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옮긴이 해제초판 옮긴이 해제개정판 서문(1999)초판 서문(1990)1장 성별/젠더/욕망의 주체페미니즘의 주체로서 ‘여성들’성별/젠더/욕망의 강제적 질서젠더―당대 논쟁에서 순환하는 잔존물이분법, 일원론, 그 너머를 이론화하기정체성, 성별, 실체의 형이상학언어, 권력, 전치의 전략2장 금지, 정신분석학, 이성애적 기반의 생산구조주의의 비판적 교환라캉, 리비에르, 가면의 전략프로이트와 젠더 우울증젠더 복잡성과 동일시의 한계금기를 권력으로 변형하기3장 전복적 몸짓쥘리아 크리스테바의 몸의 정치학푸코, 에르퀼린, 성적 불연속성의 정치학모니크 비티크―몸의 해체와 허구적 성몸의 각인, 수행적 전복결론―패러디에서 정치로버틀러의 주요 개념들찾아보기
|
Judith P. Butler
주디스 버틀러의 다른 상품
조현준의 다른 상품
기존 페미니즘의 패러다임을 단숨에 전복시킨 세기의 문제작이자현대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을 대표하는 영원한 고전현존하는 가장 도전적이면서 영향력 있는 사상가 주디스 버틀러 이론의 정수『젠더 트러블』은 페미니즘 내부의 가부장적 이성애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성별과 젠더의 이분법적 틀을 허물면서 기존 페미니즘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담아낸 책으로, 전 세계 다양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으로 인해 버틀러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페미니즘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고, 현존하는 가장 도전적이면서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초판 서문에서 ‘젠더’라는 규정 자체가 ‘트러블’임을 밝히면서 시작하는 이 책은 페미니즘 담론에서 트러블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버틀러 스스로 최대한 트러블을 잘 일으키고, 최고로 멋지게 트러블에 빠지려고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이러한 저자의 의도대로 『젠더 트러블』은 출간 직후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 급진적 사고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 뿐 아니라 퀴어 이론, 사회학, 정치학 등 학계 전반에 파급력을 증명했다.젠더의 불확정성을 주장하면 결국 페미니즘이 실패하기라도 할 것처럼, 젠더의 의미에 관한 당대의 페미니즘 논쟁은 여러 번이나 트러블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트러블에 부정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릴 적 위세를 떨치던 담론에서는 트러블이란 일으켜선 안 될 어떤 것이었는데, 트러블을 일으키면 트러블에 빠지기 때문이었다. 반항과 그에 대한 질책이 같은 말에 휘말리는 것 같았고, 그런 현상을 보고 나는 처음으로 권력의 미묘한 책략을 꿰뚫어볼 비판적 통찰을 갖게 되었다. 지배적인 법이 우리를 트러블로 위협하기도 하고 트러블에 빠지게도 하는데, 이 모두가 트러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트러블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내가 할 일은 최대한 트러블을 잘 일으키고, 최고로 멋지게 트러블에 빠지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_74쪽후기구조주의 페미니즘 철학자인 버틀러는 이 책에서 프로이트, 라캉, 데리다, 푸코 등 후기구조주의자라 불리는 쟁쟁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끌어와 페미니즘의 이론에 맞게 변형시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다. 그리고 1960~1980년대 이른바 제2물결 페미니즘이 집중했던 가부장제의 억압 구조와 여성 해방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고자 시몬 드 보부아르, 뤼스 이리가레, 쥘리아 크리스테바, 모니크 비티그 등의 프랑스 페미니즘 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조망한다.푸코가 명확히 밝힌 대로, 문화적으로 모순적인 억압기제라는 기획은 금지하는 동시에 생성적인 것이며, 특히 ‘해방’의 문제에 날을 세운다. 아버지의 법의 족쇄에서 해방된 여성의 몸은 전복적인 위치를 가장하지만, 아버지의 법이 자기 확대와 확산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법의 또다른 구현이라는 것이 입증될 것이다. 피억압자라는 이름으로 억압자가 해방되는 것을 피하려면 법의 전체적 복잡함과 미묘함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법을 넘어선 진정한 몸이라는 환상을 우리 스스로 고쳐야 한다. 만약 전복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법이 스스로에 반하는 작용을 하면서 법이 예측하지 못한 순열을 생산할 때 생기는 가능성을 통해서 법의 내부에서 온 전복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적으로 구성된 몸은 그 몸의 ‘자연스러운’ 과거도, 기원적인 쾌락도 아닌, 문화적 가능성이라는 열린 미래로 해방될 것이다. _259~260쪽성별, 젠더, 섹슈얼리티에 강제된 질서를 뒤집는 전복적 상상력패러디, 수행성, 우울증적 정체성 등에 나타난 젠더의 양상을 고찰하다보부아르가 말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성(성별)과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성(젠더)이라는 개념을 사회적 통념으로 고착화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여기서 젠더는 생물학적 성별과 구분되는, 성별의 문화적 해석이거나 성별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해된다. 