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서당 공부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을 말하다
한재훈
사우 2025.01.25.
가격
19,000
10 17,100
YES포인트?
95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책소개

목차

머리말 - 오늘 우리의 공부를 성찰하고 모색하기 위하여

1장 일곱 살, 서당과 만나다

난세에 조선의 마지막 선비가 선택한 길
선비는 높은 산을 보며 큰길을 걸어간다
‘사람 되는’ 공부를 위해 학교 대신 서당으로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
서당의 커리큘럼
올바른 몸과 마음의 습관을 기르려면

2장 서당에서 하는 공부

글 외우기로 시작하는 아침 공부
붓글씨 공부는 서예가 아니다
성독, 낯선 글과 친해지기
암송, 글의 속뜻에 다가가기
서당의 시험은 잔치로 끝난다
한시, 규칙에 맞춰 지어야 하는 고통
글자 한 자의 무거움
시는 억지스러워서는 안 된다
한밤중 학동들만의 은밀한 시간

3장 서당이라는 공간의 특성

어느 날 갑자기 대학입시 수험생이 되어 보니
‘시간표’라는 권력
여름 공부와 겨울 공부는 달라야 한다
서당이 자연을 대하는 관점
감시와 통제가 없는 열린 구조
스승과 제자, 서로를 선택하고 책임지는 관계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공부하면 좋은 점

4장 가르친다는 것

‘군사부일체’에 담긴 스승의 의미
스승에게는 대듦도 없고 은근함도 없다
스승이 갖추어야 하는 조건
공자와 퇴계가 보여준 스승의 삶
교학상장, 자기 양성의 선순환

5 배움의 의미

『논어』라는 압축파일 풀기
배우고 익히며 느끼는 벅찬 기쁨
제자가 찾아오니 얼마나 즐거운가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를 위해 공부하기

저자 소개1

1971년 서울 출생. 서당(書堂)에서 15년 동안 한학(漢學)을 수학한 뒤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한국고등교육재단의 한학연수장학생(21기)과 동양학연구장학생(16기)으로 선발되었다. 고려대학교 강사와 겸임교수를 지냈고(2012년~2020년), 성공회대학교 대우교수(2008년~현재)와 연세대학교 연구교수(2012년~현재)로 재직 중이며,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설 청계서당과 (재)한국고등교육재단 한학·중국어심화과정에 출강하고 있다. 유가철학 가운데서도 특히 예(禮)를 철학적 주제로 해명하고, 이를 인문학적 담론으로
1971년 서울 출생. 서당(書堂)에서 15년 동안 한학(漢學)을 수학한 뒤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한국고등교육재단의 한학연수장학생(21기)과 동양학연구장학생(16기)으로 선발되었다. 고려대학교 강사와 겸임교수를 지냈고(2012년~2020년), 성공회대학교 대우교수(2008년~현재)와 연세대학교 연구교수(2012년~현재)로 재직 중이며,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설 청계서당과 (재)한국고등교육재단 한학·중국어심화과정에 출강하고 있다. 유가철학 가운데서도 특히 예(禮)를 철학적 주제로 해명하고, 이를 인문학적 담론으로 설명해내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주요 논문으로는 「‘先在’와 ‘後名’의 대립구도로 읽은 다산의 심성론」, 「『喪祭禮答問』 分析을 통한 退溪의 俗禮觀 考察」, 「朱子의 ‘新民’ 해석과 ‘道統論’의 함수관계」, 「退溪의 書院享祀禮 定礎에 대한 考察「白雲洞書院 享祀禮 修正을 중심으로」, 「성리학적 ‘예’담론의 이론적 구도」, 「유학의 시대적 대응논리로서의 聖人觀-맹자와 주자를 중심으로」, 「『대학사변록』에 나타난 박세당의 ‘격물치지’ 해석과 주희 비판의 성격」,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예학 논의」, 「The Confucian Concept of Li 禮-The Transition from “Worship Rituals” to “Governance Norms”」, 「한국과 베트남의 유교 수용과 예교 시행 비교」 등이 있고, 저서로는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 『퇴계이황의 예학사상』 등이 있다.

