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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하학
장두영 평론집
장두영
도서출판도화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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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일상의 기하학 … 10
-홍영숙 ≪퀼트탑≫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 … 30
-서용좌 ≪흐릿한 하늘의 해≫
어느 관찰자의 우아한 시선 … 45
-김영민 ≪카모테스≫
분위기의 기호학 … 59
-심강우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일상 속 작은 희망을 찾아서 … 82
-김연정 ≪오후의 뒤뜰≫
집으로 돌아가는 길 … 101
-이월성 ≪인간등대≫
무언가를 사랑하기 위해 … 119
-윤원일 ≪거꾸로 가는 시간≫
시간의 위력, 인간의 길 … 139
-최성배 ≪나비의 뼈≫

2부

상처, 상실 그리고 회복 … 156
시간을 건너서 … 174
상처와의 대화 … 194
형식의 실험과 소설의 과제 … 207
그래도 그들은 걸어간다 … 220
환각과 스타일 … 234
소설적 장치와 주제의 구현 … 250
길 위의 운명 … 265
상호텍스트적 서사의 세 가지 예시 … 281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 294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 311
희망의 노래 … 326

저자 소개 1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9년 『문학사상』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평론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 채 행하고 있다」 「뿌리를 보는 시간」 등과 평론집 『소통의 상상력』 『애도의 시간』, 저서 『염상섭 소설의 내적 형식과 탈식민성』 등이 있다. 현재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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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152*225*30mm
ISBN13
9791192828619

책 속으로

서용좌의 ≪흐릿한 하늘의 해≫를 장편소설이라 불러야 할지, 소설집이라 불러야 할지 망설여진다. 책 표지에 떡하니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으니 당연히 장편소설이 아닌가? 또 작가의 서문에도 나와 있듯 ≪표현형≫이라는 전작에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 곧 한 편의 장편소설 아닌가?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면 「슬픈 족속」부터 「안개」까지 12편의 단편소설을 묶어놓은 소설집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각의 작품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어, 굳이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다. 각각의 이야기는 나름대로 시작과 중간과 끝을 지니고 있어, 따로 떼어 발표하더라도 단편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편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3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평소 시간을 내지 못해 소홀했던 취미생활을 마음껏 하겠다, 자격증 취득이나 어학 공부 같은 자기 발전을 도모하겠다,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서 한참 여유를 부려보겠다. 다만 선뜻 실행에 옮기기 힘들 뿐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오게 되는 꿈에 부푼 대답들이다. 일하던 식당이 보수 공사 때문에 3개월간 문을 닫게 되자 해외 어학원 코스에 등록하여 필리핀으로 날아간 「카모테스」의 주인공이 우리의 꿈을 대신 실행해 준다. 영어 공부와 여행을 병행할 수 있는 이런 참신한 방법이 있었다니, 무척 흥미롭게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김연정의 ≪오후의 뒤뜰≫에 수록된 여러 작품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배경과 소재로 한다. 일요일 오전 외출 준비를 하면서 목욕하거나, 소설 창작 교실에 참석하거나, 오랜만에 형제자매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등 ‘오후의 뒤뜰’ 같은 나른한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한갓진 일상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평소와는 전혀 다른 낯선 감정의 상태로 전환되고, 작지만 강렬한 이야기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친다. 느닷없이 욕실 문이 잠겨 옴짝달싹 못 하게 되고, 소설을 쓰겠다던 회원이 폐암 말기 판정이라는 날벼락을 맞고, 돌아가신 어머니 음성이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순식간에 눈물바다를 이룬다. 일상의 잔잔함을 깨트리면서 발휘하는 단편소설의 아찔한 묘미는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어쩌면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채, 이 글에서는 그러한 몇 개의 소설적 반짝임을 짚어본다.

