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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죽는 이유
까마귀 장례식 이렇게 자상한 복수 해설 | ‘죽이는 여자들’과 미스터리의 파르마콘_박인성(문학평론가) 수록 작품 발표 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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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혀, 침착. 아직 뭔 일인지도 모르잖여.”
경찰차가 도착하기 직전 우리 셋은 마치 엄청난 음모라도 꾸미다 들킨 사람들처럼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마누라 때린 날 장모 온다고, 하필이면 노루를 지고 내려온 뒤라 지레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야, 근디 회관에 있는 어른들게 알려야 하는 거 아녀?” 정구의 말에 그제야 노루를 들고 회관 뒤로 사라진 노인들이 생각났다. 날이 퍼렇게 선 칼을 가지고 갔으니 지금쯤 껍질을 벗기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경찰차는 어느새 우리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최 순경이 내렸다. 평소에도 엄살 많기로 유명한 최 순경은 내리자마자 잔뜩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떨었다. “날씨 한번 겁나게 춥구마? 근디 뭔 일이랴, 이렇게 모여갖고?” ---「누군가 죽는 이유」 중에서 “저기 가운데 죽은 까마귀 보이지? 저놈 때문에 다들 모여있는 거야. 장례식을 하는 거지.” 왠지 가슴 한쪽이 찌르르 아파왔다. 흐엉 생각이 나 리엔도 가만히 까마귀들을 쳐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까마귀도 장례식을 해?” “까마귀들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알아? 저렇게 친구가 죽으면 그 근처에 모여. 그리고 주위를 돌면서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살피는 거야. 주변에 위험이 남아 있는지도 확인하고.” 리엔은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까마귀도 친구의 죽음을 밝히려고 한다니, 조금 전 식당에 모였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은 조용하지? 처음에는 대장쯤 되는 까마귀가 울어서 동료를 불러모으고, 모이면 차츰 조용해져. 사체 주변을 돌면서 조용히 살피고 의논을 하는 거지. 이럴 때는 가까이 안 가는 게 최고야.” “왜요?” “죽은 새 옆에 있으면 내가 죽인 걸로 오해하거든. 그러면 나를 볼 때마다 다가와서 울어대고 위협을 할 거야.” ---「까마귀 장례식」 중에서 동욱이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동욱은 말없이 혁주와 민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왜? 마누라가 얼른 오래? 참, 너 이혼했지?” 민재가 또 낄낄거리며 동욱을 건드렸다. 동욱은 민재의 농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핸드폰 확인해봐.” 그제야 혁주와 민재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각자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단톡방에 형기가 올린 글이 보였다. 방금 만든 방이었다. 성호는 없었다. 인스타에 성호 학폭 떴다. “이게 뭔 소리냐?” 혁주가 물었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성호의 인스타를 확인했다. 수많은 댓글을 뒤졌지만 원하는 글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 단톡방에 다시 형기의 글이 올라왔다. 댓글을 캡쳐한 이미지였다. 뻔뻔하구나 유성호, 친구를 끔직하게 죽인 살인자. 십팔 년 전 너의 폭력과 괴롭힘에 죽은 김영서를 기억하겠지? ---「이렇게 자상한 복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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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욕망을 정면에서 비추는 장르,
K-미스터리의 거장 서미애가 밟아온 30년간의 궤적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선명하고 확실한 응답.” - 박인성(문학평론가) ‘한국 미스터리의 역사가 아닌 현재’라는 박인성 평론가의 말처럼, 서미애 작가는 데뷔 30년을 넘긴 지금도 왕성하게 집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2010년대는 일본 미스터리가 주류로 올라서며 독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시기다. 게다가 판타지나 로맨스 같은 다른 장르에 비해 한국의 미스터리 스릴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던 때. 불모지와도 같던 국내 미스터리 시장에 작가는 『잘 자요, 엄마』를 내놓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독자들까지도 사로잡는다. 충격적인 반전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결말, 한국 사회의 병폐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미스터리 스릴러가 일으킨 파급력은 상당했다. 전 세계 16개국에 수출되며 K-미스터리의 저력을 알린 것이다. 이후 발표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과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모두 국내외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작가는 독보적인 한국 미스터리의 대가로 올라섰다. 어느덧 데뷔 30주년, 서미애 작가의 전작을 깊게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었다. 이번에 출간된 ‘서미애 컬렉션’은 날선 에너지로 가득한 초기작과 사회 문제에 깊이 천착한 후기작을 모두 묶어냈다.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 아래, 꾸준한 장르적 확장과 자기 갱신을 병행하며 이어온 서미애의 소설 세계를, 이번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접해보시길 권한다. 통제를 깨부수며 전진하는 약자들의 연대 독보적인 스타일의 K-미스터리 대가 서미애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 중편 작품집 “이건 다 네가 저지른 짓의 결과야. 넌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으니까.” 서미애 소설의 매력은 주로 단편과 장편을 통해 알려졌지만, 중편에서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의 질감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단편에서는 전부 풀어낼 수 없었던 배경과 캐릭터에 대한 촘촘한 서술, 귀퉁이에 흩어져 있던 에피소드가 맞물리며 자아내는 결말의 전율은 중편만이 줄 수 있는 소설의 맛이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 실린 「누군가 죽는 이유」는 작가의 초기 작품으로, 인터넷 포털에 연재되었던 원고를 매만져 새롭게 실어냈다. 세련된 도시 범죄 스릴러의 대가는 이런 구수한 일상 미스터리에서도 제힘을 온전히 발휘한다. 이어지는「까마귀 장례식」과 「이렇게 자상한 복수」는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깊게 바라보는 사회 현상들(결혼 이주민, 학교 폭력)을 다루며,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곱씹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소설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한국 미스터리의 역사이자 미래, 서미애 컬렉션 SEOMIAE COLLECTION 1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서미애 작가의 초기 단편을 수록한 소설집.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발표된 작품이 두루 실렸으며, 데뷔작인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프랑스와 수출 계약이 성사된 「살인 협주곡」, 유오성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반가운 살인자」 등이 대표작이다. SEOMIAE COLLECTION 2 『그녀의 취미생활』 2010년 단편부터, 최근 발표된 작품까지 실린 소설집. 영화로 만들어진 「그녀의 취미생활」과 2011년 올해의 추리소설로 꼽힌 「목련이 피었다」가 수록되었다. SEOMIAE COLLECTION 3 『까마귀 장례식』 서미애 작가의 중편을 묶은 소설집. 2006년에 발표된 「누군가 죽는 이유」, 2021년에 발표된 「까마귀 장례식」과 「이렇게 자상한 복수」가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