신의 시각을 바꿔놓을 것이고, 새로운 의미를 더할 것이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할 것이다. 소리와 계절을, 멀리 떨어진 장소를, 우리를 초월하는 동시에 포용하는 야생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내 삶에서, 탐조는 경이로움으로 향하는 문이었다. 이제 장막을 걷고 당신을 내 세계로 초대하려 한다. --- p.12 우리 인류는 경로를 벗어난 이 작은 새 주위로 모여든다. 우리는 날개 달린 꿈을 꾼다. 어린 시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꿈을. 탐조는 내가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 속 퀴어 청소년으로서 고통 받을 때 피난처가 되어주었고, 흑인이자 아웃사이더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해 나의 괴짜 같은 근간을 다질 수 있게 해주었다. 탐조는 내게 일생일대의 풍경을 목격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몇 년 후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센트럴파크에서의 또 다른 사건으로 이끌었다. 미국인들이 양심을 돌아보게 한 바로 그 사건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이전에, 내가 전 세계를 여행하게 만든 것은 이 날개 달린 꿈이었다. 먼 곳에 있는 새를 찾으러 가고 싶다는 꿈. --- pp.25-26 혼란스러운 이름들과 찰나에 목격한 생김새를 기반으로 한 잘못된 추측 때문에, 누가 누구고 그 새가 진짜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하고 진가를 알아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내 정체성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사회적 분류 체계 중 어디에 속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어떤 이름이 어울리고 맞지 않는지, 세상이 어떻게 나를 오인하고 잘못 정의했는지 말이다. 나는 백인들의 세상 속에서 내 검은 피부에 익숙해져야 했고, 성적 지향이 흑과 백으로만 나눠지는 세상에서 무지개색인 내 퀴어 몸에 익숙해져야 했다. --- p.31 엘레오노라매는 사냥한 모든 새의 숨통을 끊지 않는다. 대신 나중을 위해 꼬리와 날개깃을 뽑고 산 채로 파묻어 일부를 저장한다. 암석이 가득한 섬의 틈 사이에 끼워 넣어서. 사냥당한 명금류는 이런 방식으로 매가 숨통을 끊어버리겠다고 마음먹을 때까지 며칠 동안 신선한 먹이로 저장된다. 자유로운 운명이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무자비한 끝을 마주하게 된 불운한 피해자가 됐다고 상상해보자. 나도 다 겪어봤다. 그 마음 내가 알지. --- p.49 이제 그 묘비는 나를 위협하지 못했다. 나는 그 무덤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았다. 나는 한 발 나아갔다가 등을 돌리고 묘비로부터 영원히 멀어졌다. 두 번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회복이 필요한 블랙버드였지만, 회복은 이미 시작되었다. 졸업식이 다가오고 있었고, 이전의 모든 삶을 공동묘지에 남겨두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 p.85 큰검은찌르레기를 정성들여 관찰한 건 수년 동안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체적으로 깃털은 어두운 색이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무지개색 광택이 돌았다. 맹렬한 노란 눈이 눈에 띄었고, 뚜렷한 V 형태와 꼬리 아래로 선명한 주름이 인상적인 커다랗고 근사한 꼬리를 지녔다. 나는 큰검은찌르레기를 비뚤어진 시선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새를 처음 목격하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아이들이 옳았다. 그 검은 새는 정말 놀라웠다. 수년 전 내가 어린 시절에 또 다른 검은 새를 발견했던 것과 같다. 누군가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가끔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 p.91 동물의 왕국에서 수컷 황제펭귄보다 헌신적인 아버지는 없다. 남극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추워지는 동안 암컷은 알을 하나 낳고 수컷에게 알을 맡긴 후 몇 주 동안 물고기를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그 동안 수컷은 영하 30도의 온도와 자비 없는 바람 속에서 온기를 유지하며 남극의 한겨울을 보낸다. 몇 달 동안 음식 하나 먹지 않고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소중한 알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수컷은 알을 얼음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발등 위에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고 두꺼운 피부와 단열에 뛰어난 깃털로 온기를 유지하며 부화하기를 기다린다. 흰색과 푸른색으로 뒤덮인 척박한 벌판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는 수컷 황제펭귄의 머리 위를 빙빙 도는 별과 남극광의 흐릿한 빛이 비출 때면 그 긴 철야 동안 무슨 꿈을 꾸는지 궁금해진다. --- p.275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모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지역에 따른 인종적 선호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 사실은 유색인종 탐조인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새를 보러 가도 괜찮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행하는 흑인들이 안전하게 숙박하고 식사할 수 있는 시설을 기록한, 차별의 시대를 위한 여행 가이드인 ‘그린북 Green book’을 만들었다. 그리고 괴롭힘이나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탐조, 캠핑, 하이킹, 등산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기록한 인식도를 실었다. --- p.396 탐조인으로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아는 게 거의 없다. 그냥 신기한 정도가 아니라 흥분되기까지 했다. 천재성이 돋보이는 까마귀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우리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작은 종달도요가 어떤 도요인지 여전히 구분하지 못하고, 둥지 재료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내 다리 주변을 날아다니며 다리털을 부리로 건드리는 코스타벌새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면 내 인생 전체가 동요했다. 내가 죽어 차갑게 생기를 잃은 손에서 쌍안경을 억지로 떼어낼 때까지는 평생 탐조를 하는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 p.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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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그리고 ‘퀴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배회하며
