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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한국 문예 문학상 대상 수상작) 10
행운목 (한국 문예 문학상 대상 수상작) 14 푸드코트 (김해일보 시민문예 남명문학상 수상작) 18 수목장 (새한일보 신춘문예 최우수상 수상작) 22 금오도 (여수해양문학상 수상작) 28 항공 여행 (항공문학상 수상작) 34 관심 (밀양아리랑 백일장 장원 수상작) 40 여수 멸치잡이배 (여수해양문학상 수상작) 44 돌확 (큰여수신문 문학상 특별대상 수상작) 50 커피 (커피 문학상 금상 수상작) 54 비희 (사육신의 忠 · 사육신 문학상 수상작) 60 어머니 (효 문화 콘텐츠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64 사각기와무늬 (정읍 문학상 수상작) 68 소리 (전국 김소월 백일장 준장원 수상작) 72 민족시인 (전국 김영랑 백일장 대상 수상작) 78 할머니의 풍등 (오은 문학상 특별 문학 대상 수상작) 82 월식 (오은 문학상 특별 문학 대상 수상작) 88 효 (정조 효 백일장 문학상 수상작) 96 폐차장 (공주 시립도서관 문학상 수상작) 100 억새 (빛고을문예 백일장 우수상 수상작) 104 독도 (독도 문학상 수상작) 110 칠월이 오면 (이준 열사 문학상 수상작) 118 우화羽化 (안정복 문학상 은상 수상작) 124 금강에 살어리랏다 (지구 사랑 문학상 수상작) 128 나의 오월 (용아 박용철 백일장 특선 수상작) 136 부산진 시장 (부산진 시장 예술제 문학상 수상작) 144 섬진강 판화 (현대문예 권두 육필 시 초대전 작품) 148 지리산의 밤 (월간지 [문학공간] 특선.) 156 섬진강 (월간지 [문학공간] 특선.2) 164 석류 (사이버 중랑 신춘문예 문학상 수상작) 170 독도 찬가 (독도 문학상 수상작) 176 해마다 무궁화꽃 (6.25 호국 문예상 수상작) 192 밀물 (비엔날레 문학상 수상작) 198 흘수선 (동양문학 신춘문예 당선작) 202 집을 부검하다 (문화앤피플신문 신춘문예 수상작) 208 기록의 건축학-생활사박물관 · (기록사랑 백일장 금상 수상작) 216 지퍼 (황금찬 문학상 수상) 220 |
Deok-e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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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숨을 곳 찾다가 붉게 뛰어든다 저녁이 덮치기 전에 전설의 경계를 밟고서 서러운 작살에 울부짖음 번지면 포경꾼들은 뼈와 살이 눈물처럼 흩어지는 바다의 어린 기억을 잡아 낚아챈다 동백의 개화로 죽은 숨결이 다시 열린다는 설만 수평선에 걸쳐 둔 채 고래는 섬의 목탁 소리 물고 엉켜 있는 천리 길 풀면서 주먹이 판치는 폭풍 속으로 내던져질 때마다 찢긴 지느러미와 뿌연 연기의 벽만 높인다 바닥에 엎질러진 울음에도 단단한 저항의 힘으로 일어서며 치솟는 향기, 이제는 절 앞마당에서 고요히 가부좌 틀고 있다 제 숨 밀어 넣어 아린 무늬 키우는 고래, 열병 앓듯 온몸 펄펄 끓다가 쏘아붙인 상흔들 가라앉히며 화엄으로 피어난다. --- 「[동백꽃] - 한국 문예 문학상 대상 수상작」 중에서 아버지는 일 년 계약직 접시 물에서 일한다 얄팍한 물빛에 악착같이 뿌리내려 보지만 새소리 하나 깃들지 못한다 토막 토막 잘려나가 초록 영업 실적의 성실한 잎을 내면 잘릴 때가 다가온다 정 붙일 만하면 쫓겨나는 것이 인생이고 잘려야 다음 접시로 넘어가 일할 수 있다 그나마 살아 있어 취업하는 것이 행운이다 칠 년을 기다리면 핀다는 내 집 마련 같은 꽃 그 약속을 실행하기* 위해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혼자 야근한다. *약속을 실행한다:행운목 꽃말 --- 「[행운목] -한국 문예 문학상 대상 수상작」 중에서 육질이 살아 