한재훈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135*205*20mm
ISBN13
9791194126065

책 속으로

작은 방에 10여 명의 학도가 무릎을 포개고 앉아 저마다 다른 글을 읽습니다. 어떤 면에서 서당의 글 읽는 풍경은 매우 혼잡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사람의 소리 중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로 목청을 돋웁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글을 읽는 모두는 각자 공부의 주체들입니다. 공부에서 소외되는 이는 없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의미만으로도 서당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부방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시를 짓는 것은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운율이 있는 시적 표현으로 담아내는 훈련 과정입니다. 따라서 시 짓기는 글공부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시에 담으려면 그 특징이나 핵심을 꼬집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한시를 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공부가 됩니다.

학교 시간표는 너무나 몰인정하고 야멸찹니다. 한 수업이 끝나면 그다음 수업을 명령합니다. 수업을 듣는 사람은 시간표의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왜 그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처지도 고려되지 않습니다. 수십 명 학생은 다 다릅니다. 이해력도, 관심 분야도, 심지에 생체리듬도 다릅니다. 동일인이라도 지난주 월요일과 이번 주 월요일이 같을 리 없고, 화창한 날과 비 오는 날이 같을 리 없습니다. 그래도 모두 시간표의 명령 앞에서 같아져야만 합니다. 시간표는 이미 권력입니다. 이제 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시간표에 순응하거나 도태되거나.

서당이라고 해서 시간 분배 없이 아무렇게나 공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도록 시간은 분배됩니다. 하지만 분배된 시간은 대강의 울타리일 뿐 완고한 담벼락이 아닙니다. 예컨대, 오전에 무엇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더라도 어떤 상황에 의해 오후의 것과 바뀔 수 있고, 정 뭣하면 하루 연기될 수도 있는 게 서당의 시간입니다. 공부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란 예기치 않은 여러 이유로 인해 항상 동일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몸의 상태는 물론이고 마음의 상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우리의 몸과 마음은 날씨나 계절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서당의 시간에는 이러한 여러 가지 결을 담아낼 수 있는 여백이 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동년배들하고만 매일 매일을 살아야 하는 공간은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실 말고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는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도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한 인적 구성일 뿐 학생의 건강한 학습을 위한 구성은 아닙니다. 인위적으로 고안된 공간에서 건강한 삶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런 환경에서 건강한 학습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매일 매일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공부해야 하는, 학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언제 끝날지도 모른 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서당은 곰삭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중요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학교처럼 방과 후에 단절되었다가 이튿날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함께 생활하는 생활공동체이기 때문에 서로를 불신하거나 무시해서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됩니다. 또한 학교처럼 관계의 유효기간이 1년 단위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관계를 맺기 때문에 적당한 위선이나 가식으로는 그 긴 시간을 배겨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오로지 관계에 대한 믿음과 성실 그리고 인내와 존중이라는 효소로 관계를 숙성시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 관계 속에서 생활할 때 서로가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서당에서는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됩니다.

서당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 동안 줄곧 동년배 친구들하고만 학급을 이루어 공부하는 학교의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학교식 학급 환경에서 아이들은 한번도 윗사람도 되어본 적이 없고, 아랫사람이 되어본 적도 없으며, 위와 아래 사이에 서본 경험도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싸움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또는 집안이 잘사는지 못사는지 같은 비본질적인 기준으로 학급의 질서(혹은 서열)를 가르려 들 것입니다. 이러한 질서 기준은 아이들의 몸과 의식에 체화되어 사회에 나왔을 때도 이 기준에 따라 사람을 대할 공산이 큽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루려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보는 것도 중요하고, 이울러 나 자신이 다양한 위치에 서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부터 인간관계의 지혜를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서당의 ‘계단 꼴 구성’입니다.