버틀러는 강제적 이성애 규범 아래에서 유지되어온 성별/젠더/섹슈얼리티라는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며 젠더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즉 성별/젠더/섹슈얼리티는 구분되지 않으며, 제도와 권력에 의해 생산된 허구적 구성물이자 담론의 효과라는 것이다.젠더의 고정성에 의문을 던진 이러한 논지는 페미니즘의 ‘주체’ 문제와도 이어진다. 버틀러가 『젠더 트러블』의 본문을 열면서 처음으로 던지는 질문이 바로 페미니즘에서 ‘여성들’이라는 집단적 범주를 가정해야 하는가이다. 범주로서의 여성에 대한 인식은 가부장적 이성애주의에 기반하고 있고, 이성애 제도라는 전제하에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젠더 및 젠더 위계를 가정해야만 성립된다. 하지만 버틀러는 페미니즘 정치의 실천 주체이기도 한 여성 범주를 비판의 중심에 두고 강제적 이성애와 젠더 위계, 젠더 이원론을 전제하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면서 여성 범주의 ‘통일성’에 반기를 든다. 버틀러의 사유가 보여준 또다른 획기적인 지점은 젠더의 작동 방식을 ‘수행성’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버틀러의 정체성 논의에 따르면 행위 뒤에 행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통해, 행위 속에서 행위자는 가변적으로 구성된다. 모든 행위자는 행위의 반복된 수행을 통해 구성되므로 그가 말하는 주체는 담론적 구성물이다. 즉 젠더는 “존재의 자연스러운 외관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응결된 매우 단단한 규제의 틀 안에서 반복된 몸의 양식화이자 반복된 여러 행위들”이다. 젠더의 구성적이고 수행적인 차원을 설명하기 위해 버틀러는 드랙drag의 사례를 들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정하는 젠더의 현실이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폭로하고, 젠더의 표현적 양식과 젠더 정체성 개념의 빈약함을 주장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젠더 패러디 개념을 설명하며 젠더 정체성 자체가 기원 없는 모방, 원본 없는 모방본임을 밝힌다. ‘젠더 패러디’에 관한 논의는 수행성, 반복 복종,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여러 이론적 비판과 재검토, 재의미화의 과정을 거쳐 ‘퀴어 이론’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버틀러는 젠더의 양상에 관한 기존의 통념을 전복시키고 그 한계를 드러내기 위해 레비스트로스와 구주조의 인류학에 대한 비판,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적 주제와 우울증에 대한 분석, 가면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의미화하려는 이론의 한계, 크리스테바의 모성 담론 비판 등 다각도로 접근하며 면밀히 짚어나간다. ‘통일성’이 효과적인 정치 행동에 꼭 필요한가? 오히려 통일성이라는 목표에 대한 성급한 고집이 위계 사이에서 훨씬 더 심각한 파편화를 가져오는 원인은 아닌가? 여성 범주의 ‘통일성’은 필요조건도, 요구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특정 형태의 공공연한 분열이 연합의 행위를 촉진할 수 있다. 정체성 개념의 경계를 해체하거나, 그런 해체를 분명한 정치적 목적으로 달성하려는 일련의 행동 가능성을 제거하는 정체성의 층위에서, ‘통일성’은 배타적인 결속의 규범을 만드는가? 둘 중 어느 쪽이든 언제나 개념 층위에서 형성되는 ‘통일성’의 전제나 목적이 없다면, 일시적 통일성은 정체성 표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 행동의 맥락에서 나타날 것이다. 페미니즘적 행동이 안정적이고 통일적이며 합의된 정체성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강제적 기대가 없다면 이런 행동은 더 빨리 시작될 것이고, 이 범주의 의미가 영원히 쟁점인 많은 ‘여성들’에게 더 적합해 보인다._112~113쪽이 책의 구성, 각 장별 주요 쟁점들이 책의 본문은 전체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주로 ‘여성 없는 페미니즘’, 정확히 말하면 여성이라는 범주가 없는 페미니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도발적 문제 제기의 장이다. 2장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비판하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데 할애한다. 3장은 쥘리아 크리스테바의 모성적 몸과 기호계 논의를 비판하고, 비티그나 푸코의 이론에서 인정하는 부분과 모순점 및 한계를 각각 지적하면서 버틀러만의 젠더 논의를 정리해나간다. 1장 「성별/젠더/욕망의 주체」는 페미니즘 주체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모색하며 뤼스 이리가레나 모니크 비티그의 문제의식을 끌어와 이들의 기여와 한계점을 밝히고자 한다. 