있는 옷감으로 친환경 코트를 만든다 원단이 싱싱해 색상과 무늬가 추위 막기에는 제격이다 마름질하기 위해 가위는 장바구니 가득한 고기류와 채소를 씻어 자른다 두툼한 안감의 팔딱이는 생선 비린내는 밑실로 감아 숨기고 하얀색 바탕에 붉은 꽃 새긴 꽃등심으로 깃 세운 그 끝에 버섯을 이어 붙여 가늘게 채 썬 양파로 매운 향 솔기 만들 때까지 노루발*은 수없이 어루만지고 핥으며 밤 지샌다 패션계에도 웰빙 바람이 불어와 건강 지키는 유기농 의류가 대세 디자인이 유행에 뒤처지면 과감히 벗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 젓가락이 닿자마자 코트는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보풀 일어난 매운탕이 된다 잘라낸 매듭 한입 가득 뜨는 사람들 박음질 맛이 매콤하다며 땀을 흘린다. *푸드코트: 건물 내에 여러 종류의 식당이 모여 있는 곳 *노루발: 재봉틀의 부속품, 옷감을 밀리지 않게 눌러 준다. --- 「[푸드코트*] - 김해일보 시민문예 남명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장지의 사람들이 나무 밑에 그를 묻는다 자연친화적인 여관에 숙박계를 대신 적어내자 나무뿌리 끝방은 입실한 생전의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죽음 예언하듯 청춘을 탕진했던 봄 무늬 생생한 벽지를 바르고 뜨거운 연애로 장판 깔고 기둥 세운다 미래에 가 닿으려는 듯 그의 처소에 꽃을 올려놓는다 죽음만이 미래를 완성하기에 산다는 것은 언제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일 언젠가는 가뭇없이 흙의 몸 입고 이곳으로 오지만 오늘 입실 대기 중인 사람들은 울음으로 한계를 넘어간다 구석진 방에서 흙이불 덮고 누워 있을 그를 대신해서 숙박계에 유서 쓰듯 적는다 ‘참 따스한 사람’ 출입문 열고 나오니 가벼이 숨결 내려놓듯 낙엽은 지고 마음 다급한 바람이 곁을 맴돈다 이따금 비고란에 눈물체로 글을 쓰는 추억들이 다녀가면 썰렁했던 그의 방은 차츰 온기가 돈다. --- 「[수목장] - 새한일보 신춘문예 최우수상 수상작」 중에서 수천 년 철썩철썩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묵언 수행한 섬은 종교다 최초의 말씀이 뻘밭의 간기 머금은 등고선 사이로 촘촘히 박혀 있어 믿는 자들은 누구나 엄숙히 허리 굽혀 우비적우비적 캐야 한다 점자책 같은 자갈밭길 더듬거리며 교리를 이해하려는 추종자들이 뭍의 소란함 뒤로하고 이곳으로 모여든다 포교는 늘 일탈을 꿈꾸는 표정들로 퍼져 나간다 꼬박꼬박 하루에 두 번 살그랑살그랑 붉어지는 물마루도 여기서는 특별한 경전이 된다 제멋대로 자라난 울음도 가벼이 잦아들 수 있다는 듯 너럭바위는 뜨겁고 차가운 발바닥을 위로 향하고 가부좌로 앉아 있다 갈바람통 전망대 앞바다에서 상괭이*들은 짐짓 설파하듯 살아서도 죽어서도 똑같다는 미소를 지으며 치솟는다 아슬아슬한 나날로 애달팠던 웅웅거림들이 뭉텅뭉텅 사라지고 섬처럼 맑아져 가는 사람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비렁길 그 어디쯤에서 바람이 거룩한 문서 같은 갯내음을 넘기자 갈매기들은 오래 읽어 환한 성스러움 한 구절씩 물고 해안선 따라 날아오른다. *상괭이: 우리나라의 토종 돌고래 --- 「[금오도] - 여수해양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바람이 산책하다 잿빛 바람길 뚝 꺾어 잠시 쉬었다 가는 곳 자그마하지만 속깊은 쉼터 비의 울음 타고 가던 철새들이 무심코 들렀다가 거의 다 시인이 되어 가는 곳 햇귀* 이고 뒤늦게 찾아와 흘럭흘럭 멀미 펼친 가녀린 방랑객들이 아예 터잡고 살아가는 곳 고유종 터줏대감 섬기란초, 섬괴불나무* 구겨진 손돌바람*에도 품위 있게 한들한들 맨발의 주름진 역사를 논하는 곳 맨날 섬주인 되겠다고 아우성치는 큰두루미꽃*들 서로 꼿발 