스승은 “내가 하는 말이 변할 수 없는 참이다”라고 말하면서 교만을 부려서도 안 되지만 “내가 하는 말이 틀렸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됩니다. 스승은 오직 ‘전에 내가 저렇게 말했는데 그것은 이런 점에서 잘못된 것이니 이렇게 이해하도록 하라’며 끊임없이 성찰하고 연구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퇴계는 늘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더 나은 최선을 제시하는 스승이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둔 지금 퇴계에게는 더 이상 자신의 오류를 수정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퇴계가 할 수 있는 말이란 “평소 그릇된 식견으로 제군들과 강론을 하였는데 이 또한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라는 것뿐이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오늘 우리의 교육 문제를 성찰하기 위한 소중한 지혜를
서당 교육의 전통에서 모색하다


일곱 살부터 15년간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훈장’ 한재훈이 쓴 『서당 공부』가 출간되었다. 『서당 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10년 전에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을 새롭게 손보고 다듬어 재탄생한 책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고 학교가 아닌 서당으로 가게 된다. ‘사람 되는 공부’를 하려면 서당 공부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아버지의 권유로 서당과 인연을 맺게 된 것. 그로부터 15년간 전통 한학을 엄격하게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 남녘 서당에 ‘입학’한 사연부터 서당에서 공부한 내용과 서당의 교육 방식,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이 기록은 단순히 서당이라는 ‘대안 교육’을 받은 한 개인의 경험담이 아니다. 저자가 공부했던 방식의 전통적인 서당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을 희생해가며 서당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스승도, 고매한 학문 정신을 이어받고자 하는 제자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사라져버린 전통교육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아울러 저자는 지금의 황폐화된 교육 현실을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소중한 지혜를 서당 교육에서 건져내 우리에게 전달한다.

“서당은 현실성이 결여된 과거의 유산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교육 시스템에 비추어보면 서당은 아무런 쓸모도 없어 보입니다. 그곳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도 답답하기 짝이 없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서당’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이미 없어져버린 서당을 통해 그 안에 스며 있는 소중한 가치를 음미하고, 그러한 가치를 통해 오늘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함입니다.”_머리말 중

서당의 커리귤럼

우리는 서당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몇몇 장면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서당의 전부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당의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것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서당에서는 『사자소학』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글공부의 시작은 앞으로 쌓아갈 지식의 올바른 방향을 잡고, 몸이 올바른 방식을 자연스러워하도록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사자소학』은 관계윤리를 중시하는 전통교육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다음 단계로 『추구』를 배우는데, 주변 사물들의 이름과 상태, 사물과 자연의 이치를 다룬다. 우리 전통교육이 어떠한 바탕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커리큘럼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글공부가 한 단계 질적 도약을 할 무렵 『소학』을 배운다. 『소학』은 앞의 책들에 비해 훨씬 구체화되고 심화된 윤리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을 공부한 뒤 본격적으로 사서삼경을 배우기 시작한다.

성독, 낯선 글과 친해지기

서당 공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성독과 암송이다. 서당에서는 하루 5~6시간 동안 그날 배울 문장을 100번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도 눈으로만 읽는 묵독이 아니라 소리 내어 읽는 성독을 최소 100번을 해야 글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독이란 무작정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아니라 장단과 강약이 들어간 가락을 띠면서 읽는 것이다. 글을 읽는 과정에서 글의 의미와 소통하면서 갖게 되는 흥취의 정도를 소리에 실어 표현한 것이 성독인 셈이다. “같은 내용을 100번 소리 내어 읽는 성독은 결코 정보를 빠르게 저장하려는 방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천천히 글에 다가가서 느끼고 흠뻑 젖으려는 방식입니다.”

암송, 글의 속뜻에 다가가기

서당에서 암송을 중시하는 이유는, 문리가 트이는 주요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문리가 트인다는 의미는 글이 가지고 있는 결을 읽고 느낄 줄 아는 상태를 의미한다. 마치 목공예가가 수천 수만 번 나무를 만지고 다듬으며 나무의 결을 느끼듯이 100번 성독하면서 글의 결을 읽어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한 반복 훈련인 것이다. 암송은 암기와 다르다. 암송은 단순히 문장을 외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암기를 위해서라면 굳이 100번을 읽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암송을 하면 문장을 외우는 것을 넘어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토대를 다질 수 있습니다. 글의 의미에는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는 표면적인 의미와 문장 이면에 숨어 있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굳이 100번을 읽어서 암송하게 하는 것은 표면적인 의미는 물론이고 그 속뜻에까지 다가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속뜻에 다가가는 날이 오늘일 수도 있고, 다음의 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암송한다는 것은 다음의 그 언젠가에 대한 불씨를 내 안에 보존하는 공부 방식입니다.”