새들로부터 배운 자유와 사랑, 횡단과 연대 크리스천 쿠퍼는 스스로를 흑인이고, 게이이며, SF와 판타지를 사랑하는 괴짜Nerd라고 소개한다. 1970년대, 성소수자들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던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크리스천에게 청소년기는 “무덤 속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크리스천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알았지만 가족에게조차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에게 흑인이라는 인종적 정체성과 게이라는 성 지향성은 비슷하면서도 상반된 소수자적 경험을 하게 했다. 인종적 정체성은 숨길 수 없지만,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 안에서는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었다. 반면 성 지향성은 숨길 수 있는 대신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숨겨야 하는 정체성이었다. 그는 그 모순적인 고통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백인 동급생들이 “니거Nigger!”라고 소리친다면, 적어도 집에서는 엄마가 당신을 포옹하고 위로하거나 이해해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호모!”라고 소리치며 당신이 지금껏 집이라고 믿던 곳에서 쫓아낸다면?” 흑인이자 게이로 살아가는 것은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비밀 속에 고립되는 일이었다. 고독 속에서 새라는 존재에 매료되며 크리스천은 새들의 세상을 자신의 도피처이자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로 삼았다.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퀴어 청소년이었던 그는 탐조를 하며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았다.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새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새들은 자기 방식대로 날아오르며, 한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거리낌 없이 경계를 넘는다. 크리스천은 붉은어깨검정새의 빛깔에 감탄하고, 희귀한 커틀랜드아메리카솔새를 쫓고, 굴뚝새의 노래에 이끌리며 위로받았고 삶의 세계로 나왔다. 탐조는 미국에서 유서 깊은 야외 활동이지만 인종화된 취미이다. 1970년대에 아버지와 함께 탐조를 시작한 이래 크리스천은 나이 들고 교양 있는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탐조 모임의 유일한 흑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트럴파크에 새를 보기 위해 모인 탐조인들이 나이와 성별, 인종에 관계없이 서로를 동료로 여기고 우정을 나누는 태도는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천은 아침 일찍부터 쌍안경을 들고 공원으로 나서며 이렇게 새를 찬미한다. “한계 없는 공간으로 몸을 던지는 새들을 보며 지상에 묶인 우리는 날개 달린 꿈을 꾼다.” 이 책은 흑인이자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며 탐조라는 창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된 크리스천의 진솔한 에세이이자 자기고백이며, 아름다운 새들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매혹적인 초대장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이름을 붙이는 일, 다른 방식으로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닫힌 문을 열고 날개를 펼치는 일에 대하여 어떤 새를 알아보고, 여러 분류 체계 중 어디 속하는지 확인하고, 그 새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오랜 시간을 들여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다. 크리스천은 탐조하듯 천천히 자신의 정체성에 이름을 붙이고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무작정 떠난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에서 크리스천은 처음으로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람으로 여겨지는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탐조인의 입장에서 흔한 새라고만 여겼던 큰검은찌르레기가 어린아이의 눈에는 무척 아름다운 새로 보이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상대적이며 누군가가 아름답다는 것을 인지하려면 단지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크리스천은 오랜 꿈이었던 마블 코믹스에 입사해 편집자로 일했다. 일찍이 그는 다양한 외계 종족이 등장하며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렉〉이나 박해받는 돌연변이들이 세상을 구하는 〈엑스맨〉 시리즈에서 자신이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그는 담당했던 코믹스 〈알파 플라이트〉의 캐릭터 ‘노스스타’를 코믹스 역사상 최초로 커밍아웃한 히어로로 만들었고, 계속해서 다양한 인종과 퀴어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의 서사를 써내려갔다. 편집장이 경고를 하거나 독자의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크리스천의 창작은 마블 코믹스의 진보를 이끌어냈고 수많은 유색인·퀴어 독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나를 위협하는 흑인 남성이 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던 ‘센트럴파크 사건’을 겪고도 크리스천은 흑인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았고, 흑인이자 게이로 살아온 자신을 드러내고 커밍아웃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와 다시는 벽장 속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새장이 아닌 하늘에서 살아가는 새처럼 자유를 찾았다. 다른 생명체와 마주보고,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경이로운 탐조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이제 60대가 된 크리스천은 여전히 매일 아침 뉴욕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는 흑인 퀴어 탐조인이다. 탐조 활동을 통해 수많은 일을 경험한 그는 새의 아름다움과 탐조의 경이로움을 이렇게 묘사한다. “탐조는 당신의 시각을 바꿔놓을 것이고, 새로운 의미를 더할 것이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할 것이다. 소리와 계절을, 멀리 떨어진 장소를, 우리를 초월하는 동시에 포용하는 야생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내 삶에서, 탐조는 경이로움으로 향하는 문이었다.” 탐조는 새를 관찰하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새들이 살아가는 자연 환경까지 시야를 넓히고 소중히 여기는 활동이다. 이 책은 놀라운 새들의 모습과 탐조의 매력을 알려주는 안내서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인지하고 다른 세계와 연결되며 세계를 확장시킨 한 사람의 경험담이자 평생 소수자로 살아온 생존자의 일대기이기도 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지금껏 무심코 지나쳤던 새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나가는 새를 한 번 더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또한 나와 다른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고 싶은 열망이 생겨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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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쿠퍼의 글은 그가 사랑하는 새들만큼 놀랍고 매혹적이다. 이 책은 문화와 대륙을 넘나드는 즐거운 여행이며, 노래로, 마음으로, 온전히 살아낸 삶으로 가득 차 있다. - 에드 용 (퓰리처상 수상자, 《이토록 굉장한 세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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