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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서미애 컬렉션 출간에 부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거울 보는 남자 못생긴 생쥐 한 마리 살인 협주곡 그녀만의 테크닉 반가운 살인자 숟가락 두 개 서울 광시곡 비밀을 묻다 경계선 이제 아무도 울지 않는다 잔인한 선택 수록 작품 발표 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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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달의 마지막 날. 이번 달은 삼십 일밖에 없다. 매일매일 가계부에 채워넣은 붉은 글씨가 오늘까지 꼭 서른 개다. 그녀는 가계부를 뒤적이며 자신이 적어놓은 붉은 글씨들을 어루만지듯 읽어보았다.
- 욕실용 슬리퍼. 밑창이 미끄러운 걸로. 욕실에서 넘어진 남편이 뇌진탕을 일으킬 확률은? 단지 가능성만 생각했던 것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 테이프. 코와 입을 한꺼번에 막을 수 있는 게 좋겠지? 남편이 가늘게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 그녀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아보았다. 남편은 잠결에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누웠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 역시 숨이 막히면 견딜 수 없는 생명일 테니까.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중에서 처음 남편이 여행 가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습관처럼 거절의 대답이 나오려는 것을 재빠르게 억눌렀다. 머릿속이 갑자기 반짝하더니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그 일을 치를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다니, 나는 하마터면 남편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릴 뻔했다. 물론 그렇게 했더라도 남편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여행을 가게 된 것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아내의 모습으로 비쳤을 테니까. 남편이 커피 한 잔을 부탁했을 때 나는 그의 커피를 타면서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약품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약품 이름이 무엇인지 알면 그가 마시는 커피에 알맞게 타서 줄 텐데…… ---「살인 협주곡」 중에서 나의 목적은 간단하다. 연쇄살인범의 손에 살해당하는 것. 그러면 하린이 앞으로 육억이라는 보험금이 지급된다. 수혜자를 변경했다는 사실을 알고 아내는 이를 갈겠지만, 내 목숨의 대가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 정도는 내가 정해도 되는 일 아닌가? 물론 보험금을 꼬박꼬박 낸 것은 아내지만, 십 년이 넘는 지난 세월을 내 덕에 아무 걱정 없이 잘 먹고 잘살았으니 그 정도 보답은 해야 계산이 맞는다. 아내의 서랍에서 보험증서를 발견한 뒤, 며칠 동안 그 보험증서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아내에게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노숙자 생활 이 년 동안 터득한 게 있다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리에 누워 사람들의 발에 시선을 두고 있다보면 사는 것 역시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반가운 살인자」 중에서 “내가 그랬지? 마음만 먹으면 네가 가진 거 뭐든지 뺏을 수 있다고.” 남자들은 모른다. 여자들의 우정에는 경쟁심이라는 것이 독버섯처럼 자란다는 것을.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가 때로는 가장 무서운 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왜 그랬냐고? 그건 나 역시 선경과 마찬가지로 마음만 먹으면 그녀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뺏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선경은 민우를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을까? 그렇다면 난 그녀에게 두번째로 소중한 것을 훔쳤다고 해두자. ---「잔인한 선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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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욕망을 정면에서 비추는 장르,
K-미스터리의 거장 서미애가 밟아온 30년간의 궤적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선명하고 확실한 응답.” - 박인성(문학평론가) ‘한국 미스터리의 역사가 아닌 현재’라는 박인성 평론가의 말처럼, 서미애 작가는 데뷔 30년을 넘긴 지금도 왕성하게 집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2010년대는 일본 미스터리가 주류로 올라서며 독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시기다. 게다가 판타지나 로맨스 같은 다른 장르에 비해 한국의 미스터리 스릴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던 때. 불모지와도 같던 국내 미스터리 시장에 작가는 『잘 자요, 엄마』를 내놓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독자들까지도 사로잡는다. 충격적인 반전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결말, 한국 사회의 병폐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미스터리 스릴러가 일으킨 파급력은 상당했다. 전 세계 16개국에 수출되며 K-미스터리의 저력을 알린 것이다. 이후 발표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과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모두 국내외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작가는 독보적인 한국 미스터리의 대가로 올라섰다. 어느덧 데뷔 30주년, 서미애 작가의 전작을 깊게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었다. 이번에 출간된 ‘서미애 컬렉션’은 날선 에너지로 가득한 초기작과 사회 문제에 깊이 천착한 후기작을 모두 묶어냈다.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 아래, 꾸준한 장르적 확장과 자기 갱신을 병행하며 이어온 서미애의 소설 세계를, 이번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접해보시길 권한다. 비틀린 현실을 뒤집는 전복의 서사 한국 미스터리를 이끌어온 선구자 서미애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 걸작선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야. 진짜 남편을 죽인 것도 같고, 말하는 걸 보면 아닌 것도 같고……” 1990년대 서미애 작가의 소설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여성적으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었다. 흔히 여성 캐릭터들에게 주어진 잔인한 범죄의 ‘희생양’, 남성의 도덕성을 뒤흔드는 ‘팜 파탈’의 역할은 서미애의 소설 세계에서 모두 전복된다. 서미애의 초기작에서 여성은 희생양이 되기보다는 살인자가 되기를 택하고, 이는 기존 미스터리의 서사마저도 무너뜨리며 통쾌한 반전을 선사한다. 이처럼 지배하고 통제하려 드는 가부장 구조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대로 삶을 망가뜨리는 여성들의 일탈은 이후 서미애의 작품 세계를 꿰뚫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한국 미스터리의 역사이자 미래, 서미애 컬렉션 SEOMIAE COLLECTION 1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서미애 작가의 초기 단편을 수록한 소설집.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발표된 작품이 두루 실렸으며, 데뷔작인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프랑스와 수출 계약이 성사된 「살인 협주곡」, 유오성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반가운 살인자」 등이 대표작이다. SEOMIAE COLLECTION 2 『그녀의 취미생활』 2010년 단편부터, 최근 발표된 작품까지 실린 소설집. 영화로 만들어진 「그녀의 취미생활」과 2011년 올해의 추리소설로 꼽힌 「목련이 피었다」가 수록되었다. SEOMIAE COLLECTION 3 『까마귀 장례식』 서미애 작가의 중편을 묶은 소설집. 2006년에 발표된 「누군가 죽는 이유」, 2021년에 발표된 「까마귀 장례식」과 「이렇게 자상한 복수」가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