디딘 채 하릴없이 끼득끼득 키재기하고 시시때때로 임꺽정처럼 반란을 꿈꾸는 왕호장군*, 참소리쟁이* 구멍 난 아침 저녁으로 서로 귓불 시린 눈알을 부라리고 너울 좋은 인위적 식재로 손님 대접 받으려고 호시탐탐 기회 엿보는 보리밥나무, 사철나무 다투다 말고 간신들의 뱃속처럼 어느덧 친해지고 야들야들 발달하지 못한 토양이라서 비는 내리지만 물 빠짐이 좋아 항상 목마른 그리움처럼 수분이 부족한 곳 키 작고 볼품 없어도 잎 두텁고 잔털이 많아 바닷바람에 잘 적응하기에 오늘도 시집살이 9년차인 양 건강히 잘 지내는 곳 너도 나도 멋자랑에 여념 없는 바다제비들 때문에 섬의 바위와 하늘은 너무나 시끄러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지만 진정 살아갈 맛이 나는 곳 훠이훠이 휘파람 마시고 멸종 위기에 내몰린 가련한 새 뿔쇠오리는 어이할꼬 가련해서 어이할꼬 그래도 개밀*이 있어 괭이갈매기의 왕성한 번식지가 되어 주니 그저 고마울 뿐 소리 되새김질하는 여름에는 깜짝도요들이 찾아와 찰박찰박 위로해 주고 관절마다 쌓인 파도를 삭히는 손바닥만 한 겨울에는 말똥가리들이 들러서 화음 이루며 노래 불러 주니 좋아라 아무때나 찾아왔다 시린 곡선을 그으며 훌쩍 떠나 버리는 깍쟁이 나그네새들 깍도요, 노랑발도요 그래도 고마워 울음 근처를 맴돌며 잊지 않고 이렇게라도 눈인사 해줘서 심심풀이 잔재미를 흘림체로 안겨 주는 곤충들 섬땅방아벌레, 어리무당벌레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들이여 멍멍멍 무릎에 내려 수시로 부서져 나부끼는 삽살개 짖는 소리 향수 타고 날으니 가파른 감동의 전율이 흐르고 아깝게도 대가 끊겨 버린 강치*가 야생의 눈물같이 간혹 그리워져 아릿아릿 한때 토끼들이 무리 지어 동화의 나라를 세웠으나 뒷꿈치 젖어 갈라터진 몰인정한 인위적 제거로 저리 눈물 뚝뚝 그래도 갯바위 저 달빛 아래 조피볼락* 아직도 살아 있어 수평선 풀어놓은 가슴 외롭지는 않아 어부들이 자주 찾아와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는 된장국 끓는 꿈 얘기를 들려 주니까 자박자박 졸고 있던 인류의 노래들이 흘러가다 낭만자락 도돌이표처럼 펄럭이며 잠시 여백의 음표들을 덧칠하는 곳 서로 사랑하자 좋은 관계성이 한가득 모여 서로의 볼을 비비며 행복하게 사랑하자 바로 이곳 하늘을 떠받친 평화의 쉼터에서. *햇귀: 해가 처음 솟아오를 때의 빛. *섬기란초, 섬괴불나무: 울릉도와 독도에서 자생하는 독도의 대표적인 식물이다. *손돌바람: 24절기 중 하나인 소설(小雪: 얼음이 얼기 시작) 때 부는 매서운 바람. *개밀: 벼과 개밀속에 속하는 밀 같은 풀. *큰두루미꽃: 울릉도 특산식물. 강치: 한국에서는 강치로 불리는 바다사자는 동해 연안에 서식하던 바다사자속의 해양 포유류이다. 조피볼락: 우리에게는 우럭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생선. --- 「[독도 찬가] -독도 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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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시 맞댐’을 꿈꾸어 왔다. 한 편의 시로 독자와 마음과 생각과 감성을 맞대고 싶었다. 두근거리는 행간에서 파문 이는 마음의 반짝임이 일어나도 좋고 어질어질한 슬픔이 배어나와도 좋고 두리번거리는 궁금이 다가와도 좋다. 이와 같은 독자반응비평은 작품에 독자의 감상 영역을 보태는 것이다. 독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예술, 한국에서도 깊숙이 뿌리 내리길 소망해 본다. 시의 다채로운 감성의 세계와 만나, 감동의 전율을 맛보며 살아가는 여생, 소롯이 권하고 싶다. -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