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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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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13 바람이 분다
14 그 매운 시 요리법
16 범고래의 푸른 원고지
18 반달의 반
19 물길 태우며 오는
20 해남 가는 길
21 수화
22 구름개 여인들
24 안녕! 토끼야
25 아미蛾眉


제2부

29 나무, 꽃을 앞세우고
30 아내의 시
32 눈의 시
34 쉬엄쉬엄 詩
36 릴케가 던진 공
38 일식日蝕
40 화사하다, 개구리
41 볼펜똥구리
42 우리 셋째
45 만파식적萬波息笛


제3부

49 관음봉 삼거리에서
50 압록鴨綠
51 노송의 화두
52 불면의 새
54 시월에
55 눈꽃
56 미혹
57 산길앞잡이


제4부

61 분디나무
62 경행록에 이르기를
64 섬진강 갈대
65 차탁茶托을 깎으며
66 찻잎 말리기
68 지나친 모험
70 新신석기- 상무동 이야기
72 메기 매운탕
73 횡설수설
74 더 횡설수설


제5부

79 흰소리
80 땅의 폐경
83 똑바로 흐트러지다
84 흰줄무늬검은발등族
88 양자시학, 물 위를 걷는
90 총알수태
92 마왕의 섹스
94 중이염과 이명
95 프리지어
96 오월의 화전花田

98 해설 영원한 그리움과 새로운 재생의 역설적 시간성_ 이성혁

저자 소개

저자 : 전동진
전라도 화순 구름달동네에서 태어났다. 2003년 『시와정신』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서정의 윤리』, 『서정시의 시간성 시간의 서정성』 등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13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57g | 142*214*14mm
ISBN13
9788992680813

책 속으로

그 매운 시 요리법

민물에 사는 온갖 비린 물고기, 야채는 안 가리고, 고춧가루에 고추장은 한 큰술만, 개운한 것이 그만이면 아예 빼버려도, 대충 빻은 마늘은 어른 큰 주먹 하나, 된장은 마늘만큼 채에 걸러야 바닥국물까지 말끔하게 먹을 수 있다 세상에서 한 냄새 한다는 것들이 한 솥에서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고, 치고받고 꼬리도 쳐보고, 핥고 지우고 서로를 통과하면서

물고기가 사라지고
마늘이 사라지고
야채도 사라지고
고춧가루도 아가미 새로 사라지고
된장도 사라지고,

세상에 처음인, 그러니까 딱히 적당한 말이 없어서 그냥 참 뭐시냐 긍께 ‘그 매운’ 것이 된다. 그러나 여기까지여서는 아직 삼류다. 매운 것도 사라지고 그냥 “아 뜨거 뜨거 아 뜨거 뜨거 너 때문에 내 가슴 불난다 불나”*만 남을 때까지, 세상에서 독한 것으로 한 축 한다 하는 것들이 만나 서로를 다 지우고 ‘아, 뜨거’로만 남는다. 여기까지가 진인사(盡人事)다. 그 다음은 그날의 습도와 온도, 바람 한 줄금, 창 새로 스며든 햇살의 몫이다.

* 2010년 무렵의 유행가


나무, 꽃을 앞세우고


꽃나무, 꽃은 나무를 앞서 있다
있다는 것만으로 전체가 되고
자체로도 화두(花頭)다

오직 꽃, 나무는 말
꼬리 늘어뜨린 나무 푸른 그림자

꽃은 시들고 그림자만 서 있다
꽃은 씨가 되고 그림자 혼자 서서 푸르다
꽃은 시가 되고 곧게 늙은 그림자는
꽃의 말을 공중에 옮겨 적는다

하늘 높은 날
코스모스 떠난 코스모스가 바람을 탄다
무심필(無心筆)이다

---본문

「오월의 화전花田」이 시집 맨 마지막에 실려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시간에 대한 시인의 깊은 사색은 바로 여기에 이르기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그의 그리움은 어쩌면 5월에 죽은 이들에 대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시집 첫머리에 있는 「바람이 분다」 역시 「오월의 화전」처럼 어떤 슬프고 아픈 죽음(소멸)과 그 죽음의 재생에 대해 상징적인 수법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하겠는데, 전자가 재생이 시작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면 후자는 그 재생이 완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즉 전동진 시인에게 죽음의 재생은 바람에 의해 생겨나는 ??별??로서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우리에게 밥이 되는 ??꽃등??으로서 완결되는 것이다. 이 시집은 천공의 별로 나타난 죽음이 우리 옆의 꽃등으로 전화되면서 재생하는 과정을 『그 매운 시 요리법』으로 요리된 시편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성혁(문학평론가)

출판사 리뷰

영원한 그리움과
새로운 재생의 역설적 시간성

전남 화순 출신인 전동진 시인이 첫 시집 『그 매운 시 요리법』을 펴냈다. 2003년 『시와정신』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니 10년을 훌쩍 넘겨 첫 시집을 낸 셈이다. 그만큼 시집에 담겨 있는 시간의 연대와 사유의 편린이 길고 넓다. 사람과 자연과 시대를 관통하면서 촉발된 시적 화자의 내밀한 고백은 감각적 이미지 혹은 이야기들과 어우러져 개성적 인식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반달의 반쪽, 그 반쪽의 반달/ 저 큰 어둠 속에서 달은 혼자 꽉 차고 비었다" "끝내 사랑이 아니었던 것들로 하여/ 내 최선의 사랑은 아직 빙산의 일각"(「반달의 반」)
"저기 소복소복 흰 국화 송이송이, 한 꽃잎 떼어다 그대 묘석에 살포시 대이면" "오월에 피는 꽃은 밥이 되는 꽃"(「오월의 화전」)
시란 무엇일까, 시는 어떻게 써지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풀려면 시작법이나 시론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동진 시인의 이번 시집에 그 의문을 감각적으로 풀 수 있는 시편들이 적지 않다. 시집의 표제작인 「그 매운 시 요리법」을 비롯해 「범고래의 푸른 원고지」, 「나무, 꽃을 앞세우고」, 「만파식적」 등이 그것이다. 「그 매운 시 요리법」이 암시하듯 그가 꿈꾸는 시는 마치 한 그릇의 '개미' 있는 매운탕과도 같다. "세상에서 한 냄새 한다는 것들이 한 솥에서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고, 치고받고 꼬리도 쳐보고, 핥고 지우고 서로를 통과하면서", 결국에는 각자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그냥 '매운 것'이 되는 것, 그 다음에는 그 매운 것도 사라지고 "아 뜨거 아 뜨거 너 때문에 내 가슴 불난다 불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거기의 마지막 낙점은 "그날의 습도와 온도, 바람 한 줄금, 창 새로 스며든 햇살의 몫이다." 그동안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서정의 윤리』, 『서정시의 시간성 시간의 서정성』 등의 저서를 낸 바 있는 시인의 이력과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이성혁(문학평론가)은 이 시집의 특징을 "슬프고 아픈 죽음(소멸)과 그 죽음의 재생"에 대한 상징적인 진술이라고 보고, 그 재생이 시작하는 과정과 완결되는 과정을 첫 번째 시 「바람이 분다」와 마지막 시 「오월의 화전」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 "이 시집은 천공의 별로 나타난 죽음이 우리 옆의 꽃등으로 전화되면서 재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천공의 별'의 죽음과 '꽃등'의 재생 밑자락에는 시인이 건너온 1980년 광주의 '5월'과 그 이후의 지난한 체험이 짙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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