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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처녀치마 2.트리우마 3.12월 31일 4.두리번거린다 5.수업시대 6.불멸 7.나쁜음자리표 8.그것은 아니다 -해설 : 스토아주의자의 치유법 / 이수형 |
Kwon Ye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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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만 읽어준다면, 내가 쓴 것은 연애소설이라 믿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 연애다. 연애라는 말, 참 좋다. 사랑이란 말처럼 상대방 면전에서 남발되거나 소모될 수 없는, 매우 촌스럽고 고전적인 맛을 풍기는 3인칭 여인과 사내의 의뭉스런 교감 같은 말이다.
그러나 연애소설만큼 무서운 형식이 없다. 피투성이 된 유년이 성장소설의 담보물이듯, 연애의 학살이 연애소설의 조건이다. 그러니 내가 제대로 된 연애소설을 썼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다시. 그렇게만 읽어준다면, 내가 쓴 것은, 내 글을 기다려왔을 것으로 상상된 단 한 명의 독자에게 내가 심혈까지는 기울이지 못했으나 오랜 세월 끈질긴 스토커로서 써보낸 뒤늦은 연애편지라 믿고 싶다. 소설까진 못되어도 편지 정도는 괜찮겠다. 어쨌든 연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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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년 전 선배의 결혼식에서 그녀와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녀는 둘째를 가져 배라 불러 있었고 나는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하필 그날 오후 민방위 훈련이 있었다. 허둥지둥 찾아든 예식장 근처 지하 레스토랑에선 낯모르는 신혼부부의 피로연이 왁자지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출입구 대기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그녀의 배부른 모습을 오래 곱씹었다. 결혼한 그녀와는 오늘이 두 번재였다.
"결혼해서 사람 된 줄 알았더니 성질 여전하다." "그게 잘 죽더냐 어디?" "난 키 크고 딱딱거리는 녀석이 더 맘에 안 들던데." "아냐 난. 천음부터 느물거리는 놈이 밥맛이었어. 꼭 그런 식이라니까." --- p.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