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이하영의 다른 상품
|
“한번은 바나나에 비유당한 적이 있다. 겉은 노랗고 안은 하얀.”
“준비됐어요.” “그래요. 그럼 이제 들어가죠.” 문손잡이로 향하는 오른손이 덜덜 떨렸다. 손잡이를 꽉 쥐고 돌렸다. 문이 열렸다. 그들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편지에는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내 생물학적 가족들의 사진이었다. 27개의 낯선 얼굴 중 몇은 나를 닮았다. 형처럼 보이는 한 사람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 같았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는 그리 닮은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 머리, 노란 올리브색 피부, 처진 눈매를 빼면. 스웨덴은 저녁이었다. 나는 한밤중까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 두 번째로 스웨덴을 향해. 한국의 거대 도시에서 스코네와 블레킹예의 마을로. 어딜 가든 내가 시선의 중심이 되는 나라에서 내가 아무도 아닌 현실로 입양인으로서 자라면서, 내가 혹시 팔려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보건사회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이고요. 아이들의 입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요 “스웨덴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녔지만 비스웨덴인의 외모를 하고 있으면, 본인은 모르는 정체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요. 전 25년간 매일매일 중국인이란 소릴 들었어요. 상처를 입는 것이 당연하죠 --- 본문 중에서 |
|
한국 출신의 입양아가 쓴 책이 스웨덴에서 화제가 되었고, 팔리기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이 궁금해졌다. 또 하나는 한국 출신의 입양아가 쓴 책이라면 한국에서 출판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무감 비슷한 것도 있었다. 또한 입양에 대한 한국 사회의 그 이중적 시선을 생각할 때 우리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했다. 꽤나 슬픈 이야기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책은 신파로 흐르지는 않았다. 한 젊은이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 그가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들어와서 보는 비판적 시선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입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입양아들이 느끼는 자신의 근원에 대한 궁금함과 그들의 아픈 사연도 들어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고아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 사회의 입양기피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도 하게 되었다. 인디음악을 좋아하고 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청년 파트릭 종대 룬드베리. 그는 홧김에 친구에게 뱉은 말을 핑계로 돌연 자신을 입양 보낸 나라 한국행을 선택한다. 자신을 키워준 스웨덴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게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고, 간신히 만난 생물학적 가족은 지난 세월을 보상해주기라도 하려는 듯 지나치게 퍼부어 주려고만 한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낸 1년 남짓. 그는 사심 없는 호의와 의례적인 친절 사이를 오가며 젊은 시절의 한때를 보낸다. 『겉은 노란』은 입양인의 이야기에 울고 동정하며 죄책감을 덜고 싶은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다. 다만 담담하게, 청년다운 냉소와 뜨거움을 특유의 날렵한 필체로 풀어낼 뿐이다. 거기에서 독자는 의외의 감동을 건져 올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