이월성의 소설집 ≪인간등대≫에 수록된 여러 작품은 ‘집’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닌다. 「엄마의 집」의 경우 제목에서부터 ‘집’을 강조한다든가 「해피하우스」의 수찬이 머무는 원룸 「렌즈」의 대출받아 들어간 아파트 전세 「등을 보이고 앉은 여자」의 H시 고층 아파트 스카이파크 1004동 906호 등 소설 속 인물이 어떤 주거 환경에 속해 있는지를 꼼꼼하게 매만지는 모습은 작가의 개성적 면모로 파악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다소 거칠게 보아 소설집 ≪인간등대≫을 관통하는 주제는 곧 ‘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집이란 ‘사람이 들어서 살거나 활동할 수 있도록 지은 건축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다. 이월성의 소설집에서는 ‘집’이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주요 인물이 살아가는 삶과 밀착된 장소로서의 의미로 확장되고, 특히 소설의 이야기 전개와 긴밀하게 조응하면서 작품의 주제를 발전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서사적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어쩌면 실제 작가의 성격이나 기질이 그렇지 않을까? 혹시 작가 자신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것이 아닐까? 윤원일의 단편 「거꾸로 간 시간」을 읽고서 자꾸만 들게 되는 생각이다. 주인공인 젊은 영어 교사는 무척 재미있는 인물이다. 신설 사립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하는 그는 소설을 쓰겠다고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소설가를 지망하다가 번번이 실패한 후 어머니의 잔소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단에 섰다. 그러나 교사가 먼저든, 소설가가 먼저든 상관없이, 그는 소설가로서의 성격과 기질을 농후하게 갖춘 인물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아나키스트, 데카당스, 보헤미안적인 기질을 갖춘 풍운아에 가까운 인물, 그래서 학교에 있으면서도 늘 학교 일로부터 빠져나가 소설 쓸 궁리만 하는 그런 인물이다. 이런 개성적인 면모가 실제 작가를 닮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심아진의 단편 「백만 배 고마워」를 읽으면 가슴이 따스해진다. 소설 속에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절묘한 극적 긴장의 줄타기가 벌어진 것도 아니라, 읽는 동안에는 약간 밋밋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낯선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소소한 헤프닝이 벌어지는 소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땡스 밀리언(Thanks a million)’의 주문에 걸리게 되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와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더구나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피로감을 피할 수 없는 때라서 그런지 소설 속 인물들의 입에서 나오는 ‘땡스 밀리언’은 흐뭇하고 아늑한 위안과 격려를 보내준다.

이야기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식당 수족관에 있던 바닷가재를 도난당하고, 여러 목격자들이 범인 추적의 단서가 될 만한 말을 해주고, 식당에서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제공한다. 바닷가재를 훔쳐 간 범인은 동물보호협회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작업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동네 주민들이 범인을 특정할 수 있도록 단서가 되는 말을 해주기 위해 하나씩 나타나고, 그들의 전해주는 단서들이 하나씩 모여 뭔가 그럴듯한 몽타주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탐정 놀이의 즐거움이 중요하다. 즉 범인을 잡아서 손해를 변상하거나 그들에게 징역을 살리게 하는 법적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범인 찾기 놀이에 사람들이 참여하고, 서로 도움을 주며, 서로 탐정이 되어 범인을 추적해 보는 상황극 자체가 흥미의 요소이자 소설의 목적이 된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비평문을 작성하던 시간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작품에서 흥미로운 대목을 마주하면 금방이라도 글을 쓸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흥분하다가, 막상 본격적으로 글을 쓸 때면 애초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불안감과 압박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괴로움 속에서 한참을 허우적대다 보면, 어느새 일체의 잡념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된다. 짧지만 강렬하게 찾아오는 그 순간, 충일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글을 쓰는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고, ‘그래서’ 즐거움의 시간이었다.

이 책으로 문학평론 삼부작은 마무리 되지만 작품을 읽고 쓰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글 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즐거움이란 너무나도 강렬한 이끌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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