인간관계의 정수를 배우는 ‘계단 꼴 구성’

서당 교육에서 또 하나 주목해볼 내용은 다양한 연령대가 한 반에서 공부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계단 꼴 구성’이라고 이름 붙인다. 동년배끼리만 생활하는 공간은 초중고 교실밖에 없다. 게다가 학교는 1년 단위로 학급 구성원이 바뀐다. 한번 인연이 맺어지면 막내부터 제일 큰 형님들까지 십 년 이상을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서당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매우 많다. 서당에서는 사회적 역할을 입체적으로 배울 수 있다. 아랫사람도 윗사람도 되어보고, 중간 위치에 서보기도 하면서 상황과 처지에 맞는 올바른 처신과 도리를 배우게 된다. ‘계단 꼴 구성’은 학동들 간의 상호보완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효과도 있다. 서로 수준이 다른 학동들이 한 방에서 공부하디 보니 서당 방에는 높은 글과 낮은 글이 한데 굴러다닌다. 후배는 선배들이 읽고 토론하는 높은 글을 얻어들으면서 앞으로 자신이 공부할 내용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선배는 후배들이 읽고 외우는 낮은 글을 봐주면서 예전에 배운 글을 충분히 소화하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꼴찌가 없는 서당의 평가 방식

서당의 평가방식도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서당에서 치르는 시험은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경쟁의 장이 아니다. 서당에서는 선생님 앞에서 배운 글을 외는 것을 ‘강을 해 바친다’고 한다. 강은 하루 단위의 일강, 열흘 단위의 순강, 월 단위의 월강, 1년을 마무리하는 총강으로 나뉜다. 서당의 강은 일등부터 꼴찌까지 등수를 매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수준을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1년에 한 번 총강에서는 장원을 뽑아 함께 축하하고, 장원은 모두가 먹을 음식을 낸다. 서당의 시험은 이처럼 꼴찌가 없으니 누구도 좌절할 일 없는 잔치로 마무리된다. 저자가 공부한 초동서사에서는 그날그날 밑글을 외는 정도였지 순강, 월강, 총강은 없었다고 한다. 이는 공부란 자율적으로 보완하고 관리해가는 것이지, 평가를 전제로 한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하는 타율적 방식을 지양한다는 의미가 있다. 공부에 개입할 최소한의 타율적 구조조차 용납하지 않는 공부의 근본정신을 읽을 수 있다.

여름 공부와 겨울 공부는 달라야 한다

저자는 전통학문의 바탕 위에 현대학문을 더하고 싶어 대학입시에 도전한다. 노량진 입시 학원에서 수험생 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특히 힘들어한 것은 ‘시간표’였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서양의 근대 그 자체가 바로 감시의 체계요 처벌의 체계”라고 주장하면서 그 사례로 시간표에 주목한다. 공교육 체계 안에서 시간표에 길들여진 이들에게 시간표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저자는 시간표가 권력으로 작동해 학생들을 배움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서당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분배할까? 서당에서는 시간 배분에 대해 대강의 울타리만 있을 뿐 대체로 자율적으로 편성된다. 개인의 신체 리듬에 따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서당에서는 여름에 하는 공부와 겨울에 하는 공부가 다르다. 여름에는 방 안에서 하루 종일 경전을 읽고 외우는 공부는 삼가고 시문을 읽거나 한시 짓기를 주로 한다. 숲속을 찾아가든 계곡에 앉아 발을 담그든 어디서든 시 한 수만 지어 제출하면 된다. 반면 겨울에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글공부에 주력한다.

이 책 덕분에 우리는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서당에 대해 세세하게 알게 되었다. 특히 탁월한 스승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공자와 퇴계 이야기를 통해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비로소 서당은 낡은 문화유산에서 오늘날 우리의 교육 문제를 성찰하는 데 참고할 만한 소중한 지혜로 다가온다.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7,100
1 1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