이리가레는 프로이트식의 결핍이나 결여로서의 여성성을 극복하려 했지만, 여성을 다시 남근로고스중심주의적 언어 안의 재현 불가능성으로 고정한다는 혐의로 비판받는다. “레즈비언은 여성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모니크 비티그는 강제적 이성애와 남근로고스중심주의에서 여성도 남성도 아닌 레즈비언을 제3의 대안적 성으로 고정했고 이상화했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핵심적인 사상은 페미니즘 주체로서의 ‘여성들’이 아무리 복수 형태를 띤다고 해도 범주화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성별/젠더/섹슈얼리티를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성, 문화적으로 구성된 성, 근본적이고 기원적인 욕망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강제적 질서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2장 「금지, 정신분석학, 이성애적 기반의 생산」은 구조주의, 정신분석학, 페미니즘의 틀 안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비판한다. 여성을 교환 대상으로 바라보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뿐 아니라 조앤 리비에르 이래로 여성을 가면으로 의미화하려는 정신분석학적인 논의들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특히 결핍을 가리기 위한 가면으로서 여성의 상징적 위치를 ‘남근 되기/갖기’로 본 라캉의 논의는 비판의 핵심에 있다. 게일 루빈이나 뤼스 이리가레도 또다른 방식으로 여성성을 물화한다는 혐의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버틀러는 여성 젠더의 일의성을 주장하며 젠더 정체성의 이분법에 의지하는 모든 논의들을 비판하면서 프로이트가 말하는 우울증의 방식으로, 즉 사랑했던 대상이 주체의 자아 안에 ‘불완전하게 합체’되는 방식으로 젠더가 형성되는 과정을 논의한다. 정신분석학은 욕망을 전제한 뒤 그 욕망을 금지하는 법을 말하지만, 버틀러는 이러한 규범, 즉 욕망을 선험적으로 원인으로 가정하는 문제를 보여주고자 한다. 푸코의 『성의 역사』에 나타난 억압가설 비판처럼, 금지의 구조나 사법적 구조는 원래 억압해야 할 욕망을 전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욕망 역시 당대의 지배적 권력 구조가 만들어낸 구성물임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몸이 영혼을 가두는 감옥인 것이 아니라, 영혼이 몸의 감옥이 된다.마지막 3장 「전복적 몸짓」은 쥘리아 크리스테바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다. 크리스테바는 기본적으로 모든 섹슈얼리티를 이성애로 상정했고, 동성애는 정신병에 가까운 것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버틀러에게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의 이론은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이성애를 중심에 두고 모성을 특화하고 있으며, 라캉을 극복하려던 저항의 시도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코라나 기호계, 혹은 어머니의 몸은 상징계의 언어로 발화되지 않으면 인식 불가능한 것으로서 저항의 전복적 실천력을 상실했으며, 오히려 크리스테바의 논의는 모성의 재생산을 강화하고 어머니를 이상화하여 가부장제를 공고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비판이다. 보편적 주체의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했던 푸코는 남성을 보편 주체로 인식할 뿐 여성이라는 성차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간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을 받아왔는데, 버틀러는 여기에 더해 푸코가 에르퀼린 바르뱅의 일기에 부치는 서문에서 『성의 역사』와 달리 양성인간 에르퀼린이 제도 규범하에서 겪었던 사회적 비극보다는 특정 섹슈얼리티의 낭만화와 이상화에 초점을 둔다고 비판한다. 3장 후반부에서 버틀러는 메리 더글러스와 쥘리아 크리스테바의 논의를 끌어와 몸의 경계와 표면은 정치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몸의 범주를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만들면서 새로운 의미화의 장으로 열어낼 때, 성별과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이분법을 넘어서 모든 고정된 범주를 파괴하며 전복적 재의미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버틀러는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글의 제목을 「패러디에서 정치로」라고 썼다. 이는 드랙이나 복장전환 등의 ‘젠더 패러디’에서 출발한 젠더 논의가 수행성, 반복 복종,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여러 이론적 비판과 재검토, 재의미화의 과정을 거쳐 ‘퀴어 이론’이라는 정치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며 복잡한 철학적 층위의 논의들을 정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